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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18일, 화요일, Konye-Urgench, Gurgenc Hotel
(오늘의 경비 US $18: 숙박료 120,000, 식료품 45,000, 택시 50,000, 합승택시 200,000, 환율 US $1 = 23,400 manat)
아침 7시에 숙소를 떠나서 택시를 타고 Konye-Urgench로 가는 합승택시들이 떠나는 Dashogus Bazaar로 갔다. 넓은 주차장에 택시가 수 십대 주차하고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택시기사들이 덤벼들어서 자기 택시를 타라고 잡아끈다. 가격 얘기는 나중이고 우선 자기 택시에 태우려고 무조건 내 짐을 뺏어서 자기 차 트렁크에 넣으려 한다.
합승택시를 타려고 합승택시를 찾으니 어느 택시가 합승택시인지 알 수 없다. 손님이 좀 타고 있는 택시가 있으면 합승택시일 텐데 내가 너무 일찍 나온 듯 그런 택시는 하나도 안 보였다. 우선 나를 에워싸고 있는 택시기사들로부터 떨어져나가야 될 것 같아서 도망치듯이 가버렸다. 그래도 한 친구가 끝까지 따라오더니 $40에 가잔다. 이 친구 외국여행자 바가지 씌어서 돈 좀 벌어보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혼자 가도 $20 이상은 어림도 없다. 종이에 합승택시 가격인 80,000 manat을 써 보였더니 ($3.50 정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며 가버린다. 결국 합승택시를 찾아서 200,000 manat ($8.50) 짜리 합승택시에 올랐다. 나는 80,000 manat 정도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200,000 manat 아래로는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500km를 가는데 8천 5백 원 정도면 싼 가격이다.
나 외에 세 사람이 더 타야 떠나는데 8시경까지는 충분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7시간이면 간다니 오후 3시면 도착할 수 있으니 시간은 넉넉하다. 앞자리에 혼자 앉아서 기다리는데 어떤 친구가 빈 운전사 좌석에 앉더니 자기 택시를 나 혼자 타고 가자고 가격 흥정을 붙인다. 800,000 manat에서 ($35) 시작하더니 500,000 manat ($21) 까지 떨어진다. 그 정도면 갈 만한 가격이다. 어제 $20을 내고 350km 거리인 Mary-Ashgabat을 왔는데 적어도 500km 거리인 Ashgabat-Konye-Urgench 가는데 $21이라면 어제 가격보다 좋은 가격이다. 그 친구 택시로 가려하는데 합승택시 기사가 나타나서 나를 데려가려는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더니 나를 데려가려던 택시기사는 가버린다. 조금 있다가 여자 셋이 나타나서 남은 자리 셋을 차지한다. 이 여자들은 얼마를 내고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보다 적게 내고 갈 것 같다.
합승택시가 출발하고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아침시장에 들려서 차안에서 먹을 음식을 사고 8시 반경 Ashgabat를 떠났다. 택시기사는 금방 손님이 모여서 제일 먼저 떠나게 된 것이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 웃는 낮으로 아주 친절하게 대한다. 여자 셋은 뒤에 타고 나는 앞에 탔다. 길이 널찍하고 상태가 비교적 좋아서 차가 쌩쌩 달린다. 이곳의 택시들은 모두 100,000km 이상을 달린 중고 토요타 차다. 어쩌면 200,000km가 넘었는지도 모른다. 차는 편하고 잘 나가는데 에어컨은 잘 안 나온다. 앞에 앉은 나는 그런 대로 괜찮은데 뒷좌석에서는 좀 더웠을 것 같았다.
오늘도 검문을 많이 받았다. 이 나라는 지독한 경찰국가다. Ashgabat 시내에는 웬만큼 큰 네거리면 항상 경찰이 서성거리며 주위를 살핀다. 어쩌면 총인구 5백만 중 10%는 경찰이나 군인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경찰과 군대는 이 나라 최대의 고용 부서인 것이다. 2002년에 대통령 저격 사건이 있었다는데 대통령은 그 전에도 지독한 독재였지만 그 후로는 더 지독한 독재자가 되었다. 그 저격 사건은 정부에서 꾸민 자작극이란 얘기도 있다. 이 나라는 석유와 자연가스로 번 돈을 대통령에 관한 기념물 짓는 것과 군과 경찰을 유지하는데 다 쓰는 것 같다. 외국인인 나는 검문이 더 심하다. 질문을 자기네 말로 던지고 내가 이해 못한다고 죄인 다르듯이 닦달한다. 외국인을 왜 그렇게 불친절하게 다루는지 이해가 안 간다. 외국 사람이 오는 것이 싫으면 비자를 안 내주면 될 것인데 비자를 내주고 (비록 4일 짜리 통과 비자이지만) 너무 못되게 군다. 유목민들은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전통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유목민 출신인데 그 좋은 전통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가. 100여 년 동안 러시아와 소련의 지배를 받는 동안에 없어진 모양이다.
