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감동 <마 22:37~40>
대광고 개교기념예배. 2000.10.18.
37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38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39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40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저는 운동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운동신경은 별로 좋은 편이 못됩니다. 그래서 직접 하는 운동은 잘 안합니다. (직접 하면, 제가 속한 팀이 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신 보는 걸 좋아합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참 신이 났었습니다. 끝나고 나니까 좀 허전해지더군요. 그래도 요즘 막바지 프로야구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는 LG트윈스 팬인데, 특히 유지현 선수와 서용빈 선수를 좋아합니다.
프로야구가 끝나면, 프로농구가 시작되지요. 지금도 시범경기는 이미 시작되었는데, 저는 농구도 좋아합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프로농구 팀은 없지만, 허재 선수가 있는 팀을 항상 응원합니다. 허재의 오랜 팬이거든요. 이 선수가 농구 실력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성격이 좀 급해서 가끔 사고를 친다는 것인데, 그것도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매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구 선수 이상민]
그런데, 제가 최근에 다른 농구선수 한 명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허재 선수는 1~2년 안에 은퇴하지 않을까 싶고, 앞으로는 그 선수의 팬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선수가 누구일까요? 이상민 선수입니다. 이상민 선수는 현대 걸리버스의 간판스타죠. 아마 우리나라 현역 농구선수 중에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전성기의 허재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선수의 연봉이 얼마인지 아세요? 2억3천만 원이랍니다. 어마어마한 돈이지요. 그러나 이 돈은, 우리나라 최고 선수의 연봉치고는 너무 적은 편이랍니다. 서장훈 선수의 연봉이 3억3천만 원이거든요.
이상민 선수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프로농구 규칙에, 한 농구단의 연봉 총 합계가 10억 원을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걸리버스에는 스타 선수가 많습니다. 이상민, 조성원, 추승균, 맥도웰이 한 팀에 다 있으니까요.
높은 연봉의 선수가 너무 많다 보니, 10억 원으로 조절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조성원 선수는 어쩔 수없이 LG로 트레이드시켰습니다. 현대의 최후 보루는 물론 이상민 선수입니다. 이상민을 제외한 모든 선수는 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게 현대의 연봉협상 전략이었답니다.
그런 배경 아래, 현대가 이상민과 협상을 하면서 제시한 금액이 2억3천이었답니다. 이상민이 요구한 금액은 최소한 3억이었구요. 현대는 이상민의 요구가 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연봉상한선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2억 4~5천에서 조정하자고 수정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도 동료 선수 몇 명은 또 트레이드할 수밖에 없다고 이상민을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이상민이 갑자기 2억3천만 받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는데, 동료를 더 이상 보내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연봉 협상은 2억3천에서 타결됐습니다. 대신 현대는 광고 출연료 등으로 이상민에게 3억을 채워줄 계획이랍니다.
사실 프로의 세계는 비정합니다. 실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세계가 프로의 세계지요.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도 인정이 있고, 양보가 있고, 동료 사랑이 있다는 것을 이상민 선수가 보여주었습니다. 이 일로 저는 작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정말로 잘사는 사람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 중에 잘못 사용되는 용어들이 많습니다. 특히 ‘잘산다’ 라는 말은, 너무나 잘못 사용되고 있는 말입니다.
‘잘산다’는 게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는 돈이 많으면 ‘잘산다’고 합니다. 크게 잘못된 생각이고, 잘못 사용되는 말입니다. 물론, 돈 많은 사람 중에 잘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돈으로 자기와 가정의 행복도 누리고, 이웃에도 선한 일을 하면 잘사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상민 선수는, 돈도 많고 잘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자기 욕심만 부리고, 이웃을 가슴 아프게 하는 사람은, 돈은 많아도 못사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돈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잘사는 사람이 드물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재벌들 중에는, 잘사는 사람이 정말 드뭅니다.
