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사용하는 근로자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손가락이 아프거나 손목이나 어깨의 통증을 느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동차나 각종 기계 등을 조립하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손목이나 어깨가 아파서 고생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나르거나 옮기거나 허리를 자주 구부려야 하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은 한 번쯤은 허리가 아파서 고생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근육이나 인대는 장기간 반복적인 운동을 하면 피로가 누적되어 손상이 오게 된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 작업환경은 단순한 작업을 반복해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량생산을 위해 분업화 공정을 가진 작업장의 근로자들은 똑같은 작업을 하루에도 수백 번 또는 수천 번을 반복해야 한다. 이 경우 같은 근육과 인대를 사용하게 되고 이러한 부위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근골격계질환이라고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근골격계질환이라는 것이 생경한 단어인데 이것은 어떤 특정 질병의 명칭은 아니고 반복이나 무리한 작업에 의해 근육과 인대와 뼈와 관절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총칭해 표현한 것이다. 과거에는 이처럼 단순하게 반복하는 작업에서 많이 생긴다고 해서 누적외상성질환, 반복외상성손상 등으로도 불렀으나 현재는 전체를 근골격계질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최근 근골격계질환 크게 증가
지난해부터 조선업과 자동차제조업을 중심으로 근골격계질환의 발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러한 질환이 새롭게 생긴다기보다는 과거부터 있어왔던 질병이 근로자들의 직업병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부터 표면 위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근골격계질환은 강력한 노동조합이 있는 대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이지만 실제로 근골격계질환은 규모에 상관없이 전 산업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
하루 종일 양팔을 어깨 위로 올리고 작업을 해야 하는 미용사, 음식을 쟁반에 가득 담고 앉아 있는 손님의 탁자 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허리를 구부리고 수없이 그릇을 올리고 내리고 하는 식당 종업원, 하루에도 수없이 도마질을 해야 하는 주방장, 심지어는 솜사탕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손목을 돌리는 작업을 하는 노점상인 등등 근골격계질환은 누구에게서나 발생할 수 있다.
2002년 모 조선소에 대해 대학의 산업의학과에서 근로자들을 조사한 결과 1,985명 중에 248명이 근골격계질환이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았고 이들 중 76명은 집단적으로 산재요양신청을 승인 받았다.
집단적인 산재요양신청은 이 조선소 뿐 아니라 2000년에 타 조선소, 2001년에는 모 자동차제조공장에서 수십 명씩 신청하였고 금년에도 조선소, 중공업공장 등에서 집단적으로 산재요양신청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조립라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로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및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자가 치료를 하거나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질환의 원인규명은 쉽지않아
근골격계질환은 작업을 하면서 업무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상생활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기도 하며 연령이 증가하면서 자연적으로 노화현상의 하나로 발생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은 가사 일처럼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과거에서는 빨래, 방바닥 걸레질을 하면서 손목이나 어깨의 통증을 많이 느꼈으나 최근에는 세탁기나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면서 가사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은 많이 감소했다.
그러나 여성인 경우 육아과정에서 아이를 안아주거나 젖을 먹이면서 한 쪽 팔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되어 어깨의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작업자가 사무실이나 작업장에서도 어깨에 부담을 주는 작업을 한다면 근골격계질환은 훨씬 잘 생기는데 일단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원인이 직장인지 가정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로 작업에 의해 근골격계질환이 생긴 사례와 근골격계 질환은 발생했으나 작업과는 무관한 사례를 소개한다.
⊙ 사례1
전자제품 제조공정에서 검사작업을 하는 44세 된 여성 근로자 A씨에게 어깨 통증이 발생하여 직업병으로 인정을 받았다. A씨는 비디오 재생기나 냉장고의 모터를 제조하는 전자제품 부품제조 사업장에 입사하여 10년을 근무하고 있었다. 작업 중 어깨의 통증이 나타나서 개인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증상이 좋아졌으나 생산제품이 달라져서 새로운 작업을 하면서 어깨 통증이 심해져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증상이 좋아졌다가 악화되는 현상이 반복되었고 결국 병원에 방문하여 좌측 견관절 충돌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아 휴직하면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입사 후 10년간은 납땜작업, 모터 조립작업을 하다가 발병 2년 전부터는 검사공정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 작업은 작업대 앞에 앉아서 컨베이어에 검사대상 제품이 오면 왼손으로 하나를 집어서 검사대에 넣고 접속 상태가 제대로 되어 있는 지를 확인하고 오른손으로 표시를 한 후 정상제품은 다시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고 불량제품은 별도의 케이스에 넣는 작업이었다. 발병 몇 개월 전부터는 신규 제품을 작업하였는데 이 때는 크기가 서로 맞지 않아 작업량에 비해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었다. 하루에 처리량은 4,500~6,500개 정도.
