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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 종주기 5구간(구룡령-약수산-응복산-만월봉-신배령-두로봉)
1.일시: 2015년 12월 11일 금요일~ 12일 토요일.
2.참가인원: 딱선생, 그윽한 미소, 바람 그리고 나.
3.날씨: 언제나 그렇듯이 심심산골의 한밤중 날씨는 별들이 쏟아지는데 희한하게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면 가스가 대간 능선를 지배한다. 간혹 우는 아이 젖 주듯이 보일락 말락 능선의 조망을 선사한다. 그나마 그것도 어디인가?
4.산행거리 및 시간: e산경표를 잘못 조작하는 바람에 gps 기록도 다 날라가 버리고 고도, 속도, 정확한 산행거리도 알 수가 없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찍은 사진을 통해 시간을 유추해 볼 수 밖에...
산행거리: 약 21km(구룡령에서 두로봉 거쳐 상원사 입구까지)
산행시간: 12일 오전 3시 25분~ 12일 오후 5시 47분까지 장장 14시간 20분의 악전고투였다.
이것은 남의 gps 기록이다 참고 삼아 올린다. 두로봉에서 한강기맥을 타고 내려오다가 만나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상원사로 탈출했다.
능선에서의 산행 준비는 추울 것 같아 대합실에서 미리 미리 산행 준비를 하고 있다. 이사진은 대합실 옆 편의점 주인 아주머니가 찍어 준 것이다. '그윽한 미소' 는 스페츠도 아예 해버렸다. 그런데 이 선견지명이 능선에서 빛을 발했으니, 능선에서 추운 칼바람 맞으며 곱은 손으로 스페츠를 차려는 '바람' 과 '딱선생' 은 얼마나 '그윽한 미소' 가 부러웠을까?
나중 일이지만 부실하게 스페츠를 한 '딱선생' 은 결국 마지막에 등산화에 물이 침범하는 화를 당했으니 얼마나 발이 시려웠겠는가!
양양에서 택시로 구룡령 도착 택시비 3만냥(?). 도착 시간 오전 3시 25분.
이놈의 카메라는 아직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고 있고, 청개구리를 삶아 먹었는지 후레쉬가 터져야 할때는 안터지고 터지지 말아야 할때는 터진다. 누가 누군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해발 고도가 천미터가 넘으니 쌀쌀한 한기가 피부로 파고 든다.
점점 고도를 높여가니 우려했던 능선의 눈들이 두꺼워지고 있다. 게다가 습설이 아니라 건설이라 발밑에서 각자 따로 논다.
약수산 도착 4시 20분. 일단의 불빛들이 저 아래에서 비추다가 없어진다. 우리를 공단직원으로 알고 안올라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가지 위에 앉아 있던 눈가루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헤드랜턴의 불빛을 받아 허공에서 반짝 반짝 춤을 춘다.
눈이 오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보온병의 물로 언 몸을 녹이고...
'그윽한 미소 '표 곳감이 얼굴을 내민다. 여느 해의 것 보다 더 잘말랐는 지 말랑 말랑한 느낌보다 오히려 허무러질 것만 같은 질감의 곳감이 입으로 들어가니 온데 간데가 없다. 입에서는 더 더 하고 요구를 하는데 인당 딱 두개가 할당이다. 이런 쓰벌!
점점 더 눈의 양이 증가하면서 어느 곳은 발목까지 눈이 빠진다. 스페츠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스페츠를 안한 상태에서 발목까지 눈이 빠지기라도 하면 낭패중의 낭패다. 양말이 젖으면서 등산화 안쪽으로 물이 스며들어 조난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 비단 등산화 뿐만 아니라 장갑이며 내복까지도 젖으면 탈출로도 없는 심심산중에서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겨울산은 대비를 하고 또 해도 지나치지 않고, 한번의 잘못된 판단이 생사를 가른다.
으메 무시라!
마늘봉 도착 6시 45분.
하구 많은 산이름 중에 마늘봉이라! 이 이름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예고도 없이 후레쉬가 터지니 다들 눈이 화들짝 놀라 반응한다. 이놈의 후레쉬가 사람을 놀린다.
구룡령에서 5km 주행했다. 지금 시간 7시. 눈 때문에 속도가 나질 않는다.
어느새 산천은 눈꽃이 만발했다. 2주에 한번하는 산행이지만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절절하게 느끼는 순간이다. 한때는 초록이 무성한 능선이였는데...
오대산구간을 근접하면서 오히려 눈의 양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다만 조금씩이라도 남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위도의 문제가 아니라 지형 탓이겠지만 서도...
간헐적으로 이런 조망 장소를 깔아주는 센스있는 대간이다. 이런 맛도 없으면 뭔 맛으로 대간을 쌔빠지게 하겠는가?
조금 낮은 고도에는 흰눈이 없건마는 바람이 넘나들면서 능선에 상고대며 눈발을 휘날리게 하는가 보다.
나뭇가지에 붙은 눈들을 보라! 이곳이 얼마나 세찬 바람이 부는지를...
