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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요정 부전나비의 세계
꽃밭을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 예부터 그림이나 시가 등 예술 작품에 무수히 등장할 만큼 사람들과 친숙하다. 곤충이라면 무조건 징그러워하는 사람들조차 나비만큼은 예뻐한다. 벌처럼 경계심을 유발하지 않을뿐더러 아름다운 색과 여리면서도 신비롭고 우아한 자태 덕분이리라.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나비들은 비교적 크거나 화려한 호랑나비, 제비나비, 흰나비 종류나 몇몇 네발나비들뿐이다. ‘봄의 요정’이라 불릴 정도로 깜찍한 외모에 개체수도 많은 부전나비가 사람들에게 잘 띄지 않는 것은 크기가 작은데다 유달리 활동성 적고 숨기 좋아하는 생태 습성 때문이다. 부전나비를 소개하자니 반가우면서도 우려하는 마음이 든다. 대다수 부전나비는 유충기의 먹이 선택이 다양하지 못하고 환경 변화에 민감해서, 대중의 높은 관심이 자칫 그들의 생존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돌부전나비
나비목 - 나방(62 과) -나비(5 과) -주홍부전나비아과(Lycaeninae) 2종 -부전나비아과(Polyommatinae) 17종
큰부홍부전나비
부전나비의 종류
나비목은 나방과 나비를 통틀어 말한다. 나비목을 대부분 나방이 차지하고 있어 나비목 전체인 약 67과 중 62과가 나방류고, 나머지 5과가 나비류다.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나비들은 호랑나비과, 흰나비과, 네발나비과, 팔랑나비과, 부전나비과 등 5과로 나뉘는데, 그중 호랑나비과와 네발나비과, 흰나비과는 중?대형 크기로 눈에 잘 띄는 반면, 팔랑나비과와 부전나비과는 작은 나비들이기 때문에 애써 찾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 그래도 팔랑나비들이 나방인지 나비인지 헷갈릴 정도로 수수한 것에 비해 부전나비들은 보면 볼수록 빠져들 만큼 무늬와 색깔이 매력적이어서 숲의 요정이라 할 만하다.
전 세계에 약 6000종, 우리나라에는 56종 부전나비는 적도 열대 지방에서 극지방까지 거의 모든 육지에 분포한다. 분포지가 다양한 만큼 생태와 습성, 모양도 제각각이다. 전 세계적으로 부전나비과(Lycaenidae)는 9개 아과(다소 애매한 분류군 하나를 제외하고 8개 아과로 나누기도 한다)에 6000종이 넘게 기록되어 있으며, 계속 신종이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바둑돌부전나비아과(Miletinae) 1종, 녹색부전나비아과(Theclinae) 36종, 주홍부전나비아과(Lycaeninae) 2종, 부전나비아과(Polyommatinae) 17종으로 총 56종이 보고되어 있으며, 북한에는 녹색부전나비아과에 1종, 주홍부전나비아과에 3종, 부전나비아과에 13종이 더 살고 있다(녹색부전나비아과의 울릉범부전나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육식을 하는 바둑돌부전나비아과 우리나라에는 바둑돌부전나비아과(Miletinae)에 단 1종, 바둑돌부전나비만 살고 있다. 이 종은 대나무류에 사는 일본납작진딧물을 잡아먹는 육식성 나비다. 물론 성충 때는 진딧물을 잡아먹는다기보다는 진딧물의 분비액을 먹지만 식물성 먹이를 섭취하지 않는다는 점 자체가 특이하다. 먹이가 있는 서식지 주변을 멀리 떠나지 않고 맴돌며 살아가는 탓에 택지나 도로 개발 등에 따른 서식지 파괴에 매우 민감한 종이다.
숲에서 만나는 녹색부전나비아과 녹색부전나비아과(Theclinae)에는 남색부전나비속(Narathura), 선녀부전나비, 귤빛부전나비류, 긴꼬리부전나비류, 참나무부전나비, 녹색부전나비류, 쇳빛부전나비속(Callophrys), 범부전나비, 까마귀부전나비속(Fixsenia), 쌍꼬리부전나비까지 모두 36종이 알려져 있는데, 그 모양과 생태, 습성이 매우 다양하다. 주로 숲에 사는 종이 많고, 먹이가 되는 나무 주위를 빠르게 날지만 멀리 떠나지는 않는다. 대부분 앞?뒷날개의 아랫면에 줄무늬와 점무늬가 있고, 몇 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뒷날개에 가는 꼬리 모양 돌기가 있다. 특히 줄무늬와 점무늬의 모양이나 배열은 종을 구분하는 미세한 기준이 된다. 남방남색부전나비나 녹색부전나비류는 날개 윗면이 금속 광택으로 빛난다. 깊은 숲길에서 이 나비들이 서로 엉켜 번쩍거리며 영역 다툼을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녹색부전나비류들은 한여름 울창한 숲에서 볼 수 있고, 앞서 언급한 속들 중에 선녀부전나비, 범부전나비, 까마귀부전나비속, 쇳빛부전나비속, 쌍꼬리부전나비는 숲과 숲 주변의 초지에서도 살며 꽃에도 잘 온다. 종류가 많고 습성이 복잡해서인지 이 아과에는 희귀한 종이 많다. 깊은산부전나비와 쌍꼬리부전나비는 모두 환경부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채집이 금지되어 있고, 그외에 까마귀부전나비, 북방까마귀부전나비, 긴꼬리부전나비, 남방녹색부전나비나 남방남색부전나비속도 분포 범위가 매우 좁아 만나기 힘들다.
