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균이 말고 다른 아이들을 집에 들여서 기숙아들들을 돌본지도 벌써 6년째, 그 세월만큼 반복되는 패턴이 바로 금요일 오후 수업마치면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는 작업인데요, 이를 오랫동안 함께 해온 태균이에게 그래서 금요일은 특별한 날입니다. 아침이 되면 집에 보내는 아이들을 위해 주말에 먹을 보충제를 싸라고 재촉하고, 그리고 수업끝나면 얼른 출발하자고 재촉, 다 데려다 주고나서는 이제는 우리 둘만의 외식을 즐기자는 기대의 재촉, 그 기대를 적극적으로 문자로 써서 알려주곤 하는데요... 자기가 가 보았던 식당을 떠올리며 그 날의 메뉴를 정해주곤 합니다. 어제는 '두끼떡볶이'를 연실 써서 눈 앞에 흔들어대는 것을 보니 간만에 두끼떡볶이에 가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태균이의 기대를 무시하고 그냥 내처 달려서 영흥도가는 고속도로로 들어섰더니 점점 멀어지는 두끼떡볶이집 (시공간 개념은 엄청 좋아서 방향감각과 공간개념은 천재급입니다)이 서서히 짜증으로 변해갑니다. 두끼떡볶이는 포기한다하더라도 떡볶이와 튀김을 먹겠다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더니 휴대폰에다 '떡볶이, 순대, 튀김, 만두"를 연속 써서 다시 흔들어댑니다. 대충 대부도쯤 가면 떡볶이집이야 한 두개 정도 있겠지라고 순진한 마음으로 대부도에서 떡볶이집을 찾으니, 나름 유명세가 있던 떡볶이집은 집안 경조사로 인해 당분간 휴업이라고 하니... 난감해졌습니다. 그럼 집에서 떡볶이를 만들어먹자 하고 영흥도 초입 맛있는 떡집을 갔더니 (한번 사다먹었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이미 영업종료입니다.
이제 태균이는 금요일의 패턴을 포기해야 하는 수준으로 가니 화가 극도로 치미는지 자기 손까지 물어대며, 괴성을 지릅니다. 이런 상태에서 영흥도 집에 도착하니, 금요일의 패턴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음을 온 몸으로 보여줍니다. 할 수 없이 찾아나선 영흥도 떡볶이집, 이래저래 식당이 적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이런 곳에 떡볶이집이 있을리도 없고 있다해도 찾을 수도 없습니다. 서해로부터 밀려오는 안개는 이미 거리마다 자욱해져서 시야조차 밝지 않은 이 서해의 섬에서 떡볶이집을 찾는 것은 불가능, 평소에 지나치면서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던 감자탕집이 있어서 저 집은 어떠냐고 했더니 태균이 그런대로 수용하는 태도입니다. 다행히 태균이 좋아하는 낙지볶음도 있어서 그제서야 화를 풀고 성큼성큼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아이고 진땀을 빼게 했던 금요일의 패턴을 무사히 마치고 보니, 그런대로 맛이 있는 식당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친절한 주인의 삼계탕 국물까지 얻어먹고 나오려는데, 매실파는 것이 눈에 띕니다. 직접 농사지은 매실이라고 하는데, 족히 12~3kg는 될 것 같습니다. 10kg박스에 담겨져 있지만 내용물이 꽤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가끔 담게 되는 매실청 생각이 나서 한 박스 23,000원에 사서 돌아오는데, 너무나 싼 가격에 기분좋았고 크지 않고 단단한 매실이 농사의 상처들도 있지만, 이런 것들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아침에 씻어놓으니 양이 꽤 많습니다. 매실청담그기는 쉽게 할 수 있고 별로 실패하는 경우도 없어서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단단하고 작은 영흥도 매실로 하게 되니 올해 배추겉절이는 더욱 맛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펜션만 즐비해서 작은 관광지임은 틀림없지만, 그래도 영흥도는 농사지역입니다. 곳곳에 포도농사도 꽤 많이 있고, 고구마도 유명하다고 하니 이제 다양한 영흥도 농산물을 즐길 시간이 된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