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마감은 영화 ‘추격자’처럼 뒤를 바짝 쫓고, 언제 왔는지조차 까먹었던 가을은 겨울로 바통터치 하려는 찰나. 명색이 레저담당 기자인데 올 가을, 어느 곳 하나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이대로 가을을 보낼 판이였다. 마침 산지 두 달이 넘었지만 제구실을 못하고 있던 트레킹화가 신발장 한 켠에서 유독 윤이 났다.
행선지를 정하기는 쉬웠다. 화려한 단풍놀이는 이미 놓친 지 오래, 가을이 남기고 간 낙엽 쌓인 흙 길을 걷고 싶었다. 서울보다는 따뜻한 아래 지방으로, 태초의 자연이 숨겨진 변산반도로 늦가을의 끄트머리를 잡기 위해 내려갔다.
쉬엄쉬엄 동네 마실 가듯 '변산 마실길'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는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반도(半島)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청정해역을 자랑한다. 지난 봄, 그곳에 새로운 걷기 명소가 완성됐다. 바로 두 발로 변산반도를 기억할 수 있는 '변산 마실길'이다.
* 변산 마실길은 넓은 바다를 따라 '갯벌에 마실간다'는 의미로 붙여진 길로 제주 올레길처럼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총길이가 66km로 변산 마실길은 총 4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변산 마실길 코스 안내, 부안군청>
1구간 노을길/ 새만금전시관에서 격포항까지 (18km, 6시간20분 소요) 2구간 체험길/ 격포항에서 모항갯벌체험장까지 (14km, 4시간 소요) 3구간 문화재길/ 모항갯벌체험장에서 곰소염전까지 (23km, 8시간 소요) 4구간 자연생태길/ 곰소염전에서 줄포자연생태공원까지 (11km, 4시간 소요)
하나의 구간마다 대략 2~3개의 코스로 연결 돼 총 8개의 코스가 있다. 코스의 시작과 끝 지점에 버스가 다니는 큰 길로 이어지기 때문에 체력에 따라 트레킹 코스를 골라서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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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끼고 숲길, 억새 숲, 갯벌, 기암괴석 등 다양한 자연의 길을 품고 있어 변산의 속살을 낱낱이 걸어볼 수 있다. 이날 마음 먹고 걸은 길은 변산 마실길 중 가장 오래된 구간인 1구간으로, 그 중 3코스에 해당하는 하섬~적벽강 코스를 걸었다.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하섬>
출발지인 하섬 전망대에서 바다 위에 떠있는 하섬을 조망할 수 있다. 하섬은 새우(鰕)모양을 한 작은 섬으로 바다에 떠 있는 연꽃 같다 해 연꽃 하((遐)자를 쓰기도 한다. 음력 1일과 15일을 전후로 2~3일 동안 모세의 기적처럼 약 2km의 물길이 열린다. 물이 빠지면 갯벌에 지천으로 널린 귀한 백합 조개를 캐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기도 한다고.
마실길의 가장 큰 특징은 국립공원답게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바다를 따라 방치된 옛길을 되찾고 숲에서 간벌된 나무를 가져와 길을 보수했다는 점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돌 하나‥ 자연이 만들어놓은 그대로 어느 것 하나 손대지 않았다. 사람의 손때가 타지 않고 소홀하게 방치된 길이 마음에 들었다.
<마실길은 야트막한 언덕길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간간히 녹슨 철조망과 낡은 초소를 발견할 수 있는데 2007년까지 군인들이 보초를 섰던 흔적이다. 지금은 벙커와 초소가 그대로 방치돼 있어 그 자체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의 습도는 낮아졌지만 가을 길은 비단길이라더니 땅 위를 덮은 낙엽이 눕고 싶을 정도로 폭신하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결에 따라 억새가 손을 흔들어준다. 혼자 걷던 길이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걸을 수 있게 변하더니 어느새 바다를 향해 품이 넓어진다.
<머리 풀어헤친 억새가 춤을 춘다>
숲 사이로 살짝 살짝 모습을 숨기던 바다가 탁 트인 서해를 선사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는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맞아주고 잔잔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땀을 닦아준다. 이따금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혼자 걷는 시간도 외롭지 않게 달래준다.
<마실길 곳곳에는 이정표가 길잡이 역할을 한다>
출발지인 하섬전망대에서부터 2시간여만에 마실길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적벽강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흙 길에서 낙엽 길로 그리고 어느새 백사장을 발걸음이 옮겨가 있었다. 길에 흠뻑 빠져 있어 발걸음이 느려진 줄도 몰랐다. 이미 다녀간 여행자들의 흔적이 모래 위에 수놓아져 있었다.
<적벽강 해변>
적벽강은 중국의 적벽강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수 만권의 책을 가로로 쌓아놓은 듯 켜켜이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있다. 암반과 절벽이 절묘하게 붉은빛을 띠며 언뜻 보면 수사자가 엎드려 있는 것 같다. 붉은빛깔의 절벽 덕분에 석양이 내려앉을 때면 적벽강은 진홍색으로 물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걸음을 멈추고 수사자 등에 앉듯 평평한 바위를 골라 바다와 마주앉았다.
느긋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트레킹 여정을 뒤돌아봤다. 뚜벅뚜벅 걸어온 길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혼자 걸어도 이 생각 저 생각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행이 있었다면 더 오래 걸으며 다시 찾아오자 약속을 했을 듯 싶다.
도시를 떠나서도 관광지 특유의 번잡스러운 모습에 몸살을 앓을 수도 있었다. 다행이 변산 마실길은 아직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만큼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여유를 부릴 수 있다. 탁 트인 변산 바다에서 맡아지는 짭조름한 바다내음과 발끝에 닿는 부드러운 흙길이 걷고 또 걷게 한다.
첫댓글 아침식사는 고속도로휴계소에서 하겠습니다.
점심은 늦을 것으로 예상되며, 격포항인근에서 식사를 하도록하겠습니다.
현지에서 합류할께요!
여유시간이 되면 누추한 저희 거처를 거쳐서 올라가심이 어떠실지요?
누구시던지 환영합니다면 대접할 게 별로 없어서 스리---주변에 맞집도 아직 못찾고---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좋은 생각들 알려 주세요.
단순히 들려만 간다면 아무런 의미가 의미가 없지용. 라이딩 시즌때 오실 걸 대비해서 봐두는게 의미일까요!
1박도 가능하겠지만 이불이 문제인데 침낭 2개와 이불 1개가 여유있어 인원에 제한이 불가피합니다.
감사합니다. 구만리님^^
잘지내시지요...?
투어가 진행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음을 기약합니다. ^^
아쉽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