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목표 : 1. 풀코스 : 3시간25분내 (보스톤마라톤출전권 획득) 2. 100km 울트라마라톤 14시간내 완주 ************************************************************************** ㅇ 2001년 10월 1일 (월) 휴식. 워킹.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아침부터 흐리더니 비가 조금씩 내린다. 우산을 받쳐들고 배드민턴장으로 가보니 역시 아무도 없다. ㅎㅎㅎ
원도봉산 주차장까지 한바퀴 워킹하다. 50분소요. 걸으면서 어제60km 달린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몸점검을 해보았다.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근육의 욱씬거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왼쪽 발목만 조금 아플뿐, 관절도 이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차례를 지내고, 동생들과 가볍게 정종 2잔을 마셨다. 그리고 조금 이야기를 하다가 피곤해서 12시까지 누워 잤다. 일어나 보니 다들가고…. 오후3시까지 다시 휴식.
집사람과 3시부터 집안 청소를 말끔히 하고, 옷 정리를 하였다. 여름옷을 집어넣고, 가을옷,겨울옷을 꺼내 교체하면서, 버릴것, 세탁할것등을 분류하여 정리하다.
음악을 틀어놓고 일을 하니, 일을 하면서도 흥이난다. 참신해진 집안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 있자니 마음까지도 개운하다.
그림같은 생활이란 이런 것일까… 언젠가 꿈꾸워본 달콤한 생활이 어느덧 눈앞에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모두 힘든 달리기 생활 사이에서 오는 짧은 유희일지라도, 나는 이미 그 맛을 느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것만 같다.
ㅇ 2001년 10월 2일 (화) 9km, 1:00:11, 필드업. 강도 1. 혈압 102/68, 맥박 65. 늦게까지 잠을 자고, 10시30분에 달리기 시작하다.
체조,스트레칭 10분. 9km, km당8분 -> 5분 LOWMAX필드업. 1:00:11.
마지막에 속도를 조금내니 힘이 들기 시작한다. 근육은 아프지 않은데도, 힘이드는 것으로 볼 때, 장거리주는 순환기 계통에 관여하는 것이 확실하다.
오후에는 풍란 수태갈이 작업을 했다. 난이 80여분 되는데, 춘란,한란,혜란,풍란,새우란 등을 베란다에서 키운다. 올 봄까지는 난 보살피느라 시간도 많이 빼앗겼는데, 봄에 새로 이사오면서, 베란다에 어느정도 자동시스템을 만들었더니, 난 관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줄어 들었다.
하나하나 헌옷을 벚기고, 새옷을 입히니 난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에고 ~ 허리야. 내일은 성장이 이상한 난들 분갈이 해 줘야지!
저녁에 팔굽혀펴기 60회, 복근 40회.
어느분은 자기가 왜 빨리 달릴수 있는가에서, 복근강화 운동이 그 해답이라고 강변한다. 그 만큼 복근단련이 달리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한다. 지속적인 복근운동을 해야 하는데, 잘 습관이 들지 않는다.
ㅇ 2001년 10월 3일 (수) 20km, 1:45:48, 지속주. 강도 3. 혈압 115/75, 맥박 60.
아침에 천호동 한강변으로 나왔다. 날씨는 흐리지만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달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목표없이 달리기를 할때에는, 그냥 즐겁게 달리는 것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목표가 생기고, 일지를 쓰기 시작한 후로는, 달리기 전에 준비를 확실히 하고, 달리면서 다음 훈련을 대비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부담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몸에 녹아드는 것같은 느낌이다.
이런 점이 나는 무척 흐뭇하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목표 이상으로 중요한 그 무엇이 체내에 머무르는 것 같기도 하고...
강화해변 32.195km 기록을 조회해보니 김사장님이 연대별 1위를 하셨다. 이제 드디어 연대별로는 1위에 드시는 실력을 갖추신 것 같다. 같이 달리기 연습하신 분이 1위를 하시니 무척 자랑스럽다.
