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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원의 문학 50년사
2023년
[1] 남진원의 도덕경과 시조 산책
남진원의 도덕경과 시조 산책 (2023. 1. 2)
道可道非常道
( 도를 도라고 하자마자, 이미 그것은 도가 아니다 )
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이런 문제 중에서 본질과 실존은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동양에서는, 특히 우리의 경우에는 ‘이(理)와 기(氣)’라는 성리학적 논의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理)’는 본질적이고 ‘기(氣)’는 활동성을 가진 실존적인 측면으로 여겼기에 정치적인 논쟁으로까지 가져갔다.
사람들은 ‘신(神)’이라는 존재를 이념화하여 모든 생활 양식은 신의 존재 아래에서 인간의 행위가 행해져야 한다는 믿음이 강했다. 이런 점은 우리의 토속 신앙에서도 볼 수 있었고 서양의 기독교적 신앙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즉 인간 본질의 문제를 실존 보다 앞세웠던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틀린 것이다’라고 단정 지을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옳고 그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성경 구절과는 달리, 나는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 라는 가설을 내세우는 것도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여긴다. 사람은 행동함으로써 저절로 그 본질이 행동 속에 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달려오는 차 앞에서 아이가 놀고 있을 때 분별할 사이도 없이 달려가 그 아이를 구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행동함으로써 저절로 사랑이 구현된 것이다. 갑자기 만난 동네 어른을 보고 인사를 하는 것 등도 그런 예이다. 인사를 함으로써 예를 갖추게 된 것이다.
어제 뉴스에서 얼굴 없는 기부 천사의 행동이 나왔다. 고물가 시대, 혹한의 추위 속에서 쌀과 그 안에 돈 봉투를 넣어서 북부경찰서 문 앞에 가져다 두고 사라진 사람 이야기였다. 쪽지 글도 발견되었는 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분도 처음에는 이웃에게 봉사하기 위해 돈을 번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돈이 모아지니 좋은 일에 쓰려고 했던 같았다. 한 번 두 번 해 보니 남들은 느끼지 못한 보람과 행복, 기쁨을 느꼈을 것이다. 돈 버는 기쁨보다 남에게 베푸는 기쁨이 몇 배나 크고 아름다운 일임을 체득했던 것이리라. 그 보도를 들으니 마음 속엔 깊은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본질이 먼저고 실존이 나중이라거나, 실존이 먼저이고 본질이 나중이라는 등의 말은 쓸 데 없는 휴지조각 같이 의미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본질이 먼저 일 수도 있고 실존이 나중일 수도 있다.
본질적인 측면이 앞서는 작품들은 고시조나 근대 시 작품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에 들어오면서는 본질보다는 실존적인 작품, 즉 이미지가 강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저 유명한 김소월은 대한민국의 민요적 서정시인으로 공부해 왔다. 그의 시집 ’진달래꽃‘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시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아픈 이별의 경험이 있었기에 그는 ’진달래꽃‘에서 이별의 서정을 관념적으로 그려놓았다.
진달래꽃
- 김소월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별의 아픔을 관념적 시어로, 간곡함이 깃든 서정적 자아를 그려내었다. 우리 고시조의 많은 시가들 또한 관념성을 드러낸 작품들이다. 정몽주의 단심가나 이방원의 하여가 역시 궁극적으로는 의지를 기본으로 하는 관념적 시조이며 본질이 우선하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관념을 너무 강렬하게 처리하면 시의 격이 낮아지고 감동의 폭이 좁이지는 것은 사실이다. 도덕경의 ’도가도비상도‘ 역시 도를 말하기 전에 행동하라는 실행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음을 본다.
잘한 일들은 아무리 잘해도 자랑을 먼저 늘어놓으면 안된다. 자식 자랑하는 일과 자기 자랑하는 사람, 베풀 줄은 모르고 돈 자랑만 하는 인간들을 보고 왜 8불출이라고 했겠는가.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모두 노자가 말하는 도덕경의 말처럼 어리석은 자들이 하는 짓거리 들이다. 이들에게는 칭찬이 오는 것이 아니라 멸시와 조소가 찾아든다.
’道可道非常道‘가 일러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하심(下心)한 마음으로, 그 마음을 행동으로 보이라는 뜻일 것이다. 왜 하심해야 하는가? 그것은 도덕경 39장에 구체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다음은 작고한 시인이며 소설가인 임찬일 시백의 시조 작품 ‘물’이다.
물
임찬일
한 그릇 맑은 혼을 스스로 엎질러서
몸을 소리로 풀며 내려오는 그대 강림
아마도 맨 깊은 곳은 아주 낮은 곳이런가
무자리 발 닿던 곳 손금 만도 못한 길을
물레소리 내고 가는 어떤 넋의 더듬이여
몇 장단 풍물을 쳐야 사는 일도 흘러갈까
맨살로 돌을 감는 뼈보다 아픈 침묵
그대가 몸을 풀면 한낱 돌도 입이 열려
마침내 노래가 되어 살 속으로 흘러라
===== 시인이며 작가인 임찬일(1955~2001)은 1986년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같은 해 『중앙일보』 전국 시조백일장에 장원을 하고 1986년 『스포츠서울』 시나리오 당선,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다, 1996년에는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 하는 등 화려한 문학 전적이 있다. 장편소설 『임제』를 출간 한 시인, 시나리오작가, 소설가이다. 한창 나이에 좋은 글을 써야 할 47살에 위대한 별이 지듯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2] 화집 속의 산문
2023년 1월 3일 화요일 건조하고 맑음
화집 속의 山門
화집 속에 있는 어느 여류 화가의 그림을 벽에 붙여 놓으니
시선이 절로 닿는다.
눈 내리는 모습인데 절은 안 보이고
절로 들어가는 山門의 풍경만 보인다.
추울 텐데
그림을 보고 있으면 따뜻해지고 행복해진다.
사천왕처럼 지키고 선 듯한 소나무 두 그루
눈 부릅뜬 사천왕은 무섭지만 소나무 두 그루는
어질고 인자해 보인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은은한 세상
한 폭의 大藏經이다
(2023. 1. 3)
[3] 소소한 일기
2023년 1월 5일 목요일
강원문인협회 지회장 입후보 등록을 하였다. 오후 4시 등록인이 더 이상 벗어 무투표 당선이 되었다. 저녁에 닭갈비 집에서 몇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2023년 1월 6일 소한이지만 크게 춥지 않았다. 뒷 산에서 죽은 가지를 모아 난로에 쓸 나무들을 했다.
일부로 마실버스를 타고 농협에 내려가 생필품을 사 가지고 올라왔다.
2023년 1월 7일 토요일. 들깨 기름을 짜려고 했으나 그만 두었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극도로 심했기 때문에 대신 빨래를 하였다. 어제와 오늘 2틀 간 방정리를 깨끗이 하였다. 긴 원형 책상 두 개를 T자로 놓았다. 모든 게 전술적으로 타당하였다.
당선 소감을 간단하게 쓰기로 했다.
당선 소감 – 침묵의 성원을 뜨겁게 새기며
지난 1월 5일 무투표로 지회장에 당선된 남진원 인사올립니다.
저보다도 더욱 리더쉽이 뛰어나고 덕성이나 문학성이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겸손의 미덕을 보여주시고 제게 침묵의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깊은 뜻 마음에 뜨겁게 새겨 본회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쇠와 돌이라도 뚫고 나가는 금석위개(金石爲開)의 의지로 앞장 서겠습니다. 또한 회원님들의 발이 되어 문학으로 날마다 행복한 시간이 되는 화양일화(花樣日華)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음의 절 드립니다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사랑합니다, 회원님들!
2023년 1월. 남진원 올림
2023년 1월 9일
아들이 잘 있냐고 안부전화를 하였다.
