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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의 꿈이 기초생활수급자인 나라가 돼서야!
김정숙 / 수필가
인생은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이다. 어떤 분야든지 수학(受學)을 계속해야 발전할 수 있다.
비단 학교를 다니는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배움의 길을 게을리 하지 않는 평생교육이 되어야 더욱 풍요로운 인생 설계가 되지 않을까 !
학여역수(學如逆水)라 했던가?
배움이란 마치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과 같아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退步)한다는 것이다. 물을 거슬러 노를 젓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허나,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크고 작은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 간다면, 배움이라는 것이 그저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닐 게다.
때로는 ‘배움’ 자체가 인생의 또 다른 친구나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 역시 어쭙잖은 용기를 내어, 내가 전공했던 학과와는 전혀 상관없는 학과를 학부과정 추가로 전공하게 되었다. 40대 후반에 왜 굳이 전혀 다른 학부과정을 또 공부하느냐고 의아심을 갖는 지인들도 많다. 그러나 굳이 구직 목적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학문을 마음을 비우고 해보고 싶었다. 어려웠던 집안 형편 때문에 과거에는 차마 선택하지 못했던 분야였다. 물론, 지금의 내 형편에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또 다른 “배움”에 욕심을 가져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학부과정이었는데, 추가로 사회복지학과를 복수전공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4학년인지라 최근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취득을 위한 현장실습도 나가게 되었다.
내가 현장실습을 나간 곳은 지역아동센터였다. 지역아동센터란 지역사회 아동의 보호ㆍ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을 제공하고,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아동의 건전육성을 위하여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말한다. 한 마디로 비교적 가정형편이 힘든 아이들에게, 정서적ㆍ교육적인 측면에서, 성장에 필요한 좀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한 시설인 것이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자녀들이 그 혜택의 대상이 된다. 그 기본 취지는 참 좋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실습과정 중에 조금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어 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내가 실습했던 기관의 센터장님은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분이었다. 그리고 일반 대학교의 외래교수까지 겸임중이라고 하셨다. 그 분야에서는 거의 20년 가까이 한 길을 걷고 계시는 분이셨다. 나는 실습에 참여하면서 센터장님으로부터 많은 감화를 받았다. 그 분은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고 아끼는 분으로 보였다. 또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노력하시는 분이셨다. 그리고 특별히 가정형편이 힘든 아이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많이 노력하는 분이시기도 했다. 어떤 때는 아이들을 향한 아주 특별한 사랑과 연민의 감정을 가지신 분이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한 사명감으로 무장돼 있는 분으로 느껴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센터장님께서 현장에서 겪었던 어이없고 가슴 아픈 사건을 얘기하시는 걸 들었다. 왠지 모를 안타까움으로 느껴졌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면 이렇다. 어느 날 센터장님이 아이들에게 급식을 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 그래도 우리나라가 그나마 복지혜택이 좋은 편이라서, 이런 복지제도 하에 여러분들이 좀 더 좋은 혜택을 받고 생활할 수 있으니, 여러분들도 이런 제도들에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 그랬더니 한 아이가 하는 말이 < 그러면, 솔직히 선생님도 우리 덕분에 이렇게 급식을 얻어먹고 살고 있으니까, 선생님도 우리한테 감사해야죠. 그래서 저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게 저의 꿈이랍니다. > 라고 너무나 당당하고 떳떳하게 말하더라는 거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는 잠시 동안 ‘얼음상태’가 돼 버렸다. < 이게 무슨 말이지?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건가? > 라는 생각과 함께 잠시 생각이 멈춰 버렸다.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대놓고 그렇게 무례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그 아이의 꿈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말에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센터장님의 계속되는 설명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센터장님과 그의 아내 분은 두 사람이 같이 힘을 합하여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부부 두 사람이 같은 업무에 종사해도 두 분이 받는 보수는 약 300만원 내외라고 하셨다. 개인당 급여로 환산한다면 150만 원 정도 되는 셈이었다.
그런데,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즈음하여 많게는 평균 400~500만원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오히려 복권 타는 기분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는 거였다. 피땀 흘려가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천대받는 느낌이었다. 처절한 역박탈감을 갖게 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는 거였다. 게다가 기초생활수급자를 돌보는 업무를 하는 현장에서 그런 일들을 종종 목도하게 되니, 묘한 허탈감이나 어이없는 감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계시는 그 센터장님까지도, < 과연 우리 사회의 복지제도가 정말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 라는 의문과 함께, 가끔씩은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 때문에 많이 힘들 때가 있다는 말씀을 솔직하게 털어 놓으셨다. 또한 그 초등학생의 답변 역시도 그 센터장님의 마음을 또 한 번 멍들게 만들었을 것 같았다. 그 센터장님의 소망이라면, 그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좀 더 좋은 혜택을 받으며 건강한 꿈들을 키워, 자신의 행복은 물론 지역사회와 나라를 위해 직ㆍ간접적으로 크고 작은 공헌을 할 수 있는 그런 꿈들을 키워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혜택을 받고 있는 초등학생의 원대한(?) 꿈이라는 게 ‘기초생활수급자’라니? 그 말을 전해들은 나의 마음도,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와 같은 비슷한 얘기들을 나도 최근에 몇 건 들은 적이 있다. 예를 들면, 사지가 멀쩡한 40~50대 장정들이 기초생활수급금을 받기 위해 일부러 근로를 안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근로를 하면 그 급여만큼 수급금에서 돈을 제외해 버리기 때문에, 근로를 하든지 안 하든지, 결국에는 같은 돈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근로를 하려는 노력조차도 안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로 인해 내가 아는 지인의 동네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대낮에 평상에서 술판을 벌이고 시끄럽게 하여 지역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여러 가지 원성을 샀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지인은, 직접 그 동네의 ‘통장’ 일을 4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 분이시다. 그런데 그분 말씀이, 본인이 ‘통장’을 안 할 때는 정말 몰랐는데 통장을 하다 보니 기초생활수급금이 얼마나 잘못 지급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기초생활수급금의 책정 기준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초생활수급금을 비교적 넉넉히 받고 계시는 할머니가 4~5층짜리 상가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몸에는 온갖 귀중품이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고, 온갖 여가생활은 다 누리고 사신다는 것이다. 또한, 출가한 자녀들까지도 최고급차량인 벤츠를 몰고 다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자의 선정평가가 적절하게 시행되고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 할머니께서도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요즘 노인들 복지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매달 평균 10만 원 정도만 있으면 나머지 금액은 거의 국가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돈을 안 들이고도 거의 모든 여가생활을 다 누리고 살 수 있다고 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같이 행복한 생활은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는 내 마음은 솔직히 많이 슬펐다. 나도 자녀들을 키우느라 아등바등 살고 있지만, 나보다 더 젊은 세대들은 미래생활에 대하여 제대로 꿈도 못 꾸면서 3포자, 4포자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 게다가 많은 젊은이들이 꿈도 잃고, 비전도 잃고 겨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현실인 것이다.
