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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6일 월요일
[다 함께 하는 잔치 준비]
드디어 잔칫날입니다.
오늘은 잔치에 참석하는 모두가 바삐 움직여야합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합하고, 집합하자마자 백산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백산 생건마을 어르신들께서도 일찍 기상하셔서 육수를 준비하실 겁니다.
9시 정각 쯤, 집합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선명이와 루다가 먼저 도착해있었습니다.
어른인 저도 9시까지 출근하는 것을 힘들어하는데, 참 기특했습니다.
일찍 도착한 선명이와 루다를 데리고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먼저 방앗간에 가서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떡을 받아왔습니다.
고맙게도 선명이가 떡을 힘껏 들어 트렁크에 실어주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마트에 가서 장을 봤습니다.
넓디 넓은 마트에서 계란과 김가루를 찾는 데에는 시간이 꽤 소모되었습니다.
선명이와 루다가 요원처럼 멋지게 마트를 수색하여 계란과 김가루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장 본 물품들을 슈퍼맨처럼 멋지게 들어주었습니다.
[허둥지둥]
장 본 것들을 가지고 복지관에 돌아왔습니다.
아까는 없었던 민서가 도서관에 와있었습니다.
슬슬 집합 시간이 임박하였으나 정율이와 하준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제사회복지관 실습생 이아현입니다. 혹시..."
아직 오지 않은 아이들의 보호자분들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들 상당히 늦는다는 것 같습니다.
제 안내가 미흡했던 건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을 회고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아현아, 애들 어디래?"
"정율이는 방금 막 출발했고 하준이는 편의점 들렀다가 온다고 하네요."
"애들 집이 어디야? 지금 딜레이가 됐으니까 우리가 데리러 가야지."
집합 시간 30분이 훌쩍 지났기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결국 기관에서 직접 픽업하기로 결정합니다.
누차 재공지를 드릴 걸 하고 막심한 후회가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정율이와 하준이를 데리러 기관 차량을 타고 달리고 달렸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파트가 복지관과 그리 가깝지 않은 위치에 있었기에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곧바로 백산면으로 달렸습니다. 10분 정도 지체되었습니다.
10시 정각에 방문 예정이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10시 10분이었습니다.
일정이 지연된 와중에도 안전하게 운전해주신 과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생건마을에 설날잔치가 열렸어요]
지각생들이 백산 생건마을 경로당에 입장했습니다.
늦게 도착한 저희에게 어르신들께서는 나쁜 말씀은 한 글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반겨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마을에 초대해주시고 시간 내주신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맏형·맏오빠 선명이가 "차렷, 경례"를 외치자,
아이들은 세배...를 하기로 한 것을 까먹었는지 허리 숙여 인사를 합니다.
"얘들아, 우리 세배하기로 했잖아~"
"아 맞다!"
뒤늦게 세배를 한 아이들과 처음부터 세배를 하고 있던 아이들이 뒤엉킵니다.
그 황당한 상황에 다들 귀여워하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아이들이 꼬물꼬물 세배를 하자 환하게 웃으시며 좋아하셨습니다.
"이제 어르신들께 시원하게 안마해드릴까?"
"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 어르신들의 어깨를 주물러드렸습니다.
원래는 어깨, 다리, 손을 주무르기로 했지만 어깨에서 그쳤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아이들 힘들까봐 괜찮으니 가서 쉬라고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조그마한 손으로 뭘 하느냐고 하셨지만 내심 좋아하신 듯했습니다.
"이제 어르신께서 떡국 만들 준비하실 거니까 앉아서 기다리자."
세배와 안마를 받으신 어르신들께서 주방에 가셨습니다.
주방에서 분주하게 잔치 준비를 하셨습니다.
떡국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 준비 시간 동안 아이들을 쉬게 했습니다.
"얘들아 이제 떡국 만드는 거 볼까?"
제가 아이들을 부르자 놀던 아이들이 구경하러 쪼르르 주방에 옵니다.
어르신들께서 정성스레 끓이신 국물에 떡을 넣으십니다.
그리고 얇게 썬 계란 지단과 김가루를 넣습니다.
그러고 나니 짜잔, 한 솥 가득 떡국이 완성되었습니다.
한겨울에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떡국을 보니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이른 시간에 모이느라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온 아이들은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떡국이 먹고팠는지 놀던 것도 접어두고 떡국을 구경합니다.
어르신께서 떡국을 정성스레 그릇에 담아주십니다.
아이들은 구경은 접어두고 상 차리는 것을 도왔습니다.
선명이와 루다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그릇을 옮겼습니다.