반대로, 돈은 없지만 잘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늘 찌들고, 열등감에 젖어 산다면 못사는 것 맞습니다. 그러나, 돈은 없어도, 절약하며, 양심을 지키고, 선하게 살아가는 성실한 소시민은 인생을 잘사는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 그런 부모님 계십니까?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인생 잘 사시는 훌륭한 분들이니까요.
[인생 잘 살아야]
우리 학생들도, 인생 잘살아 주시기 바랍니다. 돈을 많이 벌게 되면, 특히 잘살아야 합니다. 돈 많은 사람이 잘 살면, 여러 사람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돈 많은 사람이 잘못 살면, 여러 사람이 고통 받게 됩니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대우그룹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대우자동차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오너가 인생을 잘살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돈은 많지만 잘 살지 못하고, 무리한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그 회사에 속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돈도 많이 벌고, 인생도 잘사는 사람이 다 되면 좋겠지만, 그러나 혹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그래도 잘 살아야 합니다. 돈을 펑펑 쓰는 재미도 있겠지만, 절약하며 알뜰살뜰 사는 재미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돈이 많건 적건, 어쨌든 잘 살아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버느냐 적게 버느냐 하는 문제는, 인생의 선택사항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태어나서 한 번 뿐인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인생의 필수사항입니다.
[잘 사는 학생들]
저는 우리 대광 학생들 중에도 인생 잘 사는 학생들이 꽤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지요. 2학기가 막 시작된 지난 8월 말경에 있었던 일입니다. 8월 29일 화요일 오후였어요. 1학년 학생 한 명이 교목실로 찾아왔습니다.
친구의 친척 아이가 암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2~3살 된 어린 아기랍니다. 헌혈증 5장 이상이 필요한 데 도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다음날이 수요일이고 예배가 있으니, 예배 후 광고 시간에 알리겠다고, 그 다음날(목) 5교시에 오라고 했습니다.
우리 학교는 해마다 4월 초가 되면 시청각실에서 헌혈을 합니다. 그때가 고난절 주간이기도 해서 보통 수백 명의 학생들이 참여합니다. 그러나 1학년 학생들은 생일이 지나야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헌혈증을 갖고 있는 학생은 10% 정도 밖에 안됩니다. 고2, 고3이 헌혈증을 많이 갖고 있는데, 하필 그 날(8월 29일) 고2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나서, 대상은 주로 고3 학생들이 되었습니다. 대입시험 준비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학생들인데, 그래도 5장이야 모아지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예배를 드리고 광고를 했습니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헌혈증을 갖고 온 학생이 7명이었고, 다음날 오전까지 모아진 헌혈증이 모두 17장이었습니다. 2장 가져온 학생이 2명, 5장 가져온 학생도 1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두 장의 헌혈 날짜가 2000년 8월 30일로 되어 있었습니다. 예배드린 그 날, 하교 길에 헌혈하고, 다음날 아침에 가져온 것입니다. 고3 학생이요.
사람이 감동을 받으면 가슴이 ‘징’ 하고 울립니다. 느껴 보았습니까? 그런 감동이 느껴지더군요. 정말로 인생을 잘 사는 학생들입니다.
[경천애인]
우리 학교 교훈이 경천애인이지요. 바로 오늘 읽은 성경 말씀에서 따온 것입니다. 성경 전체의 큰 가르침이 바로 경천애인입니다. 하나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뜻이지요.
이상민 선수를 ‘잘사는 사람’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많은 연봉을 받는 돈 많은 선수라서가 아니라, 프로선수지만 돈에 얽매이지 않고, 동료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아직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하나님을 공경하고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역시 ‘잘사는 학생들’입니다.
오늘 개교기념예배로 드리고 있는데요. 우리학교의 교훈의 의미를 잘 새기고, 그 뜻을 따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인생을 잘 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학교 교훈의 성경적 근거가 되는 오늘의 본문 말씀(마 22:37-40)을, 공동번역으로 다시 한 번 읽고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라.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두 계명이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