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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高 (김민철, 안지원, 양혜원)
스마트 폰의 도입으로 모바일 사용 양상이 변화하면서, 망(이동통신사)-플랫폼(OS)-콘텐츠-단말기(Terminal)의 수직적 결합은 해체되고 있다. 기존의 모바일 이용자들은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주로 이용했다면, 스마트폰이 도입된 이후로는 인터넷 서비스 이용에 의한 데이터 소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금융, 건강, 문화 등에 관련된 생활 전반의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의 모바일 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이동통신사는 기기의 유통에서부터 통신, 콘텐츠까지 장악하는 지배적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한 이용자들은 모바일 기기를 선택할 때, 이제 더 이상 네트워크가 아니라 콘텐츠를 상품 선택 기준의 중심에 두고 있다. 결국 스마트폰은 망 사업자가 지배하는 시장 구조를 해체하고 콘텐츠 사업자와 사용자의 위상이 높아진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인터넷은 전송되는 데이터의 종류가 어떤 것이든 먼저 입력된 것이 먼저 처리되는 ‘선입선출 방식(First In, First Out)'을 취한다. 때문에 한꺼번에 대용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서비스나 전송지연에 민감한 서비스의 경우 망에 과부하를 유발시키면서 서비스의 품질을 하락시킨다. 최근 망 중립성 논쟁이 일어나게 된 기술적인 배경에는 인터넷의 기본적인 전송 방식에 있다.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란 “모든 콘텐츠가 모든 망사업자에게 어떠한 차별도 없이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하며, 사용자는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원하는 콘텐츠에 접속해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리”이다. 이승엽 「스마트 기기 관련 망중립성 논의 동향」, 『Journal of Communications & Radio Spectrum』, 2011, 32쪽에서 재인용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스마트 기기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모바일 콘텐츠 이용이 급증함에 따라, 망 중립성 문제를 두고 망 사업자와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 간의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들이 이용자의 편의를 위하여 개발하는 모바일 콘텐츠들이 과한 망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망 사업자들은 전체적인 모바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용자가 2천만에 달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메신저에 접속하고 있는 실시간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한다. 네이버에서 시작한 프로야구 중계와 같은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또한 현재 3G망에서는 소화할 수 없는 트래픽 문제를 발생시킨다. 결국 네이버 측은 2011년 8월 16일을 기점으로 WiFi 망에서만 실시간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고 다른 망에서의 모든 실시간 야구 중계 서비스는 중단했다. 앞으로 스마트 TV와 m-VoIP의 보급은 망 이용에 있어 더 많은 트래픽 발생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실시한 것이 트래픽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데이터 사용량에 상관없이 일정한 요금을 지불하면 똑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정액제의 맹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망 중립성을 고집하기 보다는 그것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그 방법이나 정도는 망 중립성 완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고려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망 중립성 완화의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 이전에 망 중립성이라는 개념 대신 망 효율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망 중립성이라는 용어는 마치 중립이라는 가치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비차별적으로 망에 접근 가능할 수 있어야 하지만 결국 이러한 평등의 가치는 효율성이 보장된 후에 실현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망은 기본적으로 망 사업자가 투자하여 구축하게 되지만. 국가 기간통신망 구축을 위해 일정 부분은 국고에서 지원이 된다. 특히 무선망의 경우 주파수라는 완전한 공공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터넷 망은 전적으로 사적 재산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망의 용량을 사회적 수요에 따른 적정수준 정책차원에서 유지하기 위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망 사업자의 입장에서 망 투자 유인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들이 망의 과부하를 유발하는 대용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 가입자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대부분이 정액제 요금을 사용하게 되면서, 망 사업자의 수익 증가율은 낮아지고 있다. 그에 반해 콘텐츠 사업자의 수익이나 트래픽 증가는 급속도로 증가해 왔다.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는 망 사업자에 의한 외부경제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콘텐츠 사업자의 사업 확장으로 망 자체에 대한 과부하가 걸리면서 외부불경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반 이용자들이 트래픽에 의한 피해를 볼 경우 불만의 화살은 망 사업자에게 향하게 되고, 망 품질 유지를 위한 비용은 전적으로 망 사업자에게 들어간다. 망 이용대가를 이미 콘텐츠 사업자에게 받고 있지만, 그것을 초과한 수준의 망 과부하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특정 콘텐츠가 망에 과부하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에서 제공된다면 이에 대한 비용은 기본적으로 콘텐츠 사업자가 내는 망 이용비용과 동일할 것이다. 하지만 과다한 트래픽을 유발하며 망 전체의 과부하를 일으키는 것은 새로운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것이다. 또한 과다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는 대체로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만큼 정당한 수준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일부 과다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사업자는 추가적인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타당하다.
