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은 예수께서 40일 동안 금식하시며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셨다는 기록으로 시작합니다. 1~4절을 보겠습니다.
1 그 즈음에 예수께서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악마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2 예수께서 밤낮 사십 일을 금식하시니 시장하셨다.
3 그런데, 시험하는 자가 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말해 보아라."
4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다' 하였다."
광야에서 금식하시느라 시장해진 예수께 악마는 돌을 빵으로 만들어 먹으라고 유혹합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응수하십니다. 이 본문을 근거로 빵, 즉 물질적인 건 중요하지 않다면서 신앙적인 것만 강조하는 목사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빵으로 살 것이 아니요’가 아니라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라고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글자 하나하나에 매이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문자주의에 근거해서 보더라도 빵 자체를 부정하는 말씀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는 말씀은 빵도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단지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빵도 필요하고 하나님의 말씀도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이 본문을 근거로 극단적인 금욕주의 신앙을 설파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물질적인 것과 신앙적인 것의 조화, 사회적인 부분과 종교적인 부분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해석해야 옳을 것입니다.
악마가 두 번째로 했다는 시험 얘기로 가보겠습니다. 5~7절입니다.
5 그 때에 악마는 예수를 그 거룩한 도성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6 말하였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여기에서 뛰어내려 보아라. 성경에 기록하기를 '하나님이 너를 위하여 자기 천사들에게 명하실 것이다.' '그들이 손으로 너를 떠받쳐, 너의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할 것이다' 하였다."
7 예수께서는 악마에게 말씀하셨다. "또 성경에 기록하기를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아라' 하였다."
예수께서 악마의 유혹에 대해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간단한 말로 응수하시자 악마는 세 번째 시험을 합니다. 8~11절입니다.
8 또다시 악마는 예수를 매우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 주며,
9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나에게 엎드려서 절을 하면, 이 모든 것을 네게 주겠다."
10 그 때에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경에 기록하기를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하였다."
11 이 때에 악마는 떠나가고, 천사들이 와서, 예수의 시중을 들었다.
사탄의 거듭되는 유혹을 모두 물리치고 예수께서 호통을 치시자 악마는 떠나가고 천사들이 예수의 시중을 들었다는 말로 광야의 시험 설화는 끝을 맺습니다.
본문에 나타난 악마의 유혹은 자기와 손을 잡으면 부와 명예와 권력을 모두 얻게 해주겠다는 철저히 물질적인 가치관에 의존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라는 메시지를 이 설화는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사역의 목적이 무엇인지 미리 보여주는 서막이 바로 광야의 시험 이야기인 것입니다.
이 설화에서 예수께서 금식하셨다는 40일의 의미를 단지 물리적인 시간으로만 해석하면 본문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원래 유대인들은 숫자철학에 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40이라는 숫자도 4*10이라는 의미의 수로 자주 이해하고 활용했습니다. 사람의 수인 4에 강조의 수인 10을 곱하여, 사람이 어떤 훈련을 통해 목표에 도달하는 훈련의 기간이 충분히 완성되었음을 뜻하는 숫자로 이해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출애굽 이후 광야생활도 40년으로 설정했고, 모세의 일생 120년 중에서 이집트에서 세속적 선진교육을 받은 기간도 40년, 광야에서 영적 훈련을 받은 기간 또한 40년, 그 후에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보낸 기간 역시 40년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또한 초대왕 사울의 통치 기간을 40년, 다윗과 솔로몬의 통치 기간 역시 모두 40년으로 설정한 것도 그런 유대인의 숫자철학의 반영이지 물리적인 시간으로 받아들일 문제가 아닙니다.
이 본문에 근거해서 40일 금식기도를 강조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물리적인 40일에 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본인이 의미를 두고 시도한다면 말릴 수는 없겠지만, 그런 시도 끝에 건강을 상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례도 적지 않으니 혹 생각이 있는 분들은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40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고 싶다면, 40시간도 괜찮고, 40분도 괜찮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본문에는 예수께서 세례 요한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갈릴리로 물러가 가버나움 지역에서 사셨다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지였던 예루살렘 주변에서의 활동이 위험해지자 고향인 갈릴리 지방으로 가서 활동을 하셨다는 것입니다. 거기서 예수님은 몇 명의 제자를 부르십니다. 18~22절을 보겠습니다.