시 한편을 정리하였다
거 울
한 세상 살다 보니 사람이, 자연이
모두 거울이다
사람을 대하면 그 사람이 거울이었다
사람에 따라 내 모습이 다 달랐다
웃는 모습, 행복한 모습
화내는 모습, 일그러진
내 모습이
거기에 모두 살아 있었다
꽃을 보고 나무를 보면
그들이 모두 또 거울이었다
미워하고 증오하던
부끄러웠던
내 모습들이
향기 나는 꽃 속에서 우뚝한 나무 속에서
다 勃起하곤 했다
마스크를 쓰고 나서야 겨우 볼 수 있는
뿌연 세상이라는 거울 속에는
기계와 욕망이 배설해놓은
부유물들이 먼지처럼 떠다녔다
한 세상 살다 보니 사람이, 자연이
모두 거울이었다
2023년 1월 29일 밤 – 짧게 눈이 내렸는가 보다
2023년 1월 30일 월요일 맑음
멍청이
2023년의 한 달이 하루 남았다
눈 똑바로 뜨고 살아야 하는 데 …
절집에선 이런 인간을 ‘衲子’라든가 뭐라든가 …
자꾸 멍청이가 된다
ㅎ ㅎ
눈 떠 보니 세상이 바뀌었다
하긴 날마다 바뀌는 세상이었는데
오늘따라 새삼스러운 게 있었지,
집 주위에 작은 스티로폼 같은 흰 눈이 깔리고
TV에선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었다고 야단들이다
나애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친구가 갑자기 찾아온 듯 ….
마을버스 타고 내려가
바닷가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
ㅎ ㅎ 또 멍청이가 되었나보다
말줄임표
사는 동안
젤 편한 게
자주 말 줄임표로 사는 거야
내 시에서도 자주
나오는
말 줄임표
요즘 의원들 바가지로
욕 처먹는 것도
말 줄임표 무시하는 것 때문일 거야
미운 놈 욕 나올 땐
말 줄임표를 써 먹으면
특효약
많은 사람 모인 곳에서도
말 줄임표로 있으면
높은 인격자처럼 보이지
사는 동안
젤 편한 게
자주 말 줄임표로 사는 거야
** 시조문학에 작품을 정리하여 보냈다.
살구꽃 피는 밤에
미워한 그날 일들, 사랑했던 그 날 일들
미움이든 사랑이든 분별이 어리석어라
지금은 술이 필요하다네 그대 살결 같은 밤
고요 곁에 앉다
난 화분 두서너 개 창가에 두고 보니
봄볕이 스며들고 고요도 깃을 편다
그 곁에 또 누가 와서 텅 빈 채로 앉았나
*** 시를 쓰다 – 2023. 1. 30.
役夫의 삽질
( 어느 모임을 보고 …)
남 진 원
오늘, 다시 조선의 役夫를 본다
서슬 퍼런 조선 선비
검은 머리카락을
떠내고 있다
무지의 칼을 들고 언어를 휘두르는
21세기 초현대라는 서투른 작품 뒤에 숨은
망나니들의 칼춤, 현재진행형이지
현상만을 유지하고
지위만을 독차지하려고,
지기 변명, 자기 모순의 역사를 쓰며
벌거벗은 욕심을 드러내놓은 채
시대에 아첨하는
발 빠른 죄의 하수인들
오늘, 다시 役夫의 삽질을 본다
서슬 퍼런 조선 선비
살아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을
떠내고 있다
수명 백세 시대, 역부의 삽질을
보는가
시대의 아첨꾼인, 현대의 무자리
너희,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2023. 2. 3. 춘천에 다녀왔다.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출발하여 저녁 7시에 돌아왔다.
[보탬e]를 배우라고 하여 갔는데 <공무원교육원>은 산속에 처박혀 있고 내용은 하나도 보탬이 안 되는 것들이었다.
오고 가는 게 피곤하기만 하였다.
저녁에 허공과 같은 시 한 편을 썼다.
꿈
남진원
고개 돌려 뒤돌아보니
세월 속에 아름다웠던 일들
한바탕 꿈이었구나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지금의 발길 또한
꿈 아니고 무엇이랴.
깨우친 사람 눈에는 개똥도 부처라는데,
꿈속에 있는 나는
부처 또한 먼지 같은 꿈이네.
(2023. 2. 3)
언어의 칼
그간의 뜨겁던 정
언어의 칼로
일시에무너져내렸다더라,
(하늘 아래 가장 가깝다고 믿었던 사람이 가장 철저하게 조심하고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말, 빨리 알게 해 주셔서 하늘의 신이여, 감사합니다.)
얼마나 얼 빠졌으면 ......
얼 빠진 놈,
내게도 조심하라나 뭐라나....
非對面. 마스크 하기
병든 게 罪 아닌데 사는 게 무겁던 날
흥정 끝낸 얘기 같이 유연성은 멀어지고
경각심 지척에 두니 천 리 밖에 걸어 둔 情
비대면 마스크 하기 좋은 점도 있었구나
가까우면 하게 되던 자신이 모른 실수
몇 마디 무심한 말도 상대에겐 비수였지
2023년 7월 16일 뒷산에서 참 매미 울음소리가 들렸다. 금년 들어 처음 듣는 매미 소리렸다.
2023년 7월 17일 월요일 장마로 폭우로 남쪽 지방이 난리 났다. 찌난 밤 굼엔 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꿈을 꾸었다. 전에도 자주 이런 꿈을 꾸었다. 오랜 기간 활동한 일들은 잘 끊어지지 않는 업이 되는 모양이다.
2023년 7월 18일 화요일. 박경태 작가로부터 황금펜문학상 본심 심사 원고를 받아 심사를 하였다.
시 ‘아름다운 그리움’ 시낭송 작품에 대한 문의를사무처장으로부터 연락받았다.
2023년 7월 26일 수요일
총 심사평
심사위원장 남진원
문학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한 시대 속에서 언어를 통해 감동과 즐거움, 미래에 대한 삶의 좌표를 희망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번에 강원문학작가상 심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은 더 확연해졌다.
접수 번호에 붙여진 작품을 넘겨받은 심사위원들은 작품을 읽으면서 한 편으로는 환희와 감동을, 다른 한 편으로는 실망감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시와 시조 면에서는 발군의 작품들이 있었다. 이로써 강원 문학 작가님들의 치열한 작품 세계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음은 매우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아동문학과 소설 부문에서 수상작을 내지 못한 점이었다. 내년에는 아동문학과 소설, 평론 부문에서도 좋은 작품이 선정되어 수상의 영광이 작가에게 돌아가기를 희망해 본다. 세세한 심사평은 각각의 심사위원들이 심사한 평을 참고해 주기 바란다.
2023년 8월 3일 목요일
시낭송 예비 심사를 참관하고 난 후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려고 했다. 20여 미터 걸어와야 택시를 탈 수 있었다. 무려 40도가 넘는 걷다가 쓰러질 것 같았다. 억지로 택시를 타고 집까지 올라왔다. 극도의 폭염, 처음 겪는 일들이다.
2023년 8월 5일 토요일 . 폭염
새벽 5시 매미들이 뒷산에서 일제히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득 유년의 삶으로 회귀한 것 같았다.
오후 1시에 미지씨가 온다는 것을 오후 5시에 오라고 했다. 약간은 시원하기에 옥수수와 방울 토마토를 딸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구정면 온도는 오후 1시에 37도로 나왔다. 여름 들어 최상의 기온이다. 지난 목요일은 강릉의 온도가 38도였다. 전국에서 최고였다. 돈 많은 부자들이 사는 최고이거나 가장 착한 사람들이 사는 최고가 아니라 가장 높은 온도가 최고인 도시였다.
