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위의 인문학
강원도 옛길에서 문학을 만나다.
-이순원 작가와 함께 걷는 바우길
2010. 7.15(목) . 아내가 미리 예약하였다면서 함께 가자고 한 강원도 여행 , '강원도 옛길에서 문학을 만나다. / 이순원 작가와 함께 걷는 바우길 ' 양천도서관이 주관하는 행사이다. 하루동안 강원도 옛길인 바우길을 걸으면서 강릉이 고향인 작가 이순원과 대화할 수 있는 멋진 여행!
6시40분, 양천도서관에 도착하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아내는 차멀미로 인하여 미리 앞좌석을 예약하였다고 하여 걱정하지 않았는데 또 다른 분이 차멀미로 앞좌석에 이미 앉았단다. 큰 걱정이다. 다행히 안내자가 조정하여서 운전기사 바로 뒷자석을 배정해 주었으니 오늘 여행의 큰 문제는 해결되었다. ㅎ
정확히 7시에 버스는 출발하였다. 버스안에서 아침대용으로 김밥과 간식을 나누어준다. 버스는 88도로를 통하여 하남 톨게이트를 지나 강릉으로 달린다. 평일 고속도로는 시원하게 뚫려있다. 조금후에 안내자가 오늘의 여행일정을 알려준다.
오늘의 일정이다.
07:00 도서관출발
10.30 강릉도착
10:30- 13:00 강릉한 솔바람다라 - 죽도봉 - 안목해변 - 해송숲길 - 초당마을
13:00 - 14:00 점심식사 (초당마을)
14:00-15:30 허균 허난설헌 생가로 이동, 작가와의 대화
15:30- 17:00 경포호수 - 경포해변
17:00- 21:00 경포해변 출발, 도서관도착
이어서 이순원작가님이 길 위의 인문학을 말씀해 주신다. 대부분이 주부들인 오늘의 여행객들에게 자녀 교육과 인문학에 대하여 재미있게 들려주신다.
자녀들 공부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고, 학교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고, 삶을 살아가는데 학교에서 공부한 대로 사는 사람이 있느냐고..잘 노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노는 법을 배우지 않아서 문제가 많다. 명예퇴직이나 은퇴후에 적어도 1년은 푹 쉬면서 새로운 삶을 구상해야 할텐데 몇개월도 쉬지 못하고 안달이 난다. 아내들도 남편이 노는 것을 기다릴줄 모른다. 노는 법, 쉬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잘 놀고 잘 쉬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놀면서 쉬면서 스스로 생각할 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들길을 걸을 때도 직선본능을 발휘하여 농로대신 풍경속의 들판을 가로질러가고 휴식시간도 몇분만 지나면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면서....천천히 길을 걸으면서 여행을 하는 것이 진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고 그 시간이 배우는 시간이라며 오늘 천천히 길을 걸으면서 삶을 돌아보라고 한다.
짧지만 작가님의 체험담과 그동안의 작품내용이 가미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참가기념으로 이순원작가님의 소설집을 한권씩 선물로 받았다. 이어서 버스안에서는 TV 문학관 "19세" 를 방영해 주고 우리는 이순원작가의 원작 소설 "19세"를 재밌게 보았다.
(솔바람다리모습)
어느새 강릉항에 도착하였다. 10시 20분이다.
일행은 조금 걸어서 솔바람다리에 올랐다. 강릉 남대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다리가 서 있고 바람부는 다리 건너편 죽도봉에는 소나무가 울창하다. 이름하여 솔바람다리!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자원봉사자들의 환영을 받고 이순원작가님의 설명을 듣고 이어서 죽도봉으로 오른다.
솔바람다리위에서 바우길 봉사자들과 인사하고 이순원작가가 주변을 설명해주고있다.
이어서 일행은 건너편 소나무가 무성한 죽도봉으로 오른다. 산길은 나무데크로 오르기 쉽게 길을 만들어 놓았다.
