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 11. 7. 그리스 아테네 *
연수 일정 4일째인 11월 7일 아침 8시 호텔식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9시 20분경에 아테네의 어느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13&22 DIMOTIKO ILIOUPOLIS인데 학교 이름이 번호로 되어있는 것이 특이하였다. 일리우뽈리에 있는 13번째와 22번째 초등학교라는 뜻이라는데 들어가 보니 더욱 특이하게도 한 울타리에 그것도 하나의 건물 안에 2개의 학교가 공존하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을 만나 뵈려하니 두 분의 교장이 나타났다. 13번째 초등학교 교장은 미세스 두루이고, 22번째 학교 교장은 미스터 까라꾸시라고 했다.
아테네 시내의 학교인데도 예상외로 학교 규모가 크지 않았다. 학생수는 450명이고 총 24학급에 45명의 교사와 1명의 매점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하였다. 2,000㎡의 부지위에 흰색 2층 건물의 아담한 모습이었고 작은 운동장과 운동장 한편에 지붕이 있는 야외수업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등 하교시외에는 교문을 항상 잠가놓는 것 같았다. 우리 일행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 그때마다 “두루” 교장이 직접 열쇠를 들고 나와 교문을 열어주었다.
사진 1) 그리스 시내의 어느 초등학교
교무실로 안내되어 두 분 교장선생님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직원 한분이 우리를 위해 준비한 음료와 과자를 내놓았다. 가이드 윤 희씨의 통역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하였는데 그에 대한 답변을 대강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자치가 별도로 시행되지 않아 교육청은 따로 없으며 학교예산은 구청에서 교부한다. 둘째, 초등학교엔 행정직원이 없으며 교사들의 신청에 따라 교장이 예산을 직접 집행하고 교사들과 함께 시설물을 관리한다. 셋째, 주5일제 수업을 하고 오후 1시 30분에 수업을 마치는데 방과 후 프로그램은 없으며 교사들의 급여수준이 낮아서 방과 후 타 학교 학생에 대한 과외는 허용하고 있다.
넷째, 2명의 구청 감사직원으로 부터 매년 감사를 받고 있으며 촌지수수와 같은 비교육적 행태는 일체 없다. 다섯째, 공무원 노조가 결성되어있고 노동3권이 다 주어져 있으며 교원도 파업을 할 수 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이 있었다. 사전에 각본없이 자유롭게 진행하다보니 마치 청문회를 하는듯한 분위기로 질문이 계속되자 실례라고 판단한 단장님이 제동을 걸어 마무리를 하였다.
사진 2) 교무실에서 두분 교장과 대화하는 모습
두루 교장의 안내로 학교 시설물을 둘러보았다. EU국가라서 아마 우리나라보다 좀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하였다. 학생들의 책걸상이며, 칠판, 강당시설 등 우리에 비해 많이 열악해 보였다. 눈에 띄는 컴퓨터도 몇 대 안되었지만 그 또한 386수준에 불과하였다. 교육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비교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교육시설의 측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못하다고 느껴졌다. 영국, 프랑스 , 독일 등 서유럽 선진국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외형적인 교육환경은 이제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3) 보통교실 모습
사진 4) 학생 화장실
사진 5) 다목적 강당
아이들의 모습은 어느 나라를 가나 이쁘고 귀여웠다. 쉬는 시간이 되자 복도로 운동장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며 장난을 치는데 바닥에 엉켜 뒹굴고, 딱지 따먹기를 하고, 손뼉을 치며 노는 모습 등은 우리나라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시내에서 마주치는 그리스의 어른들은 우리를 보고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이집트에서 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보고 환호하였다.
사진 6)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노는 어린이들
사진 7) 쉬는 시간에 건물 바깥으로 나와 노는 어린이들
사진 8) 운동장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학교 방문 일정을 예정시간 보다 빨리 마치는 바람에 시간을 때우기 위하여 예정에는 없었지만 가이드 윤 희 아줌마의 순발력 있는 대처로 점심식사 전에 퇴역군함인 아베로프(G. AVEROF) 함정을 구경하게 되었다. 길이가 140m나 되고 폭은 21m, 무게가 10,200톤이나 되는 배의 내부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관람코스를 만들어 놓았는데 어느 선실에 설치되어 있는 삼성 에어컨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였다.