2023년 8월 27일 일요일
참외가 주렁주렁 태어나 최고로 맛있게 많이 먹었다. 참외만 아니다. 가지도 그렇고 깻잎도 그렇고 파도 그렇고 최고로 많이 먹는 해인가 보다. 농사를 짓다보니 무공해 채소여서 몸이 더 건강해져야 하는데.....
생각이 맑지 못할 때가 자주 있다. 눈도 그렇고 .....
2023년 8월 28일 강호시조 모임 참석을 위해 내려갔다. 대여섯 명 모였다. 홈프러스에서 새 운동화를 8만 5천원에 사서 신었다. 265가 적어서 270으로 신었다. 농촌한정식은 사당골 식당으로 바뀌었다. 맨 나물 뿐이어서 먹을 게 없었다. 앞으로 사람을 만나 먹을 식당이 없어서 난처하게 되었다. 점심 후 옆 가게 찻집에서 한참동안 떠들다가 헤어졌다.
성산, 하나로마트에서 식자재를 사려고 택시까지 타고 갔느데 재고 정리를 한다면서 문을 닫았다. 삼거리 23시마트까지 걸어 올라갔다. 그곳에서 달걀과 아이스크림 빵들을 사 가지고 올라왔다.
2023년 9월 8일 금요일
정선에서 하는 도자기시화전 폐막식에 가서 인사말을 하고 정리를 한 후에 돌아왔다. 강원예총의 개막식 때에는 교통 편의가 좋지 않아서 가지 않았다.
2023년 9월 9일 토요일
평창 봉평에서 하는 이효석문학상 수상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고 돌아왔다.
2023년 9월 11일 월요일
이구재 시인의 시집 발간 발문을 써서 보내드렸다.
올해 들어 일생에서 가장 많은 밤을 주웠다.
몸 상태가 편치 않아 잡에 있어도 어디를 나가도 힘이 든다. 숨쉬기가 힘이드니 뇌가 정상적이지 못하다. 아마 다른 사람들 같으면 병원에만 찾아다녔을 것이다. 나는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위대하고 자랑스럽다.
시 ‘괭이와 쇠스랑’을 썼다.
2023년 9월 30일 토요일
강릉문협 31집 원고를 스마트폰으로 넣었다. 처음 원고는 ‘술’이 포함된 내용으로 손흥기 시인에 대한 글이었다. 이연희씨거 읽어보고 치우친 작품이면 곤란할 수 있다고 하여 다시 바꾸었다.
Tv야 고맙다
남진원
모처럼 공휴일저녁
Tv를 켠다
채널을 여기저기 들쑤셔봐도
재미없는 드라마
시시껄렁 일상사
뉴스는 맨날 정치판 싸움질
얼른 끄고
눕는다
고맙다.
Tv야
일찍 자게 해줘서
건강하게 해줘서
공동의 비밀
남진원
좋아뵈는사람도
오래 만나고
속엣말 터눟다 보면
존중하던 마음이 스르르
사라져 간다
이뻐서 성질 안 더러울 것 같았는데
착한 말만하고 교양있어서 예절바르고 늘 보살인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아니야.
그래, 그래!
우리모두 감정덩어리 암처럼갖고 사는 인간인데
그렇지, 그렇지
나도 그런 인간인 걸 몰랐지
네 모습에서
나를 들여다본다
외로워도, 우리
편안하게 사는 게
좋은 거였어
그래.
이제야 알게 된 공동의 비밀
이혼의 사유
약력 :1983년 강원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제22회 현대시조문학상 수상, 시집에 [조그마하게 살기], 현재 강원문인협회 회장
,
2023년 10월 1일. 일요일
민 시인이 어제 전화가 왔다. 그림 전시회를 연다고 오라고 하여 내려 갔다. 하지 않았다.
장병훈 시인을 만나 저녁을 먹고 그 차로 올라왔다. 장병훈 시인의 시집 발문을 써 주어서인지 저녁 식사와 커피를 그분이 사셨다. 한우백화점에서 우거지 국밥을 먹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피기춘 시인을 만났다.
교보생명 잎에서 출발하는 마실버스 4시 25분 차는 결행하였다. 그 덕분(?)에 장병훈 시인을 만날 수 있었다.
2023년 10월 2일 월요일
월요일이지만 국가에서 임시휴일로 정하여 9월 28일부터 6일 동안 연휴가 지속되었다. 어제와 오늘은 종일 밭에서 일을 하였다.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좋았다.
나이 70의 식사 예법
남진원
맛있는 곳만 찾았지
(전에는 말이다)
지금은 귀족들의 식당이건 소시민의 식당이건
먹는 것에 대해 괘념하지 않는다
내 맘에 드는 그런 식당은 아예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식당에서 먹는 밥에서
달콤한 맛을 찾으려고 하지 않을 바에야
어느 날 어디에서 먹든 무에 그리 애를 쓸 일일까
사람들이 혹여 밥 먹자고 하면
아무 때, 아무 곳이나
“좋아요, 좋아”
무조건 반색을 하며 상대방을 기쁘게 해 준다.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편하다
먹는 거나 입는 거나 자는 것이
내 게나 서로에게 편한 게 최고다.
카톡이 왔다. 최송자 낭송가가 내 시 ‘삶’을 보고 사진 찍어 보냈다. 내 맘에 드는 시인데, 어찌 사진까지 찍을 만을 먹었을까. 진짜 시를 좋아해서인가??
관동문학 2023년 시 원고에 이 두 편(나이 70의 식사 예법, 삶)을 보냈다.
삶
남진원
즐거움도 고통도
모두 내 것이었지만
내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러니 살고 죽음이 또한 어디 있으랴
시공이 비러자나요
처처가 불에 매달린 고드름이다
2023년 10월 14일 토요일 김동명시낭송회와 삼척 감성마을 행사에 다녀왔다. 박군자 시인의 진행이 돋보였다.
홀연히 다가온 가을, 단풍을 읽다
남진원
가을이 오니 문득 단풍의 모습이 눈에 어린다 아름다운 가을 산은 또 누구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것인가.
당나라 시인 두목의 시 ‘산행’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단풍 든 모습에 놀라 탄성을 지르는 두목 시인의 얼굴이 상상되기도 하는 계절.
산행(山行)
두목 (당나라 시인)
遠上寒山石徑斜 (원상한산석경사) 멀리 가을 산 비탈길 오르다보니
白雲生處有人家 (백운생처유인가) 흰구름 이는 곳에 인가 몇 채 보이네
停車坐愛楓林晩 (정거좌애풍림만) 저물녁 수레를 멈추고 단풍을 바라보니
霜葉紅於二月花 (상엽홍어이월화) 서리 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더 붉고나
고등학교 때 무척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시로 마음을 끌어당긴 작품이었다. 가을 산의 비탈길을 오르는 모습 자체가 이미 멋진 모습이다. 그런데 그가 본 것은 힌구름 머무는 곳에 인가 몇 채가 모여 있단다. 구름이 흘러가는 곳에 숨어 있는 듯 보이는 집은 또 얼마나 낭만스러운가. 정신이 고양된 어느 도인이 살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풍경속에서 또 붉게 타는 단풍을 모고 놀란다. 서리 맞은 단풍잎이다. 그렇다! 봄에 피어나는 꽃보다도 더 붉은 꽃 중의 꽃이다. 이 한시에서는 마지막 구가 절장이다. 비탈길에서 단풍에 놀라는 모습과 어느 은자가 살고 있을 법한 흰구름 이는 속에 숨은 듯 보이는 인가! 참으로 멋과 맛이 함께 살아나는 시여서 늘 가을이면 두목의 ‘산행’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가을 단풍과 어울려 더 빛나는 작품을 쓴 우리의 시인 한 분이 있다. ‘산중’을 쓴 이율곡 선생이다.
