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가족과 계곡으로 물놀이를 가기 위해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대형마트에는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많이 붐비고 있었다. 나처럼 휴가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여름더위를 피해 온 사람도 보이고 그냥 쇼핑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요즘 사회적인 불황으로 소비가 감소하고 경기가 나빠진다고 하는데 대형마트는 예외인 것 같다. 불황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대형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대부분 장만하고 시장을 갔다. 시장은 대형마트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래도 진주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었는데, 거리와 상점에는 파리만 날리는 형편이었다. 시장 난전에 손님을 기다리다 지쳐서 졸고 계시는 할머니도 계시고, 손님없는 상점에서 파리채를 들고 파리만 잡는 분도 계신다. 힘들고 더위에 지쳐 시름이 가득한 상인들의 얼굴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거의 매일 뉴스에는 대형마트 입점 반대 시위와 대형마트로 인한 소상인들의 피해에 대하여 나온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소상인들의 주장에 100% 공감하면서 대자본을 욕한다. 그리고 '나는 대형마트보다는 시장을 자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는 주차의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 쇼핑의 편리함 때문에 시장보다는 대형마트를 먼저 찾는다. 언론을 통해 대형마트의 물건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반강제적인 가격 전가-, 지역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 소상인의 피해 등을 접할 때는 시장을 찾아야겠다면서 한두 번 찾다가 금방 대형마트로 향한다. 우리 집 애들은 시골에 살기 때문에 도시만 가면 대형마트를 가자고 한다. 대형마트에서만 물건을 파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생각만 앞서고 생활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반성이 많이 된다.
지금 나는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어 대형마트를 찾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내 삶과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안다고 해도 절실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곧 우려가 현실이 될 것 같다. 시장 질서를 왜곡해 서민의 삶을 파탄 낼 것이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주차가 조금 불편하고 물건 사기 불편하고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나부터도 재래시장을 찾아야겠다.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먼 미래의 삶을 위해 재래시장을 찾아야겠다. 우리 애들이 서민의 삶을 배워가도록 재래시장을 찾아야겠다. 짧은 기간에 길들여진 나의 발길을 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