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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산책 5] 인간세(人間世)
1. 안회(顔回)와 중니(仲尼)의 문답/ 위[衛: 주(周)나라 무왕(武王)의 동생 강숙(康叔)을 시조로 하는 제후국(諸侯國)]나라로 가려는 안회를 말림
안회왈(顔回曰). 오무이진의(吾无以進矣)로다, 감문기방(敢問其方)이어다. 중니왈(仲尼曰). 재(齋)하라. 오장어약(吾將語若)하리니 유심이위지(有心而爲之)면, 기이사(其易邪)인저? 이지자(易之者)는, 호천불의(皞天不宜)니라. 안회왈(顔回曰). 회지가빈(回之家貧)하여, 유불음주(唯不飮酒)에 불여훈자(不茹葷者)이 수월의(數月矣)로다. 약차(若此)면, 즉가이위재호(則可以爲齋乎)아? 왈(曰). 시(是)는 제사지제(祭祀之齋)요, 비심재야(非心齋也)니라.
회왈(回曰). 감문심재(敢問心齋)이어다. 중니왈(仲尼曰). 약일지(若一志)하되, 무청지이이(无聽之以耳)하고 이청지이심(而聽之以心)하라. 무청지이심(无聽之以心)하고 이청지이기(而聽之以氣)하라. 청지어이(聽止於耳)요, 심지어부(心止於符)나. 기야자(氣也者)는, 허이대물자야(虛而待物者也)라. 유도집허(唯道集虛)하니. 허자(虛者)는 심재야(心齋也)니라.
안회왈(顔回曰). 회지미시득사(回之未始得使)엔 실유회야(實有回也)더니, 득사지야(得使之也)에 미시유회야(未始有回也)니라. 가위허호(可謂虛乎)아? 부자왈(夫子曰). 진의(盡矣)로다. 오어약(吾語若)하거니와 약능입유기번(若能入遊其樊)하되 이무감기명(而无感其名)하라. 입즉명(入則鳴)하고, 불입즉지(不入則止)하라. 무문무독(无門无毒)하고, 일택이만어부득이(一宅而寓於不得已)하면, 즉기의(則幾矣)니라.
재(齋)/ 재계(齋戒)할 재 방(方)/ 모 방, 방도 호(皞)/ 밝을 호 의(宜)/ 마땅할 의 여(茹)/ 먹을 여 훈(葷)/ 매운 채소 훈 부(符)/ 부신(符信) 부, 부합하다, 닿는다 대(待)/ 기다릴 대
안회가 이르기를 저는 더 나갈 데가 없습니다. 감히 그 방법을 여쭙습니다. 공자가 대답하되 재계(齋戒)하라. 내가 자네에게 말하리니 속셈을 가지고 뭘 하면 쉽게 이루겠느냐? 그것을 쉽다고 하는 자는 하늘이 마땅치 않아할 것이다. 안회가 말하기를 저의 집이 가난하여술을 입에 대지 못하고, 채소를 먹지 못한지 몇 달이 되었습니다. 이만하면 재계(齋戒)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이르되, 이는 제사 지낼 때 하는 재계요, 심재(心齋)가 아니니라.
안회가 묻기를 심재가 무엇인지 삼가 여쭙습니다. 공자가 대답하기를 자네는 뜻을 하나로 모으되 귀로써 들으려 하지 말고 마음으로 소리를 들어라. 마음으로 소리를 들으려 하지 말고 기(氣)로써 들어라. 들음[聽]은 귀에 머물고, 마음[心]은 닿는 것에 머물지만 기(氣)는 비어있어 만물을 맞이한다. 도는 오직 텅 빈 곳에 모이니, 텅 빈 것이 곧 심재(心齋)니라.