山中(산중)
이율곡
採藥忽迷路(채약홀미로)
약초 캐다 어쩌다 길을 잃었다
千峯秋葉裏(천봉추엽리)
가을 단풍 깊은 산속 어디
山僧汲水歸(산승급수귀)
스님이 물 길어 돌아가더니
林末茶烟起(임말다연기)
숲 저쪽엔 차 달이는 연기가 인다.
가을 단풍이 든 깊은 산속, 약초를 캐다가 길을 잃어버렸단다. 길을 잃었으니 걱정이 되어야 하는데 마침 물긷고 산속으로 간 스님이 보인다. 곧 이어 차 닳이는 연기가 나는 것을 본다. 차 물을 끓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작자의 상상력이다. 어찌 되었든 가을 단풍 든 산속에서 단풍도 보고 약초도 캐다가 길을 잃었지만 걱정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즐거운 마음이 든다. 물긷는 스님을 발견했기에 안심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곧 이어 차 끌이는 연기를 보았으니 차도 마실 수가 있겠다? 가을 산속에서 멋스러운 품격을 그려놓은 시 작품이 아닌가.
두목이 구름 덮인 산속 인가와 단풍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다면 율곡은 여기에 더해 약초 캐는 즐거움과 차 맛까지 곁들여 한결 시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가을날 산행을 하면서 두목이나 율곡의 시를 음미해보면 즐거움이 배가될 것이다.
나는 단풍을 보면서 단풍의 불길 속으로 걸어들가는 꿈을 꾸곤 한다.
가을 빛 이 속살에 끝내 나는 무너지네
넋인 냥 끓는 불길, 천지간에 붓는 기름
태워도 또 한 채 남은 산은 어찌 하려나.
(丹楓. 남진원)
2023년 5월
한국문인협회로부터 지회장 승인서를 받았다.
2023년 9월 8일 정선 도자기시화전에서 폐막식 인사말을 하였다.
2023 년 정선 도자기시화전 폐막식 인사말
남진원
(한국문협 강원지회장)
올해도 회원님들의 도자기 시화전을 개최하였습니다. 응모작을 심사하여 시상을 하여서인지, 우수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놀랍다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뻤습니다.
시와 그림, 그리고 흙의 숨결이 만나 새로운 상상이 되는 도자기 시화전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기에 마음이 뿌듯합니다.
시종일관 잘 진행을 하신 김양수 고문님의 노고가 컸습니다. 또한 시화전 기간동안 관리를 해 오신 정선문협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본 도자기 시화전에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강원예총 이재안 회장님을 비롯하여 정선 군청과 이은희 정선문협 지부장님께도 마음으로 고마움의 박수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9월 9일 이효석문학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였다.
문학은 아름다움입니다
문학은 사랑입니다
문학으로 행복해집니다
제 24회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안보윤 작가님께 축하의 영광을 드립니다.
소박하고 수수한 메밀꽃은 한국인의 정서입니다.
우리의 정서를 문학속에 아우르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선생을 존경하고 기립니다.
그렇기에,
오늘 이곳에서 진정한 이효석 문학 정신을 배웁니다.
또한 오늘 수상하는 작가님은 새로운 지평을 여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리라는 기대가 큽니다.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문학은 사랑입니다.
모두들, 믄힉으로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4] 2023년 강원지회장 인준 승인 신청서 송부
1. 한국문학의 성장, 발전을 위하여 성원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2. 2023년 비대면 이사회 및 총회를 개최하여 투표 결과 강원지회장이 무투표 당선되었기에 서류 일체와 함께 2023년 지회장 인준 숭인을 요청합니다.
붙임 : 2023년 한국문인협회 강원지회장 인준승인신청서 1부 끝
2023년 3월 28일
한국문인협회 강원지회장
------------------------------------------
사무처장 이연희(010-7359-7491) 지회장 남진원(010-3643-6366)
시행 강원문협2023- 11
(우)25600. 강릉시 강변로 74-26. 명주빌딩 가동 2층. 강원문인협회
지회장 인준 서류
•지회・지부의 창립이나 임원개선이 있을 때,
접수/[07995]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서로225,1017호(목1동,대한민국예술인센터)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지회・지부 설치 및 운영규정 제4조1항에 의거 다음과 같은 서류를 제출하여 본부 이사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다 음-
▶가.지회・지부 회장 인준 요청서(소정 양식/별표1) 1통
▶나.총회 회의록 사본1통(원본대조필/간인)
▶다.정관 사본1통(회장 임기는4년 이내여야 함)
▶라.사업계획서 사본1통
▶마.지회장・지부회장 이력 및 문학 활동 내용(이력서 기재)과 본부 회비납부 확인서 각1통
▶바.지회장・지부회장의 주민등록 초본 및 서약서(서식2호)각1통
▶사.날인된 총회 참석자명단(정족수 확인자료)
▶아.회원명단 사본1통(본부와 지역회원 구분)
▶자.임원 명단 사본1통
(회장,감사는 본부 회원 아닐 경우 가입신청/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지부와 동일지역이어야 함)
▶차.기타 증빙이 될 만한 사진 등 행사 자료
※위 사항에 따라 인준을 받은 지부는 인준을 받은 날로부터20일 이내에
해당 지회(강원문인협회)에 인준 내용을 보고하여야 한다/인준서 사본 제출.
32대 임원선거결과
운산 김양수추천 0조회 6323.01.14 17:22댓글 0북마크기능 더보기
게시글 본문내용
ㅡ2023.1.13.
ㅡ강릉문화원
ㅡ임원선거 총9명
회장 남진원/강릉
(무투표 당선)
감사 한재성/강릉
감사 정혜원/원주
시분과 박복금/강릉
시조분과 최승관/원주
소설분과 홍숙희/강릉
수필분과 지소현/춘천
아동분과 유금옥/강릉
평론분과 손흥기/인제
지회장 인준 승인 신청서
지회명 : 한국‘문인협회 강원지회
지회장 : 남진원
위 지회의 지회장은 2023년 1월 13일 정기총회에서 지회장에 피선되었습니다.
지회장 및 임원은 귀 협회의 정관 사항을 준수하며 각종 사업, 행사를 지지하고 협조할 것입니다.
별첨과 같이 덧붙임 자료를 덧붙이고 이에 지회장의 인준을 요청합니다.
2023년 3월 28일
강원 문인 협회
지회장 : 남진원
덧붙임 자료 ; 별첨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귀하
별첨 첨부 자료
- 2023 비대면 총회 회의록 사본
- 2023년 정기총회 서면 심의 요청 공문 사본
- 2023년 정기총회 서면심의자료
안건.1 강원문학진흥사업
안건.2 강원문화재단 지원사업
안건.3 강원예총 지원사업
안건. 4 향토발전 유공자 표창
안건. 5 예산총괄안
안건. 6 신입회원 인준
- 강원문학상 규정 사본
- 임원선출 규칙 사본
- 당선자 남진원 이력서 1부
- 주민등록초본 1부
- 서약서 1부
- 2023 강원문인협회 임원 명단
- 지회장 당선증 1부
- 회원명단
비대면 총회 회의록
∎ 진행 및 기록: 이연희 (사무처장)
1. 2022년 12월 16일 회의록
•제32대 강원문협 임원선거(총회) 공고
- 일시: 2023년 1월 13일 오전 10:30
- 장소: 강릉문화원
- 지회장 후보 등록일: 2023년 1월 5일
- 지회장 후보 등록 장소: 강원문인협회 사무국
(강릉시 강변로 74-26. 명주빌딩 2층)
2. 2023년 1월 5일 회의록
•지회장 후보 등록 접수 – 남진원 후보 단독 접수로 무투표 당선 확정으로 심재칠 선거관리위원장이 당선 결정을 알림.
3. 2023년 1월 13일 회의록
2023. 1. 13. 강릉문화원에서 총회 결과 임원 선거에서 9명의 임원이 당선되었다.
