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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먼저 생각하자
우리를 둘러싼 실내의 환경은 매우 다양하다. 가정집도 있겠지만 사무실과 공공장소의 공간도 모두 '실내공간'에 포함된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고자 한다면, 일단 어떤 장소에서 실내식물을 키울 것인가를 고려하는 것이 먼저고, 그 다음 거기에 맞는 식물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우선 디자인적으로 1) 실내정원이라는 개념으로 일정한 공간을 정원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2) 화분에 담아서 개별 식물을 키울 수도 있다. 실내의 구석구석은 실내식물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된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느 곳이든 빛이 들어오는 창과 식물을 가까이 두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창에서 멀어질 경우 빛의 양이 현격히 줄기 때문에 식물의 생존률이 뚝 떨어진다.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실내공간
1) 계단, 2) 거실, 3) 침실, 4) 목욕탕, 5) 사무실 책상 위, 6) 부엌창문이 나 있는 부엌이라면 식물을 키우기에 의외로 아주 좋은 장소가 된다. 물이 항상 옆에 있기 때문에 잊지 않고 물주기를 규칙적으로 할 수 있고, 특히 허브나 채소를 심어놓게 되면 요리에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내식물 디자인 요령
식물을 디자인하는 데도 몇 가지 요령을 알아두면 좀 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다. 가장 실패할 수 있는 디자인의 사례는 각양각색의 화분과 각양각색의 식물군을 섞어서 무차별적으로 심는 경우다. 이런 경우가 속출하는 이유는 충동적인 식물 구매와 관련이 깊다(혹은 누군가로부터 선물 받은 식물도 해당될 것이다). 화원이나 농원을 지나다 마음에 드는 식물이 있을 경우, 내 집안의 환경이나 기존에 자리잡고 있는 식물이 어떤 종류인가를 생각하지 않은 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식물 개개인의 아름다움은 충분하지만 전체적인 조화가 깨지면서 모여있는 분위기가 혼란스럽고 자칫 지저분해 보이기 십상이다. 희귀종의 식물을 모으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다면, 이런 구매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1. 화분을 통일하자
식물의 종이 다양할 경우, 화분을 전체적으로 통일하기만 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때 화분은 질감(진흙 화분이냐 플라스틱 화분이냐)으로 통일할 수도 있고, 색상이나 형태(둥근 모양, 사각 모양) 등으로도 통일이 가능하다.
같은 종류의 화분에 같은 종의 식물을 심는 것은 단조로울 수 있으나 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주황색의 진흙 화분에 심긴 작은 펠라고니움의 선홍색이 조화롭다.
2. 식물군을 통일하자
식물군을 통일하게 되면 전체적인 느낌이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실내에서 잘 자라는 아이비Hedera 라는 식물 종을 선택했다면, 아이비를 집안 전체에 반복하는 방법도 좋다. 이럴 경우 또 하나의 장점은 관리 방식이 통일되기 때문에 정해진 날에 물주기나 영양분 주기가 가능해져 관리가 수월하다.
비슷한 종의 식물군을 묶어주는 것은 통일감과 안정감을 주는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있다. 다육 식물군으로만 묶여진 화분들. 여기에 파란색 미니 화분이 감각적으로 보인다.
제각기 다른 다양한 화분을 가지고 있다면 식물을 통일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철재와 옹기 화분 속에 담겨진 넝쿨 제라늄의 흰꽃이 모던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3. 식물에 맞는 화분을 잘 선택하자
구근 식물의 종류는 꽃이 화려하게 피기 때문에 화려한 색상의 화분을 선택한다면 강렬한 두 색채가 맞서게 되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단, 전문적인 색채 감각이 있다면 이 점을 이용해 좀 더 세련된 연출을 할 수도 있다). 때문에 대부분은 황토의 느낌이 나는 진흙 화분에 구근 식물인 히야신스나, 수선화, 튤립을 담는 경우가 많다. 또 사막이 자생지인 다육식물의 경우도 흙빛이 나는 진흙 화분이 매우 잘 어울린다. 그러나 큰 잎을 지니고 있는 관엽 식물은 다소 짙은 색상의 플라스틱 화분과도 잘 어울리고, 메탈 소재의 화분에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잘 조합된다.
진흙 화분의 경우도 그 모양과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진흙 화분은 건조함을 잘 견디는 식물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 지중해성 지역에서 따뜻하고 건조하게 자라는 허브 종류, 세이지, 로즈마리, 라벤다가 진흙 화분과 잘 어울린다. 알뿌리의 구근 식물도 진흙 화분과 궁합이 잘 맞는다.
