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발지에서 벌재까지
지난 24차 출발지인 안생달 마을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새벽 2시 28분,
사방은 깜깜하고 모두가 잠든 한 밤중에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개 짖는 소리다. 귀 밝은 마을 주민은 또 산행 팀이 도착했을 거라 생각했으리라......
차가 도착하자말자 스팻츠, 아이젠, 스틱 점검 등 산행 준비를 마치고 2시 46분에 마을을
출발한다. 25분 만에 차갓재에 도착하여 안에 껴입었던 조끼를 벗어 가방에 넣고 지난
번과는 반대방향인 황장산을 향해서 출발한다.
능선을 따라 걷는 길목 군데군데 출입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출입통제 구간이라
는 것을 알 수 있다.
4시가 조금 넘어 전망대 부근에 이르러 첫 번째 알바, 되돌아 나와서 전망대에 올라 디카
밧데리를 교체하는 사이에 행렬은 저만치 나아가고 제일 뒤에 처져 후미 팀과 함께 걷는다.
잠시 후 암벽구간을 만나 한 사람씩 로프를 타고 오르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그 사이 식은땀으로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바람은 불지 않아 다행이지만 기온이 뚝 떨어진 탓에 몹시 춥다.
로프 구간을 지나 황장산에 도착하여 강철의 후미 팀과 기념사진을 남기고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발걸음을 빨리 움직여 가다보니 앞서 간 일행들의 랜턴 빛이 보여 휴식을 취하나
보다 생각했는데 두 번째 알바를 하고 돌아 나오는 길이었다. 중간에 끼여 걷는다.
아직도 날이 밝으려면 멀었고 사방이 어두워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채 무작정 선두 뒤를
바짝 붙어 따라가는데 또 길을 잘 못 들었단다. 세 번째 알바다. 제법 많이 되돌아 나와서
또 후미가 된다.
세 번의 알바 중 후미 덕분에 한 번은 빠졌지만 두 번은 동참한 셈이다.ㅎㅎㅎ
이번 구간은 비교적 짧은 거리라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급경사 길을 조심스럽게 오르
내리느라고 힘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지체된다. 여느 구간과 같이 만만찮은 구간이다.
가는 도중에 잠시 물 한 모금 마시는 사이에 뜻하지 않게도 나뭇가지 사이로 솟아오르는
일출을 보게 되는데 너무 멋지다.
○ 벌재에서 저수령까지
8시에 벌재에 도착하여 아침으로 빵을 먹는데 추운 날씨 탓에 얼어서 빳빳하다. 또 땀이
식어 춥기까지 하다. 급히 차에 올라가서 젖은 옷을 갈아입고 먹던 빵을 마저 먹고 나니
선두 팀은 벌써 출발하고 몇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육산이라 길도 좋고 해가 밝은지라 그렇게 춥지도 않고 혼자서 느긋하게 걷는
산길이 너무 좋다. 이것이 진짜 산행이리라 생각하며.........
걸으면서 디카 메뉴 날짜도 바로잡으면서.....
띄엄띄엄 혼자서 가는 사람들끼리 중간에서 만나 한 팀이 되어 저수령 까지 간다.
가는 도중에 앞으로 진행할 소백산 능선을 감상하며 여유로움까지 즐겨가면서......
○ 산행을 마치며
저수령에 도착했을 때 최선두 팀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처음 와보는 곳이라 여기저기 기념사진을 남기고 또 다음에 이어 갈 산행 들머리도
확인해 놓는다.
오늘도 여느 구간과 마찬가지로 힘든 구간이었지만 또 하나 해냈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산행 내내 힘들었던 순간들을 모두 잊게 한다.
어차피 우리가 아니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긍정적인 마인드와 즐거운 마음으로 이어간다면
가는 길도 순탄하지만 마음도 편하리라.
그리고 산행 후 인근 목욕탕에서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시원한 맥주 한 잔! 나에게는 그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산행의 즐거움이다. 더우기 백두대간을 이어가는 동안 전국의 유명한 온천
에서 목욕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본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또 다음 산행을 기대하면서 간단히 줄인다.
졸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