넓은때녹색부전나비
들판에서 만나는 주홍부전나비아과 주홍부전나비아과(Lycaeninae)에는 작은주홍부전나비와 큰주홍부전나비 2종이 알려져 있다. 2종 모두 민가 근처에 흔히 자라는 소리쟁이나 수영 같은 잡초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도시에서도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환경오염으로 큰주홍부전나비를 보기 힘들어 더욱 유명해졌는데, 반갑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서울, 경기도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서식지가 늘어가고 있다. 이 나비들은 색상이 매우 화려하고 햇볕이 잘 드는 풀밭의 꽃에 날아들기 때문에 특히 생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북한에는 남주홍부전나비, 검은테주홍부전나비, 암먹주홍부전나비 등 3종이 더 살고 있다.
초원과 산기슭에서 만나는 부전나비아과 부전나비아과(Polyommatinae)의 나비들도 대부분 들판이나 숲 주변의 초지에 산다. 우연이겠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부전나비아과 17종 중 먹부전나비를 제외한 16종이 모두 푸른색이거나 검푸른 계열의 나비들이다. 또 이들 중 물결부전나비, 암먹부전나비, 먹부전나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꼬리 모양 돌기가 없다. 대부분 초본류를 먹이식물로 하는데, 그중 점박이푸른부전나비속(Maculinea)의 나비들은 애벌레 시기 종반에 특정 개미집(주로 Myrmica속의 개미류)으로 들어가 편의적인 공생을 하면서 개미들에게 단물을 주고 개미의 유충들을 잡아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이렇게 복잡한 습성이 있는 이 속의 나비들은 보기가 매우 어렵다. 여기 속하는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나 북방점박이푸른부전나비는 우리나라에서 점차 멸종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 역시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또 흔한 콩과 식물인 고삼을 먹지만 사는 곳이 반경 몇백m 정도로 좁아 드문드문 흩어져 살고 이동성이 크지 않은 큰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도 개발에 매우 민감하여 멸종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전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도 부전나비아과의 나비들은 비교적 흔한 콩과 식물을 먹이로 하는 종이 많고, 푸른부전나비와 남방부전나비처럼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종도 있어 우리에게 친근한 편이다. 작고 약해서 멀리 날지도 못하지만 추운 겨울이 지난 봄, 어떤 나비들보다 많은 수가 나타나는 걸 보면 나름대로 강인한 나비임이 분명하다. 푸른부전나비
부전나비(설악산부전나비) 암먹부전나비
부전나비의 특징
일반적으로 부전나비과의 나비들은 네발나비과나 호랑나비과의 나비에 비해 크기가 작고 연약하며 활동성이 적어 잘 날지도 않는다. 혹 잘 나는 종이라도 이른 아침이나 저녁 같은 특정 시간대에만 날고 낮에는 수풀 속에서 숨어 지내는 편이다. 많은 부전나비들은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로 살던 먹이식물 주변에서 몇백m도 이동하지 않은 채 일생을 보낼 정도로 사는 곳이 좁고 고립되어서 발견하기 어려운 종도 있다. 하지만 남방부전나비나 푸른부전나비처럼 아파트 단지 등 도심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종도 있다. 이렇게 한 과(family) 안에서도 사는 모습이 무척 다양하다는 것도 부전나비과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다른 과의 나비들이 자신들의 먹이식물만 충실하게 먹어치우며 우직한 초식동물로서 원초적인 삶을 사는 데 비해 부전나비들의 생태는 참으로 다양해서 때로는 애처롭고 때로는 야비하며 때로는 스릴 넘치기까지 하다.
