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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교육대 입소 첫날
바다를 끼고 있는 어느 솔밭 사이에 있는 연병장에서 버스는 섰다. 푸른색 시외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달려 도착한 곳이다. 점심을 먹을 겸 오줌을 누기 위해서 잠시 휴게소에서 머문 것이 버스밖에 나온 전부였다. 푸른색 시외버스는 병사들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전세를 낸 것이다. 버스에는 인솔자 두 명이 같이 타고 갔다. 가는 도중 버스에서는 어떤 일도 없었다. 그냥 어디로 간다는 막연함으로 버스에서는 누구도 어떤 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국방부에서는 보충병들의 감정을 생각해서 민간의 시외버스를 전세한 것일 텐데, 보충병들은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보충병들은 버스에 탑승한 것이다. 버스가 가는 대로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구불구불 포장도로 비포장도로를 따라 버스는 달린 것이다. 그것도 버스 앞에는 ‘군장병수송’이라는 안내판을 달았고, 5대의 버스가 줄을 맞춰 달렸다.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삭막한 버스여행은 없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주변의 풍광은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풍광으로 손에 꼽는 한계령을 넘었는데도 말이다. 보충병들은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고, 눈을 뜨고 있어도 초점 없는 눈동자로 멍한 상태로 있었다. 각자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따분한 버스여행을 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신병교육대라는 막연한 미지의 세계가 불안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니다.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된 보충대 생활을 통해 군대라는 특성을 어느 정도 체득한 때문일지도 몰랐다. 자포자기의 심정도 어느 정도 있었다. 어쩌면 ‘내 마음 나도 모른다.’는 어느 시인의 표현과 같았다.
이문래 보충병은 그나마 대학 다닐 때 2주간에 걸쳐 받았던 남한산성에 있는 문무대와 7사단에서의 전방병영체험을 통해서 어느 정도 군대생활에 익숙해 있었다. 유격도 받아봤고, 오랜 시간동안 행군도 해봤다. 특히 두 번에 걸친 화생방 훈련은 대학시절 독재타도를 외치면서 시위를 할 때 맡아본 체루가스에 비길 바가 아니었다. 소총을 비롯한 병기도 다룰 줄 알았고, 전방에서 현역병과 같이 경계 근무도 서봤다. 그러니 대학시절 기본적인 병영생활은 모두 해 본 것이다. 게다가 고등학교시절부터 대학까지 5년간 교과목의 일환으로 실행한 교련을 통해서 각종 군사교육과 군사훈련을 받아본 터라 군대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참으로 이번의 버스여행은 마음을 아주 착잡하게 만들었다. 마치 죽어서 저승이라도 가는 기분이랄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난 후의 심정이랄까? 막막하게 자신의 감정도 표현하지 못하고,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달가울 리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때문에 신병교육대로 떠나는 150명의 보충병들은 모두 버스의 커튼을 닫고 눈을 감고 잠을 청하든가 눈을 떠도 초점이 없는 멍한 상태로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보충병들이 탄 버스 안은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등화관제는 아주 잘 이행되고 있었다.
보충병들을 인솔하고 있는 한 명의 하사관과 또 한 명의 병사도 우리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두었다. 휴게소에 내렸다가 버스를 탔을 때 인원점검을 한 것 빼고는 합죽이가 되어 있었다. 휴게소에서도 가장자리에 버스를 세웠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미리 준비된 도시락을 바닥에 앉아서 먹었다. 커다란 상자에서 꺼내 준 전투용 식량을 휴게소 바닥에 앉아 줄을 맞춰 먹은 것이다. 휴게소에 들린 민간인들이 힐끔힐끔 보충병들을 쳐다보았다. 바로 옆에 있는 동해바다에서 바다 특유의 냄새를 풍겨왔다. 햇볕이 아스팔트를 달궈 엉덩이가 뜨끈뜨끈 하였고, 모자 밑으로 연신 땀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전투식량으로 점심을 해결하고는 바로 버스에 탑승을 했다.
