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기행5
여기는 트라피스트 봉쇄 수도원
최옥
멀리 산 위에 수도원이 보였다
사람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수도원 안에 들어서니 고요만 사는 듯
봉쇄라니, 이곳의 수녀님들은
정말 여기다 모든 것을 봉해 놓고 살까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니
중세시대 수도복의 수녀님이 문을 열어준다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안고 처소로 가서
무거웠던 나를 내려놓았다
뜰에 나가 서성거리다가
미사 시간이 되면 미사 드리고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창밖을 보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수녀님들은
저녁 8시, 대침묵 속으로 들어가고
새벽 3시 30분 첫기도를 하셨다
꼭 한번은 그 일정을 따라보자고
첫기도에 갔더니 정신이 몽롱했다
수도원에 봉쇄되어 살고 있지만
수녀님들의 기도 속에는
세상의 온갖 고통이 들어 있었다.
이곳에 전 생애를 못 박고 살면서
세상의 모든 고통을 봉헌하셨다
나는 나에게 봉쇄된 채
나 자신도 봉헌하지 못하고
삶의 가장자리만 서성거리다 그곳을 떠나던 날
[어느 한 트라피스트 수도자의 묵상]을
수도원 뜰에 쪼그리고 앉아서 마저 읽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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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수도원 기행5
마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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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3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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