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병사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만취한 채 난동을 부리다 이를 말리는 시민의 목을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 이라크 포로학대에 의해 조성된 반미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민족운동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현장 조사와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사고 경위는 다음과 같다.
존 이병(21.평택캠프 험프리 소속)을 비롯해 만취한 주한 미군병사 5명과 카투사 1명은 15일 새벽 2시께 서울 신촌 연세대 앞에서 신촌로타리 방면 차도에 드러누워 소리를 지르고 택시 범퍼를 발로 차고 본네트에 올라가 기념촬영을 하는 등 10여 분간 행패를 부렸다.
인근에서 꽃을 팔던 공진모(50. 노점상)씨가 "그만하라"고 만류했으나 미군들이 달려들어 공씨를 넘어뜨렸고, 박흥식(27. 회사원)씨를 비롯해 주변 시민들이 미군들의 행패를 제지하자 존 이병이 소지하고 있던 군용무기로 박씨의 목을 겨냥해 위협했다.
박씨 친구와 시민들이 미군의 팔을 잡자 존 이병이 박씨의 목을 찌른 뒤 칼을 휘두르며 달아났다. 미군들은 박씨의 친구 탁장현씨의 어깨에도 상해를 입힌 뒤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가 시민 수십 명에 의해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다.
존 이병 등 미군병사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부인하고 심지어 농담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병사들은 도주하다 붙잡히는 과정에서 분노한 시민들에게 구타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박씨는 사고 직후 인근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경찰서는 이들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친 뒤 미8군 헌병대에 신병을 인계했으며 오는 20일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목격자 배상범(26.서울예전)씨는 15일 "미군들이 도로에서 차를 가로막고 택시 위에 올라가 기념촬영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며 "이를 보다 못한 피해자 박씨가 말리자 흉기로 목을 찌르고 달아났다가 시민들에게 붙잡혔으며 이 과정에서 분노한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얻어맞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배씨는 또한 "이라크에서의 미국인 목 절단 사건에 대한 미군의 격앙된 감정이 한국 시민에게 터지면서 목에 상해를 입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군의 행패를 목격한 시민들의 분노를 보면서 국민들의 반미감정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