망의 과부하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나 망에 무임승차를 함으로써 콘텐츠 사업자가 얻는 수익을 정확히 측정해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망 이용 요금은, 망 사업자 측에서 일종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일부 과다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 및 트래픽에 의한 지연이 일어나면 안 되는 서비스들을 새로운 망을 통해서 제공함으로써 망의 과부하를 피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망의 이원화(two-track)는 전송차등화의 방식 중 하나로 망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단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선입선출 방식을 포기하고 몇몇 서비스를 별도의 프리미엄 망을 통해 관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망의 과부하로 인해 저하된 여타 서비스들의 품질 역시 보장받을 것이다. 지난 2010년 구글(Google)과 버라이즌(Verizon)이 공중 인터넷(Public Internet)과 구별되는 추가적이고 차별적인(additional, differentiated) 서비스에 대해서 추가 요금을 요구할 수 있다는 데 합의한 일이 비슷한 예이다. 단, 더 많은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기업의 서비스가 아니라 u-Health 정보 통신과 보건 의료를 연결하여 언제 어디서나 예방, 진단, 치료, 사후 관리의 보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와 같이 이용자에게 필수적인 서비스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전송 차별화 허용 시에 이동통신사들은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프리미엄 망에만 집중적인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망 사업자의 또 다른 수익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인 해결책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따라서 프리미엄 망 이용에 대한 지불 금액의 적정 수준과 이용 대상의 선정 기준을 정해야한다. 그리고 프리미엄 망에 대한 요금이 모바일 생태계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주체들인 소규모 CP들에게 일종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서비스가 유료의 프리미엄 망 서비스를 이용할 지의 여부는 CP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가입자의 규모, 트래픽 유발 정도, 서비스의 종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 포털과 수직으로 연결되어 있는 거대 CP(Contents Provider)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입자의 수, 트래픽 유발정도가 적은 소규모 CP의 경우는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할 필요 없이 기본 망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일정 기간 동안 베타 서비스(체험판)를 시범적으로 유포하는 것을 권고사항으로 지정하면 이 과정에서 앞서 말한 종합적인 요소들을 사전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전송차등화의 또 다른 방식으로는 전송 지연에 민감한 데이터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안이 있다. 다만 여기서 우선순위를 매기는 기준이 중요한데, 이는 정부나 방통위에서 정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이 방안이 현실화 되려면 데이터 통제 기준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동 통신사들에 임의적 네트워크 접근을 허용할 경우에 자신들의 서비스와 직접적인 경쟁 상태에 있는 서비스(예를 들어 음성전화 서비스- m-VoIP, 문자 메시지 서비스- 무료 메신저)를 우선적으로 차단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자들의 콘텐츠도 활성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불공정 경쟁 행위를 막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법적 장치 중 하나로,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망 중립성 전문가로 구성된 제 3의 독립부서를 설치하여, 유통되고 있는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통제 기준의 적절성을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네티즌들이 직접 참여하여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콘텐츠 제공자들(CP)이 망에 대한 요금을 이용자에게 전가한다면 이것은 ‘이용자의 권리’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물론 망 사업자나 콘텐츠 제공자들에 비해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용자들의 편익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편익이라는 것이 곧 CP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들도 방송이나 책, 영화처럼 우리가 적절한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하고 있는 다른 콘텐츠들처럼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전송차등화는 4G 망으로 이행하기 전의 단기적인 방안이다. 4G 망이 보편화된다면 프리미엄 망을 이용하지 않고도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프리미엄 망 제공에 의한 수익이 사라지고, 트래픽의 증가율을 망 사업자가 여전히 따라가지 못한다면,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망 사업자의 투자 유인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망 사업자들 간의 경쟁이 심화된다면 분담금이 지속적으로 지급되지 않더라도 망 고도화에 투자할 것이다. 만약 통신 시장이 충분히 경쟁적인 상황에서 망 투자에 소홀해진다면, 더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 품질을 원하는 소비자는 다른 통신사로 갈아탈 것이기 때문이다.