이문래 보충병이 배치된 신병교육대는 삼척에 있는 후진해수욕장 부근에 있었다. 위병소를 통과해서 버스가 선 곳은 두 개의 연병장 가운데 작은 연병장이었다. 그곳은 몇 개의 막사가 나열해 있으며, 커다란 미루나무가 수십 그루 서 있었다. 역시 이곳에도 태양은 이글거리며, 삼복더위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매미소리는 보충대에 있을 때보다 더 시끄럽게 들렸다. 이곳에서 군사기초훈련을 한 달 동안 받는다. 이곳에서 사회의 때를 완전히 벗겨내고, 사회인과는 전혀 다른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 아닌 진짜 군인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버스가 도착하자, 몇 명의 병사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병사들은 신병교육대 조교였다. 보충대에서 보충병들을 인솔하던 김 상병 하고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각을 세워 쓴 작업모에서 벌써 이곳은 보충대와는 전혀 다른 세계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김 상병은 이중성은 있었지만 그렇게 표독스럽다거나 날선 인상은 아니었다. 조교들의 얼굴 표정을 보자, 뭔가 무섭다는 기분이 온몸을 휘감고 돌았다. 보충병들은 버스에서 모두 내렸다. 그러자 보충병들을 태우고 온 버스는 기다림도 없이 꽁무니를 보이면서 신병교육대를 떠났다.
“제군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들 했다. 이곳은 여러분들이 4주간 머물면서 군인으로써 갖춰야할 체력과 전투기술을 익히는 곳이다. … 여러분의 신병교육대 입소를 다시 한 번 환영한다.”
버스에서 내린 보충병들을 연병장에 모아 두고 김 대령은 환영인사를 했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기 때문에 그의 눈빛은 잘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 윤곽으로 봐서 무척 강한 인상임을 알 수 있었다. 정말 군인이 되기 위해서 타고난 네모진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은 군인이 아니면 운동선수나 경찰처럼 몸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딱 어울린다. 어떤 융통성도 없이 한 가지 생각, 한 가지 기술로 우직하게 폼을 잡으면서 일을 하는 고지식한 사람의 유형이었다. 원칙만 고수하는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변화를 무척 싫어한다. 변하면 죽는 줄 아는 사람이다. 고지식하기 때문에 변화를 막기 위해서 어떤 부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만 행동하기 때문에 주변의 동료조차 출세의 도구로 본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또 다른 일을 접하면 그 일에 매달려 정신을 몽땅 바치는 열혈 인간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착각을 하기도 한다. 이문래 보충병은 신병교육대장을 보면서 무사히 훈련을 마쳐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섰다.
김 대령의 환영인사가 끝나고 단상을 내려가자, 신병교육대 조교들의 행동이 바빠졌다. 조교들은 일단 보충병들의 군기부터 잡았다. 150명을 땡볕에 세워놓고 ‘앉아 일어서’를 몇 번 반복했다.
“동작 보십시오. 그렇게 밖에 못합니까?”
“…”
“땅속으로 기어가는 지렁이도 그렇게 느리지 않습니다.”
“…”
“여기는 군대입니다. 어머니에게 응석부리던 가정이 아닙니다.”
날카로운 인상의 조교가 존댓말을 써가며 신병들의 군기를 잡기 시작했다.
“잘 할 수 있습니까?”
“예”
그때, 어느 보충병이 조교의 말투가 우스웠는지, 갑자기 키득댔다. 조교의 예리한 눈빛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 조교는 키득 댄 보충병을 앞으로 끌어냈다. 보충병은 앞으로 나오면서 웃음과 공포로부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신병, 내가 우습습니까?”
“아닙….”
교는 보충병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보충병의 가슴을 향해서 두 손 바닥을 날렸다. “퍽” 소리와 함께 신병은 뒤로 나뒹굴었다. 넘어진 보충병이 엉거주춤 하자, 조교는 다시 보충병을 불러 앞에 세웠다. 그러고 또 한 번 보충병의 가슴을 향해 손짓이 가해졌다. 보충병은 또 다시 뒤로 나뒹굴었다. 어느 새 보충병의 태도는 변해 있었다. 또한 그것을 지켜보던 다른 보충병들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충병은 세 번이나 가슴을 얻어맞았고, 나뒹굴었다. 그리고 또 조교는 넘어졌다가 일어선 보충병을 불러 세웠다.
