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구룡계곡 탐방기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2010년 8월 15일(일) 비
구룡계곡은 남원 8경의 1경이며 한국의 명수로 지정됐다. 구룡계곡의 이름은 아홉 마리의 용이 너무도 아름다운 구룡폭포에서 살다가 승천한 곳이라고 해서 붙여졌다. 백두대간 산줄기인 만복대-고리봉 능선에서 흘러내린 물이 남원시 주천면에 이르러 길이가 무려 40m쯤 되는 구룡폭포를 빚어놓는다.
구룡폭포는 지리산서 불일폭포 다음으로 규모가 큰 폭포이다. 와폭인 구룡폭포는 용이 승천하는 형상이고 3단으로 돼 있어 시원함과 장쾌함이 느껴진다. 동편제 소리꾼들이 이 폭포에서 끊임없는 정진으로 득음을 해 명창으로 탄생한다. 그래서 동편제 소리꾼들에겐 성지와 다름없는 곳이 구룡폭포라고 한다. 구룡계곡은 구룡폭포부터 육모정까지 약 3.1Km의 계곡을 말하는데 시원한 계류와 울창한 산림이 조화를 이루고 눈길 가는데 마다 선경이 펼쳐져 산객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다.
지리산 북부관리사무소에 이르러 주차장서 충분한 스트레칭을 한 다음 육모정부터 트레킹이 시작된다(11:04). 육모정 아래 계곡에 있는 구룡계곡(일명 용호9곡) 2곡 용소는 석문처럼 갈라진 바위틈을 뚫고 물줄기가 쏟아져 깊은 못을 이루는데, 용이 살던 못이라 하여 용소라 부른다. 용소부터 200m쯤 하류에 있는 1곡 송력동 폭포는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에 돌로 담을 쌓아 여성을 상징하는 형상을 닮은 여궁석을 보이지 않게 하였다.
육모정을 뒤로하고 차도 옆에 나 있는 목재 데크 길로 대원들을 인솔하여 천천히 진행한다. 조금 후 구룡계곡 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난다(11:09). 본격적인 구룡계곡 탐방이 시작돼 오른쪽으로 구룡계곡을 끼고 평지와 비슷한 유순한 길로 나아가 학이, 때 지어 살았다는 제3곡 학서암(구시소)에 이른다. 물살에 패인 바위 모양이 소의 먹이를 담는 구유처럼 생겼다 하여 구시소라 부르기도 한다.
구시는 구유의 전라도 사투리 말이다. 곧이어 세찬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는 제4곡인 서암(챙이소)에 닿는다. 곡식을 까불러 티끌을 골라내는 키를 전라로 사투리로 챙이라 하는데 빠른 물살에 패인 바위 모양이 챙이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챙이소로 불린다. 이어 계곡 위에 놓인 구룡교를 건너서(11:18) 이제 계곡을 왼쪽에 두고 진행하다가 두 번째 나타난 영모교를 건너(11:24) 다시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진행한다.
바로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사랑의 다리에 이르니(11:27) 육모정 1.5Km, 구룡폭포 1.6Km란 푯말이 반긴다. 사랑의 다리는 구룡계곡의 굽이굽이 흐르는 아름다운 물줄기를 감상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사랑의 다리선 바라본 산의 풍광은 볼만했다. 푸른 산과 바위와 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나타내 산수화 속에 들어선 기분이다. 육모정부터 사랑의 다리까지는 평지 길과 다름없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이제 구룡계곡을 왼쪽에 두고 목재 데크 길로 올라가 아름다운 구룡계곡을 내려다보기도 하면서 바위 옆을 돌자 신선들이 바둑을 두고 놀았다는 제5곡 유선대에 이른다(11:30). 유선대 앞 암벽은 선인들이 병풍을 쳐놓은 것 같다 하여 은선병이라 부른다. 여전히 완만한 길로 너덜지대를 지나 좀 더 나아가자 구룡계곡 6곡 지주대가 나타난다.(11:35) 지주대는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곳으로 구룡계곡 둘레의 기암절벽이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과 흡사하다 하여 지주대라 불린다.
