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문 심사위원
장석주(심사위원장)
시인, 문학평론가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하고, 같은 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입선하면서 시와 평론을 함께 쓰고 있다. 시집 '몽해항로', '절벽', '붉디붉은 호랑이' 등이 있고, 평론집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전5권), '풍경의 탄생', '장소의 탄생', '시의 황금시대', '이상과 모던뽀이들' 등이 있다. 2010년 제1회 질마재문학상을 수상했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행복한 문학'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경기도 안성에 살며, '세계일보'에 '장석주시인의 인문학산책'을, 월간 '신동아'에 '크로스인문학'을 연재하고 있다.
손택수(예심)
1970년 전남 담양 생
경남대 국문과와 부산대 국문과 대학원 졸업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시), 국제신문 신춘문예(동시) 당선
시집으로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등이 있음
현대시동인상, 신동엽창작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임화문학예술상 등 수상
현재 실천문학사 대표로 있음
유지소(예심)
경북 상주 출생
1998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시당선
2002년 '시작'등단
시집 '제 4번 방'
시부문 심사기-장석주
흠잡을 데 없는 언어의 조탁과 유려한 리듬
본심에 올라온 것은 열 분의 작품들이다. 열 분의 응모작들을 여러 번에 걸쳐 숙독을 했는데, 더러는 응모자들의 상상력이 현실세계에 작동하는 중력과의 싸움에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지 못한 점들이 눈에 띄었다. 시적 상상력이 현실의 중력을 뚫지 못할 때 통념적 사유에 갇히고 만다. 좋은 시인은 제 상상력을 독창적이고 비범한 현실 통찰의 힘으로 전환할 줄 알아야 한다. 시의 실패는 현실 이해의 피상성, 깊이를 머금지 못한 독창성, 언어의 공허함, 야무지지 못한 은유의 남발에서 여지없이 전시된다.
먼저 [염소와 제천역]외, ['고독' 한 접시 안 사실래요]외, [발들의 내력을 쓰는 피노키오의 편지]외, [수족관 사용 설명서]외, [저녁 초대]외, [강은 과녁을 품고 있다]외 등의 작품들을 내려놓았다. 이들 작품들에 개성의 촉들이 있고, 살 만한 장점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언어와 체험의 접점이 기대치에 못 미치고, 가치 감각의 영역을 꿰뚫어보는 안목이 미미했다. 시적 내공이 모자라다는 증거다.
최종적으로 남은 것은 [서쪽 문이 열리고], [미확인물체], [꽃밭], [흑잔등거미] 등을 투고한 네 분의 작품들이다. [서쪽 문이 열리고]는 안정감 있는 호흡과 언어의 운용이 돋보이고, "서쪽으로 가을이 들어오고/내 어깨 너머로 강물 하나가 휘어진다"와 같은 도입부도 마음을 끈다. 허나 뒤로 갈수록 시적 긴장이 이완되는 점이 아쉬웠다. 이는 의식의 치열함을 끝까지 밀고나갈 사유의 동력이 미약한 탓이다. [미확인물체]는 시적으로 가용하는 언어 영역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돋보인다. 중력과 척력, 블랙홀, 중력 이불 등과 같은 새로운 어휘들은 인지의 지평선을 넓게 그리려는 투고자의 의욕을 보여준다. 하지만 "불면의 밤마다 마신 커피나 내일의 블랙커피처럼 과거와 미래의 블랙홀은 더 많아요"와 같은 구절들은 쉽게 진부한 산문에 갇혀버린다. 그런 구절들이 나온다는 것은 사유의 정밀함과 시적 조형력에서 미흡하다는 혐의를 걸기에 충분하다. 한 투고자의 [꽃밭],[빈집],[구름의 확장]등은 소품이지만, 시적 재능을 느끼게 한다. "꽃밭은 그늘을 잡아당긴다./한 그늘이 끌려가고 있다"와 같은 구절도 날카로운 관찰의 산물이다. 사유의 명랑성, 시적 어조의 활달함이 인상적이고, 단문의 힘을 밀고 나간 것도 좋아보였다. [흑잔등거미]라는 매혹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시와 당선을 겨룬다는 게 유일한 불운이었다.