“잘 들으십시오. 앞으로 누군가 여러분을 부르면 관등성명을 대십시오. 조금 후면 여러분의 신병교육대 번호가 주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지금부터 훈련병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상급자가 여러분을 부르면 ‘몇 번 훈병 누구’라고 복창을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150명의 훈련병은 산이 무너지듯 큰 소리로 대답을 했다. 불러 세웠던 훈련병을 통해 관등성명 대는 훈련을 몇 번 시킨 후에 대열로 들여보냈다.
이어서 150명의 훈련병은 수를 나누어 내무반을 배당 받았다. 그리고 인솔 조교를 따라 전반기 군사교육 4주를 받으면서 머물 내무반에 들어갔다. 후반기 교육 2주는 따로 받는다고 하였다. 훈련병이 머물 내무반은 단층으로 된 슬레이트집으로 길게 양쪽으로 늘어져 있었다. 3개 소대로 구분되어 제1,2,3내무반이라 불렀다. 내무반 위와 옆은 아주 큰 나무가 서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내무반 옆에는 화장실, 샤워장, PX 등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기간병 내무반과 신병교육대 대대장을 비롯한 장교들이 업무를 보는 막사가 따로 있었다.
내무반에서는 각자 더불백을 열어 짐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조교가 들어와서 각자에게 번호를 부여하였다. 이어서 그 번호를 헝겊에 써서 모자와 전투복 왼쪽 가슴에 실로 꿰매어 부착하라고 하였다. 아울러 국방색 헝겊에 노랑 글씨로 새겨진 이름표를 주면서 전투복 상의 오른쪽에 부착하도록 하였다. 훈련병들은 바늘에 실을 꿰어서 번호와 이름표를 전투복 상의에 달았다. 그 번호는 훈련병 번호이고, 이름표는 제대할 때까지 달고 다닐 명찰이었다. 명찰 아래에는 3309로 시작하는 군번이라고 하는 번호가 붙어 있었다. 훈련번호에 따라서 내무반 침상의 위치가 주어진 것이다.
그렇게 훈련번호와 명찰을 달자, 내무반장을 뽑았다. 내무반장은 이미 조교들에 의해서 선정된 상황이었다. 훈련병의 명단을 보고, 알맞은 사람을 골라 임명하였다. 내무반장은 조교들과 훈련병의 중간에서 심부름을 하는 병사이다. 점호를 취할 때 먼저 점검내용을 취하고, 훈련이 있을 때 미리 알아서 훈련병을 훈련 장소로 모이게 하고, 밥 배식이며, 목욕 등등에 걸친 자질구레한 일들을 맡아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훈련병의 모든 일은 내무반장을 통해야만 했다.
이어서 훈련병 검열이 있었다. 검열이라기보다는 소지품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세 명의 조교가 내무반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였다. 일일이 관물대를 확인하고, 입은 옷은 벗겨서 팬티차림으로 침상 끝에 서도록 했다. 조교들은 훈련병들이 소지하지 말아야할 물품을 찾아내는데 정말 귀신같았다. 어디 무엇이 있는지를 금방 찾아내었다. 하다못해 연필 깎는 칼까지 압수물품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있은 후 조교 한 명이 훈련병을 향해 말을 했다.
