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같은 햇살이 온 대지를 비추는데 비도 제대로 오지 않아 온 산천이 목말라 하고 있었습니다. 밭작물들도 목이 말라 다들 풀이 죽었습니다. 아무리 물을 줘도 스프링클러로 종일 주지 않는 이상 갈증을 해소하긴 턱없이 부족할 테지요. 그런데 오늘 월요일에 기적같이 비가 내렸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비였던지요. 목말랐던 대지를 흠뻑 적셨습니다. 이 시원한 밤공기를 얼마 만에 느껴보는 것인지 너무 좋습니다. 정말 대단한 비였습니다.
소개해 드릴 묘한 일이 있었습니다. 부추 모종을 심고 나중에 잡초가 올라오는데 부추를 닮았습니다. 잡초도 부추처럼 가늘고 길게 올라옵니다. 눈도 없는 풀들이 부추와 섞여 있으면 구분하기 힘들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고 그렇게 올라오는 것일까요? 풀들도 자기 살길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생명의 힘이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하느님의 오묘함을 찬미합니다.
요즘 본당의 형제님들, 자매님들이 병원에 입원하시고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자주 듣습니다. 새롭게 입교하시는 분들보다 선종하시는 분들이 월등히 많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고 슬픈 마음이면서 한편으로는 교회가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그렇게 작아지고 있는 교회의 한 가운데를 제가 살고 있음도 직시합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교회가 번영의 시간을 보낸 것도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접어들면서 여름에 작물들이 폭풍 성장하듯이 교세도 그렇게 갑작스럽게 성장하였습니다. 19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 그런 성장세를 유지하였지요. 하지만 급격하게 신앙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음을 우리는 다들 알고 있습니다. 신앙의 바탕을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까요?
저는 교회의 성장기에 취해 우리가 지녀야 할 본질적인 삶의 자세에 교회 장상들과 사목자들이 소홀하였음을 반성합니다. 예전에 예비신자 교리 기간을 일주일, 한 달밖에 두지 않았던 적이 많았습니다. 짝교우라고 며칠 만에 세례 주고 3개월 만에 세례 주고 했었지요. 일 년에 수백 명이 세례를 받았지만 교회의 성장은 그만큼의 성장과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세례받고 또 그만큼 많은 분들이 냉담하였습니다. 새롭게 신자가 된 분들은 신앙의 자세와 생활 안에서의 틀을 갖추기 전에 오히려 세상의 가치들이 교회 안에 들어와 교회를 세속화시킨 것은 아닌지 반성합니다.
이제 서서히 교회는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습니다. 외형적인 아름다움과 웅장함과 화려함과 위세는 복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성장을 멈추었을 때 우리는 진정 복음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참되게 복음을 살아가는 단 한 사람, 단 두 사람이 교회의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작을 때 가장 복음적일 수 있으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제2의 그리스도가 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먼저 말씀 안에서 힘을 얻고 기쁨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요? 우리 본당에는 그런 기회가 많습니다. 성서백주간, 렉시오 디비나, 그리고 곧 개설되는 성경학교도 있습니다. 경험해 보시고 말씀 안에서 참된 힘을 얻고 살아가는 기쁨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현재의 작은 믿음이 결코 작지않다'는 생각으로 말씀안에서 힘을 얻고 기쁨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상동본당에서 레지오 단원으로 있을때 이바오로 신부님의 지시로 가가호호 방문한 선교활동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활동 마치고 나면 신부님께서 주시든 하사주 한병이 지금도 생각이 간절합니다.선교가 신자로써 첫번째 본분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기도가 없는 신앙생활은 뿌리가 약한 나무처럼 작은 바람에도 넘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주님을 모르거나 떠난사람, 또 떠날려고 준비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저의 기도를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