다 같이 수저를 놓고, 김치와 숭늉 등을 놓으니 설날 잔칫상이 완성되었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식사 전 우렁차게 인사를 드리고 떡국을 한술 뜨기 시작합니다.
쫄깃한 떡과 따뜻하고 맛 좋은 국물의 조합이 좋습니다.
아이들의 입맛에도 잘 맞았는지 순식간에 한 그릇을 해치우고는 "더 주세요" 합니다.
문득 어르신께는 직접적인 칭찬보다 간접적인 칭찬이 좋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은 어르신께 "너무 맛있어요"라고 말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두 그릇, 세 그릇 야무지게 먹는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그러자 어르신께서 "떡국이 맛있었나보다", "더 먹고 싶어?"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아이들이 떡국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어르신께는 칭찬으로 느껴지셨을 것 같습니다.
"떡국 더 주세요!"
루다는 떡국을 한가득 먹고도 모자랐는지 더 달라고 합니다.
루다에게 떡국을 더 주고 싶었지만 배달할 떡국을 남겨야 하는 상황이었고,
떡국이 바닥을 보일 듯한 상황이었기에 더 이상의 시식은 어려웠습니다.
"이제 남은 떡국은 다른 어르신 드려야 하는데 어떡하지?
선명아, 네 그릇에 떡 남았으면 루다에게 조금 주는 건 어떨까?"
"네!"
든든한 형 선명이에게 부탁해봅니다.
선명이의 그릇에 떡이 조금 남아있자 그것을 루다의 그릇에 망설임 없이 넣어주었습니다.
비록 적은 양의 떡이지만 루다는 감사히 받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동생을 챙겨주는 의젓한 형의 모습이 멋졌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고 따뜻한 식사를 마쳤습니다.
어른, 아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상을 정리했습니다.
식기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행주로 식탁을 깨끗하게 닦고 식탁을 접어 창고에 넣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그릇을 깨끗하게 설거지해주셨습니다.
거들고 싶었지만 어르신께서 손사래치셨습니다.
여러모로 어르신들께 신세를 많이 진 날이었습니다.
[띵동~ 떡국 배달 왔습니다!]
겉옷을 입고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쟁반 위에 그릇을 올리고 떡국을 배달하러 출발했습니다.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는 떡국이 가는 길에 식을까봐 노심초사했습니다.
첫 번째 어르신 댁에 도착했습니다.
어르신께서 편찮으셨는지 직접 떡국을 받기는 힘드신 상황이었습니다.
직접 댁 내부에 떡국을 놔드리고 방문을 허락해주신 것에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 고맙습니다~"
두 번째 어르신 댁에 도착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반갑게 저희를 맞아주셨습니다.
직접 댁에 들어가 인사를 드리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잔치에 못 오신 어르신께 떡국을 전달해드릴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배달해드린 떡국을 시식하시는 모습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떡국을 맛있게 드셨을 모습이 상상됩니다.
이웃 간 따뜻한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갓 뽑은 떡을 드려요]
백산에서의 설날잔치를 마치고, 다른 마을에도 새해 인사를 드리기로 합니다.
후석마을 이장님께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선명이가 이장님께 떡 드릴래?"
인사 담당 선명이에게 부탁합니다.
선명이가 이장님께 직접 떡을 드렸습니다.
이장님께서 떡을 받으시고는 기뻐하시며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셨습니다.
가래떡을 전해준 선명이에게 봉투 한 장을 건네셨습니다.
설날에 좋은 일 하는 아이들에게 용돈 5만원을 주신 것입니다.
아이들이 "세뱃돈이다!"하며 기뻐했습니다.
이제 학당마을로 향합니다.
마을회관에 도착해보니 각자 사정이 있으셔서 어르신 한 분만 계셨습니다.
아이들이 회관에 들어와 어르신께 떡과 인사를 드렸습니다.
더 많은 어르신들을 뵙지 못해 아쉬웠지만, 반겨주신 어르신께 감사 인사 드렸습니다.
추운 날씨인데도 어르신께서 회관 앞까지 배웅해주셨습니다.
어르신의 배웅을 받으며 학당마을을 떠났습니다.
[도움 주신 분께 감사합니다]
복지관에 복귀했습니다. 멀티미디어실에 앉아서 평소처럼 회의를 했습니다.
저번 회의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아이들은 왜 아직도 회의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얘들아 회의 빨리 끝내고 집 가자!"
마지막이니 힘을 내어 박수를 치며 아이들을 집중시켰습니다.
선명이가 도움 주신 분들께 인사드리겠다고 합니다.
