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 월출산 천황봉 (月出山 天皇峰)
(인천, 정운산악회, http://cafe.daum.net/199404)
주 제 : 명산산행
일 시 : 2015. 2. 7(토), 9:56 AM
장 소 : 전남 영암 월출산
(천황봉809m : 전남 영암군 영암읍 개신리 산89-3)
날 씨 : 흐림, 정상(바람 없슴, 영상0℃?)
참 석 : 32명
오늘의
정운인 : "태백산고목" 회장님
거 리 : 9.8 Km, 6시간 41분
코 스 : 천황사 -구름다리 -천황봉 –구정봉 –미왕재 -도갑사
출 발 천황사 : 09:56
정 상 천황봉 : 12:31
간 식 천황봉 : 12:40
도 착 도갑사 : 16:37 * 후미 기준 시간
중 식 영빈관 : 17:01, 불 낙 (영빈관 061-473-2143)
(영암군 영암읍 288-1)
귀 가 : 18:05
< 산행기 목차 >
새벽을 가르며 영암으로
구름다리에서 감상한 월출의 속살
천황봉 가는 길
천황봉 정상에 서서
하산 길의 월출 풍광
늦은 점심으로 산행을 마무리
오늘의 정운인 : “태백산 고목” 회장님
새벽을 가르며 영암으로
새벽 5:30,
인천 시내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한 열린 고속이
숨을 고르며 영암을 향해 출발한다.
어둠을 뚫고 우리의 적토마가 디젤 엔진음을 토하며 질주한다.
창 밖으로 스치는 거친 바람소음이 속도감을 알려주고
풀고 있던 안전벨트를 동여매고
무거운 눈을 지그시 감고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김서린 창 밖, 짙은 어둠 속에
은빛 수은등 불이 차갑게 박혀 있고
석류 빛 가로등 불은 고향의 호롱불처럼 은은하다.
어둠을 몰아내며 질주는 계속되고
남도의 아침 풍경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다.
산밑 슬라브 지붕 위,
빨대처럼 쭉 뻗은 원통 굴뚝이
연기를 뿜으며 늦은 아침을 준비한다.
구름 낀 잿빛 하늘 아래로
드디어 월출산이 희미한 윤곽을 드러낸다.
평평한 평야 저 멀리
갑자기 커다란 산체가 우뚝 솟아 있다.
평지와 극명히 대비되는 산의 모습이 이채롭다.
여느 산의 형상이나 고구마처럼 울퉁불퉁, 거칠다.
산 뿌리는 나주 평야에 굳게 박혀 있고
산봉우리는 봄의 새싹처럼 힘차게 창공으로 뻗어 있다.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고 등정을 시작한다.
산정을 향해 기어 가는 듯한 거북바위
초입에서 산객을 맞아 안내한다.
재건 중인 천황사, 인적 없이 고요하다.
깊은 적멸의 세계에 빠져들었나 보다.
구름다리에서 감상한 월출의 속살
남도의 산답게
어른 키 두세 배의 조릿대가 제법 울창하고
키 작은 동백 잎새는 새봄인 듯 푸르다.
군데 군데 쌓인 잔설에 아직은 겨울이 묻어나고
암석 사이, 듬성듬성 벌거벗은 활엽수
가는 몸통에 매달린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동백, 조릿대 터널 길 따라 완경사는 이어지고
고도를 높인 시야에 월출산의 속살이 들어온다.
1시간의 발걸음을 모아 구름다리에 도착했다.
허공에 걸친 구름다리가 아찔하다.
살금살금 구름다리를 오가며
다리 양끝단의 전망대에 서서
기암, 절봉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는다.
눈 앞의 장군봉은 거대한 바위 산
찰흙으로 빚은 듯
울퉁불퉁 우람한 근육질 몸매다.
암봉은 나무의 속살처럼 하얀데
암갈색으로 채색된 표피에는 세월의 무게가 묻어난다.
암봉 사이의 골짜기에 바위 파편들이 널려 있고
듬성듬성 서 있는 겨울 나무는
힘겹게 파편들을 지탱하고 있다.
