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하면 우선 가을 과일 붉은 과일 제사 그러면서도 동시에 한약처방에는 다 들어가는 한약재 그리고 집에서 몸을 보하는 각종 요리나 차 혹은 음료수에 첨가하면 좋은 만능의 요리재료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부터 대추는 좀 고상한 과일이나 음식재료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습관적으로 고급요리에 넣는 요리사들도 있고 심지어 모든 한방처방은 대추가 들어가야 하는 걸로 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대추를 남용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을 아닐 것입니다.
자 이제 대추가 어떤 기미를 가지고 있는지 차근하게 알아봅시다.
혹 여러분들은 대추나무 가까이 사시는지요? 봄이 와서 숲이 푸릇푸릇해질 때에도 대추나무는 눈에 쉽게 띄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추나무는 아직도 가지가 앙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무들은 이미 한창 잎이 나서 무성해지려고 할 때야 비로소 대추나무는 싹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 때가 되면 한 낮은 좀 덥게 느껴지기도 하죠.
이것은 대추나무는 따뜻해야 활동은 시작하는 나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대추는 적어도 아열대 식물이란 것입니다.
한편 대추나무잎은 매우 반짝이는 편입니다. 마치 대추열매의 껍질처럼 매끈하여 손톱으로 눌러도 쉽게 문들어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 만큼 단단한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대추나무는 여러 해가 지나도 쉽게 자라지 않아서 나무의 질이 단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추나무는 도장재료로 많이 쓰입니다. 특히 벼락맞은 대추나무는 벽조목이라고 하여 나쁜 귀신을 물리치는 효험이 있다하여 벽조목으로 만든 도장은 다른 나무도장에 비해 좀 더 비싸기도 합니다만 시중에 흔하게 유통되는 것처럼 대추나무에 벼락이 떨어지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 참고로 벼락은 하늘이 주는 벌칙이란 개념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고 대추는 붉은데 붉은 색은 귀신을 쫒는 효험이 있다고 사람들이 믿고 있기 때문에 벽조목으로 만든 도장이나 부적은 더욱 효험이 있다고 사람들이 믿고 있어 다른 나무재료에 비해 더 비싸게 유통되는 것입니다.
대추나무의 이런 성격때문에 중앙아시아나 서남아시아에서 생산되는 대추는 알이 작은 키위만큼이나 크고 달아서 두 세 개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부릅니다. 금방 배가 부르지 않는다면 건조지대의 사람들이 식량대용으로 너무 많이 먹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건조지대에서는 이미 대추나무는 없어졌을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대량생산도 가능하겠지만 아마도 건조한 지방이라서 대량생산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대추의 기미는
우선 열매이니 정분에 들어가서 우리 세포를 이루는 원재료가 됩니다.
그리고 따뜻하고 기운의 방향은 수렴하고 습을 조장합니다. 한편 단 맛은 위장을 편하게 합니다.
(한의사를 위해서 첨언하면 대추자체가 습을 좋아해서 습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운을 수렴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습이 조장되는 것임. 예컨대 알로에는 행기의 기는 없고 단순하 습을 조장하는 것이니 대추가 습을 조장하는 것과 알로에가 습을 조장하는 것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알로에는 사하작용이 있는데 습을 조장한다고 하면 또 말이 안되는 것 같다고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알로에가 사하작용이 있는 것은 그 성이 너무 차서 위장을 무력하게 만들어서 사하를 시키는 것임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먹지 못해서 몸이 약한 사람한테는 딱 알맞은 과일이 됩니다. 그러나 위장에 열이 있거나 기운을 발산시켜야 할 몸 상태에 있거나 혹은 몸에 습이 있는 사람들 한테는 기미가 맞지 않습니다.
사실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대추가 딱 맞은 과일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현대인들은 속열이 많고 습이 많아 기운을 발산시켜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한정식에 대추를 꼭 넣어야 되는 줄 알고 계신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옛날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대부분의 몸 상태에 맞는 것일 수 있으나 현대에는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요리 연구가들이 음식의 기미를 모르니 새로이 개발했다는 음식들을 먹어보면 재료는 좋은데 나중에 입맛은 깔금하지 못하고 은근히 답답하기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한의사들에게 퀴즈를 심심풀이로 내려합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글을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 입니다.
흔히 강삼조이라고 하여 생강과 대추를 처방 속에 습관처럼 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로서는 이해 안되는 부분입니다. 강삼조이를 처방에 넣는 이유가 혹시 제가 알고 있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옛 사람들의 처방을 보면 생강과 대추를 같이 넣는 것도 있고 생강만 넣는 것 있고 대추만 넣는 것도 있고 생강이나 대추 아무것도 안넣는 것도 있습니다.
사람들을 위해서 그 차이를 설명해주실 분이 안계신가요?
"생활의 기미" 144 쪽 대추의 기미를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