푸른부전나비
성충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부전나비는 날개 편 길이가 5cm를 넘는 종이 없고 대부분 3cm 내외다. 그래서인지 다른 나비들과 달리 귀엽다. 더듬이 마디마다 흰 고리 무늬가 있고 겹눈 뒤로 흰 털이 줄지어 나 있어 봉제인형처럼 깜찍하며, 다리는 몸집에 비해 굵고 튼실하다. 뒷날개에는 점무늬와 꼬리 모양 돌기가 있는 종이 많은데, 앉을 때 날개를 거의 펴지 않는 습성 때문에 양쪽의 꼬리 모양 돌기가 모여서 더듬이 같고, 점무늬가 눈알처럼 보여 가짜 머리 역할을 한다. 거기에 뒷날개를 비비는 습성까지 있어 벌레가 더듬이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니 경험 없는 새들은 부전나비를 사냥할 때 다짜고짜 이 가짜 머리를 쪼는 것이다.
작은주홍부전나비
알 부전나비는 애벌레가 살아남기에 가장 좋은 곳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막 깨어난 애벌레가 먹기 쉽도록 나뭇잎의 새싹이 나올 겨울눈에 낳아 붙이거나, 개미와 공생하는 나비는 개미에게 끌려가기 쉽도록 개미가 다니는 길목에 낳는다. 알의 모양은 모두 납작한 원형이며, 여러 가지 모양의 돌기가 나 있어서 성게처럼 보인다.
녹색부전나비류의 알
애벌레 다른 과의 애벌레들이 대부분 길쭉하며 앞쪽에 다리가 있고, 달라봐야 괴상한 돌기가 돋아난 정도인데, 부전나비 애벌레는 둥글납작한 찹쌀떡 혹은 짚신처럼 생겼다. 머리와 발도 잘 안 보이고 마디도 불명확해 벌레 같지 않는다. 그래도 종마다 조금씩 달라 종을 구분하는 동정(同定)에 큰 도움이 된다. 종마다 먹이식물이 다르지만 그 폭이 넓지 않으며, 커가면서 식성이 바뀌는 종도 있는데, 허물을 한두 번 벗을 때까지는 특정 식물을 먹다가 그 이후엔 개미집에 기생하면서 개미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거나 개미 알과 애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다. 또 개미와 일정 관계를 유지하며 분비물을 주고 다른 천적에게서 보호를 받는 등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벚나무까마귀부전나비의 애벌레
참까마귀부전나비 애벌레.
번데기 다 자란 종령 애벌레는 먹이식물 주변에서 번데기가 될 자리를 찾아 나선다. 모든 나비가 그렇듯 움직일 수 없는 번데기 시기를 안전하게 지낼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먹이식물을 떠난다. 온도나 습도, 안전성과 은폐성 그리고 공간 확보까지 조건이 맞는 곳이 발견되면 낙엽이나 가지에 붙어 자리를 잡고 번데기가 된다. 애벌레가 둥글납작했기 때문인지 번데기도 둥글납작한 오뚜기 모양이다. 그러나 번데기가 되었다고 모두 나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애벌레 시기에 기생벌이나 기생파리에게 기생당한 개체들은 모두 전용이나 번데기 상태에서 죽는다. 대다수가 알에서 번데기 과정에 많은 종류의 기생곤충에 희생당하고, 운 좋게 살아남은 소수의 개체들만 성충으로 빛을 볼 수 있다.
붉은띠귤빛부전나비. 번데기 직전의 종령 애벌레
부전나비의 생활
꼬리를 머리처럼 위장해 살아남기
산녹색부전나비
범부전나비 귤빛부전나비
아랫면은 어둡고 윗면은 화려한, 극단적으로 다른 나비의 날개. 그것은 화려한 색으로 짝도 유혹해야 하고, 어두운 색으로 무서운 천적도 피해야 하는 생존을 위한 양면성을 상징한다. 나비는 대부분 날개의 윗면과 아랫면 색이 다르다. 아랫면은 주변의 생활환경과 비슷한 무늬를 띠어 몸을 숨기는 역할을 한다. 또 봄형, 여름형, 가을형 등으로 계절에 따라 색과 무늬가 다른 것들도 있는데, 그 또한 자연의 색과 조화를 이룬다. 반대로 화려한 윗면은 짝을 유혹하는 데 필요하다. 나비들은 색깔과 무늬로 동료와 암수를 알아보기 때문이다.
화려한 윗면과 어둡고 칙칙한 아랫면이 특징인 나비들은 네발나비과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공작나비, 들신선나비, 산네발나비, 청띠신선나비나 갈구리신선나비, 쐐기풀나비 등 네발나비과의 나비들은 날개를 접고 앉아 있을 때는 바위나 낙엽, 나무껍질과 구별되지 않을 만큼 위장술이 뛰어나다. 이들은 적이 가까이 다가오면 갑자기 날개를 활짝 펴서 적이 깜짝 놀라 머뭇거리는 사이에 날아서 도망가기도 하고, 되레 겁을 줘 적이 도망치게도 한다. 하지만 부전나비들은 대개 먼 거리를 자유롭게 날지 못한다. 힘없이 살짝 날았다가 바로 옆으로 옮겨 앉기도 하고, 낮에는 나뭇잎 뒤에 숨어 지내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뭔가 다른 생존 전략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꼬리를 머리처럼 보이게 해서 적을 속이는 것이다.
