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2015년 새해의 목표가 솔로탈출인가요? 누군가와 썸을 타길 원하시나요? 그렇다면 마음에 드는 상대와 부드러운 쿠션이 있는 소파에서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2009년 삼성에서 출시한 “연아의 햅틱폰”의 성공적인 데뷰이후 “햅틱(Haptics, 이하 햅틱)”이라는 어려운 단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특허분쟁으로 연아의 햅틱폰이 사라지면서, 햅틱 연구자들에게는 “햅틱=진동기술”이라는 관점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터치스크린을 누를 때 촉감피드백을 주기 위한 모터를 이용해 미세한 진동을 일으켜서 이를 사용자가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 주요한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시장에서 사용되는 햅틱기술은 제한적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험마케팅이나 인터랙티브마케팅을 위시로 “촉감 마케팅”이라는 용어로 관심을 받고 있는데, 과연 “햅틱”은 인간의 경험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최근 햅틱을 심리학적 사용자경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모든 감각 가운데 먼저 발달하는 “햅틱”의 심리적 관점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2. 햅틱(haptics)과 촉각(sense of touch) : 햅틱은 또 다른 눈
사람은 오감(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피부는 태아에게 가장 먼저 생기는 기관으로 수정 후 8주에 생성되며, 8주된 태아는 엄마의 뱃속에서 피부를 통해 촉감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각, 후각, 미각, 청각의 기능은 퇴화되어 기능이 저하되지만 촉각의 기능은 타감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감해지고 예민해 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과 교감은 머리가 아닌 피부로 시작되었다고 하는 일본식 영어인 “skinship” 처럼 사람은 피부의 접촉을 통하여 친밀감을 형성하고 교감하게 됩니다.
그리스어로 ‘만지는’ 뜻의 형용사 ‘haptesthai’에서 유래된 ‘햅틱(haptics)’은 촉감중에서도 만지는(touch)과 관련된 촉감 즉 터치감 말합니다.
“햅틱”은 피부로 느끼는 피부감각(tactility)과 근육의 수용기가 느끼는 근감각(kinesthesia)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최근 피부를 통해 사물을 느끼는 부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촉지각(haptic perception)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process of recognizing objects through touch” 즉, 만지면서 사물을 인지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백화점에서 옷을 만져보고, 자동차를 만져보고, 가구를 만져보고, 오프라인 환경에서 소비를 할 때, 손을 이용하여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손으로 전달되는 사물의 감촉은 사람에게 촉지각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제품에 대한 판단과 확신을 내리게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형성된 촉지각은 우리에게 단순히 제품에 경험 뿐만 아니라 애착, 소유에 대한 갈망 등 심적태도를 형성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연구에서 착안하여,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햅틱경험(haptic experience, 이하 햅틱경험)을 제공하기 위하여,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환경에서 직접 제품을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게 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제품의 재질 또는 포장지의 재질을 차별화하여 제품만의 고유한 햅틱 성질을 부여하고, 소비자에게 학습을 시켜 머릿속에 제품에 대한 일관된 경험이 각인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햅틱 경험을 이용하여, 할리데이비슨은 특유의 엔진에서 만들어지는 진동을 통해 남성들에게 강한 자극을 주면서 중독성을 유발하였습니다. 그리고 뉴발란스는 신발을 신을 때 발에 편안한 촉감을 제공하였으며, 테디베어는 부드러운 촉감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장남감의 역할을 하였습니다.[5]
3. 햅틱(haptics)과 심적태도(mind-set) : 햅틱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동영상 1 | EBS 다큐프라임 – Docuprime, 인간의 두 얼굴2 제1부 착각의 진실 38:40부터 재생
위의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Williams & Bargh(2008)의 연구에 따르면 면접상황에 있어서 따뜻한 커피를 가지고 있던 면접관은 면접대상자를 호의적으로 평가하였고, 차가운 커피를 가지고 있던 면접관은 면접대상자를 냉정하게 평가하였습니다. 또한 Ackerman(2010)의 햅틱 연구[1]에 따르면 무거운 클립보드를 가진 사람이 가벼운 클립보드를 가진 사람보다 평가 대상자에 대해서 진지하고, 심각하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리고 딱딱한 의자에 앉은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 반면, 부드러운 쿠션이 있는 의자에 앉은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유연하게 바꾸었습니다.
