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추억, '예이츠-브리튼'의 <버드나무 정원 아래에서>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아래로 짙게 녹음을 드리운 버드나무 정원.
시냇물을 따라 흐르는 부드러운 바람에도 그 버드나무는 귀를 기울이듯 살랑거린다.
그 한가로운 여름 풍경아래, 아직 세상에 때묻지않은 풋풋한 두 남녀가
서로를 마주보며 뜨거운 사랑을 속삭인다.
하지만, 철없는 사랑은 오래갈 수 없는 법.
두 사람의 짧은 만남과 이별을 뒤로한 채 세월은 시냇물처럼 유유히 흐르고,
어느새 노인이 되어버린 그 소년은 지나간 사랑을 후회하며 노래부른다.
그 옛날 저 버드나무 정원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첫사랑을 생각하며...


1880년, 런던으로 갔던 '예이츠(Yeats)'가족은 고향 더블린(Dublin)으로 되돌아 왔다. 그는 그 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예술학교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문학수업을 받았다. 휴가 기간에는 고향 '슬라이고(Sligo)'에 있는 외삼촌의 집에 머무면서 아일랜드의 수많은 전설과 민요들을 접하게 되었고, 그 노래들을 채집하여 이야기 시집<The Wanderings of Oisin and Other Poems:방황하는 오이신과 여러 시들>을 출판하였다.
시인 '예이츠'의 초상
그가 이 슬픈 사랑의 노래를 접하게 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이 노래는 '슬라이고'의 작은 마을 '밸리소데어(Ballisodare)'에서 살고 있던 어느 할머니가 그에게 불러주었던 3행짜리 옛 노래를 다듬어 완성시킨 것이었다. 그는 이 시를 1889년에 펴낸 시집 <교차로:Crossways>에 실었다. 처음에 그는 이 시의 제목을 <An Old Song Re-Sung:다시 부르는 옛 노래>라 붙였는데 후일 <Down by the Salley Gardens:버드나무 정원 아래에서>라는 제목으로 바꾸었다. 이 가사를 아일랜드의 작곡가 '휴즈(Herbert Hughes)'가 1909년에 <몬 해안가의 여인들:The Maids of the Mourne Shore>이라는 노래로 만들어 출판하였고, 이것을 다시 영국의 '슈베르트'라 불리던 '아
이버 거니(Ivor Gurney)'가 예술 가곡으로 다듬어 발표하였다.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
이 외에도 여러 작곡가들이 노래를 지었으나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1913-1976)'이 1943년에 지은 가곡이다. '브리튼'은 여러 해 동안 영국의 민요를 채집하여 그 멜로디를 자신의 악곡 주제에 사용했는데, 이 노래 역시 그가 아일랜드 지방에서 찾은 민요의 가락으로 만든 것이다. 사랑스러우면서도 구슬프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로 인해 오늘날에 이르러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노래가 되었다.
제목의 '샐리(Salley/sally)'는 영어로 'sallow', 즉 <버드나무:Willow>를 뜻한다. 아일랜드 언어로는 이를 <Gort na Sailean>라 부른다.
Down by the salley gardens W. B. Yeats
Down by the salle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She bid me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with her would not agree.
In a field by the river my love and I did stand, And on my leaning shoulder she laid her snow-white hand. She bid me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now am full of 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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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정원 아래에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버드나무 정원에서 그녀와 나는 만났네. 눈처럼 흰 작은 발로 버드나무 정원을 거닐며 그녀는 내게 말했지. 나뭇가지에 잎 자라듯 사랑을 쉽게 생각하라고. 그러나 나는 젊고 어리석어 그녀의 말 듣지 않았네.
강가 들판에서 그녀와 나는 서 있었네. 기대인 내 어깨 위에 눈처럼 흰 손을 얹으며 그녀는 내게 말했지. 둑 위에 풀 자라듯 인생을 쉽게 생각하라고. 그러나 나는 젊고 어리석었기에, 지금 눈물로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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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명한 노래는 숱한 성악가와 대중가수, 그리고 여러 종류의 기악으로 불려졌다.(밑줄 친 부분이 VOD로 제공됨)
가장 대표적이며 역사적인 연주는 1949년에 작곡가가 직접 피아노를 치고 친구이자 테너 가수인 '피터 피어스(Peter Pears)가 부른 녹음이다. 이후 전설적인 알토 가수 '캐슬린 훼리어(Kathleen Ferrier)'가 불렀으며, '알프레드 델러(Alfred Deller)'가 1958년 <서풍:Western Wind>이라는 앨범에 이 노래를 취입하였다. 그러나 대부분 녹음이 좋지 않고, 테너 '니콜라이 게다(Nicolai Gedda)'가 부른 노래가 가장 스탠다드한 연주를 들려 주고 있으며, 영국 가수 '존 맥코믹(John McCormack)'의 노래는 가사의 운율을 잘 살리면서 격조와 낭만성을 적절히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일랜드 가수에 의한 것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97년에 '모라 오코넬(Maura O'Connell)'이 부른 <방황하는 고향:Wandering Home>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조안 바에즈(Joan Baez)'를 닮은 풋풋한 목소리가 기타 반주에 실려 옛 추억을 그리게 하는 느낌을 주고 있는 명음반이다. 그러나 완전한 아일리쉬 언어로 부른 연주는 아일랜드 전통음악 밴드 '타말린(Tamalin)'이 부른 1997년의 앨범 <Now and in a Time to Be>에서였다.
최초의 대중적 연주는 보컬 그룹 '클래나드(Clannad)'가 1979년에 만든 <캘틱의 전설:Celtic Myst> 앨범 속의 수록곡 <Gort Na Sailean>이다. 또한 'Lark & Spur' 그룹의 노래는 고대 아일랜드(캘틱)의 정서를 잘 나타내고 있다.
곡의 성격상 젊은 소년이 부르는 것이 더 어울려 여러 보이 소프라노들이 이 노래를 불렀는데, 대표적인 것이 그리스 출신의 남성 소프라노(sopranist) '아리스 크리스토펠리스(Aris Christofellis)'가 1989년에 연주회에서 부른 앨범이다. 그의 목소리는 여성보다 더 곱고 유려하여 한 마리의 나이팅게일과 같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외에 '안드레아스 숄(Andreas Scholl)'가 오르훼우스 실내악단과 협연한 앨범도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에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는 바로 팝페라 테너 '임형주(Lim Hyung Joo)'이다. 맑으면서도 구성진 굴절이 있는 그의 창법은 유럽쪽의 밋밋한 곡조에서 찾을 수 없는 매력을 전해주고 있다.
여성가수에 의한 대중적 노래로는 노르웨이의 소프라노 '세실(Sissel Kyrkjebø)'이 가장 돋보인다. 그녀가 2006년에 내놓은 앨범 <Into Paradise>에서 낭송조의 담백한 목소리로 운율을 새기며 부르는 목소리는 매혹적이다.
기악으로 편곡되어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앨범은 1997년 플류티스트 '제임스 골웨이(James Galway)'의 편곡판 앨범 <Irish Memories>이다. 플륫을 통해 나오는 그의 숨결이 마치 아일랜드의 풀밭을 가로지르는 바람소리와 같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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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내 마음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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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신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