뒷날개 끝부분이 삼각형으로 잘려나간 부전나비들이 가끔 눈에 띄는데, 이는 새의 부리에 쪼인 흔적이다. 귤빛부전나비와 녹색부전나비 종류, 긴꼬리부전나비와 까마귀부전나비 종류 등 많은 부전나비들은 뒷날개에 꼬리 돌기가 있고, 주변에 검은 점무늬가 있어서 마치 눈과 주둥이가 있는 머리처럼 보인다. 한 번의 공격으로 먹잇감을 제압하려고 나비의 머리를 쫀 새는 엉뚱한 뒷날개만 물어뜯고, 그 사이 부전나비는 도망칠 수 있다. 날개는 좀 뜯긴다 해도 몸통이나 머리가 상하지 않는 한 생명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피해가 덜한 날개 뒤쪽으로 공격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부전나비들은 천적에게서 완벽하게 몸을 숨기기는 어렵지만, 자기가 내어줄 수 있는 최소한을 희생해 더욱 중요한 생명을 지킨다.
개미와 공생하는 부전나비
담흑부전나비 애벌레와 일본왕개미.
담흑부전나비 붉은띠귤빛부전나비 애벌레.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처럼 나비 중에도 개미와 공생 관계인 종들이 있다. 이들은 애벌레 시기에 개미집으로 운반되어 개미의 보살핌을 받는다. 부전나비가 개미와 공생 관계를 맺는 것은 개미에게 보호받으며 천적을 피하기 위함이다. 개미와 공생하는 부전나비들의 특징은 애벌레 시기에 분비물을 분비하는 밀선이 잘 발달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꿀을 좋아하는 개미를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고동털개미, 곰개미 등 호밀성 개미들과 관계를 이루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나비는 주로 식물을 먹는 초식곤충으로 인식되어왔지만, 많은 부전나비들이 애벌레 시기에 육식성 혹은 잡식성이라는 점이다. 개미와 공생하는 대표적인 부전나비로는 담흑부전나비가 있다. 담흑부전나비 애벌레는 1~2령 시기에 진딧물의 배설물이나 진딧물이 벗어놓은 허물을 먹고 자라다가 세 번 허물을 벗은 3령이 되면 일본왕개미에 의해 개미집으로 운반된다. 일본왕개미가 진딧물의 배설물을 먹으러 왔다가 그곳에 있는 담흑부전나비 애벌레를 물고 집으로 데려가는데, 일본왕개미는 담흑부전나비 애벌레의 배설물과 피부를 통해 나오는 분비물을 핥아 먹고, 담흑부전나비 애벌레는 개미의 배설물을 먹는다. 개미가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 견해도 있으나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쌍고리부전나비는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와 공생한다. 주로 소나무 근처에 살며 소나무를 오르내리는 개미여서 쌍고리부전나비는 소나무의 줄기 등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가 자주 오가는 곳에 알을 낳는다.
담흑부전나비와 쌍꼬리부전나비는 개미에게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을 받으며 서로 이득을 주는 상리 공생 관계다. 하지만 부전나비에게는 득이 되지만 개미에게는 해가 되어 한쪽만 이득을 얻는 편리 공생 관계도 있는데, 고운점박이부전나비나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와 개미의 관계가 그렇다. 이 부전나비들은 개미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개미 애벌레나 알을 먹기 때문이다. 간혹 개미 한 군집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기도 한다. 그밖에도 푸른부전나비, 선녀부전나비, 민무늬귤빛부전나비 등도 개미와 일정한 관계를 이루며 사는데, 특별히 공생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도 사는 데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경우도 있고, 붉은띠귤빛부전나비의 애벌레와 개미가 함께 어울리는 장면도 관찰되나 생태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은 것처럼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다. 또 부전나비의 애벌레들이 공생 관계를 맺는 대상이 개미인데, 개미의 종류와 생태 등 개미에 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밝혀질 부분도 있어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
주목받는 부전나비들
순육식성 나비 - 바둑돌부전나비
바둑돌부전나비
일본납작진딧물
바둑돌부전나비는 우리나라에 사는 나비 중 유일한 순육식성 나비다. 순육식성이란 애벌레와 성충 시기 모두 육식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바둑돌부전나비가 사는 곳은 이대, 신이대 등 대나무류 군락인데, 이런 나무에 먹이가 되는 일본납작진딧물이 살기 때문이다. 5~10월에 걸쳐 연 3회 출현하지만 분포나 개체수가 많지 않은 나비다. 암컷은 일본납작진딧물의 틈 속에 알을 하나씩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일본납작진딧물을 잡아먹고 자라다가, 성충이 되면 이 진딧물의 분비물을 빨아 먹는다. 10월경 발생한 애벌레는 실을 토해내어 그물을 짠 뒤 그 속에서 겨울을 난다. 바둑돌부전나비는 활동성이 약해 힘없이 날며, 서식지에서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또 서식지가 발견된다 해도 개체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바둑돌부전나비가 육식성인 것도 독특하지만, 예전에는 거제도나 경남 사천의 거류산 일대에서 드문드문 발견되어 남방 계열로 알려졌던 이 나비의 분포가 중부 지방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최근에 발견된 장소는 서울 서남단의 수리산이다.