안회가 말하기를 제가 미처 가르침을 받지 못했을 때에는 회(回)로 가득 차 있었는데 심재를 얻으매 회는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이러면 텅 비었다 할 수 있습니까? 선생이 말하기를 다 이루었도다. 내가 자네에게 말하거니와 자넨 새장에 들어가 마음껏 노닐되 그 이름에 연연해하지 말아라. 받아들이거든 울고, 받아들이지 않거든 그쳐라. 문도 담도 세우지 말고 한곳에 머물러 무엇이든지 마지못해서 하면 거의 이루게 될 것이다.
2. 자고(子高)와 중니(仲尼)의 문답/ 자고(子高)가 제(齊)나라의 사신으로 가기를 꺼려함
중니왈(仲尼曰). 천하(天下)에 유대계이(有大戒二)하니 기일(其一)은 명야(命也)요, 기일(其一)은 의야(義也)니라. 자지애친(子之愛親)은 명야(命也)라, 불가해어심(不可解於心)이요, 신지사군(臣之事君)은 의야(義也)라, 무적이비군야(無適而非君也)니, 무소도어천지지간(無所逃於天地之間)이니라. 시지위대계(是之謂大戒)니라. 시이(是以)로 부사기친자(夫事其親者)는 불택지이안지(不擇地而安之)하니, 효지지야(孝之至也)요, 부사기군자(夫事其君者)는 불택사이안지(不擇事而安之)하니, 충지성야(忠之盛也)요, 자사기심자(自事其心者)는 애락불이시호전(哀樂不易施乎前)하며, 지기불가내하(知其不可奈何)하여, 이안이지약명(而安之若命)이니, 덕지지야(德之至也)로다. 위인신자(爲人臣子者)는 고유소부득이(固有所不得已)라. 행사지정(行事之情)하고 이망기신(而忘其身)이어늘 하가(何暇)에 지어열생이오사(至於悅生而惡死)리오? 부자기행가의(夫子其行可矣)니라.
도(逃)/ 달아날 도, 숨다 택(擇)/ 가릴 택, 고르다 성(盛)/ 담을 성, 채우다 시(施)/ 베풀시 역시(易施)/ 뒤바꾸는 것 가(暇)/ 겨를 가
공자가 말하되 천하에는 크게 삼갈 바가 두 가지 있으니 하나는 명(命)이요, 다른 하나는 의(義)니라. 자신이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은 명이라 마음으로부터 풀어놓을 수가 없는 것이고,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의인데 어디를 가나 임금 없는 곳이 없으니 하늘과 땅 사이에서 어디로 피할 곳이 없느니라. 이를 일컬어 크게 삼갈 바라 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어버이를 섬기는 자는 처지를 가리지 않고 어버이를 편안히 모셔야 하는데, 이것이 효(孝)희 지극함이다. 무릇 임금을 모시는 자는 어떤 경우에도 임금을 편안히 모셔야 하는데, 이것이 충(忠)의 지극함이다. 스스로 그분들의 마음을 살펴 섬기는 사람들은 눈앞의 일로써 슬픔과 기쁨을 쉽게 바꾸지 않고, 어찌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알아 편안하게 명(命)을 쫓으니 이것이 덕(德)의 지극함이다. 신하되고 자식 된 자에게는 본래 어찌할 수 없는 바가 있으니 일을 착실히 하고, 제 몸을 잊어야 하거늘 어느 겨를에 생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하겠소? 그대는 길을 떠나는 것이 좋겠소.
3. 안합(顔闔)과 거백옥(蘧伯玉)의 문답/ 안합(顔闔)이 위(衛)나라 태자를 보필하게 됨
거백옥왈(蘧伯玉曰). 선재문호(善哉問乎)로다. 계지신지(戒之愼之)하여, 정여신재(正汝身哉)니라. 형막약취(形莫若就)요, 심막약화(心莫若和)로되 수연(雖然)이나 지이자(之二者)에 유환(有患)이니, 취(就)에 불욕입(不欲入)이요, 화(和)에 불욕출(不欲出)이어다. 형취이입(形就而入)이면 차위전위멸(且爲顚爲滅)하고, 이붕이궐(爲崩爲蹶)하며, 심화이출(心和而出)이면 차위성위명(且爲聲爲名)하고, 위요위얼(爲妖爲孼)하니라. 피차이영아(彼且爲嬰兒)어든 역여지위영어(亦與之爲嬰兒)하고, 피차위무정휴(彼且爲無町畦)면, 역여지위무정휴(亦與之爲無町畦)하고, 피차위무애(彼且爲無崖)면, 역여지위무애(亦與之爲無崖)하되, 달인입어무자(達人入於無疵)하라.