드디어 헬스싸이클이 도착했다. 모양도 좋고, 단단한게 마음에 든다. 시험가동 해보니 구입하길 잘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흐뭇하다.
헬스싸이클 30분 타다. 집사람도 30분 타고 나더니 좋다고 한다. 당분간 매일 30분씩 타기로 하다.
ㅇ 2001년 10월 10일 (수) 14km, 1:21:00, 지속주. 강도 2. 혈압 108/80, 맥박 60.
준비를 해 여의도로 나오다. 비온 끝이라 날씨가 쌀쌀하다. 스트레칭 10분.
오늘 목표는 5km를 LTRS페이스로 달리는 것이다. km당 4분35초, 5km 22분55초내이다.
8km를 천천히 달린후 5km 측정. 22:40. 마무리 1km, 정리스트레칭.
스피드를 내니 힘이 많이 든다. LTRS페이스라기 보다는 전력을 다해서 뛰었는데도, 속도는 나지 않고 힘만 든다.
목표는 달성했지만, 전력을 다한 것을 생각하면 평소보다 5km에 40초 이상 늦다.
생각보다는 몸이 많이 피곤한 듯. 이제 본격적으로 컨디션조절에 들어가 휴식기간을 늘려야겠다. 사우나후 출근. 몸무게 54.16kg.
저녁에 헬스싸이클 30분. 심장혈 관련 운동이 보완되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춘천마라톤 후 저녁에는 본격적으로 싸이클 훈련을 해야겠다.
즉, 일요일 기본싸이클 : 천천히 30분. 월요일 스피드싸이클 : 5분천천히 5분빨리 -> 3회 ~ 5회. 화요일 기본싸이클 : 천천히 30분. 수요일 기본싸이클 : 천천히 30분. 목요일 장거리사이클 : 1시간부터 시작해서 매주 2분씩 늘린다. 금요일 기본싸이클 : 천천히 30분. 토요일 휴식.
ㅇ 2001년 10월 11일 (목) 휴식. 혈압 108/68, 맥박 61. 체조,스트레칭 15분. 팔굽혀펴기 75회, 복근 70회.
오늘 달리기는 춘천을 위해서 완전히 휴식하다. 대신 팔굽혀펴기와 복근운동을 했다. 얼마남지 않은 기간동안 컨디션조절 하면서 복근운동에 치중해야겠다.
저녁에 헬스싸이클을 하고 자니, 잠이 잘오는 것 같다. 집사람도 잠을 깊이 잤다고 한다. 더두고 봐야겠지만, 그런 효과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춘천대회 전에는 무리해서 타지 않기로 했다. 다리가 묵직해지는 편이라 대회때 까지는 조심해야할 듯.
왼쪽발목이 나하고 똑같은 증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이번 춘천대회때 발행한 책자 “달리는사람들”을 보니까, 한분의 글 중에서 발목 안쪽 복사뼈 앞 뼈가 튀어나와 달릴 때 마찰로 통증이 온다고 했는데, 바로 그증상이다.
병원에서는 튀어나온 것을 들어가게 할 수는 없고, 염증 예방약을 처방 받았다고 한다. 나는 전에 튀어나온 뼈를 깍아내야 한다는 정형외과의사 얘기를 듣고, 두말없이 병원을 나선 경험이 있다.
그분은 그후 발 전문관리 하는곳을 찾아 진단을 받고, 발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특수깔창을 깔고 달리니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달릴때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큰 문제가 없단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아주 큰 정보가 되는 셈이다. 집사람한테 혹시 그런곳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근처에 그런곳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집사람이 거기를 방문해서, 내 문제를 상담하고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기로 했다.
가능하다면 하루 휴가를 내서 진단을 받고, 특수깔창을 제작해야겠다. 이것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향후 울트라마라톤의 미래가 달려있다. 현재로는 튀어나온 뼈의 마찰로 장시간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저녁에 헬스싸이클 30분.
