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일로 마당이 어지럽게 널려있어서 한참을 요란스럽게 물동이를 청소하던 중에 그 물속에서 자라던 잠자리(청령(蜻蛉), 청정(蜻蜓), 청낭자(靑娘子)) 유충(학배기라고 하고 한자로는 蠆(전갈 채)를 써서 수채(水蠆)라고 부른다.)이 우화를 거의 마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늦은 가을철에 수련을 실내로 거두어 들일 때 청소를 하면서 나오는 유충을 거의 죽이지 않고 한곳의 물동이에 넣어 겨울나기를 하도록 하는데, 지난 해에는 이젠 거둬들이는 일도 하기 싫어서 물동이 위에 비닐만 씌우고 야외에 그대로 방치를 했었다.
살놈은 살고, 못견디고 가는 아이는 할 수 없다고 여기면서도 그래도 미련이 쪼금은 남아 있어 몇개의 어린 열대수련 어린 묘를 몇개 물을 넣은 된장통 프라스틱 용기에 넣어 베란다에 둔 것도 있었다.
이리저리 정리를 하는 가운데 야외에서 물동이 속에 열대수련의 싹이 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2024년 열심히 키워보면 어떤 아이가 야외에서도 견뎌낸 놈이었는지 알 수 있을까?
총명도 이젠 한고비를 넘는데, 그 때에 가서 이 놈이 그 놈 같고, 저 놈이 그 놈 같고, 그렇지는 않을지?
그런데, 이 어린아이는 도대체 23년도에 씨를 뿌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왜 24년도에 수련씨가 발아하여 요렇게 내 눈앞에 나타날까?
대구수목원에서 22년도 늦가을에 가보았더니 물위에 수련이 열매가 맺혀 있길래, 그걸 채취하여 된장 프라스틱통에 넣어 두었다가 23년도 봄에 뿌렸던 아이다. 그게 또 한해를 물속에 있다가 이제 발아를 한거다.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다. 지난 해에 발아했던 아이는 어디에 간건지 지금은 나도 모른다. 물동이 구멍뚤린 곳에 비닐을 깔고 수련을 심었더랬는데, 그게 어디서 물이 새는지 자꾸 물을 채워도 안되기에 있던 흙도 꺼내고 새로 깔면서 그 속에 지난 해에 발아했던 아이가 어디에 섞여버렸는지, 나는 모른다.
그 흙을 또 새로 깐 비닐물동이 속에 넣었으니 그 속에서 살면 다행인거고. 그 놈의 운명인거지.
모든 걸 다 챙기면서 살려고 해도 이젠 팔의 근육에도 무리가 와서 손가락이 지멋대로 조금 무리하게 일하면 경련도 지 맘대로 파르르 떨고 자빠졌으니, 더 무리하게 신경 곤두세우며 아락바락 사는 게 물 건너갔다.
24년도에 열대수련의 꽃을 보여 주면 그게 요행스럽게 살아난 놈들이라는 걸 아셔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