검문소 한 곳에서는 기다리는 동안 검문소 근처에 있는 모래언덕 산 사진을 찍었다가 경찰에게 걸려서 사진기에 있는 사진을 전부 검사 당하고 사진 몇 장은 지우라고 해서 지웠다. 디지털 카메라에 지운 사진을 다시 복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이럴 때 잘 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지운 사진을 다시 복구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 카메라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컴퓨터에는 있는 기능이니 디지털 카메라에도 있을 수 있는 기능이다. (나중에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복구하는 방법을 배웠다.)
한 검문소에서 특히 심하게 검문을 당하고 차로 돌아오니 나를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가 웃으면서 경찰이 돈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내가 잘 못한 것이 없는데 돈을 왜 줘, 어림도 없다. 어제도 오늘도 사진 찍은 것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이 나라 경찰들 정말 못 됐다.
오늘 경찰에게 시달림을 많이 받았는데 Konye-Urgench 다 와서 마지막 검문소에서는 영어를 하는 군인을 만났는데 아주 친절하게 대해준다. 근래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여권과 비자 없이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파견 나와 있다한다. 배낭 여행자들은 그럴 사람이 없을 텐데 그들은 누구란 말인가. 이 친구는 호텔도 알려주고 자기도 언젠가는 한국도 가보고 미국도 가보고 싶다고 한다. 친절하고 잘생긴 젊은 친구다. 괜히 딱딱거리기만 하는 경찰과는 전혀 다르다. 마음이 좀 풀린다.
내가 가진 지도에는 안 나와 있는데 철로가 보였다.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한 번 봤는데 택시기사가 기차의 객차는 한국 제라고 한다. 그런 것까지 아는 것을 보면 한국에 대해서 많이 아는 모양인데 이 나라 사람들은 터키 사람들과는 달리 한국에 대해서 아는 내색을 안 한다. 왜 그럴까 모르겠다. 어제 타고 온 택시기사도 내가 LG 선전간판을 보고 한국 회사라고 하니까 모른척했다. 이 나라 도시에는 삼성 선전간판도 가끔 보이지만 LG 선전간판은 도시를 도배를 한 것같이 많이 보인다. 이 나라 가전제품 시장을 싹쓸이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오후 3시에 Konye-Urgench에 도착했다. 6시간 반 걸린 셈이다. 영어를 하는 경찰이 가르쳐주었는지 아니면 택시기사가 알고 있었는지 청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호텔로 안내해 주는데 보니 Lonely Planet에 소개된 내가 찾아가려고 하는 호텔이고 주인도 Lonely Planet에 소개된 바로 그 할머니다. 오래된 낡은 건물이고 방에는 욕실도 없고 에어컨도 없다. 그러나 전혀 덥지 않다. 어제 들었던 Ashgabat의 호텔보다 더 아늑하다. 공동으로 쓰는 욕실에 가서 물독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가면서 옛날 식 목욕을 하고 나니 쉴만하다. 혹시 맥주가 있을까 해서 찾았더니 할머니가 말을 못 알아듣는다. 한참 후에 가져오는 것을 보니 40도 짜리 이 나라 술이다. 그것을 마셨다가는 더 더워만 질 것 같아서 마시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하러 나가려니 방에 잠을 쇠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숙소 할머니에게 저녁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냉장고를 열어 보여주는데 계란밖에 안 보인다. 할 수 없이 계란 세 개를 부쳐달라고 해서 딱딱한 빵 조각과 함께 저녁으로 때웠다. 식사를 마치니 당장 돈을 달랜다. 얼마냐고 했더니 손가락 열 개를 내 보인다. 100,000 manat을 (약 $4) 달라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외국 여행객들을 많이 상대해서 (이 도시를 지나는 배낭여행객들은 모두 이 숙소에서 하루 밤 묵고 가는 것 같다) 돈독이 오른 것 같다. 이 할머니 손에 손가락이 백 개가 있었더라면 백 개를 내 보였을 지도 모른다. 계란 세 개와 빵 한 조각에 100,000 manat은 말도 안 되는 바가지 가격이라 30,000 manat만 주었더니 “오케이, 오케이” 하면서 받아간다. 돈 앞에서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되는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Ashgabat을 떠나기 전에 아침 시장에 가서 차 안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샀다
Ashgabat를 떠나서 정북으로 달리는 길은 처음 한 시간 반 동안은 넓고 좋았다
그러나 나중에는 낡은 길로 변했다
아름다운 모래산도 가끔 나왔다
다른 승객 세 명과 함께 7시간 만에 총알같이 달려서 Karakum 사막을 건너간 중고 토요타 차
Konye-Urgench 근처에 오니 사막은 없어지고 푸른 농경지가 나왔다
넓은 푸른 벌판, 주로 구소련의 잔재 목화밭이다
한때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석권했던 Seljuk Empire의 수도였던 Konye-Urgench는 몽골군이 폐허로 만들었다
몽골군이 부시지 못한 중앙아시아 최고의 이슬람교 사원 탑 중에 하나라는 64m의 Gutlug Timur Minaret 탑
중앙아시아 건물 중에 최고로 완벽한 건물 중에 하나라는 Turabeg Khanym Mausoleum 왕릉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우즈베키스탄 국경
