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의 홍탁집

[snow★white]

글 작성 시각 : 2002.04.30 21:56:32

안국동의 홍탁집

70년도 후반에 즐겨 다니던 신문로 뒷골목의 홍탁 맛이 그리워 몇 년 전에 가 보았더니 재개발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매우 실망한 기억이 있었다.

막걸리를 직접 만든 것과 싱싱한 홍어를 무우와 미나리에 매운 양념으로 무친 그 맛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오늘 정신세계라는 잡지사에서 취재가 나와서 인터뷰를 마칠 즈음 카메라기자가 사진을 찍다가 홍탁 얘기를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내 표정이 확 변했다며 좋아하면서 안국동에 있는 목포집 이라고 하면서 언제 같이 가자고 하더니 오늘 오후 일정이 어떠냐고 물어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하니 그러면 오늘 가자고 하여 취재를 서둘러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갔다.

아침도 먹지 않았는데 홍탁 소리를 들으니 배속에서는 빨리 가서 맛을 보라고 야단이다.

지하철을 타고 종각역에 내려 골목골목을 통과하여 안국동의 홍어 집에 가서 홍어무침과 막걸리를 시켜 한 점 맛을 보았더니 예전에 맛보았던 그런 맛은 아니나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맛이 좋은 집이라 소개하고 같이 온 카메라기자와 취재기자가 내가 어떤 표정을 하는지 숨 죽이고 쳐다본다. 그래서 맛이 괜찮다고 했더니 흐뭇해한다.

맵고 신 것이 약하고 현대인에 맞게 약간 단 맛인데 단골이 되면 내 입맛에 맞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옛날 먹었던 그 맛을 가진 홍탁 집이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 만나 명함을 가져오지 않은 그래서 이름도 기억 못하는 카메라기자님 그런대로 좋은 맛의 홍탁을 먹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 그래도 이름을 모르면 되겠습니까?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니 박기자와 손기자 였습니다. *

2002. 04. 30 화 오전 비 오후 흐림 오래간만에 홍탁집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