“지금부터 소지하고 있는 현금을 모두 내놓도록 합니다. 만약에 감추었다가 걸리게 되면 그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신병교육대의 조교들이 모두 존댓말을 쓰는 것이다. 그것도 큰 소리로 말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나지막하게 차근차근 그리고 천천히 말을 했다. 어투가 지금까지 들어본 것과는 전혀 새로웠다. 여태까지 이런 어투로 말하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큰 소리로 말하는 것보다 더 효험이 있는 듯 했다. 그런 언행에는 뭔가 위엄이 있었고, 새로운 분위기 때문에 아무도 거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분위기가 우리를 더욱 스산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문래 훈련병은 초등학교 때 웅변을 해봐서 소리의 고저와 장단에 대해서 익숙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신병교육대 조교의 어투에는 생소했다. 알지 못할 억압이 짙게 가슴을 파고들어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입소 당시 그 어투에 웃음을 참지 못해서 모든 훈련병이 보는 가운데서 구타를 당했던 훈련병이 떠올랐다. 이렇게 목소리의 변화가 사람을 옥죄는 것인지는 정말 알 수 없었다. 목소리를 듣고 소름이 끼친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조교의 한 마디에 다들 숨겨둔 용돈을 꺼내 앞에 놓았다. 몇 백 원에서부터 몇 만 원에 이르기까지 돈의 액수는 다양했다. 돈을 숨겨두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것 같아서였다. 돈을 꺼내 놓고 나서 훈련병들은 팬티차림으로 침상에 줄을 맞춰 섰다.
“다 내놓았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조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고, 훈련병들은 아주 크게 대답을 했다. 대답은 조교가 가르쳐준 대로 했다. 그런데 대답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두 명의 조교가 침상에 서 있는 훈련병을 향해 다가왔다.
“너, 이리와. 너, 너, 너….”
“….”
조교는 몇 명의 훈련병을 지목하며,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쓰던 존댓말은 어디로 가고, 갑자기 반말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온 훈련병들에게 갖고 있는 돈을 다시 내놓으라고 하였다. 그 훈련병들은 얼굴이 붉어지며 더 이상 가진 것이 없다고 하였다.
“내가 지금 찾으면 어떻게 하렵니까?”
“…”
조교는 다시 낮은 톤으로 존댓말을 했다. 그리고 훈련병은 더욱 얼굴이 빨개지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팬티 끈에 숨긴 것은 뭡니까?”
조교는 팬티 고무줄을 감싸고 있는 곳을 가리켰고, 그곳은 정말 뭔가 들어있는 듯 다른 곳보다 약간 두꺼웠다. 그렇다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그런데 조교의 지적과 같이 그곳에서 만 원짜리 지폐가 말려진 채로 나왔다. 순간 충격과 웃음으로 내무반은 술렁이었다. 군대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순간이었다. 개인과 단체, 그리고 국가, 인간의 삼중성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순간은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미묘함이 있다. 팬티고무줄과 함께 말린 만 원짜리 지폐는 군대의 철학(哲學)이다. 이를 어찌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주변에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기 바란다. 팬티고무줄에 말린 만 원 지폐는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 수가 없다. 훈련병에게 만원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다. 그것을 누구에게 어떻게 어디에 언제 쓰느냐에 따라서 다르지만 말이다. 최소한 이문래 훈련병에게는 부러움이었다. 천 원짜리 하나 없는 빈털털이 이문래 훈련병에게는 팬티고무줄에 감춘 동료의 만원의 지폐가 정말 부러웠다. 어쩌면 몇 백 만원의 위력처럼 만원은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훈병들에게는 이 돈을 퇴소할 때 주겠습니다. 다른 훈병은 2주 후에 PX(군인면세가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돈은 명단을 작성해서 PX에 맡겨 둘 테니, 그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도록 하십시오.”
이문래 훈련병은 친구들과 입대 전날 돈을 모두 썼기 때문에 따로 돈이 없었다. 그 때문에 나중에 신병교육대 동기들이 먹을 것을 사 먹을 때 궁색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안 본 척 못 본 척, 배가 안 고픈 척, 배가 부른 척, 그렇게 척 해야만 했으니까?
정말 조교의 말대로 2주후부터 PX이용은 허락되었다. 훈병의 꼬리표를 단 우리 기수는 2주까지 PX에 맡겨진 돈으로 어떤 물건도 살 수가 없었다. PX의 방위병은 아무리 가도 난색을 표할 뿐이었다. 다만 현금을 갖고 가면 물건을 팔았다.
그런데 나중에 감지한 일이지만, 훈련병들이 금기를 어겨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훈련병의 군기를 확립하기 위해서 그것은 이미 계획된 프로그램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