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작은 생채기도 빨리 낫지 않는다.
피부가 살짝 까져도 오랜 흉터를 남기고 말한마디에도 며칠을 앓는다.
주먹다짐을 해도 자고나면 깔깔대던 아이때는 너무 속이 없었던걸까
이젠 편해지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참아주고 받아주고 들어주던 관계는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단다.
싫다는 말도, 안된다는 거절도, 하고싶은 용기도 미룬채 부딪치지 않으려 상처주기 싫어 속으로 삼켰는데 정작 눈물흘릴 어느 밤 손쉽게 전화할 한사람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차피 혼자인것 돌아서 후회하느니 기대를 버리겠단다. 그렇게 차단, 삭제를 하며 하나둘 지워가던 연락처덕에 이제 절대 울지 않는 캔디폰이 되었다며 씁쓸히 웃는다.
까칠한건 너라며 핀잔 주려던 말을 이젠 좀 편해져도 되지 않을까 가만히 삼킨다
트라우마....
트라우마(Trauma)는 라틴어로 큰 상처를 뜻한다.
물리적 외상을 모두 지칭하지만 일반적으로 심리적, 정신적 상처에 주로 쓰인다.
이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생명이 위협을 느낄만큼 힘들다고 한다. 마음의 병이 몸의 증상으로도 나타난다.
명상을 할땐 호흡에 집중하거나 몸의 감각에 집중하라고 한다.
늘숨과 날숨. 내 코로 숨이 들어가 배속으로 깊이 내려가는 길을 느끼고 천천히 내 뱉으면서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길을 걸을 때는 발바닥과 땅이 어떻게 만나고 그 감각이 어떠한지 온전히 느끼면서 천천히 걷는다.
그러다 보면 오랜 시간 상처받고 방치한 내 몸과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거리를 둔다는 것.....
그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너무 가까워서 제대로 알 수 없었던 것들을 한발 물러섬으로서 비로소 제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달라지는 건 없을지 모른다. 아름다워 지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을것이다.
다만 보이지 않아 휘둘렸던 것에서 나를 분리시킬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일부가 되어 가끔은 눈을 뜨고 볼수도 있고 말을 걸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꽃을 닮은, 향기나는 상처를 지니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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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첫댓글 오십견 시 좋습니다
자꾸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선생님 글과 잘 매치되요
작가의 발상이 너무 신선하지요? 질투날만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