사진 9) 아베로프(G. AVEROF) 함정
사진 10) 아베로프(G. AVEROF) 함정 선상에서
12시에 현지 하니식당에서 올리브유로 드레싱한 샐러드와 스파게티, 생선 요리 등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1시에 아테네 남동쪽 아티카 반도 끝에 있는 수니온 곶(Cape Sounion)으로 이동했다. 아테네 시내에서 1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데이트 코스로 적격인 해변도로를 달려 한적한 어느 곳에 이르니 멀리 깎아지른 절벽 언덕위로 전날 파르테논 신전에서 보았던 모습의 돌기둥이 보였다.
사진 11) 멀리 보이는 포세이돈 신전
그것이 바로 포세이돈 신전이라고 하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포세이돈은 주로 바다를 지배하고, 제우스 다음가는 유력한 신이자 유일하게 제우스에게 반기를 드는 신이다. B.C 480년경에 건축된 포세이돈 신전은 건축이 완성되기 전에 페르시아군에게 파괴되었다가 B.C 444년에 지금 남아있는 신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직경 1m, 높이 6m의 도리아양식으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리스의 다른 신전들과 마찬가지로 많이 파괴되어 지금은 15개의 기둥들만 남겨져 있었다.
사진 12) 포세이돈 신전 앞에서 단체로
사진 13) 포세이돈 신전에서 하동교육청 하일즙 계장과 함께
하늘과 바다와 태양의 삼위일체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포세이돈 신전과 신전 너머로 보이는 매우 맑고 잔잔한 쪽 빛 바다는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바다이름인 '아이가이온', 즉 '에게 해'는 '아이게우스의 바다'라는 뜻인데 아이게우스는 테세우스의 아버지를 말한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아들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러 크레타로 떠날 때 아버지 아이게우스는, 성공하면 흰 돛으로 바꿔달고 돌아오되, 실패하면 검은 돛 그대로 돌아오라고 했다고 한다. 테세우스는 성공하고 돌아왔지만 겨를이 없어 돛을 바꿔달지 못했는데 절망한 아이게우스는 바로 이 수니온 곶의 바위 위에서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몸을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이 바다는 아직까지도 '아이게우스의 바다'라고 불린다고 한다.
사진 14) 수니온 곶에서 에게해를 배경으로
포세이돈 신전 주변에 무너진 기둥의 흔적이 여러 개 남아있는데 여기의 기둥 역시 개개의 기둥은 각기 하나의 통돌이 아니라 여러 개의 돌을 깎아 쌓아 올린 것임을 더욱 분명히 확인 할 수 있었다.
사진 15) 포세이돈 신전의 무너진 돌기둥을 밀고 있는 부단장
바람이 많이 불어 오래있지 못하고 언덕아래 휴게소에 내려와 1시간가량 티타임을 가졌다. 서울출신인 가이드 윤 희씨는 평소 기분이 안 좋을 땐 혼자 이 곳 바닷가로 달려와 마음을 달래곤 한다면서 이 곳 바닷가 분위기가 정말 환상적이고 낭만적이지 않느냐고 열을 올렸지만 사실 이 보다 더 경관이 수려한 한려수도 해양국립공원 지역 출신인 우리로서는 그렇게 큰 감동을 느끼지는 못하였다.
사진 16) 포세이돈 신전 아래쪽의 휴게소
가이드는 좀 더 바닷가 분위기를 즐기지 않고 일찍 자리를 뜨려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오후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테네 시내의 어느 기념품 가게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거리엔 무궤도 전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가이드가 소개한 가게에서 선물용으로 올리브 비누 등을 한 보따리씩 산 다음 귀빈식당에서 한식으로 저녁을 먹고 8시경 숙소로 돌아왔다.
사진 17) 그날 저녁을 먹은 식당
다음날 4시에 모닝콜이 예정되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되었지만 그래도 그냥 자기가 섭섭하여 “어디 가서 간단히 맥주 한잔하자”는 부단장님의 제안에 따라 일행 중 10여명이 밖으로 나왔다. 이미 어젯밤에 숙소 주변인 아크로폴리스 일대를 두 번이나 돌아보고 아침에 조깅으로 주변 지리를 모두 섭렵한 하동교육청 하계장을 따라 그가 엊저녁 점찍어 두었던 8등신 미인이 있는 집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호기심이 많은 하계장은 지름길로 가지 않고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며 무려 1시간이나 엉뚱한 길로 빙빙 둘러가다가 결국 그 집을 찾지 못하여 우리를 허탈하게 하였다. 할 수 없이 길가 선술집에 들려 맥주 한잔씩을 하고 돌아왔으나 8등신 미인을 만나 보지 못하고 떠나온 아쉬움은 아직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