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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인이 강릉여행을 떠난단다
시작여행은 아닌듯하고, 불현듯 강릉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바다에는 좀 서툴고 잘 알지도 못하는데 동해바다로 떠났단다.
아마도 가을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그를 바다로 향하게 한 것 일게다.
본인의 주말 일정을 강릉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아우성...
그리고 얼마 후
속초에서 고시인님과의 회동이 있을 것이며 속초로 이동한다는 연락을 받음 저늠이 바다를 보러 간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 알았네 저 늠의 속을 알아차린 게야
최시인이 빨리 속초로 오라는 아우성이 시작되었다.
바다에서 하룻밤을 머물더니
아우성치는 법을 바다에서 배웠나보다
오후 속초를 향하여 출발준비를 하였다.
차가 벅차하지 않을 정도의 연료를 주유하고.
생수 한 병, 그리고 녹차 한 병, 속초에서 마실 술값을 챙겼다.
드디어 출발.......고싱싱
본의 아닌 길 떠남이었지만 참 오랜만이다 바다라는 유혹이 있고
먼 옛날, 바다로 나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그녀가 혹시 돌아오지 않았을까?
고향의 대나무밭의 풋 한 향은 여전할까?
문자를 보냈다. 많이 늦어 질것 이라는 것과 좋은 시간을 먼저 나누고 있으라
남녀 둘이서 3시간동안 바다에 취해서 바다와 운우지정을 나누든지
여튼 알아서 놀고 있으라는 그런 내용...
동명항으로 오란다 대관령은 이제 싱거워졌다.
아흔 아홉 구비의 멋드러진 인생길 같은 곡예도 없고
산맥의 정수리를 갈라서 동서를 이어놓았다.
나도 건설족이지만, 저 만행을 저질러 놓고 아직도 천벌을 받지 않고 하늘을 향하여
큰소리 뻥뻥 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가끔 천둥과 벼락이 무서운 건 사실이다 언젠가는 죄 값을 치룰 것이야 건설족들이 갈라놓은 정수리를 나의 애마는 과감하게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둟고
동해바다로 내 달렸다.
내 고향 동해바다. 알몸이 되어서 맘을 풀어 헤치고
바다에 뛰어들어 한바탕 흥건한 정사를 치르고 싶다.
바다는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동명항을 향하여 거침없이 달린다.
해질 무렵의 동해안은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화려한 항구의 조명과 네온들 일탈하는 도시의 진한 화장법을 어설프게 배운 모습
이 어설픈 얼굴과 만선이 아니어도 좋다 구수한 된장찌게 보글보글 익어가는 집을 향하여 부지런히 물질을 하는 어부의 얼굴이 상존한다.
물치항을 지나 속초에 도착했다.
문자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것 외에는 거의 기능을 사용치 않던
고시인의 전화번호를 꾸~욱 눌렀다.
40대중반의 바다 바람에 다듬어진 바닷돌 같은 목소리일거다.
만선가를 부르는 어부의 목소리일거다.
깃발을 들고 분기탱천 진격의 나팔소리 같은 힘찬 목소리일거다.
상상을 하며 신호음을 기다린다. 오~~호 전화기 저 너머에 들려오는 저 목소리
참 아름답다. 참 곱기도 하다.
저런 고운 목소리로 어찌 [깃발]을 들었을까 포효하는 그 글의 주인공이 어찌 저렇게 여리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소유하고 있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속초에 대한 본인의 지식정도는 아주 빈약하다.
내 이모가 한국전쟁 통에 나이 많은 어느 남자랑 결혼하여 아주 부유하게 사시다가 아들이 사업 말아먹어서 몰락하신 곳. 휴가때 내 낚시에 걸려들어 끌어 올려진 어이 없는 문어가 살고 있는 그곳
한국 전쟁이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였던 고시인의 거처가 있는 곳
시인 황금찬선생의 생가가 있고
인구는 7만정도인데 지금도 줄어들고 있다는 곳
대포항, 동명항이 있는곳
오래전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른 적 있는 도시
비행장(속초공항)이 있는데 비행기가 뜨는지는 모르겠음.
중앙시장의 잡어회가 아주 싱싱하다는 것.
속초에 도착했으나
바다는 내게 인사를 오지 않았다.
나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바다는 대신 곡차와 안주거리로 잡어 몇 마리를 보내왔다.
바다가 보내온 잡어 몇 마리와 소주 그리고 매운탕으로 세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수담을 나누었다.
글쟁이들의 대화라는 게
다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추측하듯이 문학적이지는 않다.
구구한 농담이 오가고,
살아가는 이야기 또 남여의 상열지사 와 운우지정의 취향에 대한 오만가지 이야기가 오가기도 하고
간간 작품을 이야기 하지만, 이내 바다가 보내온 안주이야기로 옮아 가버린다.
바다에 공기밥 한 그릇 얼른 말았다.
진한 그녀의 향기가 입속 가득하다.
이 바다는 말이지 웬만한 여인과의 키스보다 내 입을 더 즐겁게 해준단 말이지.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중앙시장 풍물거리
미자네 포장 없는 포장마차
고시인님 단골집인듯 했다.
미자라는 이름 최시인의 옛 애인의 이름이다.
독일에서 사회복지박사학위 받은 애인을 밀어내고 들어온 박색의 여자
살결이 백옥 같고 남편이 심마니라했지.
사연이야 본인이 가슴에 간직하는 것이고 20년전 내가 꾸어준 둘이 사용한 여관비는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돌려받지는 못할 듯
술이 조금 달아오르니 최정룡시인의 마음이 더 애틋한가 보다.
그도 이제 바다를 좋아한다고 할지도 모를 거야,
속초의 밤이 취해간다
통금에 걸린 고시인이 자리를 떠나고
최시인과 한 잔의 술을 더 나누었다
오랜만에 벗과의 잠자리
오십중반 이 나이에 사내놈 둘이서 뒹구는 것이 어찌 즐겁기야 하겠냐마는
칫솔 면도기도 안주는 20대 시절 가난한 여행지에서 싼 맛에 주로 이용하던 허름한 여인숙 같은 모텔에서 벗과 함께 그리 나쁘지 않은 밤을 속초에서 보냈다
오후의 일정 때문에
일행을 속초에 놔두고 한계령으로 달려 올라갔다.
한계령이 나를 반긴다
저 아름다운 한계령을 놔두고 그냥 갈수가 없어서 사진기에 풍경 몇 장 이리저리 그려 넣고
함께 나누고픈 이에게 문자 한통 넣었다
한계령을 넘으면서 나의 이번 속초여행을 끝냈다.
바람처럼 갔다가
바람처럼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돌아왔다
먼 옛날 바다로 나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박색의 그녀
지금도 바다에서 살고 있고
내게는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
첫댓글 시작노트에 출렁이는 시심을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