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금북정맥 5구간(감우리 큰곰집-정맥 능선-보현산-돌고개-삼실고개-517봉-큰산-행치고개)
1.일시: 2013년 7월 20일 토요일
2.참가인원: 당일 급작스럽게 '바람'의 불참으로 '그윽한 미소'와 나랑 단 둘.
3.날씨: 요즈음 정맥하면서 보기 드물게 조망이 트이고 시야가 멀리까지 확보되어 그야말로 큰산에서의 조망은 압권 그 자체였다.
4.산행시간: 08:18:25~18:17:12(09:58:47)
이동,도상거리:33.45km, 31.50km
평균속도 휴식포함: 3.35km/h
휴식제외: 5.29km/h
고도: 551~139(412)m
오르막 거리, 속도: 17.28km, 5.15km/h
내리막 거리, 속도: 15.76km, 5.31km/h
휴식 횟수 시간: 4회, 03:39:23
GPS 오류 횟수(터널 포함): 0회
출발
장마철인데도 불구하고 매번 산행계획을 공지하고 당일이 되면, 이상하게도 날씨가 흐리기는 해도 비를 조우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번 장마는 사상 유래없이 길다고 난리들인데 우리에게는 비가 인색하기 그지없다.
배부른 투정인지 모르지만 우연히 꼭 우연히 정맥상에서 비나 한번 시원하게 맞아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말이 씨가 된다고 다음 구간에서 정말 비를 조우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이렇게 비를 바라는 마음은 여름의 정맥 능선에서만 간절할 뿐이다.
그만큼 언제나 정맥의 여름은 고난의 연속이다. 음습한 곳에서는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그곳을 벗어나면 뙤약볕이 우리를 기다린다. 그것 뿐인가!
잡목에 가시덤불 그리고 키 작은 잡목 가시나무들이 얼굴이며 팔다리를 마구 찔러대니 그야말로 몸은 만신창이!
게다가 한남 금북정맥은 표고 차이가 커 그만큼 체력적으로 부담도 되고 특히 더위 때문에 어려움은 더 배가 된다. 그나마 정맥능선상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드물어 훌러덩 옷을 벗어 버려도, 누가 탓할 사람은 없어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여름 산행의 최고 복병은 역시 더위다.
이 무더위와 잡목 가시나무 그리고 능선의 표고차들도 '고진감래'라는 고사성어를 체득하기 위한 조연출이였음을 큰산(보덕산)에서 아주 크게 경험했다.
이번 산행의 맨 마지막 구간에서 가장 높은 500고지를 피땀 흘려 올라 갔더니 거기 '고진감래'의 표본 큰산(보덕산) 정자가 있었다.
산행을 하면서 수많은 정자들을 보았고 쉬어도 봤지만, 이번 구간 큰산(보덕산)에 위치한 정자만큼 풍광을 보여준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힘들게 올라간 뒤에 맛보는 경치와 시원한 바람이 한 몫을 했겠지만, 그것을 떠나서라도 이곳은 정말 다시 한번 더 오고싶을 정도로 360도가 탁트여 있어 일단 가슴이 후련하다. 거기다가 조망에 날씨까지 받쳐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더불어 이제는 무더위에 더 이상 높은 곳으로 기어 오르지 않아도 되니 몸과 마음이 홀가분하다. 숙제를 끝낸 어린아이 처럼 가벼운 마음! 금상첨화! 일석이조! 도랑치고 가재 잡고! 일거양득! 꿩먹고 알먹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마당 쓸고 엽전 줍고!
이곳 큰산에서 바라 본 행치고개, 빗방울이 왼쪽으로 떨어지면 한강으로,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금강으로, 이곳 출신 '남인'은 어릴때 이곳에서 물이 서로 반대로 흘러가는 것을 신기해 했다고 하는데...
거역할 수 없는 숙명! 이것이 물의 운명인 것을...
행치고개에서 GPS를 꺼야 하는데 잊어버리고 그냥 두었더니 위에 산행시간이 그대로 택시로 이동한 거리까지 포함되어 버렸다.
분홍색 실선이 우리가 걸었던 정맥길이다. 택시 이동 경로는 옅은 분홍색으로 다소 희미하다.
오늘 얼마나 더우려는 지 아침부터 푹푹찐다. 무극 터미널에서 이곳 감우리 큰곰집까지 택시비 약 8,000원.
출발 8시 32분
정맥 능선 오름길에서...
이 꽃 이름은 고추나물! 우울증 치료에 탁월하고 알콜 중독증에 다려 먹으면 술이 맹물처럼 바뀐다는 전설이 있는 약초다.
덥지만 날씨가 도와줘 조망이 확 트였다. 간만에 느끼는 눈 호강이다.
능선 갈림길에 도착 9시. 칠점사가 자주 출몰한다기에 베낭에 종을 달았다. 뱀이 쇳소리를 싫어한다는 풍문을 듣고서...
보현산(483m) 도착 9시 16분.