즉, 선행 연구들은 햅틱이 사람의 심적태도(mind-set)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4. 햅틱(haptics)과 무의식(Unconscious) : 햅틱은 사람의 무의식에서 작용한다.
사람의 손은 목적에 따라 대상에 대한 정보 습득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정확한 인지적 판단을 내리기 위하여 사용되어 왔습니다. 특히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손쉽게 이해하고, 제품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하여 자연스럽게 제품을 만져보는 행동을 통해 제품과 물리적인 인터렉션(physical interaction)을 하게 됩니다.
이 순간 소비자들이 만지게 되는 것은 제품 또는 제품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입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은 제품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입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많은 제품은 포장지에 싸여져 있습니다. 제품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는 제품과 동일한 경험을 제공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그 포장지를 통해 제품에 대한 인상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Krishna & Morrin(2008)의 연구[2]에 따르면, 피험자에게 딱딱한 생수병을 제공하였을 때와 물렁물렁한 생수병을 제공하였을 때, 피험자들은 딱딱한 병에 들어있는 물의 맛이 더 좋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피험자들은 물을 직접 만져보지는 않았지만, 의식하지 않은 생수병의 견고함에 따라서 물맛이 달라진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는 우리에게 제품을 감싸고 있는 패키지, 즉,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햅틱 경험이 우리의 인지적 능력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사람의 촉감은 아직 손대지 않았고, 손대지 못하는 제품에 대한 인상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Ackerman(2010)이 제안한 가설[1]에 따르면 유년시절부터 형성된 햅틱 경험이 해당 물체에 대한 개념지식을 형성하는데 발판(scaffold)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어릴 때부터 형성되는 햅틱경험이 사람의 마음에 발판(scaffold)이 되어 “메타포(metaphor)”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들이 둥글게 서서 서로의 손을 붙잡으면, 손을 붙잡는 행동과 상호간의 접촉을 통하여 발생하는 온기가 “우리는 하나다”라는 표현처럼, 서로 의지하고 배려받는 듯한 생각을 형성하게 해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년시절부터 형성된 햅틱 경험이 어떻게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상황에 따른 인지운동(sensorimotor events)과 형성된 개념(scaffolded concepts)사이에서 만들어진 연결고리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머릿속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정보는 우리의 손이 사물에 접촉하였을 때, 이미 형성된 정보를 바탕으로 머릿속에 신호를 제공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 적용된 가죽 재질 느낌의 커버를 만지게되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죽 재질에 대한 촉감으로 인해 우리에게 “커버=가죽 재질=고급 제품”이라는 개념과 연결시켜주고, 우리가 갤럭시 노트에 대해 “고급스럽다”라는 이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입니다. 결국 햅틱 경험은 체화된 인지 경험의 한 부분이고, 이는 자동적으로 사람의 행동과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 Conclusion : 햅틱(haptics)의 새로운 기회
위에서 살펴본 것 같이 햅틱 경험이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이용하여, 제품뿐만 아니라 매장 환경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 많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사회적 영향(Social influence)을 미칠 수 있는 음식점, 은행, 마트, 뷰티샵, 주얼리샵 등 다양한 곳에서 강력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부드러운 소재의 메뉴판을 고객에게 제시하면 어떨까요? 대형마트에서 부드러운 손잡이가 달린 카트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은행 상담창구에서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고, 푹신한 소파에서 상담을 한다면 어떨까요?
동영상 2 | Tactile Dialogues
아직 사물의 햅틱 경험과 심리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햅틱 경험을 주는 요소는 단순히 손과 표면에 대한 접촉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험, 지역,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사람의 햅틱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지 햅틱에 대한 피드백 연구뿐만 아니라, 사람의 경험과 다양한 소재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함께 연구하여 햅틱 경험을 제품 또는 서비스 기획단계에서 설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소재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햅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함께 연구한다면, 이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 본 글에 사용된 참고자료는 구글 검색 및 Youtube 검색을 통해 공개된 이미지 및 동영상을 사용하였습니다.
Reference
Ackerman, J. M., Nocera, C. C., & Bargh, J. A. (2010). Incidental haptic sensations influence social judgments and decisions. Science, 328(5986), 1712-1715.
Krishna, A., & Morrin, M. (2008). Does touch affect taste? The perceptual transfer of product container haptic cue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34(6), 807-818.
Gibson, J. J. (1962). Observations on active touch. Psychological review,69(6), 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