주홍빛이 돋보이는 나비 - 큰주홍부전나비
큰주홍나비
주홍빛 날개가 무척 아름다운 나비다. 유럽에서 이동해 일본까지는 퍼져나가지 못하고 한반도 북쪽과 서해안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는 큰주홍부전나비는 부전나비과 주홍부전나비속의 작은주홍부전나비, 북쪽에 서식하는 남주홍부전나비, 검은테주홍부전나비, 암먹주홍부전나비 등과 같은 속이다. 하지만 짙은 주홍빛의 아름다움은 큰주홍부전나비가 단연 돋보인다. 성충은 보통 1년에 3~5회 5~10월에 출현하는데, 그중에서도 봄에 출현하는 수컷이 가장 아름답다. 검은색 테두리가 앞?뒷날개의 바깥 선을 엷게 감싸고, 그 안쪽인 날개 윗면은 무늬도 없이 금빛 도는 주황색으로 덮여 있다. 암컷은 수컷과 달리 바탕의 주황색이 엷고 검은색 점무늬가 있어서, 아름답기로나 눈에 띄기로나 수컷만 못하다. 성충은 주로 논밭 근처나 강둑, 마을과 인접한 낮은 산자락에 서식하며, 개망초나 토끼풀, 미나리, 나무딸기 등의 꿀을 빨아 먹고 산다. 애벌레는 소리쟁이, 참소리쟁이의 잎을 먹고 자라는데, 짝짓기를 한 암컷이 잎에 한 개씩 알을 낳으며,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잎 중간 중간에 구멍을 내며 갉아먹다가 그대로 겨울을 난다. 큰주홍부전나비가 멸종 위기를 맞은 원인은 많지만 농약의 과다 살포, 공단 신설, 도로망 구성을 위한 산림과 농지 훼손 등 산업?지역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의 영향이 가장 크다. 산업화가 미리 진행된 유럽에서는 벌써 멸종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이 긴 나비 -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는 우리나라 나비 중 이름이 가장 길어 무려 13글자나 된다. 보통 성충은 4~8월에 2회 출현하고, 개울가나 야산의 냉이, 민들레 등의 꽃에서 꿀을 빨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컷은 습지에서 물을 빨아 먹기도 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는 날개를 반쯤 벌리고 햇볕을 쬐기도 한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붙고 자기 자신보다 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이 이름이다. 사람의 이름은 기원과 축복의 의미를 담아 함축적으로 짓지만, 곤충의 경우는 생김새나 행동의 특성을 보고 지은 이름이 대부분이다.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라는 이름을 살펴보면 먼저 ‘부전나비’는 나비목 부전나비과의 나비라서 붙었고, ‘푸른’은 날개 위쪽이 푸른빛을 띤 부전나비과 푸른부전나비속이라서 붙었다. ‘점박이’는 검은 점들이 흩뿌려져 있어서, ‘작은홍띠’는 날개 아랫면의 바깥 테두리를 따라 홍색 점이 띠를 두른 듯 이어져 있어서 붙었다. 이처럼 때때로 작명의 과정을 살피면 그 곤충이 속한 분류군까지 파악할 수 있다.
