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짜리 오야지,백점짜리 오야지.
십여 년 노가다를 하면서
참 수없이 많은 오야지와 현장소장을 격어 보았습니다.
오야지나 현장소장도 일꾼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겠지만
우리도 저 오야지나 현장소장이
일 시킬 줄 아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오야지나 현장소장도 일꾼을 잘 만나야 하겠지만
일꾼도 일 시킬 줄 아는 오야지를 만나야 편합니다.
일 시킬 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냐하면
일이 서툰 일꾼도 일 시킬 줄 아는 오야지를 만나면 일을 잘 할 수 있는데 반해서
일을 잘하는 일꾼도 일시킬 줄 모르는 오야지를 만나면 일이 안됩니다.
<일 시킬 줄 모르는 오야지.>
오래 전,남자 넷,여자 한 열댓 명이 인삼밭에 일을 갔습니다.
인삼을 심으려면 먼저 햇빛을 차단하는 이엉 지붕을 씌워야 하고
이엉을 씌우려면 다리끼로 뼈대를 세워야 하는데
그 뼈대 세우는 작업을 하러 간겁니다.
어느 현장이든 아침에 도착하면 우선 커피부터 한 잔 하고 일을 시작하는데
이 인삼밭 오야지는 우리가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오늘 이 밭 작업을 끝 내야 하거든요?
그러니 일찍 좀 시작해주세요."
하면서 담배 한 대 피울 새도 없이 밭으로 몰아 넣더니
우리 곁에 지켜서서 빨리 해라,어쩌라 하며
계속 잔소리를 늘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이 오야지는 아마 이 밭 작업을 얼마에 맡았고
그래서 일을 하루에 끝내면 돈이 제법 남는데
이틀까지 끌고가면 별 재미가 없는 그런 상황인 것 같았지만
그거야 자기 사정이죠.
그렇다고 해서 말잔등에 채찍 때리듯 몰아붙인다고 해서
우리가 일을 더하고 덜 할 사람들입니까?
이 오야지가 얼마나 사람 부릴 줄 모르냐하면
아홉시 새참시간이 되어 빵을 사 오길레
빵을 먹으려고 일꾼들이 밭에서 나가려고 하니까 이 오야지가
"나오지 말고 거기들 계세요!" 하더니
자기가 돌아다니며 빵을 나눠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밭에서 나오고 들어가는 시간,그리고
나와서 먹으면 다음은 몇분이라도 앉아서 담배도 피우고 그럴까봐
그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털썩 앉지도 못하고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서 참 더럽고 치사한 빵을 먹었습니다.
그 후 일꾼들의 손놀림은 점점 더 느려졌고
한 30분만 더 하면 일을 끝낼 상황이었지만
오후 6시가 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손을 놓고 나와버렸습니다.
오야지는 쥐똥 씹은 표정이었지만 알게 뭡니까!
만일 오야지가 그렇게 야멸차게 하지 않았으면
6시 이전에 넉넉히 끝낼 수 있는 일이었는데
이 오야지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 된겁니다.
이렇게,일 시킬 줄 모르는 오야지가 가끔 있습니다.
<일 시킬 줄 아는 오야지.>
일꾼 둘이서 상가 신축현장에 일을 갔습니다.
1층에 보니 바라시만 해놓아서
폼과 쇠파이프,삿보드 등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는데
그 자재를 끄집어 내어 마당 한쪽에 종류대로 쌓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하자 현장소장이 컨테이너 사무실로 우리를 불어들이더니
커피를 한 잔씩 타주며 하는 말이
"나는 지금 볼 일이 있어서 대전에 갔다가 저녁 5시나 되야 올 거예요.
오늘 일은 급할 게 없어요.오늘 다 못끝나도 좋으니까 너무 땀흘리지 말고
이 사무실에 와서 커피도 타드시면서 쉬엄쉬엄 하세요.
그리고 요 앞에 00식당이 우리 밥먹는 식당이니까
음식값 따지지 말고 잡숫고 싶은거 시켜 잡수세요,"
하고는 횡하니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소장도 없는데다가 또,오늘 일을 다 못 끝내도 되고
커피나 타 마시며 쉬엄쉬엄 하라고 했다고 해서
우리가 정말 그렇게 했을까요?
천만에요.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우리 마음에는
"저녁에 저 소장이 왔을 때 깨끗이 정리된 현장을 보여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을 했고 일도 깔끔하게 잘 해주었습니다.
저녁에 소장이 와서 현장을 보더니
"아이구~! 오늘 큰 애 쓰셨네.이게 두 분이서 하루에 할 일이 아닌데...
아무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면서 만 원씩을 더 주었는데
우리가 팁을 바라고 열심히 한 게 아니라는 것은 말 안해도 아시겠죠?
또 어느 현장에 일을 갔는데 현장소장이
"아이고,반갑습니다!이렇게 만난 것도 다 인연이에요."
하면서 우리 잡부들에게 일일히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우리 노가다꾼들이
엄청 거칠고 난폭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노가다꾼들의 대부분은 마음이 약하고,여립니다.
다만 한 가지,노가다꾼들은
자신들이 제일 밑바닦인생이라고 지레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자존심을 건드리면 욱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러니까,일 시키는 사람이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믿어주면
물불 안 가리고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사람이 노가다꾼입니다.
"오늘 다 못 끝내도 좋으니까 너무 땀 흘리지 말고
커피도 타마시면서 쉬엄쉬엄 하세요." 말이라도 이렇게 해주고
"아이고,반갑습니다!이렇게 만남 것도 다 인연이에요!"
하면서 악수를 청해주는 거.
이게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인격을 존중해주고 믿어 줄 때
우리 개잡부들도 그 오야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그런 걸 모르고 일 욕심만 내는 오야지는
오야지 노릇 때려치워야지,성공 못합니다.
노가다꾼들,다 순진하고 좋은 사람들입니다.
2011 년 3 월 중순
민중혁명이 온다.강 봄
첫댓글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님,고맙습니다.
재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느낀점도 많고요.그런데,강봄님!
오야지와 현장소장은 어떻게 다른거예요?
내별은님,호기심이 많으시네요.
현장소장은요,건설회사,혹은 건축주에게 채용된 월급쟁이구요,
오야지는 크든 작든 자기가 공사를 맡아서 하는 사람이고 또
분야별 오야지도 있습니다.목수 오야지,철근 오야지 등등...
하지만,오야지들은 대부분 현장소장의 지휘를 받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