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중학교 제22회 제자들의 홈피에서 상렬 군이 자장면에 얽힌 옛 얘기를 댓글로 주고받으면서,
언뜻 스치는 옛 생각에 그만 붓을 들고 말았다.
나도 자장면은 점심으로 한 달간 계속 먹어도 질리는 일이 없었는데.
자장면 얘기를 하니 80년대 후반에 있었던 김천근무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금릉중고등학교가 단일 중·고로 분리되면서 김천중앙중학교와
김천중앙고등학교로 갈라지게 되었는데,
김천중앙중학교는 시민운동장 쪽으로 신축하여 옮겨 가고,
김천중앙고등학교는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천천히 걸어 3분 거리인 옛 금릉중고등학교 그 자리에 남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김천중앙고에서 근무할 때에 있었던
지금으로선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짧은 시간 속에서 무엇을 먹고 교실에 입실해야 할까?
오늘은 이 음식으로 다음 날은 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다 보면 한 달 정도가 지나면서 걱정스러워진다.
점심시간만 되면 점심 메뉴에 항상 3분 명상의 시간을 갖는 버릇이 생겼다.
이래서야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겠는가?
그 물음을 던져보았다.
기껏해야 주어진 짧은 1시간 안에 해결하는데, 추어탕은 7분 거리, 곰탕은 15분 거리, 보x탕은 20분 거리,
그렇다고 숯불갈비를 뜯으려면 가까운 거리이지만,
뼈에 붙은 살을 대강 처리한다고 하여도 이빨도 아프고,
돌아올 때 촐랑거리다 보면
위에 들어간 음식이 출렁거려 위가 늘어지고 또 먹는 시간에 비하여 웬만큼 먹어도 배는 부르지 않고,
고기 음식을 자주 먹다보면 밑 물을 사용할 때 앞을 숙여야 하고,
튀어나온 배로 인해 헐떡거리며 씻기가 무척 고생이 되었다.ㅎㅎㅎㅎㅎㅎㅎ.
할 수 없이 생각해낸 것이 바로 자장면 집이다.
어느 정도는 다양한 메뉴다.
위에 상렬이가 주섬주섬 늘어놓은 짬뽕, 자장면, 메운 우동, 싱거운 우동, 볶은 밥이다.
교문 앞 길 건너 1분 거리.
땡이다.
메뉴가 한 바퀴 돌면 1주일이 지나간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새벽밥 채려주는 밥상을 받아
세 번째 숟가락을 들고 꾸벅꾸벅 졸다 깨어나서 입속에 넣는 웃지 못 할 연출을 하면서
부랴부랴 동대구역 통근열차 비둘기를 타고 쉬엄쉬엄 신동역에서도 쉬고,
왜관이나 약목에서 쉬기도 하며 너무너무 고단할 때에는 거기까지 한숨자고,
구미를 지나 아포역에서 통일호나 무궁화 두 대를 보낼 때도 있었다.
그럭저럭 8시에 김천역에 도착하면 10장 티켓을 사서 쓰던 그 때
10분 만에 학교에 도착하려면 잽싸게 뒷문으로 뛰어야만 도착할 수 있었으니
, 아침운동으로는 톡톡히 치러낼 수 있었다.
고등학교 근무를 해보면, 운동은 먼 옛날이야기이고,
좀 부지런하지 않으면 테니스채를 만져보는 흉내도 내지 못할 바쁜 일과이다.
어쩌다 수업이 없으면 벽 쪽으로 앉은 사람은 벽에 의자를 붙여 토끼잠을 청하거나,
구석진 곳에 굽혀서 작은 문하나 통과하여 휴게실에서 1시간용 바둑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다음시간 준비하러 교과서를 챙기는 바쁜 몸놀림이 시작된다.
(1편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