멸종 위기 부전나비 - 쌍꼬리부전나비
쌍꼬리부전나비
부전나비들은 보통 긴 꼬리 모양의 돌기가 하나 있는데, 쌍꼬리부전나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돌기가 2개인 나비다. 부전나비과 쌍꼬리부전나비속에 속하는 나비로 아프리카 대륙에 약 25종, 동남아시아에 약 15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단 한 종이 있다. 마쓰무라꼬리치레개미와 공생 관계를 이루는데, 주로 소나무와 벚나무 주변에 사는 개미여서 쌍꼬리부전나비도 소나무나 벚나무가 많은 숲에서 발견된다. 경기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에 살지만 서울과 인접한 청계산이나 수리산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전체적인 산림 환경보다는 공생 관계에 있는 개미와 더 밀접해 보인다. 성충은 6월 중순에서 7월 하순경, 연 1회 출현한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멸종 위기 부전나비 - 깊은산부전나비
깊은산부전나비
산지의 잡목림에서 발견되나 개체수가 많지 않으며, 암컷에 비해 수컷을 발견하기가 더 힘들다. 동해안에 가까운 강원도 일부 지역에 주로 서식하지만, 중부 지방의 지대가 높은 소백산에서도 발견되고 계룡산 정상부에서도 발견한 기록이 있다. 오전과 한낮에는 활동성이 적어 잎이나 풀 위에서 쉬다가 저녁이 되면 산의 높은 능선이나 정상부로 날아올라간다. 발견 기록은 충청도 지역까지 있지만 일부 지역에 불규칙하게 분포하거나 채집 기록도 거의 없어 북쪽부터 이어진 전반적인 분포 범위로 보기는 어렵고, 강원도 동북부가 주 분포지로 여겨진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멸종 위기종만큼이나 보호가 시급한 부전나비류
큰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멸종위기야생동물(환경부)로 보호되는 깊은산부전나비와 쌍꼬리부전나비 외에 부전나비류의 몇몇 종들은 생태적 특성이나 그 희소성으로 볼 때 법정 보호종으로 보호가 시급한 종이 있다.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나 북방점박이푸른부전나비, 큰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등이 대표적이며,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는 강원도 인제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간혹 여러 개체가 발견되기는 하나 과거에 비해 그 수가 급격히 줄고 있어 시급히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멸종위기야생동물 등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되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만 곤충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특정 종의 감소는 관련된 환경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니 환경 훼손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부전나비 관찰과 기르기
내가 만난 녹색부전나비
부전나비 표본
우리나라에 있는 나비 200여 종 중에서 56종이나 되는 부전나비류는 작으면서도 예쁘고 화려한 날개 때문에 곤충 애호가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부전나비 중에서도 참나무 숲에서 주로 사는 녹색부전나비는 곤충 애호가들이 특히 동경하는 나비인데, 높은 참나무 꼭대기에서만 활동하며, 날개가 작아도 잘 나는 종이 있고, 색이 화려해도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여간 관찰이 어려운 게 아니어서 곤충 애호가들은 애간장만 태우기 일쑤다. 여느 곤충 애호가들처럼 녹색부전나비를 짝사랑하던 나는 경기도 가평의 화야산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98년 6월 말, 여느 때처럼 작은 배낭에 포충망을 달랑 들고 산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제법 찬 기운이 감돌고, 풀잎엔 이슬이 맺혀 있었다. 워낙 자주 가는 곳인지라 계곡이며 주변의 나무, 돌부리까지 빤한 산인데, 그날따라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하며 계곡에 인접한 등산로를 10분쯤 올랐을까? 무심코 바라본 등산로 바닥에 금강산귤빛부전나비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던 나비인데 하마터면 그냥 밟고 지나칠 뻔했다. 너무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다리가 굳어버렸다. ‘왜 이 나비가 바닥에 있을까?’ 잠시 진정하고 주위를 살피는데, 금강산귤빛부전나비 한 마리가 또 땅바닥에 앉아 있다. 왠지 우연이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 눈앞에는 상상도 못 해본 광경이 펼쳐졌다. 녹색부전나비 수십 마리가 땅바닥에 살포시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금강산귤빛부전나비를 비롯해 깊은산녹색부전나비, 산녹색부전나비, 넓은띠녹색부전나비, 은날개녹색부전나비, 북방녹색부전나비, 검정녹색부전나비, 참나무부전나비, 붉은띠귤빛부전나비, 시가도귤빛부전나비, 선녀부전나비 등 녹색부전나비아과의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었다. 종류와 개체수가 워낙 많은데다 늘 꿈에 그리던 녹색부전나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두근거리는 가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다 조금 진정시킨 뒤 한 개체씩 채집해 삼각지에 담고, 관찰한 위치와 시간을 기록했다. 요즘처럼 사람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절이 아니었던 것이 지금까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산에서 녹색부전나비를 찾을 때면 어쩌다 만나도 한두 마리고, 워낙 높은 곳에서 날기 때문에 짧은 포충망을 탓하며 닭 쫓던 개처럼 나무 꼭대기만 바라보던 일이 태반이었는데, 그날은 7m짜리 포충망이 거추장스럽기까지 했다. 낮에는 제각각 높은 나무 위에서 쉬며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나비들을 그렇게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이리라 생각되었다.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여 다음주에 그곳을 다시 찾아갔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갔지만 부전나비들은 어디로 갔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지나 기온이 올라가고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질 무렵 한두 마리씩 참나무 잎 위에서 텃새를 부리는 수컷들이 보였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수컷 한 마리가 지키고 있다가 다른 수컷이 날아오면 싸움을 하는데, 그 모습이 무슨 서커스 공연이라도 하듯 우스꽝스러웠다. 푸른 참나무 잎사귀 사이를 재빠르게 날아다니는 녹색부전나비를 관찰하기란 정말 힘들고 어렵다. 늦은 시간까지 녹색부전나비들을 쫓아다니기만 하다 해질 무렵 산등성이에 올랐다. 아! 그런데 또 멋진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공연이라도 하듯 녹색부전나비 수십 마리가 참나무 위를 재빠르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일주일 전에는 이른 아침에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날은 저녁에 그런 장면을 보았다. 6월, 한낮에 비해 이른 아침과 저녁 무렵에 활동성이 높다는 결론만 얻고, 그 후로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참나무 숲을 누비지만, 화야산의 행운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았다. 많은 관찰 경험과 곤충 표본이 있지만 그때의 기억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녹색부전나비 표본은 마음속에, 또 실존하는 나의 보물 1호다.