참석 회원 : 197명
회장 남진원/강릉
(무투표 당선)
감사 한재성/강릉. 정혜원/원주
시분과회장: 박복금/강릉
시조분과회장: 최승관/원주
소설분과회장: 홍숙희/강릉
수필분과회장: 지소현/춘천
아동분과회장: 유금옥/강릉
평론분과회장: 손흥기/인제
4. 2023년 2월 13일 회의록
2023. 2. 13. 사업계획에 대한 서면심의를 우편발송으로 요청하였다.
[내용]
안건.1 - 강원문학진흥사업
안건.2 – 강원문화재단 지원사업
안건.3 – 강원예총 지원사업
안건.4 – 향토발전 유공지 표창
안건.5 - 예산총괄안
안건.6 - 신입회원 인준
5. 2023년 2월 26일 회의록
정기총회 서면심의 문건은 이의 없기에 원안 가결로 선포함.
[5] 2023년 강원문단 3호, 강릉문학, 관동문학, 후조문학 발표 작품
< 강원문단> 3호
괭이와 쇠스랑
한 손에는 괭이
다른 한 손에는 쇠스랑
걸어가는 데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들이 묘하다
쇠라는 이름은 같은데
소리의 질감이 전혀 딴 판이다
이도 저도 아닌 소리를 내며
내가 살아온 한 평생
괭이와 소스랑도
자기 소리를 드러내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는 데 ….
TV야 고맙다
모처럼 공휴일 저녁
TV를 켠다
채널을 여기저기 들쑤셔봐도
재미없는 드라마
시시껄렁 일상사
뉴스는 맨날 정치판 싸움질
얼른 끄고
눕는다
고맙다,
TV야
일찍 자게 해 줘서
건강하게 해 줘서.
( 2023. 강릉문학 31집 )
공동의 비밀
좋아뵈는 사람도
오래만나고
속엣말 터놓다 보면
존중하던 마음이 스르르
사라져 간다
이뻐서 성질 안 더러울 같았는데
착한 말만 하고 교양 있어서
예절 바르고 늘 보살인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아니야
그래, 그래!
우리 모두 감정 덩어리 암처럼 갖고 사는 인간인데
그렇지, 그렇지
나도 그런 인간인 걸 몰랐지
네 모습에서
나를 들여다본다
외러워도, 우리
편안하게 사는 게
좋은 거였어
그래
이제야 알게 된 공동의 비밀
이혼의 사유.
( 2023. 『강릉문학』 31집 )
나이 70의 식사 예법
남진원
맛있는 곳만 찾았지
(전에는 말이다)
지금은 귀족들의 식당이건 소시민의 식당이건
먹는 것에 대해 괘념하지 않는다
내 맘에 드는 그런 식당은 아예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식당에서 먹는 밥에서
달콤한 맛을 찾으려고 하지 않을 바에야
어느 날 어디에서 먹든 무에 그리 애를 쓸 일일까
사람들이 혹여 밥 먹자고 하면
아무 때, 아무 곳이나
“좋아요, 좋아”
무조건 반색을 하며 상대방을 기쁘게 해 준다.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편하다
먹는 거나 입는 거나 자는 것이
내 게나 서로에게 편한 게,
최고이지.
( 2023. 관동문학 )
삶
즐거움도 고통도
모두 내 것이었지만
내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러니
살고
죽음이
또한 어디 있으랴
시공이 비로자나요
처처가 불에 매달린 고드름이다
( 2024. 관동문학)
[ 2024. 후조문학 ] 시론
시,그 아름다운 이름 ‘너도 그렇다!’
남진원
시를 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본다면,세상은 시로 쓴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많습니다.시를 악의 세상을 표현하는 도구로 본다면,세상은 어둡고 구석지고 포악한 측면이,시로 쓴 모습보다 처절하고 참혹한 게 더 많습니다.
무엇이냐??
그렇습니다.시는 선악을 표현하는 수단이나 도구가 아닙니다.세상을 대변하는 대변인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한 시대를 살아가는시인의 작품은 자신의 내면을 담아내는 목소리이며 그 모습은 진정성 있는 사람으로서의 한 모습입니다.또한 그 시대를 통찰하며 살아가는 시인의 작품에는 역사의식과 시대 의식이 자연스레 드러나게 됩니다.견딜 수 없는 시대의 말,쓰지 않으면 않될 언어,그것은 그 시대의 의식입니다.
강설(江雪)
유종원柳宗元(773-819),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萬逕人蹤滅(만경인종멸)
孤舟簑笠翁(고주사립옹)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唐詩選>
고등학교 때 배운 유종원의 유명한 한시 ‘강설江雪’입니다.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은70을 넘게 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높은 관리에 있던 유종원은 정치 개혁의 꿈을 접은 채,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뜹니다.
시의 내용을 보겠습니다.
산에는 새들의 자취가 끊어졌습니다.그런데 산은 천 개의 산입니다.사람의 인적도 끊긴 만개의 길입니다.모든 산과 수많은 길이 끊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절대적 단절의 모습을 그렸습니다.아름다운 미의식보다는 아픈 고독과 절망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 주인은 누구인가?
배 위에 앉아 있는 도롱이 쓴 노인!
그래도 좌절보다는 희망을 품습니다.그 추운 눈 내리는 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 습니다.
‘아름다움이란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사람에 의해 말해질 때에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유종원의 말입니다.
위대한 인물이나 작품은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다른 사람에 의해 말해질 때에 위대한 인물이 되고 위대한 작품이 탄생되는 것이다.다른 사람에 의해 말해질 수 있는 건 그 재주보다 인품과 덕망에 달려있다.그렇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자랑을 내놓기에 바쁘다.왜?남들이 자신의 위대함을 알아주지 못하니까 말이다.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명망은커녕 오히려 탐욕과 욕됨만 그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다.
유종원은 당송팔대가의 한 분입니다.그의 작품이 유명해진 건 그의 훌륭한 인품을 알기에 작품을 널리 알리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모든 이치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습니다.그러니 자기 자랑을 일삼는 사람보다 불쌍한 사람은 없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이 작품이 너무 유명하여 누구의 시인지는 잘 알 것입니다. 저새히 본다, 예쁘다, 오래 본다, 사랑스럽다 등의 시어는 아주 흔해서 너무 구태의연합니다. 그러나 이런 시어들이 모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오랜 경험의 역사가 없이는 함부로 생각할 수 없는 말입니다.그 어느 시인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을 했습니까? 또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 역시 나태주 시인만이 할 수 있는 다이야몬드 같은 말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화룡점정畵龍點睛! ‘너도 그렇다’는 다섯자의 말이 천지개벽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시 한편으로 나태주 시인은 ‘풀꽃 시인’이란 명칭을 얻었고 대한민국 국민시인이란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시대성과 역사성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민주화된 시대상과 풀꽃처럼 힘 없고 약한 사람들도 모두 귀하다는 시대의 언어이며 명령이기도 하니까요. 그 어떤 시보다,철학보다도 가슴에 와 닿지 않습니까.
앞의 유종원의 시가 절대 고독과 차가운 절망을 그렸다면 너태주 시인의 시에는 작은 평화와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엄준한 시대의 역사성이 함께 스며 있습니다.
문학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이 되길 기원합니다.
[2024. 후조문학 ] 시
귀뚜라미가 제맛 낼 쯤
귀뚜라미가 제맛 내는 건 아무래도 달이 뜬 밤이다. 달도 그냥 환하게 뜬 달이 아니고 구름 속에 대가리를 살짝 들여 민 밤이다. 구름 속에서 달이 나올까 말까 하는 것처럼 귀뚜라미 소리도 풀숲에서 나올까 말까 해야 맛이 나지. 나도 방안에서 귀를 세울까 말까 하면서 듣는 게 제 맛인 것이여.
