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 1 : 단장의 미아리 고개
작년 〈미스트롯〉 때는 까마득 몰랐었다.
그러다 우연히 결승전을 보게 되었고,
〈단장의 미아리 고개〉 부르는 송가인을 만났다.
이후에 원곡 가수 이해연과 이를 커버한
이미자며 나훈아며 김연자 등을 들으며
트로트 전통가요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먼저 놀란 건 원곡 가수의 탁월한 창법.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 감정선은
클래식 수준의 격조, 이게 바로 중용 아닌가.
송가인 가창이 방금 남편 보낸 여인 같다면
이해연 가창은 서너 해 숨 고르며
아픔을 그리움으로 고이 정화한 느낌인데,
특히나 1절과 2절의 도입부 한 마디를
가사에 알맞추어 달리 부르는 데 이르러서는
놀라고 감탄하면서 반복 재생 들었었다.
제2절 앞부분 “아빠를 기다리다”에서
“아-”라고 목젖 사용 않고 허성虛聲으로 가창하여
그리움 담아내는 솜씨, 얼마나 대단한가!
이밖에도 원곡 가수 커버곡과 다른 데를
스무 군데 찾아낼 만큼 꼼꼼히 분석한 뒤
영상을 몇 개 만들어 유투브에 올렸었다.
악보를 찾아보면 “뒤돌아 보고 또 돌아 보고”가
“뒤-돌아보~고 또돌아보고-”로 되어 있는데
이해연 원곡 가수는 그 부분을 그렇게 부르지 않고
“뒤돌, 아보고, 또돌아보고-”라고 부름으로써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끌려가는 남편의
발걸음 절뚝거림을 표현하고 있었다.
오오, 이 절묘함! 하지만 커버 가수,
이렇게 부른 이는 단 한 사람도 없고
발음상 여러 부분에서 원곡 가수와는 달랐으니,
이해연 “화약연기”를 “화야견기”로 노래함으로써
“화양년기”라고 부를 때 생기는 “화양년” 연상을 막고,
“철사쭐” 아닌 “철사줄”로 불러 부드런 소리 되게 하며,
마지막 “한 많은”에서 잠시 숨을 끊은 다음에
“미아리 고개”를 불러 마치는 기교에 이르러서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감탄할밖에 없었더라.
대중가요를 낮은 예술로 여기면서
고전음악에 비해 못하다고 여긴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트로트와 함께 발라드며 기타 등등
인생의 다양한 모습과 그로부터 생겨나는
갖가지 희로애락을 담은 노래들을 흥얼거리니
이것은 나이 탓일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아니다, 그게 아니다, 그건 바로 예술의 힘!
예술은 위로한다, 삶에 지친 인생을,
더하여 감상자로 하여금 지금까지 모르던
새로움, 새로움, 새로움, 새로움!
제製와 조造와 작作이 아닌 창創의 세계로 끌어들여
지루한 일상의 반복으로부터 멀리 떠나 보냄으로써
자유를, 창공과 같은 드높고도 활연豁然한
심리적 해방을 선물하는, 결코 없어서는 안되는
우리의 친구이자 애인, 꿈이요 무지개이다.
2020.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