부전나비를 길러보자
나비의 생태를 잘 알고, 넓은 마당이나 정원 등 공간이 넓어야만 나비를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무엇부터 준비하고 어디에서 나비를 데려다가 기를 수 있는지 막막하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쉽게 나비를 찾을 수 있고, 약간의 정성만 더하면 어렵지 않게 기를 수 있다. 부전나비를 길러보면 어느새 나도 나비박사, 나비아빠가 된 것 같은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 작은 알이 자라 멋진 날개로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는 기쁨은 덤이다.
기르기 전에 알아둬야 할 일 가장 먼저 어떤 나비를 기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나비마다 먹이식물이 다르고, 사는 장소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나비가 먹는 식물, 그 식물이 사는 장소를 알아야 나비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푸른부전나비류를 기르려면 들판의 콩과 식물이나 십자화과 식물 등을 살펴야 하고, 녹색부전나비류를 기르려면 참나무의 새순을 찾아봐야 한다. 다음은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 어느 시기부터 기를지 결정해야 한다. 알과 애벌레 시기, 번데기와 성충 시기의 생활 장소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알이나 애벌레부터 기르려면 먹이식물을 찾아야 하고, 번데기를 찾으려면 보통 안전한 곳에 숨어 번데기가 되니 보물찾기하듯 찾아야 한다. 성충은 포충망을 들고 쫓아다니며 채집하고, 산란을 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처음 나비를 길러보는 사람이라면 알을 채취해 시작하는 게 좋다. 기르고 싶은 나비의 먹이식물과 서식지 정보는 곤충도감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으니 기본적으로 알아두자. 큰주홍부전나비와 암고운부전나비를 예로 들어본다. 이 과정을 참고하여 다른 부전나비 기르기에도 응용해보자.
큰주홍부전나비 기르기
소리쟁이에 낳은 큰주홍부전나비 알
큰주홍부전나비의 짝짓기
큰주홍부전나비 수컷
-출현 시기 : 5~10월(연 3~5회 발생) -먹이식물 : 소리쟁이, 참소리쟁이
큰주홍부전나비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소리쟁이나 참소리쟁이는 논과 밭, 강둑과 같이 수분이 풍부하고 양지 바른 곳에 많다. 큰주홍부전나비가 날아다니는 곳이라면 그 주변의 소리쟁이에서 잎에 붙어 있는 알이나 애벌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알이 붙어 있는 소리쟁이를 적당한 화분에 옮겨 심고 하루에 한 번씩 물을 듬뿍 주며 잘 돌본다. 잎을 따서 먹여도 되지만 금방 시들어 애벌레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화분에 기르는 것이 좋다. 큰주홍부전나비의 알은 대체로 6월 중순 이후에 따는 것이 좋은데, 5월 중순경에 겨울을 지낸 나비가 처음 산란을 하기 때문이다. 알은 흐린 날 채취하는 게 좋다. 맑은 날에 알을 채취하면 기온이 높아 잎이 빨리 시들며, 알에게도 좋을 리 없다. 잎을 싱싱하게 옮겨오기 위해 아이스박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알이 붙어 있는 소리쟁이를 화분에 심었으면 화분 모퉁이에 적당한 기둥을 만들고 모기장처럼 망을 씌운다. 이때부터는 알보다 소리쟁이를 잘 보살펴야 한다. 성충으로 산란을 받고자 할 때는 대체로 날개가 낡은 암컷 한 마리를 채집해 소리쟁이를 심어둔 화분에 넣고 망으로 씌운다. 보통 생명이 다하기 전에 알을 낳으니 날개가 낡은 성충을 찾는 게 성공률이 높다. 직사광선은 피하되 아파트 베란다와 같이 햇볕이 적당히 들어오는 곳이 좋고, 창문을 조금 열어 통풍이 잘되게 하고, 요구르트나 설탕물을 묽게 만들어 분무기를 이용해 나비의 입(대롱) 주변에 뿌려주면 잘 먹는다. 큰주홍부전나비는 암컷 한 마리가 1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보통 알은 10~15일이 되면 애벌레로 부화하기 시작하는데,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1령 애벌레는 워낙 작고 먹이도 많이 먹지 않으며, 4~5일 지나면 허물을 벗고 2령 애벌레가 된다. 점점 먹이도 많이 먹고, 여러 번 허물을 벗으며 자라다가 40여 일이 지나면 번데기가 된다. 나비들은 번데기가 되기 직전인 종령 애벌레 시기에 왕성한 활동성을 보이므로 도망치지 못하게 주의해야 한다. 번데기 때는 천적에게서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어 안전한 위치로 숨으려 하기 때문이다. 번데기가 된 후 10~15일 이내에 나비가 나오는데, 나비가 우화(羽化)하는 모습을 관찰하려면 대체로 새벽녘을 노리는 것이 좋다. 주의할 사항은 기르기 실패를 우려해 많은 나비를 채집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전에 암컷 4마리를 잡아 산란을 유도한 적이 있는데, 4마리에서 무려 500마리가 넘는 애벌레가 나와 먹이를 공급하는 데 애를 먹었다.
