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학상/시 당선
간장이 익어가는 동안
우설아
밥을 먹다가
무국 위에 숟가락 얹었는데
어디서 불어오는 뜨신 냄새인지
할머니 냄새를 맡았다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것처럼 깔끄러워
밥을 넘길 수 없었다
서울로 가는 길
품에서 익혀 낸 간장
페트병에 한 병 따라주시던 할머니 생각
그리움도 영글어야지 향기가 나나봐
외할머니 과수원에서 돌아오신 아버지 말씀이
숟가락 표면으로 가라앉고 있다
금 간 살가죽, 깨진 독에 물 붓듯
슬그머니 새어나오는 간장 냄새
할머니 배꼽으로 머리를 뉘이면
나는 눈을 감고 여물어가기 시작한다
동그랗게 삭혀진 짠 내 감출 수가 없었는지
홀로 집을 지키시던 할머니 품에서
무국 냄새가 퍼진다
이제는 그 품속 파묻힐 수 없어
목젖에서부터 영글던 유년의 울음소리가
짠 내로 올라오고 있구나
무국 옆에 놓인 간장을 종지에 조금만 따른다
푹 익은 할머니 냄새
과수원 사과꽃향내 할 것 없이
식탁 위로 풀려나와 소란스럽다
그 밑동으로
나도 한 번 오랜만에 영글고 싶었나 보다
강원문협 제9회 한국 청소년 문학상 수상소감
창 밖에서 홀연히 낮달이 비틀거립니다. 살로 이루어진 생각들이 자꾸만 도망치려고 하는 이 순간 항상 익숙한 냄새에 이끌려 도착한 지점은 글이었습니다. 활자마다 내 몸이 구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저는 오늘도 모든 것의 냄새에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활성화되는 언어의 한계가 두렵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온전한 점을 이룬 하나의 그리운 대상이 몹시도 보고 싶어 참을 수 없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응모를 했던 작품도 그러하였습니다. 간장종지를 잡고 따르는데 문득 그리움에 사무쳐 손을 가만히 둘 수가 없었습니다. 저에게 모든 지점은 글입니다. 언어로 표기되는 진실성을 모든 분들이 믿게 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정확한 지점을 알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너무 사랑하는 부모님 말 그대로 너무 사랑합니다. 옆에서 지금 저를 보고 있는 승형아 항상 그렇게 웃길 바랄게. 그리고 심사위원님 분들께 온전하지 못한 저를 뽑아주셔서 정말 영광이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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