거대한 바위 산들
중력에 잡혀 안정되고 편안한 모습이나
어떤 곳은 좌로 기우뚱 우로 기우뚱
넘어 갈 듯하고 아슬아슬하고,
수십 수백 길 절벽을 만들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찔하게 한다.
자세히 보면 암봉들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박살 난 토기를 이어 맞춘 듯
수많은 바위 덩이를 쌓고 세우고 끼우고 이어 만든
자연스런 돌산 이요 돌탑이다.
누구의 작품인지 경이롭고 신기하다.
구름다리 건너 가파른 등정 계단을 막아 선
낯선 표지판이 길을 막는다.
2014.12.15 – 2015.2.28 기간 중 ‘탐방로 통제안내’ 판이다.
위반하면 과태료 부과란다.
발길을 돌려 구름다리 아래 골짜기에서 오르는
천황봉 길을 택한다.
천황봉 가는 길
눈 쌓인 응달 진 골짜기
개울가의 동백나무 푸른 잎이 신선하다.
고도를 높이며 중간 경사로의 산행은 이어지고
서서히 바뀌어 가는 암봉의 절경을 감상하며
여정을 재촉한다.
저 멀리 구름다리가 허공에 아스라이 걸려있다.
문득 책바위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두루마리를 말아 놓은 책 모양의 바위가
바람에 날아갈 듯 허공에 걸려 있다.
조화옹의 솜씨가 절묘하다.
바람폭포에 이르러
한 바가지의 물로 갈증을 달랜다.
바람은 얼음이 되어 벼랑에 매달려 있고
물기 머금은 벼량이 폭포임을 알린다.
금년 겨울 월출산에는 눈이 없었나 보다.
폭포를 지나 등정로는 급경사로 변하고
확 트인 눈앞의 경치는 더욱 조화롭다.
바위를 쌓아 기암 절봉을 만드는
조화옹의 솜씨가 더욱 현란하고 정교하다.
조화옹의 마음이
바람이 되고 물이 되어
세월과 함께 월출의 아름다운 경관을 빚었으리라.
시선은 절경을 쫓아 전후좌우로 바쁘고
창공에 우뚝 솟은 6형제 바위
각기 개성있는 얼굴로 등산객을 불러 세운다.
6형제 바위 앞에 나란히 서서
7형제 8형제가 되어
한 컷 사진에 형제의 정을 담는다.
형제의 정은
형제간의 애틋한 사랑이요
사랑은 생명을 존중하고 아끼는 것이니
나의 고됨을 돌보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고 아끼는 것이 사랑 아닌가.
급경사를 올라 능선에 올라서니
사각 기둥을 마름질하여 세워 놓은 듯한
장군봉(?)의 조화로운 삼각형 자태가 눈길을 끈다.
선두의 위치가 궁금한
후미 대장님의 무전기가
선두 그룹의 천황봉 도착을 알린다.
허기가 밀려오고 후미의 마음은 급해진다.
숨을 고르며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니
암벽 사이의 좁은 통천문이 발길을 막는다.
수문장의 몸수색을 받으며
통과 의례를 마치고
하늘의 임금, 천황을 뵈러 가는 길을 서두른다.
천황봉 정상에 서서
천황봉에 올라보니
구름 낀 회색 빛 하늘아래
잔설을 품은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산맥을 따라 늘어서 있고
서북의 훤히 터진 나주 평야
작은 구릉 사이로 가옥과 논밭이 연이어 있고
실 개울은 바둑판 논밭을 휘감고 돌아
영산강을 쫓아 시야에서 사라진다.
잔설을 뒤집어 쓴 남서의 산맥은
반백으로 하얗고
기묘한 형상의 조각품, 암봉을 등에 태우고
뱀처럼 꿈틀거리며 남해 바다를 만나러
멀리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물고기 머리 형상의
천황봉 표지석
얼룩 화강암에 점점이 핀 검은 버섯
세월의 때가 묻어 있다.
천황의 품에 안겨 포즈를 잡고
월출산 천황봉에 왔슴을 만천하에 알린다.
삼삼오오 앉을 만한 자리를 잡아
배낭 뒤적여 준비한 간식을 내놓는다.