막약(莫若)/ ~만 같은 것이 없음 취(就)/ 이룰 취, 따르다 전(顚)/ 정수리 전, 뒤집히다, 떨어지다 멸(滅)/ 멸망할 멸 붕(崩)/ 무너질 붕 궐(蹶)/ 넘어질 궐 요(妖)/요망하다 얼(孼)/ 무너지다 정(町)/ 밭두둑 정 휴(畦)/ 밭두둑 휴 無町畦/ 분별없이 행동하다 애(崖)/ 벼랑 애 無崖/ 종잡을 수 없이 행동하다 달(達)/ 통달할 달 자(疵)/ 흠 자
거백옥이 대답하되 삼가고 조심하여 그대의 몸을 바르게 하여야 합니다. 겉으로 따라주는 것이 제일이요, 속마음을 맞춰주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탈될 것이 있으니 겉으로 따라주되 끌려들어가지는 않아야 하고, 맞춰주되 드러나게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겉으로 따르면서 한통속이 되면 뒤집히고 망하고 무너지고 넘어질 것이요, 속으로 맞추어주면서 드러나게 하면 요란하게 헛된 이름이 나서 재앙을 당해 무너지게 됩니다. 상대가 아이가 되거든 또한 그대도 아이가 되고, 상대가 분별없이 행동하면 그대도 그렇게 하고, 상대가 종잡을 수 없이 행동하면 그대도 그렇게 하되 상대를 이끌어 허물없는 경지에 들어가도록 하십시오.
4. 장석(匠石)과 사당나무의 문답
장석(匠石)이 귀(歸)하니, 역사현몽왈(櫟社見夢曰). 여장오호비여재(女將惡乎比予哉)아? 약장비여어문목사(若將比予於文木邪)아? 부사리귤유과라지속(夫柤梨橘柚果蓏之屬)은 실숙즉박(實熟則剝)이요, 즉욕(則辱)이라, 대지(大枝)는 절(折)하고, 소지(小枝)는 설(泄)하니. 차(此)는 이기능(以其能)으로 고기생자야(苦其生者也)니라, 고(故)로 부종기천년(不終其天年)하고 이중도요(而中道夭)하니, 자부격어세속자야(自掊擊於世俗者也)로다. 물막부약시(物莫不若是)니라. 차여구무소가용구의(且予求無所可用久矣)에, 기사(幾死)더니, 내금득지(乃今得之)로, 위여대용(爲予大用)이로다. 사여야이유용(使予也而有用)이면, 차득유차대야사(且得有此大也邪)아? 차야약여여야개물야(且也若與予也皆物也)거늘, 내하재기상물야(奈何哉其相物也)인저? 이기사지산인(而幾死之散人)으로, 우오지산목(又惡知散木)이리오?