일부러 그렇게 만들려 해도 잘되지 않을 것을 자연은 그저 자연스럽게 조형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간간히 파란 하늘이 언듯 언듯 얼굴을 내민다 엿 먹으라는 듯이...
스튜디오 한자락에서 포즈를 취하고 찍는 사진같다.
드디어 응복산 도착 8시 50분.
구룡령에서 5km 거리를 7시에 도착했고 지금 구룡령에서 6.7km 왔는데 지금 시간은 8시 50분이다. 시간당 1km도 못왔다는 반증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등로가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그래도 먹어야 사니 응복산 정상에서 점심을 고구마로 대체했다. 애초에 김밥을 싸지 않았다. 겨울에 먹는 감밥은 고역중의 고역이다. 내용물이 전부 따로 놀고 위로 녹아들지도 못한다. 게다가 온몸을 경직시킬 정도로 몸의 온도를 빼앗아간다.
'그윽한 미소'가 그걸 생각하고 고심하고 싸온 점심 도시락인 것이다. 바로 위와 화합할 수 있는 부드러운 고구마!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여기는 만월봉!
줄 서서 간판을 보는 우리의 안빈낙도 회원들!
이곳 1,210고지부터 신배령에서 두로령까지는 희귀 동식물 보호 구역으로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벌금이 무려 30만원이란다.
그래서 간식도 금줄을 넘어가 먹지 않고 밖에서 먹기로 했다.
'딱선생' 은 벌금 30만원이라니깐 도로 왔던 구룡령으로 가자고 한다. 가려면 지금 시간이 11시니까, 구룡령 출발한 오전 3시에서 여기 까지 걸린 시간 8시간을 추가해야 하니 구룡령 도착 예상 시간은 오후 7시!
여러분은 어딜 택하시겠는가?
심신이 지치고 잠을 못자서 그런지 '딱선생' 이 정신이 나간 모양이다. 그런데 나도 준법 정신이 갑자기 발동하여 구룡령으로 되돌아갈려고 했으니 나 또한 정신이 마실을 갔나 보다!
오손 도손 세월이 가는지, 날이 저무는지, 갈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게나 뭐냐며 양지 바른 곳을 골라 간식을 먹고 있다.
파란 하늘과 눈꽃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눈은 점점 더 많아지고 거의 10시간째를 걷고 있으니 정신줄이 온데 간데가 없다. 망연자실 먼데 산만 바라본다!
이 갈리는 눈 러셀 때문에 이미 달관한, 아니 몸과 마음이 유체 이탈한 상태다. 그나마 커다란 나무가 내몸을 지탱해주고 있다.
속 다보인다 콧구멍 좀 닫고!
다들 맛탱이가 갔다. 해바라기를 하는 것인지, "아! 이 무슨 지랄인고?" 하고 속으로 한탄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나마 언듯 언듯 백두대간 능선의 파노라마가 눈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두로봉 마지막 능선길을 치고 올라가며 조망한 우리가 걸은 북쪽 대간길!
맨뒤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산이 설악산이다.
희한하게도 능선길에만 이렇게 눈이 쌓여있다. 러셀이 하나도 안된 능선길, 거기다 이곳 신배령에서 두로봉까지는 출입 금지구간이라 일부러 표지기며 등로 표시도 공단에서 없앤 모양이다. 뚜렸한 길이 보이질 않는다.
이 힘든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우리의 '그윽한 미소'! 닉네임이 어울리는 오늘이다.
쥐어 짜듯이 체력은 바닥이 나도 웃음은 고갈되지 않았나 보다.
두로봉 오름길에서 그런대로 잘 따라오던 능선 길을 잃고, 그림에서 보듯이 잡목을 헤치고 두로봉에 오른다. 길없는 길을 만들며 러셀을 하려니 정말로 죽을 맛이다. 거기다가 딱 키 만큼만 자란 잡목이 가지말라고 앞을 막아서니 은산 철벽이 앞을 막아선 것 같이 아뜩 아뜩하다.
드디어 치고 올라오니 탁트인 헬기장이 눈에 들어오고 여기가 바로 우리의 최종 목적지 두로봉인 것이다.
정각 오후 3시 도착이다. 구룡령에서 장장 12시간이 걸렸다. 보통이면 7시간이 걸릴 거리를 눈 때문에 5시간이 초과다.
멀리 소황병산과 대관령의 풍력발전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악전고투 끝에 올라왔는데 아무런 감흥이 없다! 맨탈붕괴가 아직 회복이 안된 반증이다.
고드름이 어디서 날라 왔는지 눈밭에 꽂혀있다.
올 한해 다들 수고했다! 두로봉을 정점으로 한해 산행을 마무리한다. 두로봉에 쌓인 흰눈처럼 올 한해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들은
하얗게 잊어버리고 순백의 흰눈 위에 우리의 희망, 소망, 갈망을 아로새겨 병신년 한해를 활짝 열어가도록 하자!