ㅇ 2001년 10월 12일 (금) 6.5km, 0:40:12, 슬로조깅. 강도 1. 혈압 115/76, 맥박 61. 체조,스트레칭 10분.
6.5km를 천천히 달리다. 중간에 500m 2회 인터벌. 1lab(2:06), 2lab(1:57), 총 0:40:12 소요. 오리걸음 30m, 정리스트레칭.
슬로조깅 하면서도 중간중간 잚은 인터벌을 끼워 넣어야겠다. 그냥 슬로조깅만 하자니 시간이 좀 아까운듯 하여 몸 상태에 따라 500m 짜리 몇 개씩을 해보자.
오늘 2lab에서 500m 1:57의 구간 신기록 작성하다. 저번 여주하프 전날 측정한 500m 2:02 이후 최고 기록이다. 봄철 동아마라톤때보다 km당 30초 정도 단축된것 같다.
단순 비교이긴 하지만 40km로 환산해볼때 약20분정도 단축이 예상되, 그때 기록 3시간44분에서 20분 빼면 3시간24분대의 아슬아슬한 기록이 나오긴 한다.
아침에 출근해보니 산악부 김종욱형님이 지병으로 별세하셨다는 소식이다. 아직 젊으신 연세에 돌아가셔서 황망할 다름이다.
그토록 스포츠에 능하시고 열심히셨던 분이 지병을 얻어 돌아가시니,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해도 인명하고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그분에게서 처음 등산을 배우고, 산에 무한한 가능성의 일깨움을 알게되어, 그 은혜를 입은바 너무 크기에 슬픔과 애도를 넘어 오열하게 된다.
그분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들이 내 전 생애에 넘실대며 흐르는데, 이제 고인이 되어 같이 할수 없음을 통탄한다.
퇴근후 상가에 들리다. 산악부, 내가 소속한 OB회원들 그리고 에코클럽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특히 전남 광주에서 심상곤후배가 먼길에도 달려와 주었다.
내일 오후 설악산 약속으로 발인때 참석 못할것 같아 늦게까지 남다. 술을 안마신다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긴 시간동안 1병정도는 마신듯. 하기야 이렇게 슬픔이 짓누르는날 마시지 않을수가 있을까…
달리기 한답시고 이런 좌석에서 술 안마시고 하는 나를 스스로도 꾸짖는다. 정말이지 이번 한번은 이왕 마음먹은 거니까 하긴 하는데, 다음부터는 필요시 술 마시는 것에 제한을 두지 말도록 하자. 물론 평상시에는 금주가 기본이다.
ㅇ 2001년 10월 13일 (토) 21.0975km, 1:55:12, 지속주. 강도 2. 상가에서 새벽에 돌아와 잠을 좀 잤다. 오늘은 부득이 체력보전을 위해서 휴가를 내었다.
집사람이 얻었다며 오페라 초대권2장을 가져왔다. 오늘 저녁 7시간30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이다.
장당 십만원씩하는 로얄석인데 애석하게도 갈 시간이 없구나. 오페라를 로얄석에서 보는 것 하고, 일반석에서 보는 것 하고는 너무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접할수 없는 기횐데….
언젠가 세종문화회관 로얄석에서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를 본적이 있었는데, 그때 노르마역 소프라노 이규도씨의 목소리가 얼마나 황홀했던지 잊을 수가 없다.
그런 기억속에 이 초대권을 대하니 어찌 아깝지 않을까… 이리저리 친구들에게 알아봐도 시간들이 없단다.
이번 산행은 설악산 단풍철에 맞춰 한달전에 잡아 놓은 것인데, 대회 일주전에 긴장도 풀겸해서 등산을 택한 것이다. 따라가는 산행이라면은 취소를 하고, 장지에도 가고 해야 하는데, 내가 없으면 산행자체를 할 수가 없으니 안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설악산 짐을 챙겨 차에 실고 천호대교로 나왔다. 오늘은 대회 전 마지막 장거리 연습이다.
