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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세훈 시장 ‘약자동행포럼’ 진행
쪽방주민·빈곤·노동·주거·장애·교육단체, 규탄 기자회견 열어
“기만적, 선택적 약자 동행 말고, 권리를 보장하라!”
27일, 서울시는 ‘약자동행, 같이의 가치를 더하다’라는 제목으로 ‘2024 서울약자동행포럼’을 개최했다. 쪽방주민·빈곤·노동·주거·장애·교육단체들이 약자동행포럼이 개최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앞에서 오세훈 시장의 ‘선택적’ 약자와의 동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김소영
27일, 서울시는 ‘약자동행, 같이의 가치를 더하다’라는 제목으로 ‘2024 서울약자동행포럼’을 개최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계 각국의 약자동행 정책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모여 약자동행 정책과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약자와 동행’하는 자리에 정작 초대받지 못한 자들이 있다. 바로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쪽방주민, 공공장소에서조차 퇴거당하고 있는 홈리스, 일터에서 무자비하게 강제 철거당하는 노점상,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마저 빼앗긴 장애인들이다.
약자동행포럼이 개최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앞, 서울시의 ‘약자 동행’에서 ‘삭제당한’ 목소리들이 모여 오세훈 시장의 ‘선택적 약자’와의 동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세훈, ‘약자 주거 좋아졌다’ 발표… 현실은 동자동 쪽방 공공개발 3년째 중단
지난 19일,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이 시민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는 ‘약자동행지수’의 첫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기준연도를 100으로 봤을 때 2023년 전체지수는 111로 11% 높아졌고 특히 주거는 125.1로 25% 이상 크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는 실제 주거취약계층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수치”라고 입을 모았다.
백광헌 동자동 공공주택추진 주민모임 부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이라며 쪽방주민에게 내세운 사업으로 하루에 한 끼 8천 원을 지원하는 ‘동행 식당’, 한 달에 두 번 이용할 수 있는 ‘동행 목욕탕’ 사업이 있다”며 “우리는 동행 식당 쿠폰보다 제대로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다. 목욕탕을 가기보다 씻고 싶을 때 내 집에서 언제든 씻으며 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백 부위원장은 “정부는 2021년 2월,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을 발표하며 동자동 쪽방촌 일대를 공공개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토지·건물주들의 눈치만 보며 아무런 진전 없이 멈춰있다. 공공주택 사업이 쪽방을 벗어나고 싶은 주민들에게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쪽방주민들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지난 3년 동안 돌아가신 분이 100명이 넘는다”며 “오세훈 시장이 진심으로 쪽방주민과 동행하고 싶다면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들이 집 같은 집에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약자와의 동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공공장소에서도 강제 퇴거당하는 홈리스, 거리에서 쫓겨나는 노점상
홍수경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2024년 홈리스 인권 실태 조사에 따르면 홈리스 10명 중 3명이 공공장소에서조차 퇴거를 요구받고 있다”며 “특히 중구청 관할인 서울역 앞 지하보도에서 민간기업 보안직원들이 홈리스에게 빈번하게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관할 조례에도 어긋나는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홍수경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홍 활동가는 “고시원 주민들도 퇴거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이 문제가 보도되자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남대문 쪽방상담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평온무사하게 이주했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 건물주가 한 달도 안 되는 기한을 제시하며 퇴거를 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평온무사’하게 이주를 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박하며 “홈리스 강제 퇴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다른 인권 보장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점상도 사람이다. 이 쉬운 문장이 요즘은 참 어렵다”고 입을 뗀 장인숙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동대문중랑지역장은 “최근 동대문구에서는 아무런 경고 없이 노점 두 자리를 철거하고, 여러 노점상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런 과태료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우리에게 죽으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장 지역장은 “동대문구는 노점 단속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시행하며 노점상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탄압하고 있다”며 “오 시장은 세계 각국의 전문가 이야기가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부터 들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서울시가 ‘폐지’시킨 조례들, 오세훈이 ‘삭제’시킨 권리들
최근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며 공적 돌봄 강화를 위해 설립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아래 서사원)을 폐원시켰다. 이어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아래 탈시설지원조례)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마저 폐지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가면을 쓴 활동가 주변으로 퍼포먼스 참가자들이 “홈리스 형벌화”, “장애인권 탄압”, “서사원 폐지”, “학생인권조례 폐지”, “노점 철거”라고 쓰인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 김소영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서사원은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코로나19 시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예산 문제를 이유로 폐지됐다”며 “서사원 폐지로 돌아온 것은 800여 명의 공공돌봄노동자와 최중증 장애인 노동자들의 집단 해고, 그리고 돌봄노동의 시장화”라고 지적했다. 오 지부장은 “예산 핑계로 시민들의 권리를 갈라치는 것이 아니라 예산 확보로 서로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서울시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추경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개인대의원은 “오세훈 시장은 중증장애인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을 단번에 해고했다. 장애인의 활동지원시간을 일방적으로 삭감 또는 중단하기도 했다”며 “이것은 ‘약자와의 동행’이 아니라 ‘약자 탄압’이다. 탄압에 맞서 우리는 목소리를 더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강혜승 서울교육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학생인권조례는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특정 종교인들의 선동에 합세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했다”고 지적하며 “그 누구도 인권을 폐지할 수 없다. 연대의 힘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힘차게 외쳤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약자 동행’을 앞세우는 오세훈 시장에게 ‘억지 동행’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쪽방주민·빈곤·노동·주거·장애·교육단체들은 지난 26일, 오세훈 시장의 약자동행 정책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서울시 응답소를 통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웃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가면을 쓴 활동가가 “약자 동행”이라고 쓰인 피켓을 양손에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오세훈 서울시장 가면을 쓴 활동가의 얼굴과 몸에 “억지 동행”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다. 사진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