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4차 산행기
☞일자: 2015.6.13 날씨 맑고 약간 구름, 온도 28도
☞동행: 문치성,권순호,이춘길,강동오,정태우,노영희,김영도,오언진,양병남,양원제,
박주언,이동호,박장만,김화자,권도현 이상15명
☞구간: 비재~문장대~(성불사) 약20키로미터
☞일정:비재9:10~조망바위9:40~못재10:30~갈령삼거리11:20~형제봉11:40~(점심50분)~피앗재13:20~천왕봉16:40~휴20분~입석대17:50~신선대(휴게소)18:10~휴20분~문장대19:00~(성불사20:30 )
(총소요시간 11시간20분, 휴식시간:1시간30분)
비재에 도착했다.9:00
오월산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비재는 또 다른 분위기다. 오늘은 출발점이라서 인지 지난번 포근하게 맞아주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비재터널을 돌아 내려오던 포근한 굵은 각목계단이 오늘은 순서만 다를 뿐인데 가파르게 배열되어 위압적으로 느껴진다.
힘든 산행인 만큼 전의?를 다지는 의미에서 백두대간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는 호기롭게 출발했다 9:10
역시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결코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이 아니었다. 약 20여분간 워밍업을 제대로 했다.
잠깐 사이에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토해졌다. 작은 455봉우리를 찍고 10여분을 오르니 커다란 바위가 일행의 앞을 턱 하니 가로막고 섰다. 겸손하게 우회하여 설치된 밧줄을 잡고 바위 위에 올라서보니 이름하여 조망바위라 한다. 9:40
조망바위에서 바라보니 지난달 올랐던 봉황산이 늠름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다시금 로프설치 구간을 오르고 커다란 3개의 바위를 지나 갈령 삼거리1.7키로 를 남긴 이정표까지 약 1시간 10분을 걸었다.
날씨는 연무가 낀 듯 흐린 탓에 햇살은 약하지만 바람 한 점 없는 탓에 손수건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
못재에 도착했다. 10:30 산중턱에 연못이라?
신기해 하며 내려가보니 바닥은 바싹 말라 있었다.
요즘 전국이 가뭄이라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못재는 대간 마루금에 유일한 못이라 한다.
크기는 약 오륙백 평으로 백두산 천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분명 天水로 된 天池인 만큼 그 자체로 만으로도 매우 신기하다. 후백제를 일으킨 견훤의 전설이 전해지는 이 못재에 물이 고이면 백두대간 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장소임에 틀림없을 듯하다.
훼손된 헬기장을 지나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급경사 푯말을 지나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눈앞에 형제봉이 우뚝 서있다. 충북 알프스의 하이라이트코스의 하나이지?
10여분 내려가니 갈령 삼거리다. 11:20
이제서야 지난 5월산행시 계획은 하였으나 시간상의 문제로 포기했던 구간까지 왔다. 지금까지 약2시간 동안 밀린 숙제를 한 셈이다.
천왕봉까지는 6.6키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몸을 추스리고 형제봉까지 한달음에 도착했다. 형제바위를 끼고 돌아 형제봉에 올라보았다. 11:40
832미터. 3월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오른 봉우리 중 최고봉?이였다. 그 나름 감회가
새로웠다.
멀리 천왕봉, 비로봉, 신선대, 문장대가 위압적으로 도열해 있는데 약간의 연무로 인해 실제보다 더 멀리 보이는 듯하다. 이제 시작인데 멀게만 느껴진다.
한적한 곳을 찾아 점심을 하기로 했다. 이제는 빠질 수 없는 필수 품목이 되어버린 문치성대장표 복분자에 특별식으로 족발까지 곁들인 여느 때보다 풍성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하일라이트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12:30
피앗재까지는 내리막길.. 하지만 결코 내리막길이 달갑지는 않다.
천왕봉(1,058미터)을 앞에 두고 내리막길은 곧 그만큼의 오르막을 의미하는데 다들 내려가며 걱정들이다. 극심한 가뭄 탓인지 대간 길도 바싹 말라있어 온통 흙먼지길이다. 앞선 사람이 일으키는 흙먼지를 고스란히 뒷사람이 뒤집어 쓰고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길섶에 우산나물, 취나물, 등굴레 등 산나물 종류는 말할 것도 없고 자리 잘못 잡은 각종 어린 나무들도 이파리가 시들시들 풀이 죽어 있었다. 산의 식물들이 이러할 진데 들판의 농작물들은 어떠할지 짐작이 간다.
천왕봉에 가서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듯하다.
피앗재에 도착했다13:20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천왕봉 등정을 위한 행보가 시작됐다.
667봉, 725봉 ,703봉을 차례로 오르락 내리락 하며 속리산 천왕봉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날씨 탓인지 모두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밭은 숨을 토해내며 정상을 두드렸다.
몇 차례를 쉰 끝에 중턱에 시야가 탁 트인 바위까지 도착했다. 15:30
오아시스가 따로 없었다. 시원한 바람을 한껏 맞으며 생기를 차리고는 사진 한 컷을 남기는 여유도 부렸다. 다시 몸을 추스리고 출발했다. 하지만 금방 다리는 천근처럼 무거워지고 입은 바싹바싹 타 들어갔다. 한발 한발 기도 하듯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천왕은 용안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정상 200미터 전방부터는 가슴까지 자란 산죽 밭을 헤치며 나아가야 했다.
백두.. 대간.. 백두.. 대간.. 구호를 외치면서..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했다 16:40
아~~~ 천왕봉! 1,058미터.