술잔을 돌려 주고 받으며
피곤에 지친 몸을 달랜다.
구름 낀 하늘, 옅은 안개
아쉽운 월출의 겨울 풍광 이다.
봄 여름의 월출의 자태를 상상하며
후일을 기약한다.
선두는 이미 출발했고
서둘러 하산 길을 재촉한다.
하산 길의 월출 풍광
항상 그렇듯 하산 길은
뿌듯한 마음, 힘 빠진 걸음이다
맑은 공기로
육신의 탁한 기운을 정화했고
산행 중 명상으로
마음의 티끌을 떨어버렸다.
눈은 즐거웠고 귀는 행복했고 코는 향긋했다.
정상에 섰다는 성취감도
즐거움의 한 몫
마음이 뿌듯해 진다.
육신 중 제일 고생한 다리다.
피로 누적으로 감각이 둔화되고
정상주로 후들거리고
내리막으로 힘 빠진 다리다.
스틱을 의지하여 다리의 노고를 달랜다.
곧장 쭉 오르는 월출의 등정 길은
거대한 바위 산들의 야외 전시장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월출의 하산 길은
기묘하고 색다른 돌탑, 돌 조각품의 실내 전시장
산줄기를 따라
소꿉놀이 한 듯 여기저기 쌓여 있는
아기자기한 돌무더기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 생생하다.
돌탑과 암봉을 이루는
각개의 돌들은
나무를 깍고 찰흙으로 빚은 듯 부드럽고 형상이고
울퉁불퉁 고구마, 토실토실 알토란 같은 질감이다.
서로 맞닿은 선은
돌의 형상 따라 자연스러운데
채색한 산수화의 옅은 암갈색 옷을 입었다.
무뎌진 모서리
모진 비바람의 흔적이고
바위 버섯 얼룩 무늬
장구한 세월을 견뎌 낸 훈장이다.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가지가지 형상의 돌탑
넙적 네모, 둥근 세모, 길쭉 원
다양한 형상의 돌들이 마름질되고 다듬어져
세우고 눕히고 걸치고 끼우고
치밀하게 쌓고 맞추어 하나의 돌탑이 완성되었다.
불균형한 개개의 조각들이 모여
바람과 비와 세월을 만나
자연스럽고 균형 잡힌 조각품이 되었다.
다양하고 지루하지 않은
아름다움, 즐거움을 선사한다.
바위 탑 좁은 틈 사이의
키 작은 소나무들
돌탑의 머리카락이 되고 우산이 되어
바위에 기대어 생명을 유지한다.
소나무는 바위에 위지하고
바위는 대지에 의지하여
하나의 생명을 길러낸다.
홀로 존재하는 고독한 생명은 없다.
하늘과 맞닿은
저 멀리 산등성이
암봉과 돌탑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창공에 그려진
한 폭의 산수화
하늘과 땅이 합작한 걸작이다.
산수화를 감상하고
행복해 하는 산객들이 있어
화공은 흐뭇하리라.
저 멀리 하늘과 산이 만나는
밝고 아름다운 경계
그곳의 암석 정원은
기이한 식물과 기묘한 동물이 북적이고
새싹같은 암봉은 창공으로 돋아나고
누군가 일부러 올려 놓은 듯
암봉 위
세모 네모 둥근 돌은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릴 듯
산객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돌산에 흔치 않은 억새 풀밭을 지나니
기암 절경은 모습을 감추고
길은 완경사로 편안하고
키 작은 활엽수 사이로
동백이 산객들을 배웅한다.
평범한 숲 속 길로 하산은 계속되고
골짜기 작은 폭포 물소리가 제법 크다.
하산 종점이 가까움이 분명하다.
도갑사 미륵전에 잠시 들러
호기심을 달래고
몇 보 내려오니 도갑사 경내다.
도갑사 대웅보전은 2층으로 웅장한데
스님들도 보이질 않고
참배객도 거의 없다.
적막이 감도는 도갑사를 뒤로하고
일주문을 핸드폰에 담아
오늘의 산행 일정을 완수했다.
늦은 점심으로 산행을 마무리
오후 5시, 영암읍 영빈관에 들러
불낙으로 늦은 점심을 먹으며
허기진 배를 불린다.
