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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지맥 5구간
2011.06.12 (일)
산길 : 들입재~오십천
거리 : 13.0km
구간거리
들입재~7.8~안항산~5.0~고성산~0.2~오십천 / 13km
Cartographic Length 15.4km Total Time: 06:50
1월9일에 1차를 했으니 50km도 안되는 산줄기 하나 마치는데 근 육개월이 걸렸다. 도중에 눈 때문에 백운지맥을 말아 넣었으니 농땡이 친거는 아니다만 백두대간도 아닌 짧은 산줄기에서 폭설과 땡볕의 그림을 다 본다.
무박산행의 피곤함 때문에 당일로 뛰다보니 차수가 다섯 번으로 늘어나고 매번 잘라먹는 거리도 얼마 안된다. 이거나 저거나 일장일단이 있게 마련인데 다음 계획인 만월지맥은 무박으로 하기로 했으니 세 번이면 족하겠다. 그렇더라도 산줄기 빨리 뗀다고 누가 상을 주나? 연금이 나오나? 다리 몽댕이 아껴가면서 오래오래 즐기는게 더 나은 일 아니겠나.
오늘 구간은 석회석광산인 채석장 때문인지 몰라도 많이 다닌 흔적이 없어 잡목에 시달렸다. △590.9봉에서 안항산이 아닌 선구산, 근산 줄기로 진행한 이들도 있는 모양이라 그렇지 않아도 희미한 지맥길에 발길이 양분되니 더 희미하고 애매해졌다. 오십천의 하구를 어디로 보느냐 하는 것인데, 끝까지 따라가보니 안항산으로 가는게 맞다 싶다.
고성산에서 내려서고 언제 생긴지는 모르겠으나 하구 바닷가에 조성된 우산국을 정벌한 신라장수 이사부 기념비 앞에서 지맥 졸업사진을 찍는 일은 ‘육백지맥 보너스’가 되겠다.
오십천 하구에 있는 [이사부 우산국 속국 출항지]
10:20 들입재
11:21 △563.4
12:54 △590.9
14:10 안항산
14:39 ×336
15:48 △244.3m
16:10 한치터널 상단
16:50 고성산
17:08 오십천
들입재(345m)
뜻도 연유도 모를 들입재라. 들 입(入)字가 연상되는 명칭이다만, 삼척시 근덕면지를 보니 교곡리에서 노곡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드릅재’로 기재했고, “노곡 드릅재 터널 개설 국비지원” 이라는 강원도민일보 기사도 있으니 드릅재가 맞는 모양이다. 사전에 ‘드릅’을 찾아보면 “<식물> 두릅(나무)의 잘못”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와 비슷한 이름으로 느릅재, 지릅재도 있다.
어제 준비한 진드기 회피제 ‘비오킬’을 마치 구제역 방제하듯이 사람마다 배낭이며 옷에다 분무했다. 모기나 파리, 또는 벌이라 할지라도 크게 문제될거는 없는데 진드기는 그렇지 않다. 살을 파고 들어가면 수술을 해야 제거가 되고, 2차 감염도 우려되고 실제 그런 경우도 드물긴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지라 미리 대비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누구에게도 진드기 피해는 없었다.
근덕면과 노곡면의 면계가 되는 고개 정점에서 노곡쪽으로 치우쳐 산으로 들어가는 임도가 있고 좌우로 갈라진다. 우측으로 들어가 마루금이다 싶을 지점에서 산비탈로 붙었다. 임도는 더 들어가봐야 벌어지기만 할뿐이다.
길도 없는 급비탈을 용을 써매 올라치면 ×527이고 주위에는 한약재로 쓴다는 백선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서에서 북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녹쓴 철조망이 나오고 이어 560봉 우측으로 임도가 있다. 지도에 자세히 보면 점선으로 표기된 임도인데 임도가 곧 마루금이다. 길바닥에 KORES(한국광물자원공사) 시추봉 뚜껑이 이어진다. 땅속 내시경을 했다는 얘긴데, 오늘구간 전반적으로 땅 파먹고 나무 잘라먹은 흔적들이 이어진다. 먼 훗날 후손들은 뭘 파먹고 살아갈까 걱정이다.
△563.4
700m 가량 임도따라 12분 진행 후 임도는 끝이나고 비탈로 올라가면 삼각점봉이다. 숲이 둘러싼 봉우리에 삼각점 번호는 식별이 불가다. 돌바닥인 능선길 10분 후 면계와 벌어진다. 앞에가던 장대장이 더덕을 캐고 있다. 캐고 남은 더덕줄기를 들고 주변의 풀잎과 맞춰봐도 나는 모르겠다. 어떻게 한눈에 바로 알아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들입재
초입 임도
능선길 임도
칠새골 안부를 지나 올라선 ×558봉 직전의 560쯤 되는 봉에 점심자리를 폈다. 앉았다 하면 단추 풀고, 단추 푼김에 벗어 넌다. 혼자라면 바지까지 벗겠는데 여럿이니 기본 체면은 지켜야지. 뼈대있는 벽진이공이 체통유지는 해야 안되것나. 물김치를 하루전에 얼렸다 가져오니 여름반찬으로는 그저그만이다. (~12:20)
△590.9 선구산 분기봉
×558봉 지나 쑥 떨어지면 고깃길 흔적은 없는 펑퍼짐한 우발리 안부이고 다시 높게 솟은 봉우리로 올라가면 오늘구간 최고봉이다. 지도에 표기된 △590.9봉은 왼편 100m 정도 거리라 눈으로만 쳐다본다.
