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당진에 첨단복합도시를 조성한다고 발표하자 이를 두고 서산-한화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작년 1월 18일 서산시, 한화그룹, 한국산업은행이 서산시 성연면 일원 100만평 규모의 첨단 복합 산업단지인 서산테크노폴리스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었다. 그러나 올해 1월 한화그룹이 또다시 2015년까지 3조4000억 원을 들여 충남 당진에 330만㎡(100만평) 규모의 첨단복합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소식을 접한 서산 시민들은 발끈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미 2006년 1월 18일 서산시 성연면에 2010년까지 3조2000억 원을 투입해 330만㎡규모의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키로 서산시와 협약을 체결했는데 1년 뒤 당진군과 내용적으로 똑같은 협약을 맺어 서산시와의 협약이 물거품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진군은 오는 2015년까지 총3조4천억원을 투입 100만평 규모의 주거/상업 시설과 산업 및 공원시설 등을 갖춘 첨단 테크노폴리시(복합도시)가 조성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군은 9일 오전11시 회의실에서 민종기 당진군수, 정승진 한화도시개발 대표이사, 이상권 한국산업은행 투자금융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 컨소시엄(제 3섹터방식) 개발계획 협약식을 체결했다.
협약서 내용을 보면 당진군 일원에 초기 1단계 사업으로 조성규모 100만평에 대하여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첨단복합도시로 개발하고 당진군과 한화그룹, 한국산업은행이 공동으로 설립할 SPC(특수목적법인)가 사업 시행자가 되어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당진복합도시(테크노폴리스) 조성계획을 보면 오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총 3조4천억원을 투입 당진군 일원에 총 100만평 규모로 ▲ 일반시설용지(22.0만평)에 연구/주거/상업 기능을 갖춘 자족적인 복합도시 조성 ▲ 공공시설용지(35.5만평)에 환경 친화적이며 문화가 공존하는 쾌적한 공원도시 조성 ▲ 산업시설용지(42.5만평)에 철강/자동차 연관 산업 등 주변산업과 연계한 산업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개발에 참여하게 되는 한화그룹은 이미 2001년부터 대전광역시, 한국산업은행과 공동으로 대전시 유성구 탑립동 일원 129만평에 달하는 대덕테크노밸리(www.dtv21.co.kr) 조성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국내 제3섹터 사업 방식 중 민간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성공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날 협약체결에 따라 당진군과 한화그룹, 한국산업은행은 단지개발을 위한 지구지정, 개발계획 수립, 보상, 입주업체 유치, 각종 금융지원 등 제반사항에 대하여 각각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살려 상호 역할을 분담하여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민종기 당진군수는 지난해 7월 산업단지 입주 수요 조사결과 82개 업체(약 35만평 규모)가 입주 희망의사를 밝혀 조성에 낙관적이라며, "당진테크노폴리스를 생산, 주거, 업무 및 휴식공간이 복합된 환경/문화친화적 명품단지로 조성하여 당진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군관계자는 개발효과로 개발 기간동안 총 20만명의 고용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며, 단지 조성이 완료 되는 2015년 이후에는 주거용지에 8,000여 세대, 22,000여명의 상주인구와 산업/상업/지원시설용지 등에 650개 기업이 입주함으로써 2만5,000명의 고용유발 효과와 연간 2조원 이상의 매출로 지역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산/당진, 사업 규모와 내용 크게 다르지 않아] 실제로 협약내용을 살펴보면 두 곳의 사업완료 시기만 차이가 있을 뿐 사업 규모와 내용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그룹의 구상안에 따르면 서산테크노폴리스는 기능에 따라 산업축, 지원축, 주거축의 3개축으로 구성된다. 각 축은 용도에 따라 특성화 된 개발 컨셉을 반영하여 조성되고 상호 유기적 연계로 자족적인 복합 단지가 될 수 있도록 구성될 예정이었다.