유심히 반찬의 종류와 맛을 음미하며
전라도 음식의 명성을 확인한다.
맛난 음식을 먹으며 술잔을 권하고
산행 후 대화가 안주거리가 된다.
술잔을 건네며 인사를 나누면 초면은 구면이 된다.
영암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 간다.
산 줄기가 있어 골이 있고
산에 내린 비는 골짜기를 타고
평야로 흘러 대지를 적신다.
대지를 축인 물은 생명수가 되어
초목과 뭇 생명을 길러낸다.
사람이 모여 관계가 맺어지고 사회가 형성된다.
서로 마음이 같지 않아
갈등이 있고 아픔이 있다.
아픔을 치유하고 갈등을 풀어 없애기 위해
산객들은 산을 찾는다.
산은 아파하지 않고 갈등하지 않는다.
비 바람에 굳건하고
혹한 폭서를 인내하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초목과 모든 생명을 품어 길러낸다.
어머니의 덕성과 흡사하다.
우리가 배워야 할 산의 미덕이다.
마음을 다스리면 몸과 마음은 편안하다.
산에 머물면
산의 맑은 기운을 받아 생명력이 충만해 진다.
산행의 즐거운 노동을 통하여
신체의 각 부분은 활성화되어 본래 기능을 회복한다.
산행 중 명상을 즐기며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일상의 복잡한 감정을 다스린다.
산에서
심신의 피로를 치유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정운은 편안한 산행을 추구한다.
선두가 끌어주고 후미가 밀어주며
산행대열에 회원들을 모시고 주어진 일정을 완수한다.
회원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산을 배우고
나를 다스리고 완성해 간다.
2015. 2. 13(금)
태평
*금번 산행기에 회원님들께서 찍으신 사진을 캡쳐하여 올렸습니다. 양해하여 주시기 바라며 또한 멋진 사진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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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산행기부터 정회원 한두 분의 프로필을 실어 회원들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상호 소통의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오늘의 정운인 : "태백산 고목" 회장님
- 태백산 고목의 전설 -
태백산,
큰 누이 손잡고
다섯 살 내가 처음 오른 산
아버지 따라 수 없이 오르던 산
하늘을 모신 천황단이 있고
천년 고목, 주목이 사는 산
늠름하고 의연한 자태의 주목
그 기상 그리워
마음에 새기려
“태백산 고목”을 닉으로 삼았다.
세상은
따뜻한 봄 바람 부는 곳
때론 매서운 삭풍이 휘몰아 치는 곳
차가운 바람 피해
산에 숨으려 산에 올랐으나
산이 되지 말고 사람이 되라 하셨다.
희망과 용기를 주신 산
그 은혜가 고마워 산을 좋아한다.
산은 나의 일부요, 활력의 원천이다.
산우들과 함께 하는 편안한 산행
그 편안함을 배워
무사태평한 하루,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출생지 : 강원 태백
본 명 : 황재민, 卯
좋아하는 산 : 1 설악산, 2 월악산
좌우명 : 하루하루를 무사히
산악회 가입 : 2008년 봄에 정운산악회와 인연을 맺어 등반대장으로 활동하시며 산악회의 운영과 등정에 봉사하셨고 현재는 회장으로서 산악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계십니다.
2014년 초, 정운산악회 5기 회장을 맡으시어 산악회의 운영과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 애쓰시는 고목 회장님의 건강과 산을 사랑하는 열정과 마음이 항상 변함 없이 계속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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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늘 멋지고 세심한 산행후기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산행 마치고 돌아옴 산행후기 언제 쯤 나올까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월출산 언재 가도 참 멋진 산인데,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바위와 암벽이 어우려져서 골산의 참맛을 느낄수 있는데... 참석 못해서 많이 아쉬워습니다.
또 한편의 좋은글을 감상합니다,,다시한번 월출산을 다녀왔습니다,,수고많이하셨습니다..
프로필 글 도 감사합니다,,한분 한분 마다 정기산행시 다채로운 프로필 글이 기대됩니다,,ㅎㅎ
아름다운사진과고은글이가슴을 뭉클하게하네요 태평님태평성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