목표시간은 하프를 1시간55분내로 잡고, km당5:20초, 5km 27분이다. 이 시간대는 향후 나의 여유있는 풀 마라톤페이스이다. 즉, 3시간 49분 목표로 일정하게 여유있게 달리는 페이스를 이 시간으로 잡을려고 한다.
체조,스트레칭 15분. 천호대교 20km 팻말 출발, 한남대교 쪽으로 달려 나갔다. 하프 중간 0:56:45, 나머지 0:58:27. 총 1:55:12. 정리스트레칭.
동호대교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김사장님을 만났다. 오늘 60km 연습중인데 지금 50km를 뛰셨다고 하신다. 나는 깜짝 놀라 너무 무리하신다고 만류를 했다.
대회 일주일 남겨두고 60km를 뛰신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벌써 50km를 뛰셨으니 그것만해도 엄청난 무리가 아닌가…. 김사장님도 너무했다고 생각하셔서 50km에서 멈추셨다.
음료수를 마시고 휴식을 취한후 감사장님은 댁으로 가시고, 나는 다시 역으로 나머지 반을 달렸다.
돌아오는 길은 어제 잠을 못잔탓인지 힘이들어 시간에 맞추기가 어려웠다. 사우나후 동서울 터미널에서 용대리로 출발.
주간토탈 80.292km.
ㅇ 2001년 10월 14일 (일) 휴식, 등산. 아침 일찍 차를 빌려 미시령 정상에 올라섰다. 오늘 산행에 출발지이다.
지금은 단풍철이라 설악산 본류는 인파로 붐빌것 같아, 미시령에서 진부령쪽 신선봉 경유 물굽이계곡으로 코스를 잡았다.
이 코스는 김사장님 계실 때, 내가 회사에서 단체로 120명가량 직원을 안내한 코스이기도 하다. 그것도 겨울에…
코스가 험해 일반직원들이 가기에 쉽지 않아 고생을 많이했다. 한 9시간 걸렸나… 욕도 많이먹고 사장님께 걱정도 듣고 해서 기억에 남는 산이다.
그때 무슨 강심장으로 그 산을 택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된다. 그후로 산을 좋아하는 직원들은 차츰 감소되고, 산을 멀리하게 된것 같아 내 책임을 통감하게 된다.
8시에 미시령 출발. 5시간 40분소요. 용대리로 하산. 능선상에는 이미 단풍은 지고, 계곡으로 내려서서 고도가 낮아지니 단풍이 제법 나타나기 시작한다.
오색단풍과 칠색낙엽 사이로 난길은 한편에 그림이다. 이 코스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 더욱 정갈하고, 우아하다. 쉬엄쉬엄 내려왔건만, 어느덧 산행종료. 오후 2시가 못 되었다.
차가 밀릴 것을 예상해서 원통으로 나와 휴식후 저녁7시에 출발하다.
ㅇ 2001년 10월 15일 (월) 휴식, 배드민턴. 어제 1시에 귀가해 잠을 좀 자고 일어나 배드민턴장으로 나갔다. 오늘은 발 크리닉 센터에 예약을 해논 관계로 휴가를 낸 날이다.
모처럼만에 아침 해장국 내기 한판이 벌어졌다. 단판 승부인데 결국 우리팀이 이겨 해장국을 얻어먹다. 그것참 얻어먹는 해장국이 왜 이리 맛있는지…..
모자라는 잠을 좀 보충하고, 오후에 발크리닉센타 방문. 여러가지로 진단을 받았으나 마땅한 대책이 없는듯. 맛사지만 잔득 받고 왔다.
ㅇ 2001년 10월 16일 (화) 휴식. 혈압 110/65, 맥박 64. 체조,스트레칭 10분.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힘들어 운동은 휴식을 했다. 엉덩이부터 그밑 허벅지까지 근육이 뭉쳐 욱씬 거린다. 산행으로 새로운 근육에 부하가 걸린 모양이다.
하루종일 우울하고, 몸과 마음이 가라 앉는다. 보통 산행후에는 기분이 좋아지고, 알수없는 뿌듯함으로 활력이 넘쳤는데, 오히려 기분이 축 쳐진다.