해풍을 맞으며 장성한 소나무군락이 아름답다
죽도봉을 나와서 강릉항 선착장을 지난다
무인자동커피기만 있던 이곳에 바우길이 알려지고나서 사람들이 찾아오자 먹거리 상점가가 되었단다.
(안목해수욕장에서)
강릉항 선착장 반대편에서 이순원작가가 자연에 대하여 설명해준다. 이곳은 안목해수욕장으로 백사장이 유명하였는데 강릉항 선착장이 생기고나서 바닷물결이 막히자 반대편으로 물살이 심해져서 백사장의 모래가 대부분 밀려가 버렸다. 부득이 모래를 타지에서 실어와서 유실되는 백사장을 보완한 상태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은 반드시 인위적 행위에 대한 반작용을 보여준다면서....죽도봉에 올라가기 좋게 만든 나무데크길은 사실은 자연보호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산길은 자연 그대로 있어야 제격이다.
이것은 사람과 자연을 위함이 아니고 이 공사를 통한 공사업자를 위함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져달라고 한다.과거 일본이 명산에 쇠막대기를 박아서 정기를 끊어놓았다고 야단이더니 이제는 이산 저산에 쇠막대기가 아니라 아예 H빔을 박고 데크길을 만들고 있다. 이 자연은 선조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빌려쓴 것이라고 생각하여 잘 쓰고 고이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줘야한다. 자연보호에 대하여 한 사람의 문제의식은 힘이 없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면 자연에 역행하는 공사를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이 아닌가? 자연속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 동물, 새 그리고 물고기들를 위하여 산과 강,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은 중지되어야겠다.
이제 부터 기대했던 해변 바우길을 걷는 시간이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방풍목, 해송의 숲길을 걷는 일행들. 오솔길에 떨어진 수 많은 솔방울들을 밟으면서 상쾌한 공기를 마신다.
딴봉마릉 소나무 숲길로 들어섰다. 이곳은 동양최대 해송을 자랑하는 소나무 군락지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소나무숲은 자연속에서 걷는 슬로워킹의 맛을 즐기게 해 준다. 피톤치드를 마음껏 발산해 주는 소나무 숲에서 사람들은 마음껏 호흡하며 상쾌해진다. 나무들의 소중함을 느낀다.
1시간 30분정도 걸었다. 이제 소나무 숲을 지났다. 이어진 해변가에 기념사진틀이 있고 함께 온 일행중 학생들이 섰다. 저 끝없는 푸른 바다가 젊은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한 편의 그림이된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강태공이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강릉 현대 호텔 담벼락을 끼고 돌아가는 길. 이제부터는 초당마을 두부집으로 가야한다. 그곳에서 점심식사가 예약되어 있다고.
한참을 걸아가야 했다. 다행히 날씨가 구름이 끼어있고 바람도 종종 불어와서 걷는데 큰 불편이 없다. 우리는 오늘 걷기 위해 왔으니..ㅎ
드디어 초당마을에 도착하였다. 아침일찍 김밥을 대신하고 몇시간을 걷고 또 걸으며 왔으니 얼마나 시장한가? 맛있는 순두부찌개와 청국장찌개, 깻잎장아찌와 신선한 야채까지 푸짐한 상차림이 행복하다. 서로 초면이지만 같은 동네에 살고 인문학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 게다가 한나절을 함께 했고 또한 같은 밥상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인연인가? 오고 가는 미소 속에서 대화는 이어지고...
(이순원작가와 함께...우측이 필자)
이순원작가와 한컷! 주문진 동동주! 오늘 주체측에서는 술이 제공되지 않는다. 그런데 버스좌석 내 짝꿍 자매님이 함께 자리한 식탁에서 한 남자분이 " 이 푸짐한 밥상에 막걸리 한잔하면 좋겠네 ..." 하는 말씀을 듣더니 "맞지요" 하면서 동동주 한 병을 즉석에서 사왔단다. 마침 이순원작가님을 초대해서 한 잔씩을 하니 그런데로 오찬의 구색이 맞춰졌다. 이순원 작가와 함께 걷는 바우길을 위하여...건배!
