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비경 6선
제주도 여행의 경비를 줄일 수 있는 많은 노하우들이 존재한다. 그 중 한 가지는 유명 관광지에 결코 뒤지지 않는 비싼 입장료를 내지않는 숨겨진 비경을 찾아 여행하는 것이다.
여행사에서 제시하는 코스는 사실 입장료만으로도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경비도 경비지만 틀에 박힌 코스를 따르는 여행은 쉽게 지치고 실증이 나기 마련이다. 제주는 발길 닿는 곳마다 관광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의 수많은 관광지 중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숨겨진 비경들을 소개한다.
1. 담수와 해수의 만남 ‘쇠소깍’
서귀포시 효돈동 끝자락에 위치한 옥빛보다 맑은 빛의 시냇물과 빼어난 절경 계곡을 간직한 곳이다. 소가 누운 형상이라는 설과 마을 지명에서 유래됐다는 설을 갖고 있는 쇠소깍은 양쪽에 절벽이 병풍처럼 길게 쳐진 계곡이다.
1km에 가까운 길이 만큼이나 수심도 깊다. 이곳에서 돌을 던지거나 떠들면 용왕이 화를 내고 폭풍우를 일으켜 그해 농사가 흉작이 된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마을 주민들에게는 신성한 곳이다.
▲교통 : 제주국제공항→서부관광도로→제주월드컵경기장→서귀포시내→효돈동→쇠소깍.
2. 돌로 만든 해학과 익살 ‘금능석물원’
40여년간 돌하르방을 만들어 온 장공익 명장이 제주생활의 모습을 돌로 표현. 1만평의 부지에 조성한 공원이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흔하디 흔한 돌을 소재로 오랜 제주인의 일상을 표현한 작품들을 보면 절로 웃음을 머금게 된다.
옛 초가집을 그대로 축소시켜 놓고 똥돼지 우리며 물허벅을 진 아낙. 밭을 가는 소와 촌노. 담벼락에 말타기 놀이를 하는 꼬맹이들. 떠억 하니 치마를 내리고 볼 일을 보는 촌부의 형상은 한바탕 웃음으로 넘기기에 아까운 제주인의 오랜 삶이 녹아 있는 듯 하다. 입장료가 성인 10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
▲교통 : 제주국제공항→서부일주도로→한림공원→금능석물원.
3. 비올 때만 나타나는 ‘엉또폭포’
제주 도민들도 잘 알지 못하는 숨은 비경 중의 비경이다. 엉또폭포는 말 그대로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는 도깨비폭포다. 보일 듯 말 듯 숲속에 숨어 지내다 한바탕 비가 쏟아질 때면 위용을 드러내는 높이 50m에 이르는 장대한 폭포로 주변의 기암절벽과 조화를 이뤄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폭포 주변의 계곡에는 천연난대림이 넓은 지역에 걸쳐 형성돼 있어 사시사철 상록의 풍치가 남국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교통 : 제주국제공항→서부관광도로→중문관광단지→회수동→신시가지→엉또폭포.
4. 섬으로 둘러싸인 ‘외돌개’
서귀포시 삼매봉 앞바다에 있는 둘레 약 10m. 높이 약 20m의 기암으로 오랜 세월을 바람과 파도에 씻기며 버티고 서 있다. 일명 ‘장군석’으로도 불린다. 주위에는 선녀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고 바다에는 범섬·새섬 등 아름다운 섬들이 자리잡고 있다.
외돌개에서 바라보는 범섬에 어리는 석양은 더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해안가를 따라 낚시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 태공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갑작스런 파도로 인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를 요하는 곳이기도 하다.
▲교통 : 제주국제공항→서부관광도로→중문관광단지→제주월드컵경기장→삼매봉/외돌개.
5. 달콤한 유혹 ‘초콜릿박물관’
독일의 쾰른 초콜릿박물관에 이어 동양 최초의 초콜릿박물관이다. 남제주군 대정읍 일과리 농공단지내 2000여평의 대지 위에 제주의 현무암으로 지었다. 전시실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300여점의 전시물이 4개의 테마로 나뉘어져 있고.
150인치 대형화면 영상실과 초콜릿공장의 외부를 투명유리로 제작해 직접 제조과정을 볼 수 있다. 유료 입장을 하기에는 아직 박물관의 내용이 많이 빈약하고 시선을 확 잡아끌 만한 톡특함이 아쉽다.
▲교통 : 제주국제공항→서부산업도로→대정읍→초콜릿박물관.
6. 여유가 넘치는 여행길에서 만나는 '오'설록 녹차박물관'
위치 : 위치 : 제주도 남제주군 안덕면 서광서리
교통 : 제주국제공항→서부관광도로→동광(대정방향)→서광동리→테마파크→서광승마장→오'설록 녹차박물관
은은한 음악과 근사한 차향기에 묻어나는 사랑, 녹차박물관 오'설록에는 여유가 넘치는 여행의 멋이 기다린다.
