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방송 20년 이숙영의 ‘맛있는 대화법’::)
“비즈니스와 연애는 타인과 대화를 잘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지요. 대화의 요체는 내가 말을 잘 하는 것이기보다는 남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는 것입니다. 하나를 이야기했으면 둘을 듣고 셋을 맞장구치는 ‘1:2:3의 법칙’을 지켜야 합니다.”
이번달로 아침 방송 20년째를 맞는 아나운서 이숙영(49)씨. 그는 지난 1987년부터 20년 동안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그가 이번에 펴낸 책‘이숙영의 대화기술’은 방송 현장에서, 혹은 일상에서 익힌 노하우를 낱낱이 풀어놓은 것이다. 5장으로 나눠진 책의 각 장의 부록은 이씨가 만난 화술의 달인들, 예를 들어 심영섭 우림건설 대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심영철 수원대 교수 등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비법을전하고 있다.
“산문집을 낸 적은 있으나 화법 책은 처음이에요.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관련 저서를 냈다는 게 보람이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침방송 20년을 맞는 시기에 냈으니 의미가 각별하네요.”
설명절 직전인 16일 문화일보 인터뷰실에서 만난 이씨는 말하는도중에 자주 웃음을 지었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 주려는 평소의 습관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듯 싶었다. 목소리는 방송에서보다 다소 낮고 말투도 차분했다.
“잘 모르는 이들은 제가 무척 튀는 여자라면서 성격도 까칠할것으로 지레짐작하더군요. 그런데 저의 타고난 성격은 내성적인편이에요. 방송을 하면서 마인드 컨트롤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왔지요.”
그는 “일상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습관이 있다”며 “그것이 칼럼을 쓰거나 책을 짓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가 권하는 대화의 비법 중에 첫 번째가‘말하기보다는 듣는 것을 먼저 하라’는 것.
“내가 말을 하면 정보가 새는 것이지만,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정보를 얻는 것이잖아요. 상대방의 말을 귀기울여 들으며 적절히맞장구를 쳐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그는 대화를 잘 하는 사람들은 겸허한 태도로 자신을 낯추고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습관, 즉 ‘역지사지 감각’이 있는사람들이 대화를 훌륭하게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방에게만 맞추다보면 혹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그는 “이 때문에 말할 때 내용이있어야 한다”며 “요점만 간단 명료하게 말하는 습관을 길러야한다”고 권했다.
“내용 없는 말을 중언부언하면 짜증이 나잖아요. 아무리 머리가 나쁜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는 ‘KISS(Keep It Simple,Stupid)법칙’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상대방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선 ‘Yes& But’ 화법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선 그의 말에서 긍정할 만한 내용을 찾아서 수긍한 후에 조심스럽게 다른 의견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 말을 파악하거나 나의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무엇보다 교양이 풍부해야 합니다. 책과 신문을 많이 읽어서 다양한 목소리를 접하는 게 중요하지요.”
이씨는 요즘 4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는다고 했다. 한 방송국에서 일주일 내내 아침 방송을 하고, 또 다른 방송국에서 1주에 5회씩 두 시간짜리 오후 생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쾌활한 음성과 미소를 잃지 않는 그에게 “강철 체력”이라고 했더니, “지난 20년 동안 휴가 이외에 방송을 펑크낸 적이 없다”며 “강한 체력을 타고 나기도 했겠지만, 일하는 것을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습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숙영 아나운서가 권하는 대화의 기술
1. 먼저 말하지 말고 들으라.
2. 눈을 마주치고 정성껏 귀를 기울이라.
3. 웃는 얼굴로 맞장구치라.
4. 겸손을 무기로 삼아 상대방의 마음을 열라.
5. 적절한 칭찬으로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라.
6. 나를 제물로 삼아 상대방을 웃기라.
7. 대화 중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라.
8. 가까운 사이일수록 존중하라.
9. 중언부언하지 말고 요점만 말하라.
10. 책과 신문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