역사(櫟社)/ 사당 나무 오호(惡乎)/ 어찌, 어디에 문목(文木)/ 좋은 재목이 되는 나무, 산목(散木)의 반대 사리귤유(柤梨橘柚)/ 똘배, 배, 귤, 유자 라(蓏)/ 열매 라 박(剝)/ 벗길 박, 뜯기다 절(折)/ 꺽을 절 설(泄)/ 샐 설 부격(掊擊)/ 타격을 입다
장석이 집으로 돌아오매 사당의 상수리나무[櫟社]가 꿈에 나타나 이르기를 그대는 나를 어디에 견주려는가? 그대는 나를 쓸모 있는 나무에 견주려는가? 무릇 똘배, 배, 귤, 유자 등 열매를 맺는 것에 속하는 것들은 열매가 익으면 뜯기고 욕을 당한다. 큰가지는 꺾이고 작은가지는 훑어 내려지니 이는 그 유능(有能) 때문에 삶이 고달파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수(天壽)를 누리지 못하고 중간에 요절하니 스스로 세속으로부터 얻어맞는 것과 다름없다. 어떤 사물이든 이와 같지 않은 것이 없다. 또한 나는 쓸모없는 바가 되기를 구하기 오래되었는데 거의 죽을 뻔하다가 오늘에 이르러 마침내 그것을 얻어 나의 큰 쓸모로 삼았다. 만일 내게 쓸모가 있었다면 어떻게 이토록 클 수 있었겠느냐? 자네나 나나 모두 같은 사물이거늘 어찌 서로 다른 사물로 보는가? 그대도 죽음이 가까운 쓸모없는 사람으로 어찌 쓸모없는 나무를 알 수 있으리오?
5. 남백자기(南伯子綦)와 큰 나무
남백자기유호상지구(南伯子綦遊乎商之丘)하다가, 견대목언(見大木焉)하니, 유이(有異)라, 결사천승(結駟千乘)이, 장은비기소뢰(將隱芘其所籟)더라. 자기왈(子綦曰). 차하목야재(此何木也哉)아? 차필유이재부(此必有異材夫)로다. 앙이시기세지(仰而視其細枝)하니, 즉권곡(則拳曲)하여 이불가이위동량(而不可以爲棟樑)이요, 부이시기대근(俯而視其大根)하니, 즉축해(則軸解)하여 이불가이위관곽(而不可以爲棺槨)이요, 시기엽(咶其葉)하니 즉구란(則口爛)하여 이위상(而爲傷)이요, 후지(嗅之)하니 즉사인광정(則使人狂酲)하여 삼일이불이(三日而不已)라. 자기왈(子綦曰). 차과주배지목야(此果不材之木也)니, 이지어차기대야(以至於此其大也)로다. 차호(嗟乎)라 신인이차부재(神人以此不材)로다!
사(駟)/ 사마 사 비(芘)/ 풀 이름 비 將隱芘/ 그늘에 덮여서 가리움 뢰(籟)/ 세 구멍 퉁소 뢰, 울림, 여기서는 그늘 권(拳)/ 주먹 권, 힘 拳曲/ 심하게 구불 구불함 동(棟)/ 용마루 동, 마룻대 량(樑)/ 들보 량 부(俯)/ 구푸릴 부 축(軸)/ 굴대 축 軸解/ 속이 텅 비어있음 관(棺)/ 널 관 곽(槨)/ 덧널 곽 시(咶)/ 핥을 시 란(爛)/ 문드러질 란 후(嗅)/ 냄새 맡을 후 정(酲)/ 숙취 정 차(嗟)/ 탄식할 차
남백자기가 상구(商丘)에서 노닐다가 큰 나무를 보았는데 보통나무와 달랐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 천대가 들어가도 그늘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만큼 되었다. 자기가 말하기를 이 나무는 무슨 나무인가? 필시 훌륭한 재목감이 될 것이다. 고개를 들어 잔가지를 올려다보니 심하게 구부러져 마룻대나 들보로 쓸 수가 없고, 구푸려 밑둥을 내려다보니 속이 텅 비어있어 관을 짤 수도 없고, 잎을 핥아보니 입이 문드러져 헐고, 냄새를 맡아 보니 사람으로 하여금 심히 취하게 하여 사흘이 되어도 깨지 않는다. 자기가 말하되 이 나무야 말로 과연 재목으로 쓸 수 없는 나무라서 이토록 크게 자랄 수 있었도다. 아아! 신인 또한 이 나무처럼 재목으로 쓸모없는 것이렸다.
