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의 사람 같이 하나의 좋은 경치를 더해 주는데
한번은 퇴계 선생을 모시고 산당에 앉아 있는데,
앞들에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산당을 지키던 중이
"그 사람 참 괴이하다. 진사 앞을 지나가면서 말에서 내리지 않다니," 하자
퇴계 선생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말탄 사람이 그림속의 사람 같이 하나의 좋은 경치를 더해 주는데, 허물할 일이 무엇인가?"
퇴계의 제자였던 이덕홍의 회고담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를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알량한 권위를 가지고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
벼라별 방법을 다 동원하는데,
퇴계는 그 단계를 넘어선 사람이다.
퇴계가 말한 말탄 사람이 그림 속의 좋은 경치라면
퇴계 역시 또 다른 그림속 좋은 경치일 것이다.
츨월 스무하루 영남대학교 이동순 선생님과 퇴계 오솔길을 갇다가
낙동강변에서나눈 이야기 중의 한 토막이다
그런데 농암종택 아래를 걷고 있는데, 누군가 '신정일 선생님'하는 소리가 들려서 바라보니
지난 해 낙동강 도보답사 때 한 번 만났던 사람이었다.
이 근처에 집을 짓고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나를 봤을까? 궁금해서 어떻게 나를 알아봤는가 물었더니
강 건너편에서 바로보니까걸어가는 뒷모습이 닮아서 찰르 타고 건너왔단다.
사람의 한 평생이 별 것이 아니로구나.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다 풍경이면서 사물인데,
나 역시 어느 순간 사물도 되고 풍경도 되는구나.
"헤어진 뒤에 끝없이 합치되는 생각이 있다."
퇴계의 말이다.
우리가 자주 만날 때는 모르지만 헤어진 뒤에야 그리운 것,
그리고
순간 지금 이 순간이 고금이고 사람이라는 것
그러한 세상의 이치를
낙동강을 따라 걸으며 베웠다.
이동순 선생님 지금 잠들고 계신지요?
경인년 칠월 스무사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