인사 대장 선명이가 대본을 쓰기 위해 직접 종이와 연필을 들었습니다.
감사 준비를 마치고, 감사를 시작하기 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대망의 활동 수료식입니다.
이 날을 위해 고민 많이 했습니다.
사실 저는 자그마한 트로피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제 개인적인 사정상 준비하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비록 트로피는 아니지만 트로피만큼 화려한 수료증을 준비했습니다.
주재철 선생님께서 제공해주신, 테두리에 금장이 빛나는 상장 용지에
상장 양식대로 작성한 수료증을 인쇄하였습니다.
그것을 상장 케이스에 끼우니 제법 폼나는 모양새였습니다.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고 수료증의 내용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정성스레 하나하나 고르고 포장한 간식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수고해준 아이들에게 주는 저의 마지막 선물입니다.
평소에 그렇게 간식을 좋아하던 아이들이기에 더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수료식을 마치고, 통장님께는 사정상 전화를 통해 감사드리기로 했습니다.
통장님께 쌀 받았던 아이가 감사드리려고 연락드렸다고 설명드리고,
선명이에게 전화를 바꿔주었습니다.
"어... 그러니까..."
"선명아, 대본!"
갑자기 전화를 받으니까 선명이가 당황했는지 망설입니다.
대본을 손에 들고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당황한 상황이 참 재밌고 귀여웠습니다.
나중에 급하게 대본을 읽습니다.
"쌀을 주신 덕분에 저희가 떡국을 끓여먹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사정상 비대면으로 인사를 드렸지만,
전화 너머로 통장님의 흐뭇한 웃음이 느껴졌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쌀을 내어주실 때 보여주셨던 그 환한 미소가 상상되었습니다.
주재철 선생님께서 운전하시는 복지관 차를 타고 만나떡방앗간으로 향했습니다.
처음에 방앗간에 사장님께서 안 계셔서 당황하였는데,
얼마 기다리지 않아 금세 사장님께서 등장하셨습니다.
"떡을 만들어 주셔서 맛있게 떡국 먹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선명이가 또박또박 감사 인사를 합니다.
사장님께서 바쁘신 와중에도 저희의 인사를 받아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덕담도 해주셨습니다.
입이 닳을 정도로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방앗간을 나섰습니다.
[따스한 이별]
이제 정말 마지막입니다.
아이들이 후석마을 이장님께 받은 용돈을 가지고 분식 뷔페 '두끼'에 갔습니다.
자칭 '두끼 박사' 선명이가 제일 신났습니다.
선명이, 정율이, 민서가 한 테이블에 앉았고
하준이, 루다가 다른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셀프로 음식을 조리해야하는 식당이기에 미숙한 동생들을 대신하여
선명이와 하준이가 직접 맛있게 조리를 해주었습니다.
그 모습이 참 훈훈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백산에서의 따스한 정을 다시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나이가 어리고 자그마한 민서는 그곳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민서가 스쿱으로 아이스크림을 담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잠시 다른 아이를 보느라 보지 못했는데,
뒤늦게 알아챘을 땐 감사하게도 다른 지역주민 분께서 도와주고 계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민서에게 도움주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떡국을 세 그릇이나 먹고도 떡볶이, 볶음밥, 아이스크림까지 먹는
아이들의 식성에 매우 감탄하였습니다.
두끼에 갈 때마다 떡볶이 몇 입을 먹으면 배부른 저는 그것이 참 부러웠습니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계산을 하였습니다.
집이 가까운 순서대로 귀가를 도왔습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차에서 떠납니다.
"민서야, 도착했어."
오빠들이 모두 떠나자 마지막으로 남은 민서.
민서는 차에서 곤히 잠들었다가 선생님이 깨우는 소리에 부스스 일어납니다.
졸려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는지 서둘러 집으로 향합니다.
민서 집에 다행히 민서 오빠 현태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민서까지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주재철 선생님과 저 단 둘이 남은 차는 조용했습니다.
복지관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여러 감정이 오갔습니다.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뿌듯함.
다섯 번 밖에 안 만났는데 벌써 끝났나 싶은 아쉬움.
이렇게 아쉬울 줄 알았으면 더 잘해줄걸 하는 후회.
주재철 선생님과 복지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서로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드리고 각자 사무실과 회의실로 흩어졌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인사드리자 선생님들께서 반겨주셨습니다.
기관 선생님을 비롯한 도움 주신 분들, 선명이 하준이 정율이 루다 민서, 그리고 저까지
다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인연이 닿으면 또 보기를.
그 때에는 서로 따스한 포옹 나누고 더 즐거운 추억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