산업축은 서산 제1, 2지방산업단지와 성연농공단지 등 기존 산업단지 입주업체와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단지 북동 측에 배치하였다. 서산-대산을 잇는 국도 29호 및 서산 IC와 연계되는 국지도 70호선과의 접근성이 좋아 생산 제품의 원활한 물류가 가능토록 하였다. 산업축에는 자동차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조립 ․ 금속제품, 기타 전기 ․ 기계 등 첨단 산업 500여개 업체가 입주하게 될 예정이었다.
주거축은 조망권과 서산 시내와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단지 남서측에 배치하고 기존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친환경 주거단지로 구상하였다. 현재 공사 중인 고남리와 온석동을 연결하는 도로를 이용하면 서산시청까지 5분이면 갈 수 있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약 7,000 여 세대가 들어서 서산 제1의 주거단지로 조성하게 된다. 특히 주거단지 내에는 초 ․ 중 ․ 고등학교 및 특목고 유치와 대형 할인점을 유치하여 입주민을 위한 교육 및 상업적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산업축과 주거축을 물리적으로 구분하면서 기능적으로는 양축을 지원하는 지원축은 산업축과 주거축 중앙에 조성된다. 지원축에는 지역민의 휴식과 위락 공간이 될 수변공원과 음악분수, 산책로 등 입주사와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다.
서산테크노폴리스 개발 사업은 보상비 및 토목부문 약 4천억 원, 건축부문 약 2조8천억 원에 총 사업비 3조2천억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조성 기간 동안 총 20만 명의 고용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조성이 완료되는 2010년 이후에는 2만5천명의 고용유발 효과와 연간 2조 8천억 원의 매출로 지역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산시 관계자, “ 사업주체를 바꿀 수도 있다”] 한 지역경제 전문가는 “두 곳의 차이점은 완공 시기만 다를 뿐이지 서산시 협약식을 그대로 복사한 것으로 당진군과 한화의 협약식은 서산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산시 지역경제과 최창용 과장은 “한화 관계자가 직접 서산시를 방문해 서산테크노폴리스는 예정대로 추진된다. 이번 달까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다음달 중 기본설계에 착수, 상반기 중 지방산업단지 지정승인을 받은 뒤 실시설계 등을 거쳐 빠르면 연내 토지보상 등에 나서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과장은 “계획대로 정상추진 될 것으로 믿지만 일정시한까지 한화가 서산 사업에 대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태도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업주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충남 서북부 상공회의소 ㅁㅁ 기업 관계자는 “당진군이 시 승격을 앞두고 전시용으로 내놓은 해프닝이 아닌가 생각되며 만약 서산을 포기하고 당진군에 복합단지가 조성한다면 서산시를 무시한 결과로 우리 지역민들은 한화의 모든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에 나사야 한다.” 며 분통을 터트렸다.
[서산, 천수만 개발 건도 태안에 밀려 곤혹] 서산시가 ‘테크노폴리스 건’ 때문에 당혹하는 이면에는 현대건설과의 천수만개발 계획이 태안에 밀린 전력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쓰라린 경험이 때문에 이번 한화의 당진 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서산시는 2004년 9월 천수만 간척지 B지구 내 577만5천㎡(175만평)를 '웰빙.레저특구'로 개발하자는 현대건설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듬해 2월 사업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까지 했으나 현대건설은 뒤늦게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에 나선 태안군과 손잡고 정부승인까지 얻어냈다.
결국 태안 기업도시는 지난해 12월 19일 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안이 기업도시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으며 태안군과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 지역에 대한 실시계획 수립과 문화관광부의 승인을 받은 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8조3천억 원을 들여 골프장과 테마파크, 국제 비즈니스단지, 첨단복합단지 등을 갖춘 기업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산웰빙특구는 철새도래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정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아직까지 성사여부가 불투명해서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서산 시민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정초부터 ‘제대로 되는 일 하나 없다’ 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천수만개발 건에 이어 테크노폴리스 건까지 밀린다면 지역경제 회생의 실마리를 풀 수 없다는 안타까움까지 느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