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런트 김수미씨의 -애들아, 힘들면 연락해!- 중에서(샘터사)
신혜하고는 오래 전 MBC<아버지와 아들>을 같이 해 본게 전부라서 그다지 친하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 신혜가 결혼하면서 연예계에서 은퇴한 직후, 우연히 백화점 주차장에서 만난 적이 있다.
첫 에세이 집 <그리운 것은 말하지 않게다>를 출간한 직후여서 마침 갖고 있던 책에 사인해서 선물했다.
,행복한 신혼이 되길, 정도 인사말을 써준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서 어느 날,뜬끔없이 아주 늦은 밤에 신혜한테서 전화가 왔다.
"주무세요?"
사실 잠이 막 든 참이었지만, 아주 절친한 사이도 아니고 까마득한 후밴데, 아니 했더니 한참을 가만히 있는다.
"........ 그 책, 자주 읽어요. 읽고 또 읽고......."
"그래"
"..........."
"..................."
"그럼 주무세요."
그게 다였다.목소리도 예사롭지 않고, 결혼한 지 겨우 두 달 된 새댁이 친하지도 않은 선배에게 오밤중에 전화라니,
무슨 문제가 있지 싶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마찬가지로 전화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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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댁에 놀러 가도 되느냐는 전화가 왔길래 아무 날 아무 시쯤 오라고 해뒀다.
평소 해 먹던 식으로 젖갈, 게장, 된장찌개등으로 차려 함께 점심을 먹는데, 사흘쯤 굶은 사람 같았다.
총각김치를 맨손으로 들고 와삭와삭 씹어 먹는 것은 기본이고, 한 그릇뚝딱 비우고선 "밥 많이 있죠?" 했다.
밥이라면 나도 한'밥보"로 통하는데 신혜도 어지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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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었느니 이제 뭔 얘기가나올라나 했는데, 너무 졸리다고 해서 내에서 재웠다.
신혜 자는 동안 저녘으로 아귀찜을 했는데,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먹을래?" 했더니 정말로 먹고 가겠다고 눌러앉았다.
남편 몫으로 따로 챙겨 두려던 것까지 싹싹 다 먹어치우곤 바람처럼 휭하니 가버렸다.
당시 나는 바깥일이 많아 집을 비울 때가 많았다.
신혜는 내가 없는 날도 우리 집에 와서 아줌마가 차려 준 밥을 먹고 내 방에서 자고 늦게 돌아가곤 했다.
얼마나 못 먹고 못 잤으면 남의 집에 와 그렇게 먹고 낮부터 그렇게 잘까.
친정에도 못 가고.........
내가 막내라서 동생이 없다 보니, 그런 신혜가 피붙이 같다는 생각이 슬슬 들었다.
그렇게 와서 먹고 자고 가기를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어느 날 마주 앉았는데 말문이 열리니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나는 후배든, 누구든 비슷한 상황을 털어 놓으며 의논해 올 때면 '살아라' '헤어져라' 식의 극단적인 말은 하지 않는다.
<<명심보감>>에 '자기 집 두레박줄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 남의 집 우물 깊은 것만 탓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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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도 1년은 채우라고 했다.
"뭐, 계들었어요? 곗돈 타요?"
결국 결혼생활 아홉 달 만에 끝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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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오늘 아침이 우울하고 슬펐나 보다.
그렇게해서 실컷 울고 나서 신혜를 달래 촬영장으로 같이 갔다.
신혜가 젊은 나이에 이혼을 하고 일 년 남 짖 지났을 때니, 얼마나 외로웠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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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방에서 신혜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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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야, 내가 바빠서 한 동안 뜸했었다.
밥해 줄께, 연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