왼쪽은 여삼치 건너 선구산(457m) 근산(505.4m)쪽이고, 지맥은 우측 능선이다. 북쪽이 벌목이 되어 훤하게 열려 멀리 삼척시가지와 동해바다가 보이고 봉우리 한쪽 면이 잘려나간 안항산도 보인다. 트인 조망만큼 바람도 시원하다.
마루금 능선따라 벌목경계선이 이어지는데 벌목지와 숲속을 번갈아 들락거리며 진행한다. 벌목지에는 벌목잔해가 발목을 걸고 숲속 길은 나뭇가지가 길을 덮었다. 왼편 건너 근산이 볼록하게 솟아있고 그 뒤로 백두대간 두타산이 희미하다. 두타산까지 직선거리는 15km 정도인데 하늘이 맑지 않다.
더덕
선구산 분기봉 / 절반이 잘려나간 안항산이 보인다
×511봉 능선은 바위지대인데, 산능선에서는 특이하게 마치 바닷가 갯바위처럼 보인다. 잠시 후 면계는 직진이고 지맥은 왼쪽 급비탈로 떨어지는데 내려가기가 여의치 않아 게걸음으로, 뒷걸음질 치면서 조심조심 내려섰다. 급하게 내렸다가 다시 올라선 410봉에서 걸터앉으니 희중아우 배낭에서 참외 한봉다리 나온다. 굵은 참외가 대여섯개 되는데 혼자는 먹지도 못할 양이라, 농갈라 먹기 위해 무게를 감수하고 짊어지고 온 마음이 가상한기라.
이어지는 능선 왼편은 아주 넓게 벌목을 해놓은게 아마도 저 아래 광산처럼 땅을 파기위해 정리한게 아닌가 싶다. 벌목으로 어수선해 어디가 마루금인지 분간이 안된다. 송전철탑을 목표로 내려가고 철탑을 지나 우측으로 붙었다. 안부에는 산딸기가 지천이라 다들 따먹느라 정신이 없다.
철탑 다음봉에서 헤어졌던 면계와 다시 만나고 왼쪽 아래 안부를 지나면 발파지역 경고문이 있다. [12시 발파]라 했는데 시간이 넘었는지 조용하다.
근산 너머로 두타산이 희미하다
×310
올라서면 산을 깎은 광산이 시작되는 ×310봉이다. 비탈을 올라서니 바로 앞에서 굴삭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업중이다. 우측 갓길로 피해 올라가면 쌍용자원개발 광산 임도다. 여기서부터 안항산을 넘고 △244.3봉까지 광산지역인데 쌍용개발과 동양시멘트의 경계지점 중간의 숲속 봉우리는 산길이 거의 없어 잡목 덤불속에서 몸부림을 쳐야된다.
쌍용자원개발
왼쪽 아래 골짜기 전부를 파먹어 마치 외계인 동네처럼 보인다. 까마득히 아래에 군데군데 움직이는 성냥통 보다 더 작게 보이는 덤프트럭들은 SF영화에 나오는 외계인들의 전차다. 작업장내 임도를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지도상 안항산인데 광산 구역내에 포함된 봉우리라 원래의 형체는 알아 볼 수도 없고 정점 부분도 이미 깎여나가 황토흙을 드러내고 있다.
쌍용자원개발 광산
안항산 정상부
안항산 (×359m)
지도를 자세히 보면 안항(鞍項)이 아니라 안정(鞍頂)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삼척시청이나 선답 산행기들을 봐도 모두 안항산으로 적고 있다. 이 부분에서 또 내가 그냥 넘어갈 수 있나. 이리저리 찾아봤다
1918년 일제가 발행한 지형도를 보면 鞍項山이라 적고 카다가나로 ‘안항산’이라 부기했다. 좀 오래된 5만 지형도와 최근 발행 25000 지형도에는 ‘鞍頂山’으로 표기했다. 목항(項)이 정수리정(頂)으로 표기된 것이다. 그 외 민간에서 발행한 여러 지도를 찾아봐도 모두 ‘안항산’이다. 강원도민일보 최근 기사에도 “안항산 광산이 환경을 저해...”로 봐서 안항산이 맞다고 결론 낼 수밖에 없다. 정부만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명검색에도 ‘안항산’은 없고 ‘안정산’이 나온다(강원도 삼척시 남양동)
이미 절반이 떨어져 나가고 조만간에 온전히 없어질 산봉우리 이름을 갖고 떠들어봐야 입만 아프다. 때맞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니 아랫도리 까놓고 고추말리기 작업을 한다. 뽀송뽀송해 질 때까지...
