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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인도 음식인 도사는 쌀로 만든 누룽지 속에 감자 등을 으깨 넣어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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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관련해 남인도 드라비다족 역사에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남인도에는 촐라나두(Cholla Nadu), 체라나두(Chera Nadu), 빤디야(Pandhya) 라는 3개 국가가 있었다. 촐라나두는 남인도 동부의 타밀나두에서 최대의 쌀농사 경작지인 코베리 강 유역에 있었고, 체라나두는 남인도 서부의 께랄라주 일대, 빤디야는 남인도에서 스리랑카를 바라보는 칸냐꾸마리 일대였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촐라나두인데, 타밀어에서는 촐라나두를 쏠라나두 또는 쏘라나두 (ssora nadu)라고 발음한다. 영국인들이 영어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강한 ‘s’ 발음을 표기할 영어자음이 없어서 ch로 표기했다고 한다. 현재 첸나이에 있는 촐라쉐라톤 호텔을 타밀인들은 대부분 쏠라쉐라톤으로 발음한다. 께랄라 지역에 있던 체라나두도 쎄라나두로 발음한다.
이 쏘라나두라는 명칭의 기원에 대해 ‘쏠라’는 태양, ‘나두’는 나라의 뜻이므로 ‘태양의 나라’라고 한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주장으로 ‘쏘라’는 쌀, 나두는 나라로 보아 ‘쌀의 나라’라는 견해가 있다.
필자의 타밀어 가정교사를 했던 일랑고 씨는 ‘쏘라나드 쏘르(rice) 우다이뜨’라는 오래된 타밀 속담(?)을 알려주면서 ‘쏠라(나두)’는 ‘쌀’이라는 뜻을 가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Chozha에서 zha는 영어의 la처럼 발음된다. zha는 목에서 약하게 ‘라’라고 발음하며, la는 입의 앞쪽에서 강하게 발음하면 구분이 된다. 타밀나두의 하층민들이 길거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먹는 음식 중 쌀로 지은 밥을 ‘쏘르’라고 한다.
쌀과 관련한 단어들 중 우리 어원과 관련이 있을만한 것을 추가해 보자. 요즘은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밥 먹을 때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볍씨 상태의 낱알을 흔히 보았는데 이것을 ‘뉘’라고 한다. 타밀 말로는 ‘넬(nel)’이라고 한다. nel : rice in the husk, 즉,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쌀알 즉 볍씨 상태를 말한다. Toda어에서는 nes라고 하며, Kannada어로는 nel, nellu라 한다.
타밀어에서는 우리말 의 ‘벼’를 ‘빠이르(payir)’라고 하며 ‘비에, 비어’라고도 한다. 처음 벼를 심는 것을 우리말로 ‘모’낸다고 하는데 타밀인들은 ‘모’를 ‘무디’라고 한다. 또한 우리말로 곡식 알갱이 하나하나를 ‘낱’알 이라고 하는데 타밀어로는 낟-뚜(뜨)(Naaththu) 또는 나-루(Naarru)라고 한다. th가 r 로 발음되는 현상은 타밀어에서는 매우 흔하다. 첸나이 시내에 ‘아디야르’라는 지명이 있는데 영어로는 adiyar로 써 놓고는 보통 ‘아리야르’로 발음한다. 영어의 워터를 ‘워러’로(t를 r로) 발음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쏘르(쌀) 라는 단어 외에 뉘, 벼, 모, 쌀, 낱알, 아끼바리 등의 흔적이 우리말과 흡사하며, 역사에 나타나는 국가명에도 쌀이라는 흔적이 있다는 점을 볼 때 ‘쌀’이라는 우리말이 인도어에서 왔든지 혹은 우리말이 인도로 갔든지 간에 같은 뿌리를 가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어릴 때 시골에 가면 논에서 메뚜기를 잡기도 했다. 2002년 경 ‘인도코리아’ 웹싸이트에서 김영옥님이 남인도인들이 메뚜기를 ‘메뚜’라고 한다고 가르쳐준 기억이 난다.
출처:양산시민신문 이운용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