6. 꼽추 지리소(支離疏)
지리소자(支離疏者)는 이은어제(頤隱於臍)하고, 견고어정(肩高於頂)하고, 회촬지천(會撮指天)하며, 오관재상(五管在上), 양비위협(兩髀爲脇)이로되, 좌침치해(挫鍼治繲)로 족이호구(足以餬口)하고, 고협파정(鼓莢播精)으로 족이식십인(足以食十人)하니라. 상징무사(上徵武士)엔 즉지리양비이유어기간(則支離攘臂而遊於其間)하고, 상유대역(上有大役)엔 즉지리이유상질(則支離以有常疾)로 불수공(不受功)이요, 상여병자속(上與病者粟)엔 즉수삼종여십속신(則受三鍾與十束薪)이니라. 부지리기형자(夫支離其形者)이 유족이양기신(猶足以養其身)하여, 종기천년(終其天年)이어늘, 우황지리기덕자호(又況支離其德者乎)리오?
이(頤)/ 턱 이 제(臍)/ 배꼽 제 견(肩)/ 어깨 견 정(頂)/ 정수리 정 촬(撮)/ 취할 촬, 모으다 회촬(會撮)/ 뒤로 땋아 묶은 머리, 상투 지(指)/ 가리키다 비(髀)/ 넓적다리 협(脇)/ 옆구리 협 좌침(挫鍼)/ 바느질 치해治繲)/ 세탁 호(餬)/ 기식할 호 고(鼓)/ 북 고, 두드리다 협(莢)/ 풀열매 협, 콩깍지 고협(鼓莢)/ 탈곡, 키질하다 파(播)/ 뿌릴 파, 퍼뜨리다 파정(播精)/ 곡식을 까불다 징(徵)/ 부를 징 양(攘)/ 물리칠 양 속(粟)/ 조 속, 찧지 않는 곡식 속(束)/ 묶을 속 신(薪)/ 섭나무 신, 땔나무
지리소(支離疏)라는 사람은 턱이 배꼽에 뭍히고, 어깨가 머리보다 높으며, 상투는 하늘을 찌르고, 오장(五臟)은 위쪽에 붙어 있고, 양다리는 옆구리에 붙어 있지만 바느질과 세탁으로 입에 풀칠하기에 충분했고, 키질로 곡식을 까불어 열 식구를 넉근히 먹일 수 있었다. 위에서 무사를 징집하는 동안에도 지리소는 팔을 휘저으며 돌아다녔고, 위에서 큰 역사(役事)가 있다 하더라도 지리소는 언제나 고질병으로 제외되고, 위에서 변자에게 곡식을 내릴 때에는 곡식 삼종(三鍾)에 땔감 열 묶음을 받았다. 무릇 몸뚱이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 오히려 제 몸을 보양하여 천수를 누리거늘 하물며 덕이 온전치 못한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7. 접여(接輿)의 노래
공자적초(孔子適楚)한데, 초광접여유기문왈(楚狂接輿遊其門曰). 봉혜(鳳兮)여 봉혜(鳳兮)여,하여덕지쇠야(何如德之衰也)인저? 내세(來世)는 불가대(不可待)하고, 왕세(往世)는 불가추야不可追也)로다. 천하유도(天下有道)엔 성인성언(聖人成焉)이요, 천하무도(天下無道)엔, 성인생언(聖人生焉)이니, 방금지시(方今之時)는, 근면형언(僅免刑焉)이로다.
추(追)/ 쫓을 추 근(僅)/ 겨우 근
공자가 초나라에 갔을 때 초나라 미치광이 접여(接輿)가 문 앞을 오락가락하며 노래하기를 봉황이여 봉황이여, 어찌하여 그대의 덕이 쇠하였는가? 앞날은 기재할 수 없고, 지나간 날들은 돌이킬 수 없는 것. 천하에 도가 있으면 성인은 그것을 이루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성인은 자기 목숨을 지킬 뿐이니 지금 시국은 형벌을 면하는 게 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