작업장에 대한 조사 결과 A씨는 왼손으로 제품을 집기 위해 길게 손을 뻗어야 하는데 이 자세는 어깨에 부담을 주는 자세로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계속되면서 어깨 관절 근육과 인대의 손상을 초래하였다. 더구나 신규 제품을 하면서 부품이 잘 맞지 않아 빼고 끼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것을 집을 때는 어깨가 과도하게 젖혀지는 자세를 취하게 되고 이것이 어깨 통증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작업자세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간단한 공정개선을 통해 쉽게 교정할 수 있다. A씨의 왼팔이 뻗는 자리에 덮개를 씌워 지나치게 팔을 뻗지 않도록 하였고 A씨가 컨베이어 위의 제품을 왼손으로 집고 왼손으로 다시 올려놓던 것을 왼손으로 집고 오른손으로 올려놓도록 하여 왼팔의 반복횟수를 줄이고 왼쪽 어깨의 무리한 동작을 피하게 함으로써 어깨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사례2
이에 비하여 자동차의 브레이크나 와이퍼 모터를 제조하는 전기기계제품 제조업체에서 포장작업을 하던 48세의 남자 근로자 M씨에게 발생한 어깨 통증은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M씨는 이 회사에 입사하여 운전기사로 4년 간 근무하다가 생산부서로 전환하여 근무하던 중 어깨의 통증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M에 의하면 먼저 우측 어깨에 통증이 발생하였고 수일 후 좌측 어깨에도 통증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처음 통증이 나타났을 때는 별다른 치료 없이 지내다가 증상이 악화되어 정형외과를 방문한 결과 견봉하증후군1)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실시한 자기공명영상(MRI)에서는 어깨 부위의 극상건2)파열, 퇴행성변화 등의 소견이 나타났다. M씨와 노동조합에서는 작업에 의해 어깨 통증이 생겼다고 주장하였으나 조사 결과 M씨의 어깨 통증은 작업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정되었다.
M씨는 운전기사에서 현장 생산직으로 옮기자마자 상사의 이삿짐을 옮기다 요통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40여 일간 휴직을 하였다. 복직을 해서는 와이퍼 조립라인의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며 근무를 하였다. 그러나 다시 요통이 발생하여 두 차례에 걸쳐 모두 8개월간 휴직을 하였다.
작업공정을 조사한 결과 M씨는 발병 전 여러 업무를 하였는데 대부분 어깨에 부담을 주는 작업은 아니었다. 단 한 작업은 어깨에 부담을 줄 수 있었는데 이 작업은 상자 속에 생산된 제품을 넣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측면에 서서하지 않고 모서리에 서서 한다면 어깨에 부담을 주어 극상건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요통으로 자주 휴직하였던 M씨가 굳이 상자 측면에서 제품을 넣지 않고 허리를 더 구부려야 하는 모서리에 서서 제품을 넣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사 모서리에 서서 작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작업량이 시간당 40개 정도로 많지 않았다. 또한 이 작업은 M씨가 어깨 통증이 발생하였다고 하는 시점보다 11일 전에 종결되었고 어깨 통증이 발생하였다고 하던 날은 어깨에 가장 부담을 주지 않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비교적 20~30대의 젊은 작업자들로 M씨는 가장 부담이 없는 작업을 하였고 작업량도 많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M씨 어깨의 자기공명영상(MRI) 소견에서 퇴행성 변화가 있고 빗장뼈 쪽의 극상 건에 손상 소견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는 외상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연적인 퇴행성 변화에 의한 소견임을 시사해 주고 있고 M씨의 나이가 48세인 것도 자연적인 퇴행성 변화가 충분히 올 수 있는 연령이었다.
⊙ 사례3
K씨는 29세 된 여자 근로자로 사무실에서 10년째 컴퓨터로 문서작업을 하는 근로자인 29세 여자 K씨는 목과 어깨의 통증이 와서 파스도 붙이고 소염진통제도 복용하였으나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여 개인의원에서 물리치료 약물치료를 받았다. K씨의 주 업무는 컴퓨터 문서 작성인데 하루에 4~8시간 문서작업을 하였다. 작업량은 시기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서 특정 달에 업무가 집중되었다.
검사결과 단순 방사선 검사에서는 이상은 없었으나 목 부위와 어깨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있었고 단단한 근육 뭉침이 촉진되어 만성 경추부염좌와 근막통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았다. K씨는 발병 현재 8개월 된 아이가 있으며 아이는 시댁에서 양육하고 있어 직접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K씨의 작업대의 위치, 의자의 높이 등은 문제가 없었으나 책상 밑에 공간이 없어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몸을 앞으로 숙인 자세가 되고, 팔을 지지할 지지대가 없어 팔이 들린 자세에서 문서작업을 하였다.
사실 K씨의 목과 어깨 통증은 육아과정에서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작업자세에 의해 단독으로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있고 개인적인 사유와 병합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K씨는 산재신청은 하지 않았고 사업장에서 컴퓨터 작업이 없는 부서로 작업을 전환시켜 주었고 증상은 회복되었다. 사업장에서는 해당 작업의 책상을 교체하여 다음 작업자에게는 같은 증상이나 소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였다.
이상의 사례에서 보듯 근골격계질환은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질병자체만으로 개인적인 원인과 직업적인 원인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증상과 소견이 나타나고 작업자세가 질병이 발생한 부위의 근육, 인대나 관절에 부담을 주는 작업이라면 이는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 작업공정을 개선하거나 작업 자세를 교정해주면 증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