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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처녀와 마신 술맛이 다르네”등의 성적 발언과 러브샷
“섹시하고 탱탱하군...” 등등은 분명한 성희롱이다.
C은행 지점장인 돈주황(가명)씨는 지점에서 왕으로 군림했다. 여직원들을 마치 시녀 대하듯 했다. 특히 회식 자리에서 그의 진가(?)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여직원과 서로 목을 껴안는 과도한 '러브샷'은 기본이고 "처녀와 마시니 술맛이 다르네", "나도 30대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와 같은 추임새는 덤이었다. 게다가 인사이동을 희망하는 여직원에게는 "키스를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고, 심지어는 용역 업체 여직원의 몸을 더듬기까지 했다. 노래방에서는 마음에 드는 여직원과 블루스를 추거나 강제로 입을 맞추기도 했다.
돈씨의 왕 노릇은 오래 가지 못했다. 누군가 익명으로 제보하는 바람에 본사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고, 은행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직 6월의 징계를 내렸다.
돈씨는 30년간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감안하면 징계가 너무 가혹하다며 법원을 찾았다. 법원은 "직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지점장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을 함으로써 직원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은행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을 고려할 때 징계 수위가 결코 무겁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2008. 12. 4. 선고 2007가합114098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9. 9. 11. 선고 2009나1681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79668 판결) 돈씨의 사례야말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직장 성희롱이었다. 하지만 정직 처분 정도로 끝낼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형법상 강제추행에 해당되어 형사처벌 감이다. 법원이 좀 더 적극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었을까.
법원은 징계처분이 적정한지를 판단할 뿐 판결로 직접 징계 수위를 정할 수는 없다. 자신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낸 징계무효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 승소, 패소 판결밖에 할 수 없다. 형사처벌도 마찬가지다. 강제추행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죄를 물을 수 있는 친고죄이므로 고소가 있기 전에는 수사기관이나 법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여기에는 아직도 성희롱 신고를 반기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법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나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인사상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지만, 선뜻 성희롱이나 성폭력 신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 성희롱 없는 건전 명랑 사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출처 : 김용국의 『생활법률 해법사전』 [집필자 김용국은 서울중앙지법, 동부지법, 가정법원, 고양지원 등에서 법원공무원으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 2009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는 글을 연재, 20회 만에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그 해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선정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그의 책 『생활법률 해법사전』(명위즈덤하우스)은 법을 바르게 알고 제대로 판단하게 돕는 친절한 법률 안내서. 평소 궁금하지만 어딘가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던 법률 지식부터, 감추기 급급했던 민감한 사안들까지 생생하고 재밌는 사례들로 알차게 구성했다. 복잡한 판례도 알기 쉽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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