암고운부전나비 기르기
암고운부전나비 알
암고운부전나비 애벌레
새순을 먹는 녹색부전나비류의 애벌레
-출현 시기 : 6월 중순~10월 하순(연 1회 발생) -먹이식물 : 복숭아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
암고운부전나비는 말 그대로 수컷보다 암컷의 날개가 고와서 붙은 이름이다. 부전나비류 중에서는 큰 편에 속하며,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 자두나무, 앵두나무 등에 산다. 이렇게 곱고 예쁜 나비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그러나 성충을 야생에서 관찰하기는 매우 힘들다. 거의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기온이 올라가면 여름잠을 자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과 마을이 인접한 곳에 있는 복숭아나무에는 유독 많은 개체의 암고운부전나비 알이 있다. 묵은 가지보다는 그 해 새로 난 가지의 틈새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는데, 태어날 애벌레에 대한 어미의 배려를 느낄 수 있는 습성이다. 알은 2~3월에 따는 것이 좋다. 알이 있는 나무를 잘라 복숭아 잎이 많은 곳에 붙여주면 알에서 깬 애벌레가 복숭아 잎을 갉아먹고 자란다. 야생에서는 복숭아꽃이 필 무렵 알에서 애벌레로 깨어나는데, 꽃봉오리를 특히 좋아한다. 채집 후 따뜻한 곳에 놓아둔 알은 7~15일에 부화하고, 1령 애벌레는 4~5일 지나면 허물을 벗는다. 2령 애벌레는 다시 7~10일 자라면 허물을 벗는데, 몸에 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1령 애벌레에서 번데기까지는 45일 정도 걸리며, 번데기 상태로 15~20일 지나면 나비가 나온다. 성충을 채집해 산란을 받으려면 10월 중순 이후가 좋다. 늦가을 알을 낳으면 알로 겨울을 나기 때문이다. 강원도 고산 지대에서는 11월 초순에도 종종 관찰된다. 복숭아나무 화분에 망을 씌워놓고 햇빛이 적당히 드는 곳에 두면 알을 잘 낳는다. 역시 먹이식물을 화분에 심어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한데,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흔하고 꽃시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아파트 베란다나 가정집에서 복숭아나무를 기를 경우 기온을 높여 따뜻하게 해주면 한겨울에도 기를 수 있다. 초겨울에 낳은 알은 그대로 추운 곳에 두었다가 따뜻한 곳으로 옮겨야 부화한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곤충들은 한 번 추위를 겪어야 다음 단계로 발육하는 유전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 1회 발생하는 녹색부전나비류가 대체로 그렇다. 또 먹이가 부족해 민가 주변의 복숭아나무 잎을 따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종종 농약을 친 잎을 먹여 죽게 할 수도 있다. 암고운부전나비 또한 종령 애벌레가 되면 활동성이 매우 강해 못 찾는 경우가 많다. 애벌레가 1cm 이상 자라면 작은 사육통으로 옮겨 따로 기르는 것도 좋다.
글.사진 박동하(편집위원,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부전나비의 종류 -부전나비의 특징 조영권 편집장 -부전나비의 생활 -주목받는 부전나비들 오해용(한국곤충연구소 소장) -부전나비 채집 일기 -부전나비 기르기
이 내용은 자연과생태 2006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홈페이지 www.econa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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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연과생태 원문보기 글쓴이: 자연과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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