통신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의 활성화가 있다. MVNO의 활성화가 통신시장의 경쟁 심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미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가 활성화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데이터 MVNO 사업자인 일본통신(Japan Communications Inc.)은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의 통화료의 절반 가격에 ‘050’ 번호를 사용하는 ‘모바일 IP폰’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강유리, 「국내․외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mVoIP 대응 동향 및 시사점」, 『방송통신정책』제23권 10호 통권 509호, 2011, 19쪽.
일본의 MVNO 시장이 활성화된 배경에는 일본 이동통신사들이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를 분리한 ‘분리플랜’에 있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공짜 폰, 2년 약정’이 사라진 것이다. MVNO와 기존 통신사들(MNO)이 같은 조건에서 단말기를 공급할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일본은 단말기와 요금제를 분리함으로써 이용자들이 다양한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통신사 간의 경쟁을 유도해냈다. 또한 통신사 간에 번호이동을 가능하게 해서 번호 변경에 대한 부담 때문에 통신사를 바꾸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MVNO가 제공할 수 있는 단말기가 제한되어 있어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든 상황이다. 번호 이동의 경우는 방통위에서 국내 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번호 이동뿐만 아니라 요금제와 단말기를 분리하고 MVNO가 다양한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이 모든 정책은 결국 변화하는 통신 시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다. 예를 들어 MVNO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이전 세대의 휴대전화와 다르게 와이파이 등 기타 부가적인 통신 규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를 보면 모든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이 되는 세상도 멀지 않았다. 휴대전화 = 스마트폰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시장의 변화에 대비해 이제 MVNO에도 스마트폰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번호 이동은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제4이동통신사의 도입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욱 경쟁적으로 변화할 통신 시장을 기존 통신사들이 받아들여야 한다. MVNO의 활성화, 요금제와 단말기의 분리, 그리고 앞서 말한 콘텐츠 서비스 중심의 시장변화 속에서 기존 통신사들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4G시대에는 더 많은 데이터들이 유통될 것이고, 지금보다도 더 좋은 모바일 콘텐츠들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m-Voip 서비스의 수준이 음성 통화 서비스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4G시대가 오면 점차 m-Voip의 사용자가 음성 통화 사용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경우 지금과 같은 요금제 구조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던 소비자들은 음성 통화와 메시지 서비스를 모두 데이터 기반으로 한 인터넷 통화, 문자 서비스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것을 공짜로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들이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망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경제적 유인이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단지 우리가 이용하고 있던 음성통화료가 데이터통화료로 대체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어느 정도 비용부담을 감수한다면, 양질의 콘텐츠를 보다 더 발전된 기술 환경에서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콘텐츠 사업자가 비용을 분담하고, 망 사업자 역시 망의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투입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lose-lose의 형태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결국 대용량의 망을 이용한 고도화된 서비스를 가능케 함으로써 장기적인 win-win을 가능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