18 예수께서 갈릴리 바닷가를 걸어가시다가, 두 형제, 곧 베드로라는 시몬과 그 동생 안드레가 그물을 던지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19 예수께서 그들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삼겠다" 하고 말씀하셨다.
20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
21 거기에서 조금 더 가시다가, 예수께서 다른 두 형제, 곧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 동생 요한을 보셨다. 그들은 아버지 세베대와 함께 배에서 그물을 깁고 있었다. 예수께서 그들을 부르셨다.
22 그들은 곧 배와 자기들의 아버지를 버려 두고 예수를 따라갔다.
예수님이 네 명의 제자와 처음으로 만나게 된 이야기인데, 베드로와 안드레,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입니다. 이 네 명의 제자 가운데 베드로, 야고보, 요한, 이 세 사람은 열 두 제자 가운데서도 특별히 예수님과 더 가까운 제자로 두드러진 활동을 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본문 23~25절을 보겠습니다.
23 예수께서 온 갈릴리를 두루 다니시면서,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며,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백성 가운데 모든 질병과 모든 아픔을 고쳐 주셨다.
24 예수의 소문이 온 시리아에 퍼졌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과 고통으로 앓는 모든 환자들과 귀신 들린 사람들과 간질병 환자들과 중풍병 환자들을 예수께로 데려왔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
25 그리하여 갈릴리와 데가볼리와 예루살렘과 유대와 요단 강 건너편으로부터, 많은 무리가 예수를 따라왔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를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며, 복음을 선포하시고, 백성들의 병과 아픔을 고쳐주셨답니다. 그래서 예수의 소문이 온 시리아에 퍼졌고, 갈릴리 뿐 아니라 팔레스틴 전역에서 많은 무리가 예수를 따랐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여기서 잠시 예수께서 활동하시던 서기 30년대 팔레스틴의 정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팔레스틴 지방은 로마에서 파견된 시리아 총독의 관할권에 속해 있었고, 헤롯대왕의 아들들이 나누어 다스렸습니다. 역사학자들이 ‘Herod The Great’ 라고 부르는 헤롯대왕은 예수께서 태어나셨을 때 유대 땅 전체를 다스렸던 인물입니다. 그를 헤롯대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의 아들들도 헤롯이라는 이름으로 성서에 나오기에 아들 헤롯들과 구별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대왕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역사가들에게도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헤롯대왕이 죽고 나자 그의 세 아들이 팔레스틴을 나누어 다스렸습니다. 그들을 우리말 성서에서는 분봉왕이라고 말합니다. ‘땅을 나누어 가진 왕’이라는 뜻입니다.
유다 본토와 예루살렘은 분봉왕 헤롯 아켈라오가 다스렸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성격이 포악하여 10년도 못되어 쫓겨나고 예수님 당시에는 시리아 총독이 파견한 로마의 지방장관이 예루살렘과 유다, 그리고 사마리아 지역과 유다 남쪽 에돔인들이 주로 사는 이두메까지 다스렸습니다. 그 로마 지방장관이 폰티우스 필라투스(우리말 성경에는 본디오 빌라도)인데, 엄밀히 말하면 총독이 아니지만 복음서에는 총독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팔레스틴 북쪽에 위치한 갈릴리 지방과 요단강 동쪽에 위치한 베레아 지방을 다스린 인물은 분봉왕 헤롯 안티파스였습니다. 세례 요한을 죽인 인물이기도 했고, 예수님이 재판을 받으실 때 총독 본디오 빌라도와 분봉왕 헤롯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 등장하는 헤롯이 바로 이 헤롯 안티파스입니다.
또 한 명의 분봉왕은 복음서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빌립인데, 갈릴리 호수 동쪽의 넓은 지역을 다스렸습니다.
그리고 본문이 말하는 데가볼리, 즉 데카폴리스는 ‘10개의 도시’라는 뜻입니다. 요단강 바로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팔레스틴 한가운데에 있었지만 헤롯왕가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주로 그리스인이 사는 도시들로 시리아 총독이 직접 관할하는 지역이었으나 거의 간섭을 받지 않은 자치도시들이었습니다.