(오늘의 경비 US $5: 아침 20,000, 택시 30,000, 30,000, 10,000, 안경 35,000, 환율 US $1 = 23,400 manat)
아침 7시에 호텔을 나섰다. 어제 저녁 식사로 바가지 가격을 받으려 하던 주인 할머니가 호텔 밖까지 나와서 우즈베키스탄 국경도시 Dashogus로 가는 합승택시가 떠나는 곳을 자세히 가리켜준다. 호텔에서 불과 100m도 안 되는 곳에 있다. 합승 택시 하나가 막 떠나려고 해서 가격도 안 물어보고 올라탔다. 뒷자리에는 어제처럼 여자 세 명 앉아있다. 택시기사는 인상이 좋고 영어를 조금 알아듣는다. Dashogus로 가기 전에 Konye-Urgench 시내에 들려서 유적 사진을 몇 장 찍고 떠날 수 없느냐고 부탁하니 뒷자리 여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오케이 한다. 어제 Ashgabat에서 올 때는 모르고 지나친 유적이 있는 곳으로 다시 가서 사진을 두어 장 찍었다. 역광이라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Lonely Planet에서 중앙아시아에서 꼭 봐야할 곳 15군데 중에 한 곳으로 지정된 것인데 내 생각에는 이곳 대신 Merv 유적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Dashogus로 가는 합승택시에 오르기 전에 야외 화덕에서 막 구어 낸 빵이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아침으로 먹으려 세 개를 사고 10,000 manat 짜리 하나를 내니 빵을 파는 여자가 거스름돈을 준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6,000 manat는 되는 것 같다. 우리 돈으로 200원 정도다. 참 싸다. 음식 값이 이렇게 싼데 어제 숙소 주인 할머니는 계란 3개 부쳐주고 100,000 manat을 요구했으니 해도 너무 했다. 어제 내가 묵었던 방의 숙박료가 외국인에게는 120,000 manat이고 내국인에게는 14,000 manat이다. 외국인 한 명 받으면 내국인 8명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두 시간도 안 걸려서 Dashogus에 도착하였다. 오는 동안 검문소가 여러 군데 있었는데 이상하게 한 번도 검문을 안 받았다. 택시기사가 손짓으로 인사만 하고 통과한다. Dashogus에 도착하니 바로 시장 앞이다. 시장에 들어가서 투르크메니스탄 돈 남은 것을 바꾸고 며칠 전에 잃어버린 색안경 대신 싸구려 색안경을 하나 샀다. 이곳에서는 햇빛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색안경은 필수다. 투르크메니스탄 기념 마그넷을 못 사서 독재자 Turkmenbashi의 얼굴이 나온 메달 같은 것이라도 있으면 사려고 시장을 뒤졌는데 찾지 못했다. 이란에서도 마그넷을 못 샀는데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못 샀다. 귀국해서 사진 찍은 것을 이용해서 어떻게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여행한 나라들 마그넷을 집 냉장고에다 붙여놓는다).
두 번씩이나 택시를 갈아타고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에는 우즈베키스탄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줄이 매우 길었다. 짐도 많은 것을 보면 장사하러 가는 사람들 같다. 나는 관광객이라고 특별대접을 받아서 금방 통과시킨다. 입국할 때는 그렇게 애를 먹었는데 출국은 너무나 쉬었다. 마지막 초소를 지나서 미니밴 버스를 타고 투르크메니스탄을 떠나니 속이 시원해진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보낸 4박 5일을 정리해보자. 우선 입국할 때 애먹은 생각부터 난다. 지금까지 어느 나라에서고 그렇게 못된 대접을 받아 본적이 없다. 한 시간 이상을 짐 조사를 하면서 애를 먹이다니 다분히 고의적인 것이었다. 내가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돈에 탐이 나서 그랬던 것 같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검문이 너무나 많은 경찰국가다. 옛날 공산국가도 이렇게 검문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 나라 대통령은 인기가 높은 것 같다. 이 나라 국민들은 자기네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바깥세상을 너무나 모르는 것 같다. 14년 전 대통령이 되면서 10년 안에 쿠웨이트만큼 국민이 잘 살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하고서는 아직도 월 평균 수입이 20불 정도인 모양인데 국민은 그래도 자기네 대통령이 잘한다고 믿고 있다니 너무나 어수룩한 국민이다. 쿠웨이트가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이 나라 대통령은 사후에는 옛날 유고 대통령 티토와 비슷한 신세가 될 것 같다. 나이도 많은데 후계자도 키우지 않았으니 사후에 이 나라 고질병이라는 부족 간 불화가 표면화될 것이고 예전에는 없던 엄청난 석유의 부 때문에 유혈투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검문을 당할 때마다 외국 스파이 취급을 받았다. 비자를 내주었으면 자기네 나라 법을 어기지 않는 한 정중하게 대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힘든 비자를 받고 비록 4일 간의 짧은 여정이지만 중요한 곳은 다 보고 떠나니 성공적인 여행이 된 셈이다.
그러나 좋은 추억을 가지고 떠나지는 않는다.
우즈베키스탄 국경에서 통관수속을 기다리고 있는 LG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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