GPS 게기판에 8.5km가 찍혀있으니 이제부터는 후반전이다. 동쪽으로 포크레인이 뭉게놓은, 길 아닌 길로 내려가니 왼쪽 벌목 덤불속에 嘉善大夫(가선대부) 묘비가 머리를 내밀고 있다. 요즘으로 치면 차관이라해도 우습지만(!) 예전 같으면 눈부터 깔아야 할 어르신인데, 석회석만도 못한 돌비석이 되어버렸다.
가선대부 알기를 ....
인동덩쿨
안부에서 숲으로 파고 들어가면 어디가 길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인동덩쿨 투성이에 이리저리 가시가 찔러댄다. 그 와중에도 장대장은 인동꽃술에 꿀이 달다며 따먹는다. 10여분 덤불속에서 몸부림을 치고서야 겨우 벌목지로 다시 빠져나왔다.
벌목이 된 ×336봉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는데 급한 비탈에 벌목 잔가지가 널려있어 애를 먹는다. 임도가 지나는 안부에서 잠깐 숨돌리고 다시 숲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왼쪽 아래 공사장 임도가 보이지만 절벽이라 내려설 수가 없다. 숲으로 들어갈 구멍이 보이질 않는데, 정작 밀고 들어 갈 구멍보다는 산뽕나무에 달린 오디에 정신이 팔린다. 한 웅큼 따 넣으니 달콤하게 살살 녹는다. 입수구리가 씨커매지도록 따먹고 배가 부를 때 쯤에사 석회석 먼지가 걱정이 된다. 배탈이 안 나려나 모르겠다.
여기부터는 동양시멘트의 구역으로 보인다. 왼쪽 깎인 비탈 아래로 내려설 수만 있으면 좋겠는데 너무 높은 직벽이다. 포크레인이 깎아먹은 경계선을 따르다가 그것도 위험해 우측 숲길을 따라 한동안 가다가 왼쪽으로 나가니 광산 임도다.
동양시멘트 광산
필시.... 외계인의 기지를 만들고 있는기라...
산뽕나무
오디
×281봉 직전의 덤프트럭이 다니는 구내도로에 앉아 후미가 다 올 때 까지 쉰다. 광산 안쪽의 마루금은 이미 변형이 되어 어디가 맞고 안맞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최단거리로 빠져 나가는게 최선이다. 회장님 일행은 아래쪽 길로, 나는 위쪽 길로 돌아가 △244.3봉 아래에서 다시 만났다.
244.3m (△304재설)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덤프트럭을 피해 올라서면 멀리 삼척시가지가 보이고, 내렸다가 다시 올라서면 삼각점이 있다. 이제 비로소 광산영역이 끝나고 온전한 산길인데, 길은 역시나 흐지부지다. 빽빽한 솔가지를 10분 더 헤집고 북으로 방향이 바뀌는 200봉에 올라서니 비로소 길 같은 길이 나온다. 8분 후 한치터널 위를 지난다.
삼척시
한치터널 상단
신설 7번국도 한치터널을 지나는 동안 길은 공원길 같다만 옛 도로 가까이 접하는 ×134봉을 지나고는 슬그머니 길이 없어진다. 시멘트 수로를 따라가다가 짜증나는 산길을 버리고 안부에서 우측 구도로에 내려섰다. 왼쪽으로 돌아 내려가면 다시 마루금이 도로를 건너는 곳에서 산으로 올라간다. 4차선의 한치터널로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행렬이 보인다.
봉우리 하나 넘고 밭이 있는 안부에서는 우측으로 조그만 자갈밭 해변이 보인다. 세상을 등지고 바다를 향한 집이 한 채 있는데 자갈밭 해변이 그 집 마당처럼 보인다.
한치터널
고성산 (×100 古城山)
감나무골 안부를 지나 터널 같은 대나무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밭을 지나 우거진 숲을 헤치며 올라서면 고성산이다. 정상석 대신 풀숲에 덮힌 蓼田山城(요전산성) 표석이 있다.
신라 지증왕 13년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한 곳...고려 때 토성을 쌓고 왜적의 침입을 막았다...는 내용이다.
오십천
고성산
후미 다 모아서 대나무 숲을 빠져 내려가면 삼척시 오분동 고성밑 도로, 오십천 하구다. 우측으로 해변길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이사부 우산국 복속 출항지 [異斯夫 于山國 復屬 出港地] 기념비와 그 때 사용했다는 배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단체사진 촬영을 마치고, 중간에 한 구간 빼먹은게 있다는 김광수님과 이정열님은 도곡으로 간다고 터미널로 향하고, 삼척시내 사우나에는 단체를 빙자하여 천원을 삥땅쳤다.
돈고래식당
지맥 졸업에 일부러 맞추기라도 한건지, 지난차 대형 알바로 두 시간여를 지체시킨 ‘죄값’을 갚는다며 이상열 선배님이 한방 쏘시는 덕분에 갈비 뜯으며 거나한 졸업잔치를 한다. 육백 산줄기에서 주린 배 다 채우고, 이쑤시개 하나씩 물고 나왔다.
오십천, 바다를 만나다
해당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