억지로라도 마음을 다 잡아가며 힘들게 운동하는 터에, 무언가 조금이라도 튀어 나오면 그대로 침몰할 수 있는 상태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빨리 우울함을 떨쳐 버리고, 기쁜것만 생각하자. 서둘러 이번 겨울과 울트라 대비 긴팔 상의와 롱 타이즈를 주문하고, 미즈노 마라톤화를 구입해 마음을 달래주다.
ㅇ 2001년 10월 17일 (수) 7.5km, 0:45:24, 슬로조깅, 강도 1. 혈압 112/72, 맥박 64, 체조,스트레칭 10분.
준비달리기 1.25km, 대회페이스 2km 2회. 사이 1km 천천히. 마무리 1.25.km, 총 7.5km 소요시간 0:45:24. 오리걸음 30m, 정리스트레칭.
새로운 기분으로 달리기에 나섰다. 대회페이스로 2km를 2회 뛰었는데, 시간을 보니 하프페이스 정도로 빠르다. 초반 오버페이스를 경계해야 할 듯.
처음 5km를 23분30초 정도로 달려야지, 그 이상 빠르게 달리면 후반에 고전이 예상된다.
이번 춘천 레이스의 목표시간을 5km구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5km (23:30/0:23:30), 10km (23:30/0:47:00), 15km (24:00/1:11:00), 20km (24:00/1:35:00), 25km (24:30/1:59:30), 30km (24:30/2:24:00), 35km(25:00/2:49:00), 40km (25:00/3:14:00), 42.195km (10:59/3:24:59).
피로가 조금 풀리고, 달리고 나니 기분도 많이 나아진다. 이제는 떨어지는 낙엽조차 조심해야 할 시간…..
물을 열심히 마시고,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를 한다. 추가로 빵, 바나나, 식물성기름(잣,호도,아몬드 등), 건포도를 간식으로 먹는다.
ㅇ 2001년 10월 18일 (목) 6.5km, 0:41:28, 슬로조깅, 강도 1. 혈압115/76 맥박 61. 체조,스트레칭 10분.
준비달리기 3.25km, 대회페이스 2km 1회. 마무리 1.25.km, 총 6.5km 소요시간 0:41:28. 오리걸음 30m, 정리스트레칭.
테이퍼링(달리기를 줄여가며 마무리 하는 것)을 계속 해주었더니, 컨디션이 조금씩 올라가는 편이다.
대회페이스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 2km를 마라톤 수준으로 달려 보았는데, 9:23이 나온다. 초반 페이스로는 적당한 편이다.
이번 목표달성과 관계없이 내년도 계획을 세우다. 내년의 큰 줄기는 봄에 제주울트라 200km 도전과 가을에 풀 마라톤 기록단축 도전이다.
겨울에 착실히 기본훈련을 통해 울트라에 도전하고, 봄.여름에 언덕.스피드훈련을 통해 가을에 기록단축을 이루는 전략이다.
내년도 목표시간은 이번 성과에 관계없이 3시간16~19분 정도로 잡았다. 이 시간대로 연습하면 올해 설령 보스턴 기록이 안되어도 내년에는 쉽사리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목표도 중요하지만 달리기가 생활속에 어떻게 안착되는가가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목표를 설정해서 달리는 것은 어찌보면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변화없이 달리는 것보다는 목표를 부여함으로서 재미를 더하고, 그것이 생활속에 기쁨으로 나타날 때 삶은 환희로 충만해지지 않을까…
그것이 비단 달리기가 아니고 그 무엇이라도 이러한 삶의 방식은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런 충만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충만된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도 할수 있도록,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열려진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지 않을까….
이런 생활을 하기 위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 바로 술이다. 현재 나에 상황으로는 술을 마시면 이런 것을 다 포기해야 됨을 의미한다. 결국 개인적으로는 자제를 하고, 대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선택적으로 해야할 듯.
