올 상반기 수백 대 일의 경쟁률과 함께 계약률 90% 이상을 기록하는 등 청약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던 수도권 분양시장이 지역에 따라 차별화되고 있다. 서울 도심 인근 지역은 청약자들이 계속 몰리고 있지만, 김포 등 수도권에는 청약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
대림산업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실시한 '신당 e-편한세상' 청약은 190가구 모집에 2165명이 신청해 평균 11.4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모두 마감됐다. 일주일 전, 동작구 흑석뉴타운에서 진행됐던 '흑석뉴타운 센트레빌' 1순위 청약(147가구 공급) 역시 4330명이 몰려 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청약 열기는 서울을 벗어날수록 점차 사그라지는 모습이다. 8일 김포시 감정동에서 실시한 '김포 감정3차 신안실크밸리' 1순위 청약에서는 1073가구 모집에 58명만 신청했다. 최근 김포한강신도시나 인천 청라지구의 일부 단지들도 계약률이 60~70%대에 머물고 있다.
분양시장이 지역에 따라 양분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수요보다 투자 성격이 짙은 주택 수요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에 몰리는 청약자들은 실거주 목적보다 분양권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 이 때문에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싸고 입지여건이 뛰어난 곳에는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반면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되기 어려워 보이는 곳은 외면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주택 공급물량도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서울은 강남은 물론 비강남권 집값까지 들썩이는 데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당분간 대규모 공급이 예고된 게 없다. 이에 비해 수도권에서는 인천 청라·영종지구,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만 올 연말까지 2만90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서울은 청약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하지만 투자 목적이 강한 수도권 단지는 앞으로 공급될 물량도 넉넉한 만큼 청약자들의 선별 투자 양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