나라가 부강하고 잘 발전되며 국가 자산이 넉넉하다면, 좀 더 좋은 사회복지서비스를 가급적 많은 국민에게 환원시켜주는 제도가 정착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위축되고,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꿈을 잃어가고 있는데 그냥 용돈주기 식의 복지만을 정부가 펼친다면, 과연 그것이 옳은 복지서비스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기초생활수급자일지라도 < 나도 노력하면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야. > 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진정 건강한 복지제도가 아닐까? 기초생활수급자가 추가적인 근로를 하였다고 하여 그 추가수입만큼 기초생활수급금을 모두 환수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노력에 비례하여 적당량의 추가수입을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적절하게 인정해주는 것이 그들에게도 좀 더 열심히 살고 싶은 의욕을 고취시켜 주는 것 아닐까? 또한, 그 추가수입 중 일부분인 10%정도를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일부 납부하게 한다면 그 정도는 어느 누구나 다 인정하고 참여하는 범위가 될 듯하다.
즉, < 내가 힘들 때 받은 혜택과 은혜들을, 내가 추가수입들이 창출되었을 때에는 그 중의 일부를 다른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납부하자. > 라는 취지인 것이다. 즉, < 그동안 내가 국가와 국민의 도움을 받아왔으니, 나 또한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위에 동참해 보자 > 라는 취지인 것이다.
국민을 위해서 국가의 지출과 소비를 늘리더라도, 그것이 재생산으로 발현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성인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할 때는 그것이 매달 용돈 퍼주기 식의 정책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삶에 대한 개척의지와 그것을 개척했을 때의 적절한 포상이 부여되는 정책이어야
한다. 또한, 그들에게도 그동안 혜택받아왔던 것들에 대한 공동책임의식을 갖게 하여, 그들이 추가 근로로 받은 금액의 5~10%정도는 다시 기초생활수급금의 기금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상호간에 형평성 있고 책임을 분담하는 정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제 겨우 초등학생이 < 나의 꿈은 기초생활수급자예요! >라고 외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이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에도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나 사회구성원, 또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그들이 그동안 받아왔던 수많은 혜택들에 대해, 아무 책임도 분담하지 않는 일방적 퍼주기 식의 복지제도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또 다른 태만을 낳게 하고, 또 다른 책임회피를 가져오고, 그저 국가가 주는 기초생활수급금으로 살겠다는 무사안일주의를 부추겨 더욱 무능하고 가난한 국민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지금부터라도 시행착오 과정에서 나온 복지제도의 문제점들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냥 무작정 퍼주기 식의 복지제도나, 또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의지를 북돋아주지 못하는 복지제도의 폐단들은 새롭게 진단되고 재점검되어,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대다수 국민에게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되고 수용될 수 있는 것이라야 그 제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한쪽이 지나치게 역차별을 느끼는 제도나 정책이라면, 그 제도에는 뭔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하는 중대한 결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디 모든 국민들이 지나친 역차별의 설움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국가의 제도가 그 국민들을 무능하고 나태한 국민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첫댓글 신인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울러 수필가 등단으로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 전합니다. 환영합니다.. 건필과 문운을 기원합니다. 국가 정책의 합리적 제도 방안을 촉구하는 글로 현장감 있는 진실성이 돋보입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예리한 안목이 칼럼니스를 방불케 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디.
남상선 선생님, 용기도 부족하고 문필에 대한 배경지식도 부족한 저에게, 많은 시간과 지식을 나눠주시며, 철없는 저를 계속적으로 이끌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문학사랑을 알게 된 것도, 다른 선배님들의 좋은 글들을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남상선 선생님께서 그 길을 열어주신 은혜임을 잘 알기에, 일평생 감사드리는 마음을 깊이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선배님들의 좋은 글들을, 이곳 문학사랑에서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저의 또 다른 기쁨이 되었습니다. 틈틈이 시간날 때마다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문학사랑과, 리헌석 회장님을 비롯하여 여기 계신 모든 선배 작가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저에게도, 글을 배울 수 있는 관문을 열어주심에 더욱 감사말씀 드립니다!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진정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네요. 답답합니다. 하루 빨리 제도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