저녁에 복근운동, 유연성운동을 하다.
ㅇ 2001년 10월 19일 (금) 휴식. 혈압 108/70, 맥박 64. 체조,스트레칭 15분.
오늘은 대회를 위해 전략적 완전휴식이다. 그동안 피로했던 근육과 몸이 서서히 회복됨을 느낀다. 회복되면서 오히려 이곳저곳 아프기도 하고, 눈이 충혈되기도 한다. 대회 당일쯤에는 최고의 컨디션이 되기를 바래본다.
감식초에 꿀을 넣어 틈틈이 마시고, 생수도 수시로 마시고 있다. 시계에다 부착할 5km구간별 목표시간을 작게 만들었다. 이것을 보면서 시간을 배분하고, 오버페이스를 방지하도록 하자!
ㅇ 2001년 10월 20일 (토) 6.5km, 0:40:36, 슬로조깅, 강도 1. 혈압112/70 맥박 60. 체조,스트레칭 12분.
준비달리기 3.25km, 대회페이스 2km 1회. 마무리 1.25.km, 총 6.5km 소요시간 0:40:36. 오리걸음 30m, 정리스트레칭.
2km를 대회페이스로 달려보니 9:34가 나온다. 초반 페이스로서는 적절한 시간대다.
어제 저녁은 머리도 아프고 피곤해서 일찍 잤는데, 잠을 푹자 오히려 몸이 많이 좋아졌다. 운동을 별로 하지 않아도 피곤한 것으로 볼 때, 누적된 피로가 숨어 있다가 나오는 것같은 느낌이다.
훈련할 때 운동패턴이 강약강약 순으로 하다보니, 근육은 거기에 맞춰 움직여 주었지만, 실제로는 피로의 여진이 계속 남아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이번처럼 기록갱신을 위한다면 여진의 피로까지 없앨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리라 본다. 그것은 30km 이후에 힘을 쓸수 있느냐 없느냐의 중요한 사안이다.
이번 대회에서 최대고비가 될 25km~30km를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가 또한 중요하다. 그 지점까지 슬기롭게 해내면 30km 이후는 자신을 가질 것이며, 거기서 힘들면 결국 오버페이스가 된 것이므로 30km 이후는 목표페이스를 낮춰 수정해야 한다.
30km 2시간24분. 이 시간을 기억하자. 지금까지 훈련이 잘 되었다면 그 이후로도 힘이 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쳐질 것이다.
훈련을 열심히 했으니까 단지 믿을 뿐이다. 아직 검증된 것은 없다. 도전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믿는 것은 파워젤이라는 고농축식품이다. 이것을 3개 소지했다가 15km,25km,35km에서 1개씩 섭취할 예정이다.
이번에 특별히 식이요법을 하지 않은 이유도 파워젤이 있기 때문이다. 훈련때 섭취해보니 10km정도는 탄수화물이 유지되는 것을 느꼈다. 어렵게 식이요법하면서 몸에 무리를 주느니 이 방법이 좋을것 같다.
점심시간에 여의도공원을 걸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목표시간에 대한 확신이 안선다. 3시간29분대는 확신이 서는 것 같은데, 24분대는 부담이 간다. 그 시간대 연습이 충분하다면 분명 확신이 들어야 할텐데….
다음부터는 확신이 들수 있도록 목표시간대 15km나 하프 지속주를 많이 해야할 듯.
오후에 헬스클럽에 나가 유연성운동을 하다. 맛사지, 체조, 스트레칭 등 몸을 풀면서 근육과 관절의 상태를 점검했다.
주간토탈 20.5km.
ㅇ 2001년 10월 21일 (일) 42.195km, 3:30:13, 대회, 강도 3. 혈압 107/65, 맥박 62.
드디어 대회날이다. 어제는 잠을 잘 못잤다. 대회를 생각하니 잠이 잘 안온다. 그래도 전날 푹 자논 덕분에 피곤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세심하게 준비한 물건들을 가지고 집을 나선다. 찹쌀밥 반공기를 먹고, 열차안에서 꿀물과 포도즙을 마셨다. 종합영양제도 하나 먹는다. 추가로 500mg 비타민-c도 섭취한다.