눈길 닿는 끝까지 펼쳐진 푸른 녹차밭의 입구를 돌아서면 다기를 형상화한 아름다운 건물이 눈을 사로 잡는다. 현대적인 감각에 담아내는 전통의 녹차 앙상블은 이 곳에 머무르는 내내 편안함을 주며, 조금은 어려운 우리의 차문화가 얼마나 오랜 기간 이어져 왔으며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쉼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차의 역사와 관련 문헌, 차에 관한 다양한 자료, 여러 형태의 다기를 전시한 박물관과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케익, 녹차과자 등의 독특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찻집, 돌돌돌 물소리 청아한 작은 연못, 잘 다듬어진 잔디가 깔린 정원은 한참동안 편안하게 머무르게 하며, 설록차의 처음이자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의미의 오'설록이라는 어감이 너무도 익숙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런 곳이 무료 입장이었다는 놀라움과 함께...
개장시간은 10:00~17:00이며 주차료도 무료.
숭어 뛰어오르고 멸치떼 몰려 와
“대개 1인승으로 바다 수렵에 쓰인다. 선체의 뼈대는 나무…털을 없앤 바다표범 가죽을 붙여서 만든다….”(‘카약’에 대한 백과사전 설명 중) 카약은 또 올림픽 메달이 줄줄이 걸린 전문 스포츠다. 그런데 생존을 위해 타고 다니던 야성적인 탈 것, 혹은 배가 뒤집어 질 경우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롤링 테크닉을 익혀야 하는 해양 스포츠가 아니라 가벼운 ‘에코 투어’의 수단으로 카약을 즐길 수도 있다.
“일출봉 옆으로 돌아가면 일명 ‘가마우지 섬’이 있어요. 카약 타고 천천히, 조용히 다가가면 새들이 별로 경계하지도 않는답니다. 바로 옆에서 날치가 몇 십m씩 날아가기도 하고, 물 속에서 멸치가 떼로 몰려 다니는 장관도 만나지요.” ‘바다와 카약’ 김영복 사장의 설명. 카약 투어 중간 중간 새끼섬에 올라 도시락 먹는 재미도 크다.
준비물은 선블록, 모자, 선글라스. 카약 타기 전 10분 정도 노 젓는 강의 듣고, 구명복 입고 출발한다. 가끔은 파도에 배가 뒤집어 질 수도 있지만(한 여름에는 바나나 보트 타듯 일부러 ‘뒤집기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엉덩이만 축축해 지는 선에서 카약 타기를 해볼 수도 있다. 그것도 싫어 ‘방수 바지’를 빌려 입으면 그야말로 물 한 방울 젖는 수준에서 끝낼 수도 있다.
‘바다와 카약’ 팀을 따라 서귀포 앞바다 범섬으로 갔다. 범섬에 꼭 콧구멍처럼 나란히 뻥 뚫려 있는 동굴 두 곳으로 카약을 타고 접근했다. 그냥 맨 몸으로 깊고 푸른 바다 위에 앉아 있는 듯 해 조금 겁도 났다. 그러나 몸은 금세 파도의 리듬에 익숙해진다. 입을 벌리고 있는 시커먼 구멍을 향해 노를 저어갔다. 어둡고 서늘한 해식 동굴 안. 밖에서 밀려든 물이 동굴 끝 벽에 부딪쳐 크게 일렁이자 카약도 따라 출렁인다. 올려다 보니 육각형, 팔각형 모양 단층이 환상적인 바위 천장이 까마득히 높다. 밖에서 들어온 햇살을 받아 파랗게 빛나는 물 속에도 그만큼 깊디 깊은 동굴이 잠겨 있다.
노를 젓는데, 꼭 물에 젖은 휴지처럼 희끗희끗 한 것이 걸리적거린다. “저게 뭐예요?” “해파리에요.” 카약 탄 지 1년쯤 됐다는 김희철(32)씨의 설명. “(걷거나 큰 배 타고서는)갈 수 없는 곳을 가고,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카약의 매력이지요.”
제주도 중문에서는 ‘바다와 카약’이 카약 타고 제주 구석구석을 누비는 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일몰이 아름다운 차귀도, 웅장한 바위 기둥이 압권인 주상절리대, 또 정방폭포, 성산일출봉, 외돌개, 우도 등을 카약 타고 바다에서 보는 맛은 유람선 타고 가다가, 또는 전망대에서 구경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물론 초보자가 단번에 방향 바꾸기, 뒤로 가기 등에 능숙해 질 수는 없다. 고수들은 좀 더 뾰족하고 빠르고 길고 가느다란(그리고 더 잘 뒤집어지는) 장거리용 카약을 타고 서귀포 70리를 누빈다. 엔진 달린 배도 밀릴 정도로 물살 세다는 마라도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좀 더 고독하게 바다와 만나기 위해 한 겨울에 카약을 타기도 한다. 초보자들이 카약 타는 재미에 쉽게 따라 나섰다간 돌아오는 길에 지쳐 울거나 멀미를 하고 때론 ‘선수’의 배와 연결, 줄로 끌려와야 할 수도 있다. 카약에 입문하는 초보자를 위한 만만한 프로그램은 2~3시간쯤 카약을 타는 ‘반나절 코스’(5만원). 카약 타고서만 만날 수 있는 제주의 비경을 찾아 나서려는 야심만만한 카야커를 위한 하루 코스는 15만원(4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