[흑잔등거미]를 흔쾌하게 당선작으로 뽑는다. [흑잔등거미]는 한 편의 작품으로 거의 흠잡을 데가 없이 언어의 조탁과 유려한 리듬을 보여준다. 달-어머니-흑잔등거미로 이어지는 이미지의 연쇄가 자연스럽고, 은유와 상징의 효과는 끝까지 집약적이다. 삶과 현실에 대한 통찰을 이만한 의미있는 구조 속에 녹여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극의 전조를 잡아채는 직관을 갖고 있는 시인으로 짐작된다.
큰 시인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소설부문 심사위원
이승우(심사위원장)
1959년 전남 장흥 출생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주요 소설로 장편소설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에리직톤의 초상', '한낮의 시선' 등
중단편집 '오래된 일기',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미궁에 대한 추측', '심인광고' 등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수상
현재 조선대학교 문창과 교수
김종광(예심)
1971년 충남 보령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 '경찰서여, 안녕'당선.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해로가' 당선.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2000), '모내기 블루스'(2002), '낙서문학사'(2006),'처음의 아해들'(2010),
청소년소설 '처음 연애'(2008), '착한 대화'(2009),
중편 '71년생 다인이'(2002), '죽음의 한일전'(2008), 장편 '야살쟁이록'(2004), '율려낙원국'(2007), '첫경험'(2008), '군대 이야기'(2010) 등이 있음.
신동엽창작상(2001), 제비꽃서민소설상(2008)을 받음.
강 영(예심)
2001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소설부문에 중편소설 '누이소묘' 당선
2002년 중편소설 '원더풀 패밀리'로 실천문학 신인상 수상
2011년 장편시조소설 '나비 사바나로 날다' 발표
2011년 10월에는 작가회의 인터넷 문예지 은수저에 '원더풀 패밀리2' 상재
소설부문 심사평-이승우
온기와 유머감각, 여유있고 자연스러운 서술의 매력
본심에서 읽은 소설들 중에는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생활의 각박함을 다룬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이야기가 두드러지고 현장감이 묻어나는 대신 스타일의 실험이나 신선한 표현 욕구 같은 것은 상대적으로 덜 느껴졌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까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통속적으로 전개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대와 사회가 나름의 방식으로 반영된 결과일 테지만, 소설 습작생들의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했다.
네 편의 소설을 주목해서 읽었다. <날개>, <해피 투나잇>, <독>, 그리고 <우리 염소>가 그 작품들이다. 왜소화된 남성성을 문제 삼으면서 소외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날개>는 이상의 동명의 소설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이는데, 인무로가 구조, 그리고 주제에 새로운 해석이 가미되지 않아 아쉬웠다. 이 소설의 스토리와 문장이 오히려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이상이 워낙 시대를 앞선 소설을 썼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홀로 자식을 키우며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대리운전을 하는 한 중년 여성의 억척스런 분투기라고 해야 할 <해피 투나잇>은 이야기가 사실적이고 현장감이 넘친다. 인물들도 생생하게 살아 있고, 심리와 행위의 연결도 자연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여성의 고충을 이해시키기 위해 동원된 일화들이 소설을 압도해서 르포르타주 같은 인상을 주었다.
<독>은 독거미와 탈주범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개하고 상징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상당한 습작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소설 공식에 충실한 나머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길로 소설이 전개되고 있으며 긴장을 만들어내는 기계적인 작법도 걸렸다. 요컨대 너무 전형적이라는 느낌을 피하기 어려웠다.
잃어버린 염소를 두고 벌어지는 남편과 아내의 심리적 줄다리기를 흥미 있게 그리고 있는 <우리 염소>는 무엇보다 무리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매력인 소설이었다. 구수한 사투리의 구사도 그렇지만, 설정된 인물들의 관계에 무리가 없고, 심리의 흐름도 유연했다. 다소 허약한 결말과 소품이라는 인상을 주는 점이 아쉬웠지만, 온기와 유머 감삭을 내장한 이 작가의 여유 있고 자연스러운 서술의 매력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우리 염소>를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이다. 축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