왼쪽에 있는 산이 몇년전에 올랐던 부용산이다. 모처럼 보여주는 조망! 등산의 묘미는 이맛인데 한동안 잊고 살았다.
왕원추리꽃!
선명한 스카이라인과 시원한 조망이 얼마만인가? 이그림 한가지만으로도 오늘 땀흘린 보람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보현산 약수터 내려가는 길에 있는 기념비.
보기만해도 시원한 조망이다.
잘 조성된 정맥 능선길에 납골묘.
이곳 쉬는터에서 잠시 땀을 식히면서 탱글 탱글 얼은 맥주를 '그윽한 미소'와 한모금씩하고 옥수수 한자루식 때렸다.
보현산 산악회에서 제공한 안내문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썼는지 모르지만 철자가 맞지 않아 박장대소했다. 앞뒤 문맥도 안맞고철자도 틀리고... 그러나 틀린 철자보다도 드높은 애향심을 더 높이 사고 싶은 문구들이다!
보현산 약수터 표지석을 따라 오르면 보현산 정상으로도 통한다.
이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처음 출발했던 감우리 큰곰 집 앞으로 난 도로와 만난다.
이름도 무시 무시한 마귀광대버섯! 독버섯중에 왕 독버섯. 먹으면 옆구리에 날개를 단다.
더워서 미치려고 한다 응달 아니면 쉴 수도 없다!
아까시재목버섯! 불로초, 장수버섯이라고도 불리우며 항암작용이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미리 알았더라면 채취해서 다려 먹는 건디...
돌고개 도착 11시 41분.
앞산 벌목한 산 방향으로 정맥길이 열려있다. 여름 능선길은 언제 어디서나 가시덩굴과 잡목들로 덮여있고, 곧이어 바로 발밑도 보이질 않는 밀림, 그밑에 칠점사라도 있어 한입 베어 물면 또 옆구리에 날개를 단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정규 등산로가 아니기에항상 이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영지의 자태!
유구무언! 요근래에 이런 조망을 경험한 적이 없다. 동쪽끝에 있는 산이 속리산인 것 같다. 여기서도 보이다니 기적 아닌가?
둘이 먹기에는 너무 많이 바리 바리 싸왔다. 높이와 더위에 시달리면서도 입의 즐거움은 양보할 수 없는 '그윽한 미소'의 맛에 대한 집념! 그덕에 나도 입이 호강하긴 하지만 입만 돌볼 것이 아니라 이젠 몸도 좀 돌보길 바란다. 음식의 무게 때문에 몸이 괴로우니...
짙은 숲으로 죽 연결된 것이 정맥길인데 이곳에서 빗방울이 왼쪽으로 떨어지면 한강으로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금강으로 간다.
의지와 상관없이 이렇게 결정된 것들이 어찌 빗방울 뿐일까 마는, 인간사에 비춰보면 오히려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거부할 수 없는숙명같은...
저쪽끝에 속리산이 있다. 이럴때는 사진보다는 눈의 정확도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한남금북정맥의 정기를 받아 태어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 행치고개의 행치마을이 반총장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한남금북정맥 능선 길 위에 있다.
큰산의 아름다운 조망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인물은 '그윽한 미소'가 훠~ㄹ 낫다.
반총장의 생가
행치고개에서 본 보덕산 정자!
행치고개 도착 5시 42분.
'남인'의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이곳에서 있어 겸사 겸사 내려와 '남인'을 무극에서 조우했다. 오랫만에 타지에서 당구 한판 했다.
이자리에 '딱선생'이 있었으면 무조건 일등인데 오늘은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이라고 소 뒷걸음질치다 내가 쥐를 잡았다.
'남인'은 이동네 출신이라고 이곳 저곳을 끌고 다니면서 이것 저것 설명을 해준다.그래서도 그렇지만 무극도 여러번 출몰하니 타지같이 낫설지 않고 정겹게 느껴진다. 이렇게 또 한도시와의 깊은 인연의 끈을 이어갈 수 있었다.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횟집에 들러 간단하게 세꼬시를 안주 삼아 셋이서 회포를 폴었다. 동서울로 가는 막차가 8시 30분이어서
더 함께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버스에 올랐다. '남인'도 아쉬운 지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는 것까지 보고는 모임장소로 이동했다.
남인! 세꼬시 잘먹었다. 그리고 '그윽한미소'도 불볕에 고생했다!
나의집 도착 11시 30분
첫댓글 큰산(보덕산) 정상 정자의 풍광과 시원한 바람은 평생 못잊을것 같다...희안하게 날은 무지하게 더워 당연히 바람도 무더워야 하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 마치 얼음골의 서늘함까지 느껴 졌었다..청학 고생했다...
이제 발빠른 산꾼 두분이 하시니 구간거리와 시간을 길게 하시네요.....
긴장마 끝에 잡목과 가시덤불에 정맥길이 쉽지만은 않겠습니다.
조심해서 쉬엄쉬엄들 안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