춘천에 내리니 우리 산악부OB회 후배인 김정호씨가 보인다. 오늘 10km 출전 이란다. 회사 마라톤클럽과 같이온 모양이다. 서로 잘 뛰라고 격려하고 운동장에 들어섰다.
김사장님을 만나뵈려고 하였으나 사람도 많고 여의치 않아 간단히 몸을 풀고 출발선상에 선다.
< 1구간 5km 23:10(목표23:30) > 11시5분경 드디어 출발 총성. 초반 오버페이스를 주의하면서 첫구간을 달린다. 첫 언덕은 언덕인지 의식도 하지 못하고 넘었다.
< 2구간 10km 22:12 / 45:22(목표23:30 / 47:00) > 내리막길이라 보폭을 크게해 신나게 달린다. 7km 정도 가는데 뒤에서 3시간30분 같이 가자고 한다. 등뒤에 “사랑의 레이스” 3시간30분 목표를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나 3시간25내 목표라고 했는데, 그래도 같이 가겠단다. 사이좋게 보조를 맞추며 간다.
< 3구간 15km 23:38 / 1:09:00(목표24:00 / 1:11:00) > 원래 10km는 47:00 목표인데 1분38초가 빠르다. 속도를 정속으로 유지하며 이 거리대 시간을 맞춰본다. 이 구간에서는 몸이 어느정도 풀려 기분도 좋아지고 자칫 빨리가게 된다. 냉정을 유지하며 달려 나간다.
< 4구간 20km 23:56 / 1:32:56(목표 24:00 / 1:35:00) > 몸 상태도 좋고 시간도 여유가 있어 이대로만 유지된다면 목표달성 하겠다는 즐거운 생각이 든다. 옆에 같이 달리는 주자는 하프기록이 1시간25분대라고 한다. 굉장히 빠른 스피드다. 그러나 풀코스는 처음이라 레이스 운용이 어려워 나를 찍은 것이란다. 30km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 20~30km 구간에서 정속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주었다. 20km 지점에서 파워젤 하나를 섭취하다.
< 5구간 25km 24:40 / 1:57:36(목표 24:30 / 1:59:30) > 하프통과시간 1:38:06. 여주하프때보다도 빠른기록이다. 하프만 뛴다면 1시간35분내로는 가능할것 같다. 하프 지나면서 다리가 무거워지는 느낌… 점점 회의가 일기 시작한다.
< 6구간 30km 25:40 / 2:23:16(목표 24:30 / 2:24:00) > 다리가 더 이상 무거워지지는 않았지만 좋은 상태는 아니다. 이 구간이 항시 어려웠던 구간. 상대가 옆에 있어서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30km지점에서 파워젤 하나더 섭취하다.
< 6구간이후 42.195km 1:06:57 / 3:30:13(목표 1:00:59 / 3:24:59) > 30km까지는 목표달성 했는데, 이제부터가 문제다. 몸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남은 12.195km를 1시간1분에 달리려면 목표대로 km당 5분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몸상태는 영 아니다. 그래도 안간힘을 써서 32km 까지 간신히 페이스를 유지한다. 옆에 주자를 전적으로 의지하며 달린다. 30km 이후로는 랩타임 체크도 하기 싫어 그냥 나둔다. 32km를 지나니 조금 힘이 나는 것 같아 34km 까지 페이스를 더 유지한다.
이번에는 옆에 주자가 힘들어 하며 내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34km에서 도저히 남은 8km를 유지하기 어려울것 같아 페이스를 늦춘다. 이제 25분내는 물건너 갔고 30분내라도 맞추도록 노력한다. 35km 지점에서 파워젤을 마지막으로 섭취했다.