식사후에 일행은 도보로 허균과 허난설헌의 생가로 향하였다.
마침 문화해설가(이름을 확인하지 못했다) 가 오셔서 허균과 허난설헌의 이야기를 아주 자세히 들려주신다. 특히 허난설헌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었다
본명은 초희 호는 난설헌 허균의 누나이다. 오빠와 동생사이에서 어깨너머로 글을 배우고 그의 문재를 알아본 오빠가 그의 선생인 이달에게 소개하여 시를 배웠다. 15세에 김성립과 혼인했으나 집안 분위기가 서로 맞지않아서인지 결혼생활이 순탄하지 못하고 어린 남매를 잃고 뱃속의 아이마저 유산했다. 친정집의 옥사로 동생 허균이 귀양가자 삶의 의욕을 잃고 27세에 요절한다. 후에 그의 시를 허균이 명나라 시인 주지번에게 보여주어 중국에서 <난설헌집>이 발간되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허균은 양반의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후처로 낳은 아들이라서 이복형제들 사이에서 자라서 서얼이 겪는 고통을 체험하고 자라서 신분계급차이에서 오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회제도에 대한 비판정신이 남달랐다. 무엇보다도 문인으로서 자유분방한 정신이 시대와 역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허균과 허난설헌이 태어나서 자란 생가터에서 남다른 문학혼과 자유분방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질곡의 시대에 맞서 사회를 비판하고 신분차별로 소외된 계층을 옹호하고 세상을 개혁하고자 했던 그들의 삶과 恨을 느껴본다.
해설을 듣고 허균과 허난설헌의 생가를 둘러본다. 본채 대문입구
양반집에서만 심을 수 있었다는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아름다운 능소화가 담을 넘고 있다.
뒷채 건물이다. 이곳이 여인들이 거처하는 공간
조선 후기 여인들에 대한 철저한 통제사회를 보여주는 집의 모습이다. 보이지 않는 우측담장넘어 소슬대문을 통해서 안채에는 남자가 거주하고 여인네들은 후원 건물에서 거주 하는데 보이는 우측담장은 안채를 볼 수 없게 담을 쌓았고 좌측담장은 후원에서 볼 수 없도록 담장을 쌓아 좁은 길을 지나 소문을 통해서 드나들게 되었으니 여인들이 얼마나 사회와 격리되고 폐쇄적인 삶을 강요당했는지가 느껴진다. (이순원작가설명중에서...)
이순원작가
1957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당선.
1996년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뉘>로 27회 동인문학상, 1997년 <은비령>으로 42회 현대문학상, 2000년 <아비의 잠>으로 1회 이효석문학상, <그대 정동진에 가면>으로 27회 한무숙문학상, 2006년 제1회 허균문학작가상, 제2회 남촌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제부터는 건물 후원에서 작가와의 대화시간이다.
1997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은비령>작품을 얘기하면서 은비령을 읽은 독자들이 한 사람, 두 사람 소설속의 지명인 인제군의 현지를 찾아가게 되고 이곳이 은비령이냐고 물어보면서 점차 독자들이 많이 찾아오자 가상의 무대가 은비령이라는 실제의 지명이 생기게 되었단다. 이런 경우는 세계에서 그 예가 드물다. 그는 소설속의 지명을 방문하지 않고 상상력으로 그려낸다고 한다.
자전적 소설 <19세> 내용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어렸을 때 막연히 소설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소설가가 되려면 젊은 시절 많은 독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한다. 젊은 날에 읽은 책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금융기관에 10여년 근무하다가 전업작가로 변신했는데 전업작가는 그야말로 글을 쓰며 그 책의 인세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젊은 작가들이 취업이 어려워서 자동으로 전업작가가 되기도 하는데... 전업작가는 내 책을 읽어주는 독자들에 대한 자긍심으로 사는 사람이기도 하고. 따라서 자신은 결코 어렵다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독자와 많은 문학청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하면서....