슬그머니…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이면
대체로,그렇더라
자랑거리가 생기면 미리 알려주며 자랑을 떨어댄다.
목련은 그런 사람보다도 못났다. 누구에게 알릴 생각도 않고 3월15일 저 혼자 슬그머니 피어났다.
(2004년)
인터넷 열은 것처럼
인터넷을 열어놓으면 별 잡것이 다 뜨더니.
막힌 길에서 차 대가리 들이밀 듯.
엊그제 만난 그 가시나.마음 푹 꺼 놓았는데 인터넷 열은 것처럼 어허,막 뜨네. 동영상으로 뜨는 이 미운 것. 무슨 연이 있어선가, 宇宙덩어리 같은….
(2004)
초당의 봄
강문 쪽에서 구물거리던 바다가 허균 생가에까지 밀려왔다.
매화나무는 깨끗한 구름조각을 잘게도 뜯어 붙였다.
호수 옆을 지나는 바람은 흰 지느러미처럼 휘어진다.
봄나들이 온 아이들 얼굴이 아지랑이처럼 뜨고
호수는,
숨결이 고르다.
古宅의 대바람 소리도 아주 가만히
슬며시 머물렀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모두 그렇게 제멋대로 밀려와 스스럼없이 논다.
(2004)
설마 …
절집이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 절에 가니 무슨 기도 올리는데 만원,뭐하는데 만원 무슨灯다는데5만원 또 뭐 하는데 몇 백만원……
진열해놓은 물건이 그리 많은지,갈 때마다 팔 물건이 점점 많아지고 절 지붕은 더 번쩍거린다.
법당 안에 부처는 얼마나 많은가?하늘에 있던 부처가 모두 욕심꾸라기들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댤려와 앉아있는 듯하다.
절간 앞을 지키던 산수유나무 꽃잎은 누런 황금 이빨 같았다.
어떤 이는 절 집 개에게도 합장을 한다.
개에게도 영험스럽다고 설마,
‘ 돈 좀 벌게 해 주소!’ 하고 손을 모으는 건 아닐 게다.
(2004)
수로부인
수로부인을 생각하면 미녀 또는 마녀 같아서,.기분이 좋다.벼랑에 올라가 꽃을 꺾는 노인의 영광스러움이라니,
부럽다
용궁에 가서 맛난 음식을 먹은 수로부인은 미치도록!
마녀답다.
신라 최고의 미녀, 21세기까지 미치게 하는 마녀.
오늘 나의 애인은 코도 깎고 죽자 살자 살도 빼는,그런 미녀 또는 미이라가 되어 가고 있는데…
(2004)
즐거운 일상
그릇을 씻는다
크고 작은 그릇들을 씻을 수 있는
이 몸이 고맙다
달음박질이나 오래 걷기는 못해도
인근을 오가며 걸을 수 있는
이 몸이 고맙다
병원에 가 보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또렷한 글자들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시도 쓸 수 있고
메일도 보내고 받을 수 있으니
즐거운 일상,
하루하루가 그저 행복이다
그래,보고 듣고 움직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 2023. 5. 20 )
마을버스 타러 가는 날
방터골은
요즘
뻐꾸기 소리가 한창이다
아기를 기쁘게 하려는
엄마처럼
‘까꿍’,‘까꿍 … ’
야단스럽다
버스를 타려고 종종걸음을 치던
발걸음을 늦추게 하니,
나는 길 숲 어딘가에 있는 새에게
환한 미소 몇 잎 보내고 길을 서둘렀다..
미모의 뉴스
미모의 아나운서가
전하는 뉴스는
모두 미모의 뉴스다
미모의 아나운서가
미모의 뉴스를 전한다
검은 껍질의 꺼칠한 벚나무는
4월초
눈부신 꽃을 피워
행락객들에게 웃음을 전한다고 …
사는데
뻑 하면,미세먼지 ‘나쁨’
개판 같은 정치판의 정쟁
곳곳에 미친 듯 번지는 산불,
아편 같은 돈 욕심으로 일어나는 빈번한 살인
연일 일어나는 지랄 같은 교통사고
이렇게 하루도 마음 편한 날 없는데…
인증 샷 찍는 관광객들 환한 모습 비추며
가끔
꽃들이 피어난다고 하니
사는 데
위안이 되는구나.
예쁜 아나운서
모처럼의 뉴스
고맙고 또 고마운 날이다
(2023. 4. 1)
[6] 2023년 강원문인협회 기사
[7] 1995년의 창조적 기쁨
- 문학동해안시대 연구소 발족
- 창간호 [마음에 핀 달맞이꽃] 발간
(記: 2023. 2. 9)
1990년 부터 2010년의 20년은 내 인생에 극한기였다.
이 중, 1995년은 가장 힘든 시기의 하나이면서도 열심히 산 한해이다. [문학동해안시대연구소]를 개설하고 첫 문집『마음에 핀 달맞이꽃』을 발간하였다.작고 하신 화천의 시인 조규영 형이 가장 뜨거운 박수를 보내어주셨다.춘천의 문학 모임에서 만나면 꼭[동해안시대 문학]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돌아보면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잊지 못할 문학 선배님이다.
『마음에 핀 달맞이꽃』서문에는‘의미 붙이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동식물들은 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성장과 발전,그리고 죽음의 과정을 거친다.그러나 인간은 살아 있음과 살아감 그리고 죽음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미를 붙이며 살아간다.
악 보다는 선한 삶을,더러움보다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려는 노력 때문에 살아 있음의 뚜렷한 자리 하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괴롭고 힘들고 병들고 가난에 시달리는 생활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보람과 기쁨을 찾아 나서는 눈물겨운 몸짓이 결국 우리 사회를 바르게 세워 주기 때문이다.
발간의 의미도 이와 다를 바 없다.우리들 글을 쓰는 삶의 자리가 선함과 창조적 기쁨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출발되었음을 밝힌다.
또한 편집과정에서 어린이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찾아 주고자 나름대로 노력해 보았다.앞으로도 이런 방향은 지속되리라고 보여진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음으로 양으로 협력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서문의 쓴 글을 들여보니, ‘선함과 창조적 기쁨’이라는 멋진 말도 생각해냈구나 하며 웃음을 지었다.목차를 보니30년이 다 되어 가는 기간이라 그간 작고 하신 분들도 많았다.
수필가이신 최갑규,시인이신 김학근,시조작가이신 조규영,동시인인 김교현,시인이신 원영동,아동문학가인 김진광,시조시인이신 정태모,시인 구영주,시인이며 친구인 박광남,아동문학가 박유석,시조시인 성덕제,시조시인 김좌기 같은 분들이 세상을 나셨다.내가 아는 분들만 열두 분이다.무상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엊그제는‘키르키에 지진’으로 금일, 16,000명이 사망했다고 하니,참 참담한 생각이 든다.이재민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폐허 속에서 생명의 온기를 찾는 한국 구조대원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동화에는 엄기원,김종영 작가.동시에는 최갑규,김교현,김학근,남진원,박성규,이호성,용호군,이정님,조규영,최복형 시인들이 참여하였다.모두들 빛나는 문인들이다.이호성 시인과 최복형,용호군 시인은 몸이 많이 불편하여서 활동을 거의 못하고 계신다.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시에는 원영동,정태모,구영주,김남구,김수정,김진광,김찬윤,김학주,박광남,박복자,박유석,박종화,배진흑,조영웅,피기춘,한재성 등이다.원영동 선생은 생전에 한 번 뵈었는데 마리카락이 하얗게 세어 있었다.그리고 아주 밝고 따뜻한 분이었다.시조에는 김양수,김좌기,성덕제,신대주,원수연 시인들이 작품을 실었다.수필에는 최갑규,최인숙 두 분이 원고를 내셨다.엄창섭 시인께서는[김찬윤 론]평론을 발표하셨다.
