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 대의원(Delegate),
미국하원 투표권 없어,
공식 목소리 내기를 갈구
카일라 웨블리(워싱턴발, 인포진의 스크립스 하워드 재단 통신)
미국점령지 사모아는 미국 50개 주 및 점령지 중에서 인구대비 이라크전 사상자 비율이 그 어느 주나 점령지보다도 가장 높다. 그렇지만 사모아 점령지 대의원(Delegate)은 미국 의회에서 투표권이 없다. 에니 팔레오마베가 사모아 점령지 대의원은 이 법규정을 개정하기를 바라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에니 팔레오마베가 사모아 점령지 대의원은 10선이다. 주민직선으로 선출된 에니 대의원은 다른 정식하원의원과 똑같은 절차와 방식으로 선서를 하며, 하원 상임위와 소위에 국한해서나마 활동하도록 허용받고 있다. 그러나 정식하원의원과는 달리 하원에서 표결시 투표권이 없는 에니 대의원은 표결에 전혀 참여할 권한이 없으며, 따라서 표결 때마다 바깥으로 나가 대기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에니 팔레오마베가는 4개에 달하는 미국의 점령지 대의원의 한 사람이다. 점령지 대의원이란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으며, 다만 자국 점령지 정부 업무와 행정 등에 관한 사항에 국한하여 지극히 미미한 목소리만 낼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다.
에니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대체로 보아 정식하원의원들은 일반적으로 점령지 대의원 제도라는 게 도대체 존재하는지조차 전혀 모릅니다. 우리 대의원들도 우리 점령지역 주민들 목소리를 투표를 통해 대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 또한 우리 지역 주민도 미국 민주주의 제도에 참여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워싱턴 DC 지역 주민들이 선출한 대의원 역시 점령지 대의원과 마찬가지로, 하원에서 투표권이 없다. 워싱턴 DC 지역 주민들은 하원에서 투표권이 없는 대의원을 선출해오고 있다. 다만 다른 점령지 대의원과는 달리, 워싱턴 DC 지역 대의원의 경우, 연방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로 인해 불만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 DC 지역 주민들은 차량번호판에 “대표(정식하원의원)가 없는데도 과세한다”고 적힌 항의표찰을 부착하고 다니고 있다. ‘대표(즉 정식하원의원) 없는 과세 없다’는 미국 독립선언 당시의 슬로건을 패러디한 표어이다.
2007년 1월 24일, 하원은 이런 제도를 개정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해당 하원규정을 개정하도록 하는 이 결의안이 통과되면, 점령지주민대의원에 대해 ‘상하양원 합동상임위원회’에서는 투표권을 허용하게 된다. 이 상하양원 합동상임위원회란 하원 측이 심의 의결한 법안이 최종 표결에 부쳐지기 직전 시점에서 거치는 절차를 가리킨다. 또한 이 결의안은 해당 법안이 근소한 차이로 통과되는 경우엔, 하원 본회의에서 점령지주민대의원의 참여를 일체 봉쇄한 채 다시금 새로 표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워싱턴 DC 지역 대의원인 엘리노어 홈즈 노턴의 경우, 정식하원의원과 똑같은 권한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안을 추진하는데 대하여 이미 지지를 표명하며 발의자 명단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이날, 하원 표결에 부쳐지는 이 규정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던 1993년과 1994년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이미 시행된 바 있으며, 이는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 1995년 폐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페트 세션즈 공화당의원(텍사스)이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공화당 측은 그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미국의 점령지가 “과세 없이도 대표(정식하원의원)는 있다”는 쪽으로 흘러가버릴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페트 세션즈 의원에 따르면, 점령지 대의원 4명 중 3명이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민주당 측에 대하여 그만큼 추가표를 갖고 세율인상을 포함하여 훨씬 더 많은 법안들을 통과시킬 가능성을 높여주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어서 세션즈의원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이번 법안표결은 정확히 정식하원의원에 관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다수당의 전체 의석수를 그만큼 더 늘려주는 수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민주당 측이 재반박할지도 모르지만, 공화당 제임스 맥거번 의원에 따르면, 5표 이내의 근소한 차이로 처리된 법안에 대해서는 모두, 점령지 대의원을 제외한 채 다시 재표결을 거쳐 결정하도록 한 규정을 들면서, 점령지주민대의원에 대해 투표권을 허용한다고 해도 그건 구속력 있는 게 아니라고 보고 있다. 요컨대 민주당 측은 점령지 대의원의 투표권 허용이란 크게 보아 상징적 의미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에니 대의원은 소위원회 발언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점령지 대의원은 자신들의 투표권이 별 의미가 없다는 점에 대해 아주 잘 안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상징적으로라도 점령지 대의원이 하원에서 주민의사를 대변하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어야 합니다.”
현재, 미국령 사모아를 비롯하여, 괌, 버진 제도,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주민들이 선출한 대의원은 미국 하원에서 투표권이 없다.
괌을 선거구로 하는 매들렌 보어달로 점령지 대의원은 이렇게 상징적으로라도 투표권을 허용해주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중요하다며,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말할 수 없이 끔찍한 노릇입니다” 하고 밝혔다.
출처 : 『인포진』(Infozine), 2007년 1월 24일자
http://www.infozine.com/news/stories/op/storiesView/sid/20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