마지막 한 방울의 땀까지 쥐어짜내며 올라온 우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약 50센티의 자그마한 천왕의 용안은 해맑은 소년과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주변의 산세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어렴풋한 연무를 끼고 구비구비 도열한 준령들의 물결들.. 그것들을 한아름 쓸어안고 품 안으로 와락 달려드는 도도한 바람..
그 바람을 온 몸으로 안으니 세상을 품은 듯 거칠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 산의 갯수는 약 4,440개로 2007년 산림청에서 파악이 되어 있는데 높이 순으로는 천왕봉이 170위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 규모나 장엄함을 어찌 높이 순서만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17:00 천왕과 이별. 이쯤에서 산행일정을 재점검 해보았다. 당초 일정은 늘재까지 가는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오후5시인 지금은 밤티재까지도 어려울듯하다.
해서 선발로 출발한 일행과 교신하여 신선대에서 집결하여 일정을 정하는 것으로 하고 출발했다.
하산 길도 산죽(조릿대) 숲을 헤치다시피 하며 한참을 걸었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생각나게 하는 상고석문을 지나 입석대로 향하는 길에 오른편 도룡뇽 바위와 왼편에 마치 등산화를 그대로 올려놓은 듯한 두껍등(뒷편에서 보면 두꺼비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듯한 모양)을 바라보며 언덕길을 올랐다. 우측으로 바위 길을 올라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고릴라 바위가 앞을 막는다.
어미와 새끼가 마치 조각을 해놓은 듯 앉아있는데 왜인지 새끼는 어미와 등을 지고 산 아래를 굽어보고 있는 형상이다.
그들을 비켜 급경사의 나무계단을 꼬불꼬불 내려가다 보니 눈앞에 높이 13미터의 사각기둥 같은 입석대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17:50
나무에 가려 온전한 모습을 볼 수 는 없었지만 석양빛을 등지고 있어서인지 입석대는 임경업 장군의 회한의 삶을 보듯 쓸쓸해 보였다.
신선대로 향하는 길은 산림이 우거지고 산죽이 빼곡히 길섶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름 모를 새들의 요란한 지저귐이 해거름임을 알려주고 있다.
신선대를 지나쳐 신선대 휴게소에 도착해보니 먼저 온 일행들이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18:10
다행히도 오늘은 휴게소 주인이 이곳에서 잠을 자는 날이기에 이곳에서 막걸리 뿐만 아니라 시원한 생수까지 보충할 수 있었다.
벌써 9시간째 산행이지만 막걸리 한잔에 힘을 얻어 아직은 여력이 남아 있는듯해 보였다. 일정을 논의했다. 늘재는 이미 늦었고 밤티재까지 가느냐 아니면 다른길을 선택하느냐이다. 야간 산행이 불가피하여 시간보다도 안전을 먼저 고려해야 할 상황 이였다. 문장대에서 밤티재길은 내리막이 심하고 암릉이 있어 해가 지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백두대간을 벗어나는 것이 아쉽지만 비교적 등산길이 정비된 화북주차장(성불사 입구)으로 방향을 틀었다. 작년 산악회에서 한번 다녀간 길이기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결정 이였다. 랜턴을 준비하고 출발..18:30
문장대로 가는 높은 돌계단은 마치 염라대왕을 만나러 가는 계단과 같았다.
그것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한 계단, 한 계단이 고행이였다.
19:00 문장대 휴게소터에 도착했다.
문장대를 세 번 오르면 극락을 간다는 전설이 있다는데 아쉽지만 시간관계상
문장대를 오르지 않고 곧장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길고 지루한 돌계단이 연속 되었다. 엉덩이 바위를 지나 쉴 바위를 지날 때쯤 어둠이 짙게 내려왔다. 계곡이 제법 깊었으나 물은 흐르지 않았다.
바싹 마른 산 전체가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랜턴에 의지해서 더듬 더듬 돌계단을 헤아리는 동안 키 큰 나무들은 검게 하늘을 덮었고 속리산은 웅크린 짐승처럼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실로 간만에 묘한 생동감을 느꼈다. 五感이 마구 자라나는 듯 했다.
성불사 입구에 도착했다. 20:30
포장 길을 따라 내려오니 속리산 국립공원사무소에서 설치해놓은 입간판이 어둠 속에서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 “안녕히 가십시요” 참으로 힘든 하루였다.
화북면에 있는 치킨 집에 도착한 시간은 21:00
시간이 늦어 시골의 식당은 모두 문을 닫아 치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시골마을 도로변 테이블에서 먹는 치맥이 그런 데로 운치가 있었다.
요즘 편의점 개업으로 인해 잠이 부족해 고생한 춘길성이 제공한 시원한 꿀수박의 맛을 잊을 수가 없네 그랴..
처음으로 참가한 정태우소장 부부의 산행실력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양병남 부장과 막내아들도 고생 많았네요.
즐거운 산행후담으로 집도 잊은 채 일어설 줄 몰랐다.
22:40분에 화북에서 출발.. 서울도착 24:20
그렇게 힘들게만 느껴지던 오늘 산행도
이렇게 끝내고 나니 한낱 소풍을 다녀온 듯하다.
문득 천 상병 시인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참으로 하루를 길게 쓴 날이다.
나의 어떤 知人이 “인생은 꽃놀이”라 했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좋게 생각하면 좋을 수 밖에 없는 人生 !!!!!!!
오케이
2015 . 6. 14 강 동오
첫댓글 강상무님 덕분에 좋은산행 할수있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상무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지겹고 힘든 산행이었는데
5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음 산행이 기대되내요
더운날씨+ 식수무게+ 수없이 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힘들었는데 강 상무님에 파노라마 같은 잔잔한 산행후기 잘 읽었습니다 또 한번 해냈다는 자신감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백두대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