뒤로 우리가 가야할 눈덮인 백두대간의 능선길이 이리오라 손짓한다.
내년에도 아무 무탈하게 백두대간을 올곧게 이어갈 수 있도록 천지신명에게 빌어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갈길이 멀리 남아있고 이제 먹을거라고는 생라면 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라도 먹지 않으면 뒈질 것 같은 예감이 똥꼬를 스친다. '그윽한 미소' 는 빼앗아 먹을까봐 몰래 숨어서 생라면을 뜯고 있다.
해는 뉘엇 뉘엇 저물고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 거리는 5km가 좋이 남아 있다.
두로봉에서 이곳 두로령까지 1.6km이고 여기서 북대사까지 1.4km, 북대사에서 상원사까지 5km이니 두로봉에서 상원사까지 8km이다. 이렇게 남아 있었으니 두로봉에 올랐어도 기쁠리가 없었다. '바람'은 두로봉에서 상원사 거리나 진고개 거리나 비슷하면 차라리진고개로 빠지자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힘이 다 빠지고 먹을 것도 없는 상태로 눈덮인 능선길을 치고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진고개로 가면 조난으로 필히 이어질 것이다. 같은 8km 거리이지만 눈물겨운 작전상 휘퇴다.
북대사의 사람 말을 믿고 상원사 마지막 버스를 타려고 뛰다시피 내려와 보니 막차는 떠나고 없었다.
그러니 북대사 사람이 틀린 정보를 알려준 거다. 상원사에서 마지막 버스는 5시 20분이고 월정사 마지막 버스가 7시 55분이다.
상원사 도착 시간은 5시 42분! 택시를 호출하니 30분이 걸린단다. 그러면 남는 시간은?
손에 손 잡고 '딱선생' 과 '그윽한 마소' 가 여가 시간을 이용해 천하의 근심 덩어리를 밀어내기 위해 해우소로 출발했다!
그러는 사이 '바람' 은 명상중이다.
진부 택시기사가 추천해준 진부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아구찜 집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진부면 소재지라 달리 방법이 없다. 맛은 그저 그렇고 다만 미역국은 한사가 침입한 위장을 데우기에는 충분한 맛이었다. 난로 옆에 자리를 잡아 젖은 배낭이며 옷을 말리니 그제서야 세상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진부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면 우리는 집에 갈 수가 없다 아니 우리가 아니라 내가 집에 갈 수가 없다. 해서 마지막 버스를 포기하고 8시 5분 동서울 터미널로 출밯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이집 아구찜은 나름 많아 보이는 비주얼에 비해 아구는 거의 눈에 안들어 오고 콩나물만 잔뜩이다. 이말은 '딱선생' 의 볼맨 소리다.
아구찜이 아니라 콩나물찜이라는 것이다. 맞다 콩나물 찜이다 그러나 시장이 반찬이니 맛이 없을리 있겠는가? 시장끼가 한몫한 맛인 것이다. 뭘 좀 씹을라고 콩나물 사이를 이리뒤적 저리뒤적여도 아구찜은 온데 간데 없다.
모자라면 모자라는대로 시간을 죽이다가 차 시간이 다되어 터미널로 이동했다. 차에 올라가자 마자 마치 악속이라도 한 것 처럼
나락같은 잠에 빠져든다.
잠깐 잔 것 같은데 벌써 동서울터미널이다. 헤어지기 다소 애매한 시간이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각자 집으로 고고씽!
올 3월 금남정맥 졸업, 8월 금남호남정맥 졸업을 기점으로 대간에 발을 들인 10월까지, 산행으로서만 우리 안빈낙도 회원들의 발자취는 가히 물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다들 무탈하게 이렇게 쉽지않은 성과를 낸 것은 우리회원들의 산을 사랑하는 애뜻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걸 돈을 주면 할 것인가 시켜서 할 것인가?
산을 사랑하지 않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병신년 한해에도 변함없이 산을 사랑하는 안빈낙도 회원이길 바라며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내년에도 무탈한 백두대간 산행이 되길 천지신명께 간구합니다!!
첫댓글 청학 안빈낙도를 이끄느라 고생 많았다...이번 산행에 러썰 하느라 만신창이가 된 네 얼굴 보는것이 얼마나 미안했던지...생각 같아선 앞장서구 싶었지만 내체력상 도저히 불가능하여 포기하고 힘든 네 모습을 지켜볼수밖에 없었다...대장이 지치면 안되지..ㅎㅎ 체력 조께 더 길러라..
한해를 마감하며 산에 조금더 다가갈수 있슴에 무한감사.무한행복한 한해였다..
청학이 힘들어하는거 처음봤네. 2015년 한해도 안빈낙도회원들 안전하게, 무탈하게 인솔하느라 욕봤다. 내년에 수고하시게... 다들 새해 복 많이받고 건강하길바란다.
그려! 아주 뒈지는 줄 알았다!
두로봉 올라 갈 때 정말 힘들었다!
한해 다들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