책의 표지 그림은 류제원 사진 작가의 사진을 실었다.
신인문학상으로 신인들도 배출하였다.장석정,권순인,송기호의 시 작품으로 시 등단을 하였다.심사위원은 정공채,구영주,남진원이었다.장석정시인은 등단한지 얼마 안되어 돌아가셨고 우리 문단의 거목이신 정공채 선생,구영주 시인 모두 작고하셨다.
(이 책은 강원도문예진흥기금의 일부를 받았다.)
[8] 자승의 유서에 대한 의구심
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던 자승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다.
총무원장 당시 매우 거만스러워 자비심은 없어 보여 저 사람도 중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 자승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그것도 절집 안에서 절집을 태우고 자신도 그 속에서 죽었다.
몸에다 중복만 입은 사람인 것을 알았다.
자승의 유서: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소. 이 건물은 상자들이 복원할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 법 전합시다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했다.
모든 것이 CCTY에 기록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라.
자승의 죽음에 임한 글귀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
2022. 8. 28.
불교단체
“자승 스님, 집단 폭력 사태 몸통, 봉은사 회주 물러가라”
- 참여불교 재가연대 교단자정 센터 , 조계종 민주 노조, 불력회
2023. 11. 29. 자승 한 사찰의 요사체에서 분신 자살로 추정.
2023. 11. 30. 자승 유서(메모)에대한 유감
11월 29일 칠장사에서 자승이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을 했다. 유서 형식의 메모가 있어 자살로 보여지지만 유서의 내용이나 메모지라는 형식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1.왜 처음에 경찰은 4명의 스님이 있다가 3사람만 빠져나왔다고 말했나? 자승이 칠장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라고한다. 죽기 1시간 30분 가량인데 이때 유서를 썼다. 이것은 자승이 칠장사에 올때부터 죽으러 왔다는 이야기다. 대개 자승은 외부출타를 할경우에 때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승이 칠장사에 올때는 다른 승려와 같이 왔을 것이다. 그런데 종단은 경찰의 발표를 번복하며 혼자서 있다가 혼자서 분신 자살을 했다고 한다. 뭔가 미심적은 부분이다.
2.'상좌'라는 단어를 '상자'라고 잘못 썼는데 총무원장을 두 번이나 한 사람이 이런 실수를 할 수있나? 자승이 무식하다고 해도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승 앞으로 줄서는 건당상좌도 많았다는 소문이다. 그동안 그 많은 상좌를 두면서 스스로 '상자'라고 부르고 썼다는 말인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기존에 '상좌'라고 알고 있는 단어를 바쁘다고 '상자'라고 쓰는 사람은 없다.
3. 자승은 불과 이틀전에 불교계 기자간담회를 열어 앞으로 10년동안 전법에 매진하겠다 말했다. 자승은 자살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비리를 아는 누군가에 협박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이 경우에는 누가 협박을 했고 어떤 협박을 받았는지 수사가 필요하다. 이 경우라면 유서도 협박에 의해 작성했을 수도 있다.
4.유서란 것은 대개 자기 삶에 대한 반성 혹은 소회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자승의 유서에는 '경찰들에게 시체를 검시하지 말라'는 당부와 '상좌들이 불탄 건물을 복원할거라'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살아온 심정을 남기는 유서로서는 상식적이지 않다. 검시를 하지 않으면 누가 이득이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건 어쩔수 없다.
5. 자승은 남의 절에 가서 멀쩡한 요사채를 방화하고 죽었다. 요사채는 목조건물로서 다시 지으려면 수십억의 돈이 들어간다. 자승의 상좌가 복원할거라고 말했지만 그 상좌의 돈은 어디서 나온 돈이겠는가? 모두 불자들의 보시금일 것이다. 수십억원의 건물을 불태우면서 다시 지으면 된다는 자승의 금전관념은 대책이 없어 보인다. 몇십만원, 몇백만원이 없어 고통받는 일반시민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전관념이다.시주돈의 무서움을 모르고 몇십억이나 되는 건물을 태우고 다시 지으면 된다는 자승의 정신 상태가 정상인가?
6.자승은 지난11월에 천만원씩 보시한 비구니 열명을 칭찬하며 자기는 20억을 전법기금으로 내놓겠다고 발언했다.그 전에도 자승은 몇억씩 돈을 내놓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자승이 통장에 가지고 있는 돈은 천문학적인 숫자일 것이라고 예상된다.승려가 죽은 경우에는 그의 소유물은 모두 승가에 귀속된다.이 돈은 종단으로 귀속되어 승려노후복지기금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종단의 호법부는 자승이 통장에 얼마를 가지고 있었는지 명백히 밝히고 총무원장은 그 돈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밝혀야한다. 그돈이 속가로 흘러가거나 다른 권승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놔두면 안된다.
7. 자승이 살아오면서 벌인 악행들, 종단의 실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벌여온 짓들, 적광스님을 대낮에 집단폭행하게 하고, 장주스님등과 상습도박을 하고, 감로수물을 팔아 엉뚱한 곳에 돈을 보내고, 불자들을 기독교 목사가 하는 상조회에 보내고, 불교적인 지명이 거의 사라지는 도로명주소법에 침묵하고,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 한다는 이명박 선거운동에 나서고, 무고한 스님들(명진스님, 설조스님, 효림스님, 진우스님,대안스님등)을 제적징계 시키고, 봉은사 앞에서 종무원에게 폭력을 휘두른 승려를 징계도 안하고, 각종 선거에 개입하여 자기편을 이기게하고....이렇게 셀수 없는 많은 악행을 저지르고도 한마디 사과도 없이 갔다.
마치 전두환처럼,자승은 죽으면서도 반성을 하지 않았다.자승이 전법에 진심이었고 종단을 사랑했다면 마지막 유서에 이러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참회의 글이 있어야 했다.
내가 끝까지 그의 죽음에 애도 할수 없는 이유다.
[9] 엄장섭 선생, 시의 향기
비누
엄장섭
천지에 머물다 보니 찾아갈 데 많고 많다
산천은 비(雨)로 쓰니 내 할 일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에 낀 때 씻어볼 수 없을까
강릉의 바닷가에 이르기 전에 아담한 경포 호수가 있다. 그 옆에 누각이 경포대이다. 조선 시대 강릉의 문인 박수량은 경포대에 관한 시를 썼다. ‘경포 호수가 사람의 마음까지 비출수 있다면 이 누각에 오를 사람 몇이나 될까’ 하는 내용이다.
92세로 작고하신 엄장섭 선생의 ‘비누’ 작품 역시 박수량 선생과 맥이 닿아 있다.
산천은 비가 내려서 깨끗이 쓰니 아름다움이 한결같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이 비누로 씻어볼 수 없을까 하고, 선(善)에 대한 의지를 그렸다. 사람은 가셨더라도 그 작품은 남는다는 말이 새롭다.
[10] 2023년 강원문단 편집 후기
강원문단 3호를 선보이게 되었다. 특집으로 원로 아동문학가 임교순 선생의 작품과 내력을 소개해 올렸다. 일독을 권한다.
제가 후보 등록시 선거 공약으로는 내걸지 않았지만 계간지 발간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는 못했으나 임기 내에 강원문학과 강원문단을 발간하였다. 그 내용과 부피 면에서는 각각 문예지 두 권에 맞먹는다. 비록 일년에 두 권이지만 일반 문인들의 4권에 달하는 분량이기에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다.
가을이어서 그런지 윤동주의 서시가 생각나는 날이다.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싶어 여기에 옮긴다.