외유내강,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나 속으로는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로 보인다. 그의 문학과 정신이 점차 무르익어 불후의 명작을 남기게 되길 바란다.
허난설헌의 생가 후원에서 단체 기념사진한컷!
허난설헌 생가 앞에 소나무숲길.........강릉엔 어딜 가나 소나무숲이 무성하다
경포호숫가를 따라서 걸는 길....
탐조사에서 바라본 호수의 풍경 일부...
경포호수 주변의 멋진 소나무
경포호수
일행은 다시 걸어서 경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시원한 경포해수욕장으로..........
이순원작가와 함께..........
아직 제철이 아닌듯 파라솔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원색의 비치파라솔이 여행객을 유혹한다
일행은 다시 경포대로 향한다.
신발을 벗고 모두 경포대 난간과 마루에 앉았다. 이순원작가가 경포대의 역사를 설명해 주고 있다.
오늘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이제 돌아가야할 시간.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야한다.
버스는 거침없이 달려서 서울 양천구 양천도서관에 도착하니 시간은 8시40분 바로 집앞에까지 바래다 준 버스여행은 생애 처음이었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13시간넘게 함께 하며 길 위에서 문학과 역사, 그리고 삶을 얘기하면서 우리는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양천도서관을 통하여 서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은 또 다시 각자 양천 도서관을 찾아 시와 소설 그리고 인문학을 배우고 보다 윤택한 삶을 추구할 것이다. 도서관과 책, 그리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하여 진솔한 대화와 만남이 소중한 하루였다.
마지막으로 때를 잘못 만난 천재 시인 허난설헌을 그리며 그가 어린 자녀들을 잃고 슬픔을 노래한 詩 곡자(哭자) 를 올립니다.
남편과의 사이도 원만하지 못하고 시어머니마저 자신을 미워하는데 그나마 위로요 희망인 아들 딸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으니 참척(慘慽)의 슬픔이 얼마나 컸을까? 시한편 남기며 자신의 슬픔을 달랬으리....
곡자(哭子)
지난해 어여쁜 딸을 잃었고
이 해엔 귀염둥이 아들이 갔다.
서러워 서러워 광릉 땅
두 무덤 서로 마주 보네
쓸쓸하구나 백양나무 바람
도깨비불은 소나무 사이를 밝혀 주네
지전을 살라 너희를 부르다
맹물 한 잔 네 무덤에 부어놓을 뿐이네
알겠네 아우며 형의 넋이
밤마다 서로 따라 노니는 걸
첫댓글 두분께서 의미있는 강릉여행, 이순원 문학작가와의 소중한 만남,모든것이 소중하고 추억에 남는,그리고 인생삶에 필요한 재충전하고 오신 느낌이 묻어나는 여행기를 잘 보고 갑니다.7~8년전 강릉에 근무할때 경포대 호숫가 주변산책을 자주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저가 묵었던 숙소가 초당두부마을 근처라 사진에서 나오는 곳이 눈에 익은 곳이기도 하죠.암튼 모처럼 두분 좋은 시간 갖으신것 부럽습니다.항상 행복하시고...^^**
사모님과 같이 문학이 함께하는 행복한 걷기여행을 다녀 오셨군요. 멋진 여행후기를 올려주시는 예인님의 필력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모두가 원더풀 !!
좋은 문학여행 다녀오셨군요. 도서관에서 저런 일도 하는 군요. 좋은 동네 살고봐야 되겟어요. 언제 닉네임도 바꾸시고..예인...아름답고 재주많은 여인의 닉네임처럼 느껴지지만 부드러운 선비의 이미지를 줍니다. 예인님의 문학기행 자주 접하고 싶네요. 못본 사이에 용안도 좋아지셨고...
감사! 짧은 여행이었지만 마음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길을 다녀도 역시 예인님의 글은 깊이가 다르네요.
자유게시판에 있던 글을 강릉바우길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