옆 주자는 다리에 통증이 오는지 뒤에 오겠단다. 나도 허벅지 뒤와 옆에서 통증이 심하게 온다. 30분내는 여유있을 것 같은데도 실제로는 시간이 총알처럼 날라간다.
40km에서 옆 주자를 다시만나 1km를 같이뛴다. 상당히 반가웠다. 옆 주자는 몸이 좀 회복되었는지 가벼워보여 41km 이후 먼저 보내고 나는 스퍼트를 하지 않고 여유있게 간다.
어차피 30분내로는 들어 가겠지 하는 생각. 30km 이후 시간을 안재서 정확한 시간은 모르는 상태다. 골인해보니 건타임으로 3시간30분30초.
출발 지연시간이 30초 안될것 같은데, 아무래도 29분대로 진입은 못한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목표시간 3시간24은 지나갔고, 오히려 그정도 해둠으로서 다음에 더욱 열심히 할 구실이 되는 셈이다.
여하튼 3시간30분13초에 신기록 작성. 만족할 만한 결과이다. 7개월전 서울동아때보다 무려14분46초 거의 15분 단축이다. 본격적인 첫 연습치고는 기분좋은 성과다.
만약 3시간35분이 넘어 갔다면 기분이 침체되어 슬럼프에 빠질 위험도 있었다. 그런데 절묘하게도 확신한 시간은 맞추었고, 그 시간이면 훈련했던 고통의 보상이 스스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정도는 되는것 같다. 참! 마라톤이란 얼마나 정직한 운동인지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스트레칭을 계속 해주면서 들어오는 주자들을 기다렸다. 김사장님은 즐겁게 펀런 하시고, 아마 내년봄 서울동아에서 보스톤기록에 도전하실 예정이다. 서울교원육상에 정관모교장선생님도 만나뵈니, 이번에 기록단축에 실패 하셨다고 한다.
끝까지 같이 뛴 옆 주자를 만나 감격에 악수를 했다. 부산 을숙도 어느 클럽소속인 것 같다. 어려운 시기에 이끌어줘 서로 고마워하고, 다음에 주로에서 만날 것을 기약한다.
ㅇ 2001년 10월 22일 (월) 휴식, 배드민턴. 혈압112/70, 맥박72. 체조,스트레칭 10분.
배드민턴 50분 치면서 몸을 점검해 본다. 다리가 아무래도 묵직한 편이고, 고질적인 왼쪽발목이 조금 붓는 정도이나 관절에는 별 이상이 없다.
생각보다는 피곤하지도 않고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2~3일후에야 피로가 최고점에 이르는 것이므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이제 당분간 가벼운 조깅정도로 휴식을 취하면서 3주후에 100km 울트라를 대비해야 한다. 산너머 산이라더니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시간단축의 피말리는 긴장감보다는 100km 쪽이 마음은 편하다.
춘천마라톤 구간별 기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5km(0:23:10), 10km(22:12 / 45:22), 15km(23:38 / 1:09:00), 20km(23:56 / 1:32:56), 25km(24:40 / 1:57:36), 30km(25:40 / 2:23:16), 42.195km(1:06:57 / 3:30:13).
이번 대회의 문제점을 분석해보면, 1) 예상대로 마라톤페이스 시간대 지속주 훈련부족이다. 2) 10km 까지의 구간페이스가 빨라 오버페이스가 된것같다. 3) 내리막길 대비 근력훈련이 부족했다. 4) 계획적인 훈련이 처음이라 훈련강도를 맞추기 어려웠다.
향후 보완해야 할 사안은 1) 10k, 15k, 하프 까지 마라톤페이스로 지속주를 꾸준히 해서 목표시간대에 자신감을 가질수 있도록 할것.
2) 언덕훈련중 내리막길 훈련도 비중을 둘것.
무엇보다도 이번 대회에서 얻은 소득은 앞으로 가능성이 더 있다는 사실이다. 제일 걱정이 되었던 스피드 문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듯. 그정도 스피드를 내어도 호흡에는 지장이 없었다. 훈련만 열심히 해준다면 3시간10분대는 가능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