반대로 습기를 좋아하고 메마른 것을 잘 견디지 못하는 잎이 큰 열대 식물들은 진흙 화분보다는 습기가 잘 빠져나가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메탈 소재의 화분이 더 적당하다.
4. 색감을 연출하자
초록과 짙은 빨강색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화분. 화분의 통일성과 식물 색감의 통일성이 세련된 멋을 만들어낸다. 심어진 식물은 짙은 빨강색의 아마릴리스(amaryllis)와 짙은 빨강색의 피튜니아(petunia).
5. 특별한 목적의 식물 디자인
딜과 세이지를 심은 허브 상자. 지푸라기를 멀칭으로 덮어 수분이 빨리 증발되는 것을 막으면서 내추럴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식물군을 너무 다양하게 많이 심는 것보다는 단품종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도 좋다.
배추나 무와 같이 왕성한 성장이 필요한 채소류는 불가능하지만, 허브나 작은 잎채소의 경우는 의외로 집안에서 얼마든지 재배가 가능하다. 식물 디자인에 재능이 없어 우려된다면 같은 목적의 식물을 한데 모아 길러보는 것도 좋은 디자인이 된다. 예를 들면 허브 종류를 모아서 허브 상자를 만들어 햇볕이 잘 드는 부엌 창가 선반에 놓아둔다면 금상첨화.
채소와 허브군의 식물들은 진흙 화분이나 금속 물질 보다는 나무 상자가 아주 잘 어울린다. 특별히 제작을 하지 않더라도 나무로 만들어진 사과 상자나 혹은 생선 상자를 깨끗이 씻어서 활용할 수 있다.
6. 대규모 실내 디자인
화분을 이용하지 않고 규모가 있는 실내정원을 디자인할 때도 비슷한 방법으로 디자인이 가능하다.
1) 같은 종의 식물로 디자인을 단순화시킨다.
2) 특별한 기후와 조건을 만들어 비슷한 식물군이 함께 살 수 있도록 구성해준다. (예: 열대식물 연못, 식충식물 정원)
3) 퍼고라 혹은 정자 등의 작은 구조물을 이용해 미니어처 정원을 구성하는 것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4) 식물이 지니고 있는 잎, 꽃, 줄기의 색감을 잊지 말자.
5) 잎이 굵은 식물, 잎이 곱고 가는 식물로 질감을 나구고 그 질감에 맞게 통일감을 주거나 혹은 대비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구성한다.
난과의 식물로만 구성된 실내정원의 모델. 같은 종의 식물로 구성된 정원은 똑같은 물주기와 관리법을 적용할 수 있어 사후 관리가 쉽다는 이점이 추가된다.
다양한 무늬와 색상을 지니고 있는 베고니아 종으로 구성된 정원. 베고니아는 실내에서 잘 자라는 대표적인 식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자생지 식물로 구성된 정원. 동남 아시아 식물군 역시 열대지역 식물들로 실내 환경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실내공간 속의 연못 연출은 수생식물군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지나치게 빠른 번식이 우려되는 식물은 화분에 담아서 번식을 언제하며 기를 수 있다. 더불어 물은 광합성 작용을 줄이기 위해 검은 색으로 염색을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분의 디자인
여력만 된다면 화분을 디자인하는 것은 실내정원을 꾸미는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화분의 디자인은 크게 1) 재료에 따라서, 2) 형태에 따라서 그리고 3) 색상에 따라서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혹은 재활용 빈그릇을 이용하는 것도 재미있는 연출이 된다.
가벼운 플라스틱부터 자기, 나무, 양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 및 색상과 형태의 화분들. 화분은 식물이 살게 될 소중한 집이다. 어떠한 집에 들어가 살게 되느냐에 따라 식물은 물론 우리 환경까지도 변화할 수 있다.
우리 곁에 늘 식물을 함께 두자
실내정원은 우리를 둘러싼 답답한 도시 환경 속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정원의 새로운 형태다. 별도의 정원 공간을 가질 수 없는 공동주택에서도 작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식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을 연출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식물을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식물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를 변화시킨다. 가을 바람이 이제 선선해지고 있다. 농원이나 화원에 나가면 다양한 색감의 국화가 나와있을 것이다. 국화는 온대성 기후의 가을 꽃이지만 화분에 담겨서 집안에서도 잘 자라준다. 이 가을, 바람이 잘 들어오는 길목에 국화 화분 하나를 놓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