- 죽는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 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한여름에 뽐내고 돌아가던 에어컨도 시절을 잃어 우두커니 멈추어 있는 모습이 방향성을 잃은 사람 같은 모습이다. 빛나던 코스모스도 한풀 꺾이어 그 색을 반감시키고 가을 국화가 한창 계절 속에 빛나고 있다. 세월에 비껴가는 것은 아무도 없나 보다. 강원문단 3호에 추천을 받아 등단 하신 여러분들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강원문단의 견인차 역할을 기대해 본다.
편집장 남진원
[11] 2023 『강릉여성문학인』, 『강원수필문학』 축사
강릉에 희망이 되는 강릉여성문학
남진원
(한국문인협회 강원특별자치도 지회장)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남진원 인사올립니다.
이번에 회원들의 역작을 모아 발간하는 강릉여성문학 문집을 두 손 모아 축하드립니다.
김기옥 회장께서는 많은 관심과 노력으로 문향 강릉의 여성문학 발전을 위해 힘쓰시는 걸 압니다.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강릉은 예로부터 여성문학인들의 뛰어난 작품으로 한국문학에 족적을 남겼습니다. 이율곡 선생의 모친인 신사임당의 뛰어난 문학과 예술작품이 그 예입니다. 더 나아가 허난설헌의 시 작품은 중국과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강릉의 많은 여류 시인과 작가들은 현재에도 전국의 문단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줄 압니다. 그리고 지금 강릉, 이곳에서 터를 박고 살아가며 작품을 쓰는 여러분들이 있습니다. 강릉을 사랑하고 지키며 향토색 짙은 감성의 언어로 뛰어난 작품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정말 자랑스런 일입니다.
오늘의 강릉 여성 문학을 지키는 여러 회원님들이 계시기에 강릉의 문학은 큰 희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강릉 여성 문학의 출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글을 맺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강원수필문학 축사
강원수필문학, 그 생명의 문학
남진원
(한국문인협회 강원특별자치도 지회장)
맑은 날이면 싱그럽게 떠오르는 해와 함께 즐거운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른 새벽 바다에 나가보았습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망울은 검푸른 수평선이 하늘과 닿아 있는 곳으로 달려갑니다. 아, 점점 붉어집니다. 붉은 물빛이 일렁입니다. 드디어 바닷물에 몸을 씻은 빨간 해가 솟아오릅니다. 주위는 어떤가요? 잠을 터는 나무들이 산을 깨우고 있습니다. 새들이 우짖으며 날아갑니다. 마치 그 날개에 새벽의 아름다움이 날아내리는 같습니다.
다시 바다를 봅니다. 파도소리가 ‘쏴아 -’ 하고 밀려듭니다. 바다 위로 떠오른 해는 눈부신 빛을 뿌리고 있습니다. 밝음을 나누어주는 해의 싱싱한 모습에서 무한의 생명감을 느낍니다.
이번에 강원수필문학회에서 32집 연간집을 발간하였습니다. 회원들의 역작이 모여 멋지고 충실한 한 권의 수필집이 되었습니다. 저는 강원도의 수필을 대표하는 작품집이라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더해 원주지역의 인물과 역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특집을 엮었기에 문화사료적 가치도 적지 않으리라 여깁니다.
이 책에는 회원들 각고의 열정과 문학혼이 배여 있습니다. 그리고 지소현 회장님의 수필 문학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녹아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귀중한 ‘강원수필문학’을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처럼, 힘찬 생명의 언어가 기록된 ‘생명 문학’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눈부신 빛처럼 힘찬 필력이 모여 만들어진 강원수필문학 32집! 그 ‘생명의 문학’ 발간을 축하드리며 문학으로 행복한 나날이 되길 기원합니다.
[12] 2023. [지하철 공모 시 당선작]과 시평
커피 한 잔
남진원
커피를 마신다
내 인생에
달콤한
쉼표
한
잔
[ 시 당선작 중 단평] - 남진원(문학평론가)
- 강우식 ‘무심’
- 문무학 ‘인생의 주소
2023년 지하철공모 당선시 중에 눈에 띌 만큼 촌철살인의 시들이 몇 점 보였다.
강우식 선생의 '무심',, 문무학 선생의 '인생의 주소' 두 편이었다. 역시 원로 시인의 태산 같은 무게와 깃털보다 가벼운 경쾌함이 함께 스며 시의 중량감을 더하고 있었다. 촌철살인의 묘함이었다.
무심
강우식
바람에 쏠리는 풀잎이듯
잠결에도 아내쪽으로 돌아눕는다.
무심으로 하는 이 하찮은 일들이
내 미처 몰랐던 사랑이 된다.
( 2023. 지하철 시 공모전 선정작 모음집.p. 122)
시가 얼마나 쉽고 일상적이며 또한 위대한 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함께 보고 함께 듣고 함께 일하며 고락을 같이 해 온 부부. 그 사이에 스민 정이야 말해 무엇하리오. 그러나 그 따스하고 깊은 정을 이렇도록 자연스럽게 짧은 몇 줄의 시로 나타내다니, 가히 시의 거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인생의 주소
문무학
젊을 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만 줄을 선다
아! 인생
고작 꽃병과 약병
그 사이에 있던 것을 …
( 2023. 지하철 시 공모전 선정작 모음집.p. 179)
문무학 사백은 1970년대 중반부터 교단의 [교육자료]와 [새교실]에서 지면으로 많이 뵌 분이다. 또한 [시조문학[지에서도 글을 많이 대하였다. 2년 전 만해마을에서도 한 번 뵌 적이 있다.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시조 '인생의 주소'를 읽고 그 시적 세계의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짧은 몇 행의 시 속에 인생을 다 담을 수 있다니! 인간의 희로애락을 꽃과 약병으로 환치시킨 그 시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역시 문단의 대가로써 또 한번 손색이 없음을 알았다.
좋은 시를 만나면 절친한 친구를 만난 것보다 더 기쁘다. 몇 백년에 만날까 말까한 두 분의 시들을 대하니 오늘은 기쁨에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다.
많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시를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3] 2023. 선학균 화백 8순 잔치 축하의 글
시화전 초청의 글 선학균 화백 팔순 기념 초대전
축하의 글
남진원
(한국문인협회 강원특별자치도 지회장)
선학균 화백께서 서울 인사동에서 팔순 기념 초대전을 연다는 소식을 주셨습니다. 좋은 글도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하셨습니다. 전화를 받고 여간 기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예술의 한 생을 살아온 노 화백의 심경을 생각하며 함께 즐거움에 잠겼습니다.
내가 선학균 화백을 처음 뵌 지는 꽤 오래 전이었습니다. 그때 선화백께서는 용강동에 기거하시면서 관동대학교 강의를 처음 나가실 때였습니다. 용강동 좁은 방에 김 모 시인과 함께 소줏 잔을 밤이 새도록 기울인 것이 아마 40년은 더 되었을 성 싶습니다. 그 후 그림에 관해 도움도 받았습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오래 전, 강릉시 포남동의 파인 프라자에서 6인 시화전을 할 때에도 선화백께서 삽화를 그려주셨습니다. 또 지난해(강원문인협회 창립 60주년)에는 강원문학 54집 표지 그림까지 그려주셔서 지금까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강릉의 관동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화를 지도하시다가 정년 퇴임을 하신 후에도 문화원 등 각종 시설에서 그림지도를 하며 화가 양성에 힘써 오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함께 그림전을 연다니 얼마나 경사스런 일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더욱 건강과 발전을 기원하며 마음으로 축하를 드리면서 글을 맺습니다.
[14] 2023. 강원문인대회 개최
1. 일시 및 장소: 2023. 9. 23. (토) 10시. 장소: TG홀
2. 문학 이야기 – 역사와 소설의 만남
김별아(소설가. 강원문화재단 이사장)
3. 박명자 작고 문인 세미나
발제자 권정남(시인. 강원문협 자문)
이한길(아시아강원민속학회 회장)
토론자 – 박승일(시인, 문학박사 과정)
- 강동수(시인. 삼척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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