구룡계곡의 절경은 점입가경이 된다. 출렁거리는 지주대 구름다리를 건너 조금 급해진 산길로 산에 올라가 전망대 데크가 시설된 곳에 이른다. 전망데크서 바라본 주변 조망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대자연과 내가 하나가 돼 환희심이 충만해진다. 전망대 데크를 뒤로하고 조금 내려서다가 약간의 오름길이 된 숲길로 나아가자 산 중턱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구룡계곡 7곡인 비폭동에 닿는다(11:45).
7곡 비폭동
눈앞 반월봉에서 층층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마치 하늘에 날아오르는 형상이라 하여 비폭동이라 불린다. 비폭동의 경관은 말과 글로 묘사가 어려운 선경이 펼쳐진다.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와 소의 풍광은 심산유곡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비폭동 아래에는 넓은 바위와 소와 폭포가 있어 힐링하며 휴식을 하고 점심 식사 하기에 매우 좋다.
비폭동서 구룡폭포를 향해 나아가는 산길은 오른쪽의 급경사 나무 계단 길로 이어진다. 경사가 워낙 급하다 보니 쉬는 산객들 때문에 정체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5분쯤 올라가 시야가 트이는 능선에 닿으니 칼날 같은 능선으로 이어진다. 땀으로 온몸을 흠뻑 적시며 가장 높은 곳인 장군바위에 올라선다. 소나무와 바위가 조화를 이뤄 경관이 좋고 전망도 빼어나다. 구룡계곡 8곡은 거대한 암석이 계곡을 가로질러 물 가운데 우뚝 서 있어 경천벽이라고 부른다. 비폭동서 600m 지점이라고 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장군바위에서(11:52) 철 계단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로 2분쯤 나아가다가 오르막길이 돼 3분 정도 올라가니 구룡폭포 20m, 주차장 340m란 푯말이 서 있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왼쪽 내리막길로 나아가서 구름다리서 바라본 구룡계곡은 바위를 파고 내린 세찬 물줄기가 지리산에서만이 볼 수 있는 웅장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구름다리를 건너 철 계단을 타고 산모퉁이를 돌아 제9곡 구룡폭포에 올라선다(12:05). 정말 대단한 폭포다. 엄청난 물의 규모에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한다. 구룡폭포는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형상의 30m쯤 되는 와폭으로 지리산에서 불일폭포 다음으로 큰 폭포라고 한다.
하산은(12:20) 올라온 코스를 역으로 그대로 되 나아간다. 아름다운 경관을 사진 촬영 등으로 발걸음은 느려진다. 비폭동으로 돌아와(12:45) 등산화를 벗고 물을 건너 비폭동 바위에서 술로 목을 축인다. 간식도 먹고 13시 3분에 비폭동을 뒤로한다. 완만한 내리막길로 6분쯤 내려선 다음 완만한 오르막길로 4분 정도 올라서니 이정표 푯말이 나타난다(13:13). 곧이어 1분쯤 내려서니 지주대가 나온다(13:14).
지주대를 뒤로하고 7분쯤 진행하니 너덜지대가 나오고 바로 유선대가 반긴다(13:22). 지나온 길이지만 경관이 아름다워 조금도 질리지 않는 길이다. 계속하여 나타나는 사랑의 다리(13:28), 영모교(13:31), 구룡교,(13:36), 챙이소(13:38), 구시소(13:40)를 지나 숲속의 길로 들어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알탕을 한다(13:43). 이제 산행의 기쁨으로 몸과 마음이 평안해진 행복한 발걸음으로 춘향 묘가 있는 주차장으로 원점회귀 하여 흡족한 산행을 마친다(14:12).
구룡계곡은 지리산의 숨은 비경이다. 고단한 세상사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하나가 돼 산을 즐기며 세속의 번뇌를 끊을 수 있는 활동이 구룡계곡 탐방이라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